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ftoplife · 2023년 12월 22일 가입 · 165권 적독
★ 좀비는 왜 달리는가? ★ ★ 빌런은 어떻게 탄생했나? ★ ★ 아시아 호러 영화들이 원귀를 다루는 방식은? ★
우주에서 디스토피아 세계까지, 의협이 흐르는 강호에서 총잡이들의 무대 서부까지ㅡ! 장르영화사를 종횡무진 망라하다!
시네필부터 예비 창작자까지 장르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단 한 권의 책!
좀비들은 언제부터 뛰어다녔을까? 빌런은 어떻게 탄생했나? 아시아 호러 영화들이 원귀를 다루는 방식은 어떨까? 장르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궁금했던 질문들에 해답이 되어줄 책이 출간됐다. 《장르영화 대사전》은 영화 장르를 크게 12가지(뮤지컬, 스페이스 오페라, 히어로와 빌런, 코즈믹 호러, 웨스턴, 좀비, 아포칼립스, 아시아 호러, 전쟁, 무협, 홍콩 느와르, 액션)로 구분해 소개한다. 영화 전문 유튜브 〈영화공장 배드 테이스트〉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며 대중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 저자 김정곤, 김익상은 수천 편의 영화들을 섭렵하고 분석한, 그야말로 장르영화 전문가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소개하는 한편, 특히 저자 김정곤은 비평에서 소외되거나 영화사 창고 속에서 사라져가는 작품을 발굴해 가치를 밝히고 있으며, 저자 김익상은 〈퇴마록〉〈가위〉 등 수많은 장르영화를 기획·제작하며 관객들을 만나왔다. 이들은 영화사의 만신전에 오른 빛나는 영화보다는 마니악한 취향을 지닌 일반 관객이 즐겁게 보았거나 보고 싶어 할 영화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장르의 특별함을 드러낼 수 있는 특정 영역을 선택한 다음, 그 배경과 그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감독들을 선정하고 그 작품세계를 책 한 권에 망라하여 독자들이 장르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를 감상하거나 영화를 만들 때, 장르에 대한 이해와 기본기가 탄탄하다면 장르가 품은 넓은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결국 이 책은 장르영화를 사랑하는 이들, 영화 마니아부터 예비 창작자까지, 장르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장르영화라는 그 길고 찬란한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환경을 파괴하는 범죄 ‘에코사이드’와 인간을 말살하는 범죄 ‘제노사이드’의 연계 이 뫼비우스의 고리를 끊을 사회-생태 전환의 길
세계가 들끓고 있다. 한쪽에 기후-생태 위기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불평등-인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팎으로 맞물린 환경위기와 인권위기의 연계성을 탐색하고 이 악순환을 끊어낼 사회-생태 전환의 길을 제시하는 인권학자 조효제의 신간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가 출간되었다. 우리는 인권과 환경을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로 다루는 칸막이식 사고방식에 익숙하다. 하지만 인류의 풍족한 삶을 위한 지구행성의 총체적 파괴(에코사이드)는 자연의 역습으로 인한 인간 말살(제노사이드)을 낳고 있다. 저자는 이제 환경과 인권의 심층적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구행성의 정의’라는 큰 틀에서 인권·사회 정의, 기후·환경·생태 정의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작 『탄소 사회의 종말』(2020)이 인권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분석했다면 이번에 선보이는 신간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는 한발 더 나아가 기후-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전환의 아이디어를 종합적으로 제시한다.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 인권 개념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은 특히 이목을 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서 인간의 권리를 과감하게 축소하되 비인간 존재까지 포괄하도록 자연의 권리는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금의 위기 해소는 개별 제도를 손보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불가능하고,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전환과 이후의 전망을 일관된 서사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인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대전환의 결단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태-사회 전환뿐이다. 사회·인권·정의 담론과 생태·환경·녹색 담론을 연결할 든든한 가교가 되어줄 이 책은 환경과 인권 문제를 함께 놓고 고민하는 독자들을 거대한 대화의 장으로 초대할 것이다.
재난지역을 4년간 돌아본 한 인문학자의 르포『죽은 자들의 웅성임』. 일본의 저명한 종교학자이자 인문학자인 저자는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재난지역을 4년간 걸었다. 재난지역 바깥에서 비당사자, 외부자로 머물기를 그만두고 재난지역에 직접 찾아가 그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자기 자신이 외부자라는 것, 그들과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없고 그 고통을 헤아릴 수 없음을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목소리가 되지 못한’ 재난지역의 웅성임이 들려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동일본대지진에만 관련된 일이 아니며, 현재 세계 어딘가에서 무참한 죽음을 맞은 이들의 웅성임에도 맞닿아 있다.
알베르 카뮈는 “사형 집행인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엘 해링톤은 사형 집행인 프란츠 슈미트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에서 놀라운 솜씨로 이 난제를 해결했다.
이 책은 1588년부터 1617년까지 사형집행인으로 살아온 프란츠 슈미트의 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저자인 해링톤은 슈미트의 일기를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극적인 장면들을 능숙하게 삽입해서 완전한 드라마를 구현해내었다. 미국 벤더빌트 대학교의 독일사 교수인 조엘 해링톤은 이 사형 집행인의 일기에서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 드라마에서 슈미트의 역할은 교수형, 불태우기, 참수, 심지어 바퀴로 육체를 찢는 등 다양한 형태로 사형을 집행해야 했지만 이 모든 행위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16세기에는 꿀벌통을 훔치다 걸리는 경우에도 사형을 집행할 정도로 사람의 목숨이 값어치가 없었다. 푸코의 말대로 감시와 규율은 체재의 방패막이었기 때문이다. 수백 가지의 채찍질을 포함하여 이토록 다양한 고문의 방식이 있었다는 점은 충격과 공포에 익숙한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가공할 공포를 심어준다.
실제로 마르틴 루터는 “범죄자가 없었다면 사형집행인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교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칼을 휘두르며 목을 졸라 죽이는 손은 이와 같이 더 이상 사람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이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목매어 바퀴를 깨뜨리고 목을 베고 전쟁을 하시느니라.”
슈미트는 소름끼치는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는 “법정의 규탄, 죽음의 행진, 사형집행 자체가 삼위일체로 구성되어 마침내 신중하게 고안된 도덕적 드라마”를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망나니가 의사로서 대단한 명망을 얻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슈미트는 동시대의 다른 사형 집행인들이 가지고 있던 해부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신성 모독자의 혀를 찢거나 도박꾼의 손가락을 자르려면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부러진 뼈를 고정하고 사형수에게 약초와 고약을 발라서 마침내 교수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 살아남게 하는 비법은 슈미트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시대의 사형 집행인들은 사람을 죽이는 역할만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슈미트는 의사로서 수입이 사형 집행인으로서의 봉급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요컨대 그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의사였다는 것이다.
