@dalcrose · 2023년 12월 9일 가입 · 317권 적독
“음악도 생명도, 단 한 번뿐이기에 빛난다” 자연의 소리로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와 자연의 본질을 철학하는 생물학자의 마지막 대화
음악의 정상과 생물학의 정상에 오른 두 거장, 자신의 여정을 거스르며 음악과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다 골든글로브 음악상과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고 테크노 음악으로 시대를 풍미한 거장이자 열정적인 환경운동가 사카모토 류이치. ‘생명은 자신을 파괴함으로써 살아간다’라는 ‘동적평형’의 생명철학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생물학자로 자리매김한 후쿠오카 신이치.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은 놀랍게도 ‘자연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같은 주제를 20년 동안 공유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은 친밀한 사이다. 《음악과 생명》은 자연의 순수한 소리를 음악으로 전달하려는 뮤지션과 실험실 바깥에서 생명의 본질을 포착하는 생물학을 주창한 생물학자가 음악과 생명이라는 서로의 분야를 넘나들며 나눈 감각적인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파괴에서 탄생한다’라는 음악과 생명의 공통점에서 출발한 두 사람은 인간의 인지에 갇혀버린 지금의 음악·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연의 소리, 있는 그대로의 생명을 포착할 방법을 탐구한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음악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소리가 예속되는 상태를 거부한다’라는 존 케이지의 말을 되새기며, 자신을 세계적인 음악가로 만들어준 서양음악의 전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시간이라는 좌표축 위에 음표를 찍어 균형 잡힌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기존의 음악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자연의 풍부한 소리를 가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자연의 소리가 예속되지 않는 음악을 작곡하기로 마음먹는다. 한편 후쿠오카 신이치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짓뭉개고 실험동물을 죽이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존의 생물학 연구는 생물(生物)이 아닌 사물(死物)에 몰두하는 것일 뿐, 매 순간 변화하는 생명의 역동성을 포착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는 생명을 하나의 ‘기계’로 여기고 이를 ‘부품’으로 분해해 작동 방식을 규명하려는 시도일 뿐, 작은 애벌레가 번데기로, 그 번데기가 나비로 부화하는 ‘당연한 기적’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두 사람은 음악과 생물학의 기원인 ‘자연’을 쪼개고 나누고 조작하는 기존의 방식은 아름답고 완벽한 ‘유일한 정답’을 향해 나아가지만, 오류와 실패를 반복하는 ‘자연’에는 ‘정답’이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로부터 ‘자연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보다 해상도 높은 언어’라는 새로운 목표를 함께 그려나간다.
사카모토 류이치 타계 소식을 듣고 나서 한국어판 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트윗했었는데 드디어 출간이 된다. 그것도 내가 기대했던 대로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펴냄..
https://x.com/dalcrose/status/1902556645026398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