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rooftoplife · 2023년 12월 22일 가입 · 485권 적독

서울대의 이슈: 혹은 우리의 문제 (혹은 우리의 문제)

책 소개

서울대 학생기자들이 바라본 계엄, 학생사회, 그리고 언론 서울대 학생자치언론 『서울대저널』의 전·현직 기자들이 함께 펴낸 신간 『서울대의 이슈: 혹은 우리의 문제』가 출간됐다. 이번 책은 서울대 학생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계엄’, ‘학생사회’, ‘언론’을 주제로, 코로나 팬데믹, 이태원 참사, 그리고 최근의 12·3 내란 사태를 지나온 20대 청년들이 기록한 시대의 증언을 담았다. 『서울대의 이슈』는 ‘서울대생에게 서울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개인의 소속을 넘어, 학벌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서울대생이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혹은 서지 않아야 하는지를 성찰한다. 가령, 계엄 직후 캠퍼스에서 기성언론 기자가 학생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지성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냐고 물을 때, 한 저자는 어떤 ‘찝찝함’을 느낀다. 서울대생은 과연 지성인인가? 서울대생은 윤석열의 후배인가, 박종철의 후배인가? 이러한 의문들은 개인적 고민에 그치지 않고, 기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비대면 강의와 제한된 활동 속에서 보낸 세대, 동시에 이태원 참사와 내란 사태라는 국가적 충격을 젊은 시절에 겪은 세대가 바로 이 책의 필자들이다. 그들은 ‘청년’이라는 이름에 쉬이 환원되지 않는 자신들의 모순되고 복잡한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는 학생자치언론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으며, 언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과도 직결된다. 책 속에는 학생언론의 가능성과 한계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성폭력 규탄 시위를 취재하기 위해 장비를 들고 뛰어갔지만 행사장 출입조차 거부당했던 경험은 학생자치언론이 처한 현실적 벽을 보여 준다. 그러나 기자들은 좌절 대신, “언론만으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언론 없이 세상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렇게 학생언론은 학생사회 내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학벌 구조와 청년 담론을 당사자로서 고민하기도 한다. “서울대 출신이라면 탈락하지 않는다”는 취업 시장의 기묘한 공식, 뚜렷하지 않은 청년·대학생 담론의 정체성, 극우 집회와 민주주의적 공존의 번거로움 등은 필자들이 청년으로서 갖는 고민이자 이 사회 전체가 마주하고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고발이나 비판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학생사회는 ‘탈정치화’ 혹은 ‘극우화’되었다고 쉽게들 말하지만, 노동·젠더·장애·생태 의제를 붙잡고 활동하는 자치 단위들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준다. 『서울대의 이슈』 속 기자들은 이런 움직임을 포착하고 기록하면서, 혹은 직접 가담하면서, 정치적 무관심이 학생사회의 전부는 아님을 증언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기자들이 남들을 ‘인터뷰’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인트라뷰’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외부를 향한 취재와 동시에 자기 내부와 공동체를 향한 성찰을 병행하는 방식은, 학생언론이 단순한 보도 기관이 아닌 자기 탐구와 사회 비판이 맞닿는 공간임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지금의 청년들이 겪은 위기와 상처를 결코 사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는, 사회적 아픔으로 끌어올린다. 성소수자 배제, 전세 사기,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이들……. 기자들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확인하며 기록을 이어간다. 이는 곧, “우리의 문제란 곧 우리이며 우리의 답도 곧 우리”라는 책의 기획의도와도 맞닿는다. 『서울대의 이슈』는 ‘서울대생’이라는 특수한 이름을 붙잡으면서도, 그것을 넘어 오늘의 청년이 마주한 현실과 고민을 보여 준다. 팬데믹, 참사, 내란이라는 연속된 위기를 겪어 낸 20대의 기록은 단지 대학 캠퍼스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응시해야 할 ‘지금 한국 사회의 초상’이라 할 만하다. 『서울대의 이슈』는 출판공동체 편않이 소개하는 언론·출판인 에세이 시리즈 〈우리의 자리〉의 아홉 번째 책이다. 〈우리의 자리〉는 언론·출판 종사자가 각각 자신의 철학이나 경험, 지식, 제언 등을 이야기해 보자는 기획이다. 언제부터인가 ‘기레기’라는 오명이 자연스러워진 언론인들, 늘 불황이라면서도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하여 걷고 있는 출판인들 스스로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저널리즘과 출판정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2022년부터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