슈미트의 일생은 사형 집행인의 굴레에서 벗어나 의사로서 모두에게 존경받는 삶으로 인정받고자하는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은퇴한 사형 집행인으로 삶을 마감하기를 거부한 칠순의 슈미트는 황제(페르디난트 2세)에게 호소하는 편지를 써서 결국 자손대대로 이어지는 사형 집행인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다. 그 시대에 망나니로 산다는 것은 성 밖에 거주하면서 자녀들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온식구들이 교회의 예배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약 1만 5천명의 환자를 돌보았다. 4백명의 목숨을 끊어냈지만 그 열 배 이상의 목숨을 살려낸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점은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의 뉘른베르크 풍경을 놀랍도록 치밀하게 그려낸 조엘 해링톤의 능력이다. 그는 상아탑의 지루한 말놀이 대신 생생하게 구현된 말의 향연으로 우리를 신성로마제국의 한 시대로 데려간다. 무엇보다 작가로서 해링톤의 통찰력은 작품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서의 프란츠 슈미트를 창조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놓기가 어렵게 만드는 내러티브는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이다.
타이완 퀴어 문학의 대표 작가 천쉐의 동성결혼 법제화까지 10년의 부부 생활
“우리는 당시 결혼할 때 했던 맹세대로 한결같이 상대를 지켜주고 곁에 있어주며 동고동락했다. 우리 결혼이 법적인 보장은 받지 못했을지라도 그 무엇보다 견고했다.”
1990년대 타이완 퀴어 문학의 경전으로 뽑힌 『악녀서惡女書』의 저자 천쉐의 레즈비언 부부 생활 이야기를 담았다. 2017년 5월 타이완 사법원의 이성 간 혼인제도 위헌 판결 이후 두 해가 흘러 2019년 5월 24일, 타이완은 비로소 동성 간의 결혼이 가능하게 된 동아시아 최초의 나라로 거듭났다. 저자는 2011년 짜오찬런과의 결혼 소식을 알렸다. ‘우리는 2009년 두 친구의 참관 하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타이완에서 동성결혼이 마침내 법제화가 되었다. 이 책은 원제 『동성결혼 10년同婚十年』처럼 그 10년 동안의 기록을 담아 엮은 책이다. 천쉐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요리를 하고 식물에 물을 주는 여느 부부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기록하다가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사회에서 동성 커플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천쉐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글을 엮은 이 책에는 잔잔한 일상생활과 시간에 따른 다양한 변화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동반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뿐만 아니라 타이완의 동성결혼 법제화를 쟁취해내기 위한 험난한 분투의 기록물이다. 천쉐와 짜오찬런의 일상을 읽다보면 잔잔하고도 담백한 생활이 하염없이 부럽다가도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사회를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피가 끓어오르기도 한다. 책은 매 장이 끝날 때마다 별도로 페이지를 마련해 모든 성소수자의 하나같은 염원을 담아 녹였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차분히 들려주는 한편 사회를 향한 정치적인 호소도 담은 것이다.
마이클 오스터홈 · 마크 올셰이커옥탑방
2017년 코로나19 사태를 예측하고 경고한, 40년간 美 국가 방역 시스템의 핵심에서 활동해온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정책센터CIDRAP 센터장의 역작. 미국의 한 역학 조사관이 공중보건 분야에서 벌어진 굵직굵직한 전염병 문제의 최전선에서 관찰하고, 역학 조사에 나서고,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한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국지적 영역, 지역사회, 국가, 세계 수준에서 발생한 모든 미생물 문제를 겪고 맞서는 동안, 저자는 공중보건에 접근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가에 대해 실감했다. 이 책에서는 그 지혜를 종합하여 현장에서의 감염병 병원체를 추적하는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와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모색되어온 다양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의 전염병 현장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의 양상이 종합적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울러 정치, 사회, 경제, 국제사회가 얽힌 향후의 감염병 시대 패러다임을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저서다.
공저자 마크 올셰이커는 「마인드 헌터」의 작가이자 전염병 관련 논픽션과 시나리오를 다수 집필한 경력을 바탕으로 이런 내용을 박진감 넘치게 서술했다. 특히 19장 ‘세계적 유행병: 너무 끔찍한, 피할 수 없는’에는 최초 발병부터 확산까지 2020년의 코로나19 사태를 거의 그대로 예측한 시나리오가 실려 있어 독자를 놀라게 한다.
고통 앞에서도 자비를 애원하지 않는 여자의 투쟁!
덴마크의 걸출한 범죄 소설 작가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범죄 미스터리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특별 수사반 Q와 수사관 칼 뫼르크의 활약을 그린 「디파트먼트 Q」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북유럽 추리 소설답게 서늘하면서도 지적인 깊이가 돋보이며, 범죄 드라마의 흥미진진한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첫 이야기는 덴마크의 유명 감독 라스 폰 트리에 감독에 의해 영화화될 예정이다.
살인 사건 전담반에서 미결 사건 특별 수사반으로 밀려난 수사관 칼 뫼르크가 5년 전 사라진 여성 정치인의 실종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2년 3월, 젊고 진보적인 여성 정치인 메레테 륑고르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실종된다. 그녀는 감쪽같이 종적을 감춰 버렸고, 수사는 그대로 종결되고 만다. 그로부터 5년 뒤, 수많은 강력범죄를 수사해 온 칼 뫼르크가 이 사건을 맡게 된다. 칼 뫼르크와 그의 조수 아사드는 이전 수사에 큰 허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메레테 륑고르의 행방을 뒤쫓는다. 그녀는 철저한 암흑 속에 갇혀 끔찍한 고문을 견뎌내고 있었는데….
유시 아들레르올센옥탑방
어느 날 바닷가에서 발견된 피로 쓴 편지!
카를 뫼르크 반장이 이끄는 특별 수사반 Q의 활약을 그린 「특별 수사반 Q」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유리병 편지』 제2권. 도발적인 주제, 빠른 전개와 몰입감으로 많은 독자들을 끌어당긴 시리즈의 이번 소설은 2010년 북유럽 최고의 범죄 소설에 수여하는 유리 열쇠상을 받으며 덴마크, 나아가 북유럽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로서 저자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주었다.
덴마크 경찰의 미결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 수사반으로, 코펜하겐 경찰서의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Q 수사반. 카를 뫼르크는 시리아 출신의 수사 보조 아사드, 펑크스타일의 괴짜 로세와 함께 골치 아픈 사건들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코틀랜드 경찰이 바닷가에서 발견하여 덴마크 경찰에 보낸 유리병 편지가 Q 수사반에 도착한다.
언뜻 피로 쓴 것 같은 편지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지만, 분명하게 덴마크어로 ‘살려 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피가 병 속에서 종이에 스며들고 응고되는 바람에 상태가 엉망이었는데, 카를은 이 편지가 어린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절박한 호소에 이끌린다. 유리병 편지를 바다에 던지는 P는 대체 누구이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유시 아들레르올센옥탑방
어느 날 바닷가에서 발견된 피로 쓴 편지!
카를 뫼르크 반장이 이끄는 특별 수사반 Q의 활약을 그린 「특별 수사반 Q」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유리병 편지』 제1권. 도발적인 주제, 빠른 전개와 몰입감으로 많은 독자들을 끌어당긴 시리즈의 이번 소설은 2010년 북유럽 최고의 범죄 소설에 수여하는 유리 열쇠상을 받으며 덴마크, 나아가 북유럽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로서 저자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주었다.
