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hka · 2025년 4월 25일 가입 · 190권 적독
매혹적으로 그려낸 발아래 세계의 삶과 역사!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논픽션 작가인 윌 헌트의 지하세계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개인적 탐험사인 동시에, 인간과 지하의 역사와 관계를 통해 동굴과 그 밖의 어두운 공동(空洞)이 갖는 두려움과 매혹이 우리를 어떻게 지하에서 내쫓고 또 다시금 끌어들이는지를 다룬 광각적 연구 『언더그라운드』.
우리 발밑에 광대히 펼쳐져 있지만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그 유령 같은 풍경으로 뚜벅뚜벅 걸어 내려간 이가 있다. 열여섯 살 여름, 우연히 고향 로드아일랜드주의 프로비던스에서 자신의 집 아래를 지나는 버려진 터널을 발견한 저자는 그 후 뉴욕의 지하철과 하수구를 시작으로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동굴, 지하묘지, 벙커 등을 탐험하는 평생의 여정을 해나갔다.
대륙과 신기원을 아우르는 서사적 전개 과정에서 저자는 지하세계를 탐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지하 마니아들의 방식을 따라갔다. NASA의 미생물학자 팀과 함께 블랙힐스의 지하 1.6킬로미터 지점까지 내려가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는가 하면, 파리의 카타콩브와 하수도에서 팔꿈치로 진흙을 헤치며 도시 탐험가들과 탐험을 감행하고, 호주 원주민 가족과 어울려 오지에 있는 3만 5,000년 된 신성한 광산으로 들어갔다.
땅속 곳곳을 거침없이 이리저리 오가는 여정을 그린 책은 신비로운 장소 못지않게 그곳에 파묻혀 깊은 애정과 집착으로 지하세계를 탐닉하는 인물들의 내밀한 이야기에도 조명을 비춘다. 무려 40년간 집 아래에 깊숙한 굴을 파 내려간 두더지 인간 윌리엄 리틀, 파리의 보이지 않는 지층을 가장 먼저 이미지로 포착해낸 나다르, 도시 아래의 고요한 어둠을 뚫고 고대의 물줄기를 따라 걸었던 스티브 덩컨, 동굴 아주 깊은 곳에서 생물학적 리듬을 끊어내 보려 했던 미셸 시프르 등의 이야기를 통해 지하에 대한 인간의 위대한 열망과 집착을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