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mphea · 2024년 1월 8일 가입 · 223권 적독
Woolf, Virginia · Tate, Trudi수련
요즘 '좋은 노년'이란 단어가 머리에 맴돈다. 오래 산다는 건, '치욕을 견디는 법'을 익히는 거구나. 한때 내것이었던, 황홀한 빛이 꺼진 후에, 사람은 어떻게 삶을 견디는가
그것이 중장년층의 삶의 모습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는 걸 깨닫는다. 수업 준비를 하면서 쉰 두 살에, 꽃을 사들이고 파티를 열며 공허를 견뎌나가는 댈러웨이 부인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헤어진 첫사랑, 속물로 변해버린 친구들. 우리의 수명은 너무 긴가 짧은가.
소설의 말미에서 클라리사는 자신이 파티를 여는 것이 '봉헌(offering)'이라고 말하며 속물들의 무리에 섞여든다. 이 말의 뜻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치욕을 견디면서, 심지어 그 치욕의 일부가 되어 '계속 살아가기로' 선택한 것이겠지. 그 대가가 파티라면 기꺼이.
단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쓴 이 소설은, 연약한 우리에게는 "하루를 살아내는 일이 봉헌"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