덴마크 경찰의 미결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 수사반으로, 코펜하겐 경찰서의 지하에 자리 잡고 있는 Q 수사반. 카를 뫼르크는 시리아 출신의 수사 보조 아사드, 펑크스타일의 괴짜 로세와 함께 골치 아픈 사건들을 전담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코틀랜드 경찰이 바닷가에서 발견하여 덴마크 경찰에 보낸 유리병 편지가 Q 수사반에 도착한다.
언뜻 피로 쓴 것 같은 편지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변해버렸지만, 분명하게 덴마크어로 ‘살려 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피가 병 속에서 종이에 스며들고 응고되는 바람에 상태가 엉망이었는데, 카를은 이 편지가 어린아이들의 장난에 불과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절박한 호소에 이끌린다. 유리병 편지를 바다에 던지는 P는 대체 누구이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펑! 눈앞의 친구를 토마토로 바꿔 버렸다 이 힘은 저주일까, 능력일까? 토마토처럼 끈적하고 새콤한 조예은표 호러 우정물 등장!
『칵테일, 러브, 좀비』 『트로피컬 나이트』 등 환상적이고 독특한 세계를 펼쳐 왔던 조예은이 여름철 끈적하고 새콤달콤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서른네 번째 책으로 출간된 『토마토로 만들어 줘』는 상대를 토마토로 변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아이 ‘도마윤’의 이야기다. 복잡한 감정이 토마토 덩굴처럼 엉키는 청소년기의 마음을 초능력에 빗댄 전개가 오싹하게 빛나며 조예은만의 유쾌한 해답이 가슴속에 상쾌한 웃음을 남긴다. 『칵테일, 러브, 좀비』에 이어 다시 한번 합을 맞춘 일러스트레이터 권서영의 그림은 매끈한 토마토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여 소설 속 세계관에 풍덩 빠져들게 한다. 올여름, 마윤이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마주 보기까지의 축축하지만 달콤한 여정 속으로 용기 내어 들어가 보자.
지나온 이별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잊고만 싶던 이별의 기억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을까?
지나온 이별들을 가장 특별한 방식으로 돌아보는 이야기 『이별 박물관』(소설의 첫 만남 35)이 출간되었다. 『잃어버린 일기장』 으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한 작가 전성현의 신작 소설이다. 내가 삶에서 겪었던 이별들로 만들어진 박물관이 있다면 어떨까? 『이별 박물관』은 마음을 사로잡는 상상력에서 출발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이별의 기억들을 꺼내어 들여다보도록 한다. 어린 시절 담임 선생님이 선물해 준 열쇠고리, 이모가 만들어 주던 피자, 지금은 볼 수 없는 강아지의 쿠션 등 한때는 특별할 것 없었던 일상적인 물건들이 한 사람의 삶을 통과해 온 기록으로 전시된다. 이별과 함께 남겨진 마음들을 세밀하게 복원해 내며,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품이다.
지금껏 본명도, 나이도, 성별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채 필명으로만 활동하는 '복면작가' 이노우에 마기의 미스터리 소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가 '자매 편'과 '형제 편'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두 권의 책이 병행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매 편'과 '형제 편'의 1화부터 3화까지 서로서로 1화씩 링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전시물을 파손한 범인이 '우물 정(井)'자를 남긴 소소한 사건부터 먹고 있던 닭꼬치가 목에 꽂혀 죽은 운전자 사건과 미스터리 미식 투어에 숨겨진 납치 사건까지, 한때 번성했던 거리 '긴나미 상점가'에서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를 여성과 남성의 시점으로 각각 추리해 나가는데, 사건은 같지만 드러나는 진상은 완전히 다르다. 때문에 자매 편과 형제 편을 1화씩 번갈아 읽으면, 하나의 사건에 두 개의 진실이 감춰져 있는 평행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는 두 출판사의 공동 출판 프로젝트로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자매 편'을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형제 편'을 출간하였으며 어느 쪽 이야기를 먼저 봐도 상관없도록 제작되었다.
이노우에 마기옥탑방
“당신은 어느 이야기를 먼저 읽겠습니까?” 사건은 하나, 추리는 둘 사상 최초의 평행 미스터리!
★★★ ”한마디로 ‘괴작’! 대체할 수 없는 독서 체험을 얻을 수 있는 소설“ ★★★ ”두 시선이 교차하며 완성되는 3D 퍼즐을 푸는 재미가 일품”
지금껏 본명도, 나이도, 성별도, 얼굴도 공개하지 않은 채 필명으로만 활동하는 ‘복면작가’ 이노우에 마기의 미스터리 소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가 ‘형제 편’과 ‘자매 편’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두 권의 책이 병행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형제 편’과 ‘자매 편’의 1화부터 3화까지 서로서로 1화씩 링크가 되어 있는 것이다.전시물을 파손한 범인이 ‘우물 정(井)’ 자를 남긴 소소한 사건부터 먹고 있던 닭꼬치가 목에 꽂혀 죽은 운전자 사건과 미스터리 미식 투어에 숨겨진 납치 사건까지, 한때 번성했던 거리 ‘긴나미 상점가’에서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를 여성과 남성의 시점으로 각각 추리해나가는데, 사건은 같지만 드러나는 진상은 완전히 다르다.때문에 ‘형제 편’과 ‘자매 편’을 1화씩 번갈아 읽으면, 하나의 사건에 두 개의 진실이 감춰져 있는 평행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긴나미 상점가의 사건 노트》는 두 출판사의 공동 출판 프로젝트로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형제 편’을,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자매 편’을 출간하였으며 어느 쪽 이야기를 먼저 봐도 상관없도록 제작되었다.
미국적이지 않은 것은 모두 추방하라! 이견과 이성異性이 차별의 근거가 되는 시대 사라진 목소리들이 일으킨 깊고 진한 사랑의 파동
“젠더에서 인종으로, 《시녀 이야기》의 충격을 다시 쓰다” 〈가디언〉
미국 전통문화 보존법 ‘PACT’가 시행된 근미래 뉴욕. 미국답지 않은 생각과 미국에 이롭지 않은 이념, 미국적이지 않은 얼굴은 모두 탄압의 대상이 된다. 검열과 침묵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빼앗긴 삶과 유산을 회복할 수 있을까.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은 아시아계 미국인 작가 설레스트 잉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2022년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나란히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오늘의 현실을 실시간으로 받아 적은 듯 세계 곳곳에 스며든 혐오와 폭력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이 작품은 배제의 논리에 익숙해진 21세기 사회에 경고음을 울리며 영국, 프랑스, 독일 등 16개국에서 번역 소개되었다. 출간 직후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라 하나의 혁명이다”라는 찬사와 함께 〈타임〉 ‘2022년 100권의 필독서’ 〈워싱턴포스트〉 ‘2022년 주목할 만한 소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2022년 최고의 책 5선’ 〈USA투데이〉 ‘2022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
한 편의 부조리한 범죄 도주극 현대 중국의 가장 문제적 작가 아이의 대표작
“목적은 충만감, 방식은 도망, 수단은 살인. 이것이 내 유서의 전부다.”
