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crose · 2023년 12월 9일 가입 · 292권 적독
“우리는 깨어져도, 깨어진 채로 살아갈 수 있다”
문 안쪽에 웅크리고 있는 우리가 모르는 청년 존재에 대한 또렷한 시선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는 상처 입은 마음을 안고 방 안에 숨어 든 우리 사회 고립·은둔 청년들을 조명하는 책이다. 은둔형 외톨이 전문가, 상담심리학자 김혜원 교수가 다양한 청년·청소년 문제를 상담해온 25년여의 시간, 그중에서도 고립·은둔 청년을 집중적으로 만나고 연구해온 10년의 경험과 통찰을 담아 내놓는 ‘청년 보고서’이다. 저자는 상담자로서, 연구자로서 고립ㆍ은둔 청년들을 만나며 ‘사회 부적응자’라는 세간의 낙인 너머, 오해 속에 조용히 웅크린 청년 개개인의 구체적인 모습을 펼쳐 보인다. 고립ㆍ은둔 청년들을 만드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짚어내고, 이들을 도울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증오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은둔형 외톨이의 일탈’로 간단히 진단하는 사회에서 고립·은둔 청년들은 오해와 자극을 피해 방 안으로 더 깊숙이 몸을 숨긴다. 최소 10만 명, 최대 50~60만 명. 방 안에 있는 ‘은톨이’는 어떤 존재일까? 있지만 없는 존재들, 보편 바깥에 있는 청년들은 닫힌 문 안에서 어떤 시간을 보낼까?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은 뭘 할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학교 밖, 사회 밖 청년들의 삶을 살펴보게 되었다는 김혜원 교수는 이 책에서 사회가 부여하는 당위적 잣대에 맞지 않는 청년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모르는 것, 모르는 존재를 이해하기보다는 위험한 것으로 여기고 낙인찍는 사회에서 고립·은둔 청년들의 찬란한 청춘은 빛나기도 전에 바래고 만다. 저자는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이런 사회의 통념을 반박한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들은 청년들에게 시도하고 실패해볼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에서 마음의 힘을 잃은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런 청년들에게 “우리는 깨어져도, 깨어진 채로 살아갈 수 있다.”라는 위로의 말을 전한다. 우리는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있는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며, 네가 방 안으로 들어간 것은 ‘나답게’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특수하고 희소한 것으로 보던 기존의 인식을 넘어, 은톨이들 역시 우리 곁의 한 사람임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도하고,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청년들에게 넉넉히 제공하는 것. ‘그럴 수 있음, 그래도 됨, 그렇게 해도 손가락질 받지 않음’이 이들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고 건강하게 할지 상상해본다.”
이 책에서 저자는 회복하거나, 그러지 못한 청년들,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와 주변 사람들, 이들을 지원하는 조력자들의 이야기를 한데 엮는다. 사회적 편견 속에 위기에 빠진 고립·은둔 청년들과 가족의 실제 사례를 전해 청년 개개인에게 구체성을 부여하고, 연구와 실례에 기반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접근법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고립ㆍ은둔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는 오해 속에 조용히 자리 잡은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존재를 열린 눈으로 바라보기를 자극하는 책이다.
한겨레 .txt 2025년 2월21일자 소개.
상담심리학자가 고립은둔청년을 오랫동안 상담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