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dalcrose · 2023년 12월 9일 가입 · 259권 적독

퀴어 미술 대담 (동시대 한국 퀴어 미술의 현장)

책 소개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란 무엇 혹은 누구를 뜻하는가? 퀴어 미술을 둘러싼 대담을 통해 펼쳐지는 퀴어의 영역과 범위

적어도 지금 한국의 문화예술계에서 ‘퀴어’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미술, 문학, 연극, 영화 등 장르를 막론하고 퀴어는 다양한 매체와 콘텐츠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사 매체에 등장하는 허구의 ‘퀴어한’ 등장인물만을 뜻하지 않는다. ‘퀴어한’ 예술은 작가의 정체성으로서, 작품의 주제의식으로서, 서사의 주된 정서로서 점차 경계를 확장하며 그 역할과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혹은 여태껏 충분히 탐구되거나 논의되지 못한 퀴어 예술의 갖가지 면모가 이제야 광범위하게 발굴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책 본문에서 이야기하듯 오늘날 퀴어는 “일종의 유행”이 된 듯 보이거나 “과포화”된 듯 여겨지기도 한다. 『퀴어 미술 대담』은 퀴어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어색하지 않게 언급할 수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란 무엇(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집요하게 추적하는 대화의 장이다. 그간 국내 미술비평계에서 퀴어라는 주제로 꾸준히 비평하고 활동해온 두 저자, 이연숙과 남웅이 “현재, 서울에서, 비평가”로서 퀴어 미술의 정체와 주체를 탐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혜진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두 저자는 “사태를 섣불리 봉합하지 않”으면서, 그간 미술 현장에서 각자 쌓아온 경험과 고민을 지렛대 삼아 퀴어 예술의 시공간을 구축해나간다. 국내의 작가와 작품, 전시 등 현장을 두루 톺아보는 두 저자의 대화에 귀 기울이다 보면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로 불리는 것 이면에 어떤 관점과 담론 들이 도사리는지 고민해볼 수 있을 테다. 또는 두 저자가 서문과 발문에서 이야기하듯 앞으로 우리가 ‘퀴어’와 더불어 ‘예술’ ‘성차’ ‘관계’ ‘대화’ ‘언어’ 등의 키워드를 어떻게 계속하여 끌고 나가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 수 있을지 물을 수도 있겠다. 두 저자가 번갈아 이야기하듯이, 이 대담에 내포된 무수한 질문이 독자에게로 이어지며 또 다른 대화의 장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