“이 작품엔 서스펜스와 반전도 있지만, 그보다는 허무주의에 빠진 19살 소년의 내면이 더 강한 울림을 남긴다. 인간 존재의 위기를 보편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_『월스트리트저널』
“저자의 냉담한 내레이션은 이야기 속 괴물과 희생자가 불러일으킬 효과를 철저히 계산한다. 그들은 고립되고 방치되었으며 무시당한다. 주인공은 생명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죽음임을 깨닫는다.” _『라이브러리저널』
“전직 경찰로서 작가 아이는 비도덕적인 현대 중국사회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탐욕으로 문드러지고 소외된 사회의 모습이 안타깝다.” _『남화조보南華早報』
글항아리 ‘묘보설림’ 시리즈 제3권. 도발적 주제로 현대 중국의 문제적 작가로 떠오르고 있는 아이阿乙의 첫 국내 소개작이다. 대낮의 도시 외곽의 아파트에서 한 소년이 한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둘은 동급생이었고 마음을 나누는 친구 사이였다. 두 사람과 ‘살인’이라는 행위 사이에는 어떤 연결점도 없었다. 쫓고 쫓기는 도주극이 이어지고…… 과연 작가는 이 부조리함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짜장 범벅, 카레 범벅, 클리셰 범벅 그리고 MST 범벅
한국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5인이 뒤틀고 부수어 다시 쓴 안티 클리셰
한국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작가 5인이 뒤틀고 부수어 다시 쓴 안티 클리셰
한국 장르문학을 이끌어온 다섯 명의 작가 김아직, 박하익, 송시우, 정명섭, 최혁곤, 그들이 몸담아온 장르적 문법을 비틀어 다시 쓴 앤솔러지 《클리셰: 확장자들》이 북다에서 출간된다. 노랫말과 똑같이 일어나는 연쇄살인, 현실에서는 없을 법한 밀실, 그날따라 기상이변으로 고립된 마을, 도망가면 그만인데 현장에서 탐정의 추리를 경청하다가 잡히는 범인, 사건이 해결된 후에야 요란하게 도착하는 경찰…. 수많은 장르문학에서 다룬 전형적인 패턴, 클리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들이 그 틀을 확장하고 뛰어넘는 데 도전한다. 〈바닥 없는 샘물을 한 홉만 내어주시면〉으로 황금드래곤 문학상을 받은 김아직을 시작으로, 영화 〈희생부활자〉의 원작소설 《종료되었습니다》로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대상과 선암여고 탐정단 시리즈 《탐정은 연애 금지》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은 박하익, 동명 드라마로 제작ㆍ방영된 《달리는 조사관》을 출간하고 《아이의 뼈》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받은 송시우, 《무덤 속의 죽음》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은 정명섭, 《B파일》로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은 최혁곤까지, 우리 장르문학계의 중요한 순간에서 방향성을 제시해 온 베테랑 작가들의 영리한 변신에 독자들은 여지없이 빠져들 것이다.
'저주 사건'을 중심으로 조선 역사를 돌아보는 이 책은 궁궐에서 발생한 아홉 건의 저주 사건을 선별해 그 흐름과 의미를 집중적으로 되짚는다. 저자는 이능화의 <조선무속고>를 통해 조선시대의 저주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중 특히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사건들을 이 책에서 다룬다.
성종 대 저주상자 배달 사건, 중종 대 작서 사건과 목패 저주 사건, 광해군 대 무녀 옥사 사건, 인조 대 저주 사건과 번침, 효종 대 조귀인의 뼈 저주 사건, 숙종 대 장희빈의 저주 사건, 영조 대 무신당의 저주 사건, 정조 대 존현각 자객 침입 사건이 그것이다. 지금까지 조선 역사는 궁궐을 주요 무대로 삼아 왕과 권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중심인물로 조명되어왔다.
이 책 역시 궁궐을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일지 모르나, 그 핵심에 저주 사건이 있고 또 역사에서 배제되었던 무속인들과 권력에서 밀려났던 이들이 사건의 주동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쓰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그늘지고 음습한 조선 왕실의 한편에서 나라를 뒤흔드는 저주 사건이 끊임없이, 그것도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는 점이다.
온갖 동물 사체와 뼈가 몰래 궁궐에 묻혔다. 효종 대에는 궐내 저주물을 청소하기 위해 3개월에 걸쳐 대대적인 수리 공사를 벌이기도 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조선 궁궐의 은밀한 저주 사건을 밝히는 일은 역사의 밝은 면만이 아닌 어두운 면까지 드러내며 '성찰하는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발견, 우크라이나의 복권” 1991년 독립까지 러시아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국가 유럽의 대국이 될 잠재력과 지정학적 중요성을 읽어내다!
동서 유럽 힘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 ·동슬라브 종가였던 이곳은 어떻게 나라를 잃고 되찾았나 ·유럽의 ‘빵 바구니’였다가 극심한 기근을 겪기까지 ·고대에서 현대까지 현장감 있게 담아낸 우크라이나 통사
『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는 전前 우크라이나 대사이자 니혼대학 국제관계학 교수를 지낸 저자가 쓴 ‘우크라이나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루스 카간국으로부터 키예프 대공국으로 이어진 우크라이나의 복잡하고 긴 역사를 풀어 쓰고, 근대 들어 러시아와 유럽의 틈바구니 속에서 강국들의 침략을 받은 대고난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나아가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타민족의 지배와 그로부터의 독립을 반복하면서 지금과 같은 최대 인구의 국가로 번창할 수 있었는지 그 핵심적인 계기들을 밝히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첫 출발은 루스 카간국으로, 러시아(루스)라는 이름도 원래 여기서 가져다 쓴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2세기까지 모든 견직물을 ‘루스제製’라고 불렀다. 그만큼 이 나라는 농업과 상업, 무역의 중심지였다.
저자는 중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큰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대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우크라이나의 면적은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넓고 인구는 5000만 명으로 프랑스에 필적한다. 철광석은 유럽 최대 규모의 산지를 자랑한다. 농업은 세계의 흑토지대의 30퍼센트를 차지해 언젠가 ‘유럽의 곡창’의 지위를 회복할 것이다. 두 번째는 지정학적인 중요성이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만큼 여러 민족이 거쳐간 곳은 없다. 우크라이나는 서유럽과 러시아, 아시아를 잇는 통로였다. 그런 까닭에 우크라이나는 세계 지도를 다시 쓴 대북방전쟁, 나폴레옹전쟁, 크림전쟁, 두 차례 세계대전의 전장이 되었고 많은 세력이 이 나라를 노렸다. 즉 우크라이나의 향방에 따라 동서 힘의 균형은 달라졌다. 이것은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 하고,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퍼트리샤 모런옥탑방
“나는 당신에게 보이는 나를 상상함으로써 수치스러워진다.”
