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mphea · 2024년 1월 8일 가입 · 254권 적독
아쉴 음벰베 · 김은주 · 강서진 · 김은주수련
카메룬 출신 정치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아쉴 음벰베의 주요 저작 《죽음정치》가 출간되었다. 음벰베 사상의 정수로, 현대 민주주의의 퇴보와 폭력, 배제와 증오의 정치를 드러내며, 푸코의 생명정치와 슈미트, 아...
“식민지 체제의 특징 중 하나는 온갖 형태로 고통의 장치를 생산하면서도, 그 고통이 어떤 책임도, 배려도, 공감도, 연민도, 그 무엇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데 있었다. 오히려 토착민indigène이 겪는 고통에 고통스러워하지 않도록, 그 누구도 고통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체제의 목표였다.
더 나아가 식민지의 폭력은 종속된 사람의 욕망의 힘을 포획하여, 그 힘을 비생산적 투자들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다. 토착민의 이익을 대리한다는 명목 아래, 식민 권력은 사실상 삶에 대한 그들의 욕망을 차단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를 도덕적 주체로 여길 수 있는 능력 자체를 훼손하고 약화시키려고 했다. 파농의 정치적이고 임상적 실천은 바로 이러한 질서에 단호히 맞섰다. 파농은 누구보다도 근대가 남긴 거대한 모순 중 하나를 정확히 지적했으며, 그의 시대는 바로 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해 끊임없이 몸부림치고 있었다.
근대의 끝에 시작된 세계의 거대한 재인구화는 인류 역사에서 이제껏 알려진 바 없는 규모와 기술을 동원한 대대적인 ‘토지 수단(식민화)’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새로운 토지들을 향한 돌진은 민주주의의 행성화로 이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지구의 법(노모스)을 등장시켰는데, 그 중심에는 전쟁과 인종을 마치 역사의 두 가지 특권적 성례聖禮, sacrements처럼 봉헌하는 것이 있었다. 식민주의의 용광로에서 전쟁과 인종의 성례화는 근대성의 해독제인 동시에 독인, 즉 근대성의 이중의 파르마콘이 되었다.
이러한 조건에서 파농은 [정치적 존재 조건을 구성하는] 제정적인 정치적 사건으로서의 탈식민화는 폭력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어떤 경우이든 폭력이란 원초적이며 능동적 힘, 탈식민화의 출현에 앞서 이미 존재한다. 탈식민화는 살아있는 신체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며, 그 몸은 자기보다 앞서 존재하고, 외부에 있으며, 자신이 자신의 개념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방해물들과 완전히 정면으로 충돌하는데, 마침내 자기 자신을 철저히 해명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하지만 아무리 창조적인 힘으로 의도될지라도 순수하고 무제한적인 폭력은 무분별하게 될 위험에 놓여 있다. 그 폭력이 불모의 반복 속에 갇히게 될 경우, 언제든지 그 에너지는 순수한 파괴를 위한 파괴로 퇴행할 수 있는 것이다.
파농에게 치유 행위의 본래적 기능은 질병을 근절하거나 죽음을 제거하고 불사를 도래하는 데 있지 않았다. 그가 보았을 때 병든 인간은 가족도, 사랑도, 인간관계도, 공동체와의 교감도 없는 사람이있다. 처음부터 출신이나 혈통을 공유하지 않는 타자들과 진정한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박탈된 사람이었다. 이 관계없는 인간들(혹은 타자로부터 단절되기만을 원하는 인간들)의 세계는 끊임없이 외형만 달라졌을 뿐,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 (...) 우리를 ‘이방인 없는 공동체’라는 환각적인 꿈에 빠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