“여자들에게는 울거나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 그렇지만 남자들은, 이성을 잃고 날뛰게 되지.” 20세기 여성 작가들의 텍스트를 ‘수치심’이라는 주제로 분석한 열다섯 편의 글을 엮은 『여성의 수치심: 젠더화된 수치심의 문법들』은 살만 루슈디 소설 『수치』의 의미심장한 대목으로 시작된다. 사회적인 감정인 수치심은, 이 인용이 첨예하게 포착하듯 다분히 젠더화되어 있다. 부당한 수치심에 맞서기 위해 인생을 걸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치심을 느꼈다는 이유로 타인을 죽이는 사람도 있는 것이 수치심 사회의 동학이고 우리는 이 사회에서 그 동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수없이 목격했다. 『여성의 수치심』은 수치심이 한 여자의 내면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드는 순간부터 그 여자가 수치심과 관계 맺는 과정, 그 관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산하거나 치환하거나 완성해내는 궤적을 각기 다른 작품과 주제를 통해 탐구한다.
‘여성적 수치심female shame’을 꿰는 분석 틀은 크게 세 가지다. 신체, 가족, 그리고 사회. 이 책은 여성이라는 젠더 자체, 여성 신체와 여성 섹슈얼리티, 동성애 수치심,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종차별, 이성애 관계와 제도에 매인 여성 예술가, 소녀들의 세계와 집단 괴롭힘, 여성의 수난과 불행, 국가에 의한 여성 신체 착취, 여성성을 모욕하는 민족과 종교, 힌두 및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에게 자행되는 잔혹한 폭력과 멸시, 소외감과 수치심의 관계 등 광범위한 이슈를 아우르며 여성적 수치심의 장場인 신체와 가족, 사회를 재사유한다. 이 사유에는 수치심학의 계보에서부터 문학, 정동 이론, 페미니즘 및 퀴어 이론, 장애학, 포스트 식민주의, 문화 이론 등 다양한 학문 영역을 대표하는 학자들의 논의가 동원된다. 수치라는 이데올로기, 젠더화된 수치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 책의 목표는 그것이 여성의 삶에 행사하는 고통스러운 영향력에 대항하는 것이다.
수려한 외모의 미청년, 그런데 어딘가 얼빠진 탐정 아 아이이치로!
제103회 나오키상 수상작가 아와사카 쓰마오의 단편집 『아 아이이치로의 사고』.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문학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기발한 작품들을 선보여온 작가의 대표작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완벽한 외모와 달리 어딘지 모르게 바보 같은 미청년 ‘아 아이이치로’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사진가인 아 아이이치로는 뛰어난 관찰력과 천재적인 추론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자살한 연인의 뒤를 따라 목숨을 끊은 천재 화가가 유작에 남긴 실수의 의미를 다룬 , 자고 일어나니 감쪽같이 사라진 거대한 전통 가옥의 행방을 다룬 등 기발함과 유머가 돋보이는 단편들이 담겨 있다.
를 상식의 눈으로, 일상의 눈으로 바라보다!
바가바드기타는 인도를 어떻게 신비화하였는가『불온한 신화 읽기』. 인도 철학이 낳은 가장 위대한 경전 를 비판적으로 해부한 책이다. 는 영어 번역본만 300여 가지, 영어 이외의 언어로 된 번역본도 200여 가지이며 국내에 출간된 한글 번역본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전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인도의 대표 고전이다. 이 책은 의 주요 등장인물, 를 각기 다른 관점에서 해석했던 인도의 사상가, 경전의 내용을 토대로 설정한 일상 속 다양한 사람들을 등장시켜 그들 간의 대화와 언쟁을 희곡처럼 재현하여 흥미롭게 소개하며, 풍부한 이미지를 수록하여 이해를 도왔다. 특히 에 담긴 메시지를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해부하여 현대인이 인도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고, 인도의 역사를 통해 를 읽도록 안내한다.
유럽 로열 패밀리의 흥망사를 한 권으로 속속들이 파헤친 놀라운 여정!
유럽을 지배해온 진짜 실세는 누구였을까? 유럽을 설계하고 이끌어온 힘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 책은 20세기 이후까지 명맥을 유지한 유서 깊은 여덟 가문(합스부르크, 부르봉, 로마노프, 호엔촐레른, 하노버, 비텔스바흐, 올덴부르크, 베틴)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서술한다. 가문의 선조부터 마지막 후손까지, 여덟 가문의 성장과 쇠락의 과정을 차례대로 살펴보는 한편, 통치를 이어받은 인물들의 계보를 따라가면서 역사의 뒤편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안내한다.
▶ 이 책은
치열한 권력 경쟁이 만들어 낸 유럽 명문가의 우아하고 내밀한 이야기 유럽을 지배해온 진짜 실세는 누구였을까? 유럽을 설계하고 이끌어온 힘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유럽의 가문은 대부분 작은 영지에서 시작해 세력을 확장했고, 가문의 혈통을 이어가기 위해 통혼, 근친결혼, 후계 상속 등 다양한 제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상속받은 영토를 둘러싼 형제간의 암투부터 각국의 명분을 건 전쟁까지 크고 작은 경쟁도 펼쳐졌으며, 왕위를 계승하거나 왕의 측근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움직임도 활발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가 발전해 지금의 유럽을 형성했다. 수많은 가문 중 이른바 ‘로열 패밀리’라 지칭할 수 있는 유럽의 명문가를 이해하면 유럽 역사의 핵심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유럽의 로열 패밀리 중에서도 20세기 이후까지 명맥을 유지한 합스부르크, 부르봉, 로마노프, 호엔촐레른, 하노버, 비텔스바흐, 올덴부르크, 베틴까지 유서 깊은 여덟 가문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서술한다. 가문의 선조부터 마지막 후손까지, 여덟 가문의 성장과 쇠락의 과정을 차례대로 살펴보는 한편, 통치를 이어받은 인물들의 계보를 따라가면서 역사의 뒤편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안내한다. 유럽 왕실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글로 써온 저자는 각 가문의 계보를 정리하면서 복잡하고 방대한 유럽사를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가계도와 약 100컷의 도판도 함께 수록했으며, 더 읽어보면 좋을 인물 또는 역사적 사건은 에피소드에 추가해 한 권에 모두 담았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와 벤치의 사나이』. 파리의 생마르탱 대로의 어느 으슥한 막다른 골목, 한 남자가 칼에 찔려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루이 투레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창고 관리인으로 성실하게 일해 온 중년 남성으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의 인물이다. 이런 으슥한 장소에서 취객이나 건달들 사이의 칼부림쯤이야 흔한 일이지만, 루이 투레같이 지극히 평범하고 얌전해 보이는 남자가 이런 곳까지 무엇 하러 들어와서 살해를 당했는지 매그레는 호기심이 동한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매그레는 루이 씨가 일해 왔던 회사가 3년 전에 이미 문을 닫았으며, 그가 오랫동안 실직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부인에게 그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매일 아침 출근하듯 집을 나섰으며,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는 남몰래 새 직장을 구했던 걸까? 그러나 당시 우연히 그를 목격했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공원의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만을 보았다고 증언할 뿐이다. 지난 3년간, 루이 씨는 대체 어떻게 지내 왔던 걸까? 그가 지니고 있던 거금의 출처는 대체 무엇일까? 베일에 싸인 그의 행적을 파헤쳐 가며, 매그레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그의 사생활의 비밀스러운 흔적들을 뒤쫓는데…
조르주 심농의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 있는 호화로운 특급 호텔, 마제스틱 호텔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자는 미국인 억만장자 오즈월드 J. 클라크의 아내로, 어린 아들과 하인들을 데리고 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고 있었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호텔 지하에 있는 탈의실 로커. 주방과 커피 준비실, 직원용 식당 등이 있는 지하는 150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일하는 공간이었다. 숙박비가 하룻밤에 천 프랑이 넘는 스위트룸 손님이 내려올 만한 곳은 아니었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커피 준비실 실장인 프로스페르 동주였는데,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는 못생긴 얼굴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지만, 어려운 처지에서도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수사 판사는 클라크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소유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매그레에게 그를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동주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주에게 호감을 느낀 매그레는 수사 판사의 지시와 마제스틱 호텔의 분위기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기 방식대로 수사를 계속하는데…
악몽에 사로잡힌 마을의 하룻밤 이야기 신화의 거대함과 속도감, 놀라운 은유…… 밤과 죽음, 꿈과 현실 사이를 우아하고 뛰어난 실험정신으로 가로지르다
어둡고 불길한 밤, 하루 동안 벌어지는 꿈같은 이야기
이 책은 하룻밤 동안 한 마을이 악몽에 사로잡히는 이야기다. 건조하고 무더운 6월 6일 오후 5시에 시작되어 검은 밤을 통과한 뒤 해 뜰 시각인 이튿날 아침 6시에 끝난다. 하지만 제목이 암시하듯 그다음 날 해는 제시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간대별로 권과 절이 촘촘히 나뉘다가 마지막 9, 10, 11권에 이르러서는 시곗바늘이 계속 06:00에 멈춰 있는 이유다. 세계적 거장인 옌롄커는 종종 작품에서 꿈을 활용해왔지만, 마을 사람들이 집단 몽유에 빠지는 『해가 죽던 날』은 그 기법에 있어 가장 독특한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홍루몽상을 받으며 “마술적 리얼리즘의 색채가 강하다”는 심사평을 받은 것이나, 서구권 평론가들이 제임스 조이스나 후안 룰포의 작품에 견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차례는 1권에서 11권으로 구성되며, 각 권의 제목은 ‘들새들이 사람의 뇌 속으로 들어간’ 데서 시작해 뇌 안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어지럽게 날다가 뇌 속에서 죽거나 마침내 비상하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몽유를 ‘들새가 사람 머릿속으로 들어가 어지럽히며, 꿈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거나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화자는 열네 살 소년 녠녠으로, 약간 모자라다. 녠녠이 푸녠산맥 꼭대기에 올라가 온갖 신과 정령께 무릎 꿇고 비는 내용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옌롄커는 소설에서 작중인물로 자신을 등장시키는데, 소년은 이웃에 사는 작가인 옌롄커의 글재주가 다했으니 문학적 영감이 “한 차례 또 한 차례 비처럼 그의 몸 위에 뿌려지기를” 간청한다. 또한 하늘의 먹과 하늘의 종이를 내려주어 그가 『사람의 밤』이란 소설을 써내게 도와달라고 기도한다. 이야기의 서막을 열고 종막을 닫는 주인공은 녠녠의 아버지 리톈바오다. 6월 6일 저녁, 마을 주민이 하나둘 꿈속으로 걸어 들어가더니 이내 전염병처럼 번져 대규모 몽유가 벌어진다. 꿈속에 머무는 사람들은 본능과 욕망을 좇아 현실에서 도둑질과 강간을 일삼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깨어 있는 사람은 녠녠과 그의 아버지뿐이다. 이 두 사람만이 마을을 구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잠깐 시계를 거꾸로 되돌려보자. 현재 쉰 살인 리톈바오는 스물두 살 때 마을의 무덤들이 파헤쳐져 시신을 화장시키고 유골을 잿가루로 만드는 데 첩자 노릇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밤의 악몽은 28년 전 그 일과 무관하지 않다. 리톈바오와 함께 모든 상황을 목격할 뿐 아니라 작중 내레이터가 되는 녠녠은 어린아이인 까닭에 피곤함이 없고, 따라서 몽유에 빠지지도 않는다. 그 밤 욕망의 세계에서 옌롄커가 어린애를 목격자로 내세운 것은 이야기를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소년은 어수룩하고 순진해 세상을 투명하게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녠녠은 키가 150센티미터도 안 되는 아버지의 한 많은 삶, 필력이 다해 작품 집필을 못 하는 옌롄커의 초조함, 절뚝발이 엄마의 애환을 함께하며, 그들을 돕다가 마침내 신들에게도 매달리고 호소한다.
권보드래 · 심진경 · 장영은 · 류진희 · 이혜령옥탑방
이제는 ‘페미니스트 감수성’을 갖춘 새 세대 문학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은 2017년 2월, 총 10회에 걸쳐 진행되어 매회 100여 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참여해 열띤 호응을 보냈던 강좌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 강좌의 기획 의도이자 목적은 페미니즘적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문학을 다시 읽는 일이었다.
강좌가 끝난 후 출간을 요청하는 관객들의 목소리에, 강연자로 참여한 열 명의 연구자를 비롯하여 세 명의 연구자가 새롭게 필자로 참여하여 펴낸 이 책은 바로 지금, 오랫동안 뚝심 있게 ‘페미니즘 프리즘’으로 한국문학사를 검토해 온 소장, 신진 여성연구자들이 1910년대~2010년대 한국문학사의 주요 마디를 점검하면서 한국문학(사)의 성별을 우아하고 거침없이 묻는다.
모두 3부로 나누어 묶인 열세 편의 글들이 지닌 문제의식과 관심사는 근대문학, 신여성, 사회주의, 해방, ‘위안부’, 교양, 전쟁, 남성성, 진보, 독재, 민주화 등으로 모두 다르지만 주류 문학사의 남성 중심적 질서가 규정한 ‘문학(성)’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공통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를 통해 문학을 창작하고 향유하고 해석하고 비평하는 일, 그것은 전부 페미니스트가 해야 할 일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진실 속 거짓을 들추는 이야기꾼, 만화가 김달의 정수를 담은 단편집 1·2권 출간
『달의 상자』 『레이디 셜록』 『여자 제갈량』 『환관제조일기』 등 데뷔 후 수많은 이야기들로 어두운 웃음과 통찰을 선사한 김달 작가의 단행본이 오랜만에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번에 동시에 출간된 두 단편집은 최근 몇 년 사이 작가가 개인 연재처를 통해 공개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두 단편집의 출간에 대해 “작가로서 스스로의 세계관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그려진, 한 작가의 ‘정수’를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야기들이 묶였다.
오랜만에 찾아왔으나 김달 작가가 그려온 이야기들은 여전히 놀라우며 더욱 날이 서 있다. 2차 성징을 맞이하는 여자들이 반드시 자살한다는 SF적 세계관의 「여자가 자살하는 나라」가 첫번째 단행본의 표제작으로 실렸으며,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불의의 사고로 어여쁜 외모를 잃고 전혀 다른 운명을 살게 된 자매의 이야기 「운명의 소녀들」도 두번째 단행본의 제목을 장식하며 수록됐다. 그 외에도 극우 남초 사이트를 즐겨하는 두 여자의 만남과 사랑을 그린 「어느 암베충 이야기」, 열렬히 짝사랑했던 상대의 현재 모습을 알고 ‘현타’를 맞은 「레즈비언의 첫사랑」 등 화제가 된 단편들이 두 권에 고루 묶였다. 기존 공개된 단편뿐만 아니라 이번 단행본을 위해 그린 새로운 단편 「심해의 인어」와 「아빠와 딸」도 각 권에 한 편씩 실렸다. 작가가 “등장인물이 모두 동물인 만화는 처음 그렸는데 아주 재미있었다”고 말한 「아빠와 딸」 속 사람의 말을 하는 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얼핏 동화가 연상되나, 이들이 그대로 인간으로 그려졌다고 생각하면 다소 아찔해진다. 하지만 김달 작가의 모든 단편이 아찔한 것도 사실이다.
이번 두 단편집의 기획과 구성은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구체적으로 담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각 권 본문 끝에 실린 대담과 칼럼을 실음으로써 김달 작가의 세계관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달 작가의 오랜 팬인 이공공구 만화가가 그간 연재 및 공개되어온 작가의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동료작가와의 대담을 위해 나섰다. 2023년 김달 작가가 참여한 앤솔러지의 『도덕적 해이』(안나래, 스미마 공저, 빗금 출판)의 기획자이자 『김달 단편집』의 편집과 구성을 짠 김해인 편집자가 마찬가지로 대담자로 참여했다. 두 대담자가 감상자, 창작자, 편집자로서 작품을 읽고 나눈 이야기들은 김달 작가의 진지하고도 유쾌한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성훈 비평가가 쓴 칼럼 「마침표. 그리고 후일담」을 통해서는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자아내는 김달 만화만의 독특한 여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와 사랑. 김달 작가의 만화 속에 반드시 등장하는 두 가지다. 그가 그린 여자는 제갈량도 되고 셜록도 되며, 어느 날은 뚜벅뚜벅 미지를 향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다가도 존재하던 그 자리에 눌러앉아 지금 가능한 행복을 열렬히 찾아내기도 한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또 어떤 여자들이 나타나 사랑을 구하며 우리를 후벼팔까.
프랑스 최고의 기사문학이자, 중세 유럽 문학의 정수! 국내 최초로 만나는 중세 프랑스어 원전 완역본 《롤랑의 노래》
《롤랑의 노래》는 11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탄생한 4,002행의 무훈시(武勳詩)로, 중세 프랑스 최고(最古)의 기사문학이자, 오늘날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읽히는 중세 프랑스 문학작품이다. 왕국 최강의 기사 롤랑이 이교도와 배신자의 계략에 빠져 장렬히 순교하자 황제 샤를마뉴가 이교도 군대를 격파하고 배신자를 처형함으로써 복수를 완수하는 이야기로, 촘촘한 서사와 기운찬 문체를 통해 롤랑의 담대한 순교와 샤를마뉴의 처절한 복수를 눈앞에 생생히 되살린다.
《롤랑의 노래》 속 12기사들의 고고한 명예심과 신앙적 열정은 작품 전반에 웅장한 비장미를 깔고, 롤랑의 마지막 숨이 멎을 때 내려오는 천사의 가호는 초자연적 신비의 전율을 선사한다. 첫 줄부터 종장까지 한길로 쭉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막힘없이 뻗어나가고, 인물-사건-배경의 조화로운 배치와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 명징하고도 거침없는 표현은 중세 유럽 문학의 정수(精髓)를 자랑한다. 이번에 출간되는 《롤랑의 노래》는 국내 최고 권위자 김준한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의 면밀한 교감과 세심한 번역, 친절한 주석으로 만나는 국내 최초의 중세 프랑스어 원전 완역본이다.
이종산 · 조시현 · 현호정 · 한정현 · 박문영옥탑방
새로운 인생을 정주행하시겠습니까?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은 욕망,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아닌 존재가 되는 일,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닌, 그러나 이토록 내 인생인 이야기들! 젊은 작가 7인의 ‘빙의물’ 테마소설집
‘회빙환(회귀·빙의·환생)’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면서 여러 매체를 통해 ‘다시-살기’라는 아이디어가 소비되고 있다. 은행나무출판사에서는 테마소설집 시리즈 ‘바통’의 일곱 번째 기획으로 ‘빙의물’을 다뤄보고자 했다. 이종산 조시현 현호정 한정현 박문영 박서련 정수읠, 고유하게 반짝이는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 7인이 ‘빙의물’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해냈다. 앤솔러지 《내 인생이 알고 보니 내 인생이 아님》을 통해서다. 현대사회 속 개인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아닌 존재가 되는 순간을 경험하며, 어떤 순간에는 내가 아닌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어떤 초월적 힘이나 예지를 통해 현실을 바꿔나갈 힘이 있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빙의물’은 이러한 기대를 자극하며 이 평범한 현실로부터 여기가 아닌 어떤 세계로 탈출할 가상의 출구가 되어준다. 앤솔러지에 참여한 7인의 작가들은 전통적 의미의 ‘귀신 들림’을 차용한 소설부터, 장르적 문법에 따라 읽던 책 속으로 빙의하는 내용까지, 일곱 가지 방법으로 새로운 현실에 접속하고자 한다. 그러나 일견 지금의 현실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몸짓으로 보이는 이 ‘새로운 세계로의 접속’은 오히려 더 명징하게 현실을 조명한다. 빙의의 순간은 나와 타자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타자의 육체 속에서 주체는 오히려 주체로서 명확해지며, 이 순간 주체의 욕망은 오롯하게 주체의 것이 된다. 한편 빙의물은 정보의 불균형이 주는 통쾌한 순간, 혹은 그것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긴장의 순간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카타르시스와 서스펜스는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어떤 미래에서 내가 나를 구하는, 이야기로 삶을 구원하는 순간을 만끽하게 한다. 이런 순간을 통해 독자는, 문화연구자 안상원의 말처럼 “벗어나려던 현실과 스며들려던 현실이 한끝 차이라는 것을, 내 인생이 알고 보니 어처구니없는 내 인생이었음을 알게될 것이다."
클레어 데더러옥탑방
2017년 11월, 『파리 리뷰』에 실린 한 편의 에세이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에세이의 제목은 「괴물 같은 남자들의 예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사전상 괴물의 정의는 무언가 공포스러운 것, 거대한 것, 성공과 관련된 것(흥행 괴물)이지만, 이 에세이의 필자에게 괴물이란 “특정 행동으로 인해 우리가 어떤 작품을 작품 자체로 이해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종류의 논쟁은 늘 있어 왔지만 2017년은 좀 더 특별한 해였다. 하비 와인스틴이라는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저자 클레어 데더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함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지 않겠느냐고. 이 에세이가 던진 화두를 확장한 책 『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는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해 최고의 범죄 소설에 주어지는 대실해밋상 만장일치 수상
종교적 광신이 산산조각 낸 소녀를 둘러싼 비밀 범죄 소설의 정점에 오른 마스터피스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표작 《신을 죽인 여자들》이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30년 전, 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소녀를 둘러싼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번 작품은 그해 가장 뛰어난 범죄소설에게 수여되는 대실해밋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하였다. 평론가들로부터 도스토옙스키, 레이먼드 카버와 비교되는 한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아마존 평점 4.4점, 굿리즈 평점 4.2점을 기록하는 등 독자들에게도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임을 증명해냈다. 각자 다른 종교에 대한 신념으로 인해 붕괴되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신을 죽인 여자들》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가 그간 천착해온 주제가 집대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사회의 압제가 여성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종교가 개인에게 어떤 합리화의 명분을 주는지, 맹목적 진실 추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등 거장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범죄 소설의 한계를 넘어 한 정점에 오른 걸작을 지금 확인해보자.
베르나르 미니에옥탑방
대학도시 마르삭의 한 고급주택가 저택 욕조에서 온몸이 밧줄로 결박당한 여교사의 사체가 발견된다. 온몸을 밧줄로 결박당한 사체의 목구멍에 풀이 켜진 손전등이 끼어 있고, 정원의 풀장 수면에는 19개의 인형이 떠있다. 온통 집안 가득 볼륨을 최대한 높인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약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청년이 현장에서 체포된다.
세르바즈 경정은 과거 한때 학창시절을 보낸 추억의 현장인 마르삭으로 출동해 수사에 착수한다.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 집안 가득 울리는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 물 위에 떠있는 인형들은 범인이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사건현장을 둘러본 세르바즈 경정은 2년 전 겨울에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스위스 출신의 연쇄살인마 쥘리앙 이르트만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가 평소 말러의 음악을 즐겨 듣고,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사건현장을 특유의 방식으로 연출해놓는 방식 때문이다. 쥘리앙 이르트만은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이후 단 한 번도 세상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프랑스의 특수반을 비롯해 각국 경찰이 쥘리앙 이르트만을 체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검거에 나섰지만 하나같이 실패했다. 연쇄살인마의 귀환인가, 아니면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트릭인가?
베르나르 미니에옥탑방
대학도시 마르삭의 한 고급주택가 저택 욕조에서 온몸이 밧줄로 결박당한 여교사의 사체가 발견된다. 온몸을 밧줄로 결박당한 사체의 목구멍에 풀이 켜진 손전등이 끼어 있고, 정원의 풀장 수면에는 19개의 인형이 떠있다. 온통 집안 가득 볼륨을 최대한 높인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약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청년이 현장에서 체포된다.
세르바즈 경정은 과거 한때 학창시절을 보낸 추억의 현장인 마르삭으로 출동해 수사에 착수한다.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 집안 가득 울리는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 물 위에 떠있는 인형들은 범인이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사건현장을 둘러본 세르바즈 경정은 2년 전 겨울에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스위스 출신의 연쇄살인마 쥘리앙 이르트만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가 평소 말러의 음악을 즐겨 듣고,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사건현장을 특유의 방식으로 연출해놓는 방식 때문이다. 쥘리앙 이르트만은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이후 단 한 번도 세상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프랑스의 특수반을 비롯해 각국 경찰이 쥘리앙 이르트만을 체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검거에 나섰지만 하나같이 실패했다. 연쇄살인마의 귀환인가, 아니면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트릭인가?
추리와 판타지, 본격문학이 한 몸에 어우러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 형사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중국 작가 솽쉐타오의 장편소설 『형사 톈우의 수기』. 이 소설은 중국 인민경찰 톈우가 주인공이다. 고등학교 시절 옆자리로 전학 온 여학생 ‘안거’로부터 강렬한 영향을 받았던 톈우는 그녀와의 은밀한 교감 속에서 존재의 안식을 얻지만 그림 하나를 남기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그녀를 찾고자 형사가 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베테랑 형사 장부판의 파트너로 활약해왔는데, 어느날 쫓고 있던 연쇄살인범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게 된다.
이후 죽음의 강을 건너 물 위에 떠있는 거대한 성채에 살고 있는 신과 같은 존재 ‘사장’ 앞으로 인도된 그는 하나의 제안을 받는다. 한 가지 지령을 수행하면 다시 지상의 삶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안에는 그가 그토록 바라왔던 학창 시절 친구 안거의 행방도 알 수 있게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조건을 수락한 톈우는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타이베이라는 도시 한 가운데 서 있음을 알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몸이 점점 투명해져서 사라지는 고통을 겪고 있는 소녀 샤오주를 만나게 되는데…….
이 소설의 이야기 공간은 크게 세 개로 나뉘어져 있다. 중국 대륙의 선양시가 현실이라면, 타이베이라는 도시는 그것과 나란히 존재하는 이세계이며, 이 둘을 이어주는 창조주의 공간이 있다. 솽쉐타오의 소설은 이 셋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과 사건의 치밀한 연계를 통해 독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산업화시대 중국 공장지대와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다!
루네이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자비』. 1960년대 말에 페놀 공장에 들어간 한 젊은이의 공장생활과 그의 주변 인물을 다룬 작품이다. 쉬성이 열두 살이던 그해, 마을에 먹을 것이 떨어졌다. 거의 굶어죽기 직전 아버지, 어머니, 동생과 함께 인근 도시 삼촌네로 탈출했다. 도시로 가는 길은 두 갈래였다. 어머니와 그는 북쪽을 향해 걸었고, 남쪽으로 향한 아버지와 동생은 실종되었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다가 허기에 지쳐 물에 빠져 익사한다.
고아가 된 쉬성은 삼촌의 도움으로 공업고등학교를 마치고 페놀 공장에 취직한다. 페놀 공장은 독성물질로 인해 대부분의 노동자가 퇴직하고 3년 뒤 간암에 걸려 죽었다. 살기 위해 서서히 죽어야 하는 장소가 그의 직장이었다. 하지만 이게 그다지 대단한 사실은 아니라는 데서 이 소설은 출발한다. 그의 곁에 건성, 위성, 푸성이 생겼다. 그리고 나중에는 또 혼자 남았다. 고향은 일찌감치 쇠락했지만 그는 살아야 했다. 위성과 아버지를 위해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푸성을 위해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남겨주려 했다…….
새삼스럽게 경탄스럽다! 압도적인 몰입감, 가슴 먹먹한 감동 정지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시대의 온기
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 그 안에서 발견하는 끝끝내 강인한 우리의 인생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써내는 작품마다 삶의 현존을 정확하게 묘사하며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받아온 작가는 이번에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선보임으로써 선 굵은 서사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한모금 청량음료 같은 해갈을 선사한다. 탁월한 언어적 세공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운 화법을 제시”(문학평론가 정홍수)하기를 거듭해온 정지아는 한 시대를 풍미한 『빨치산의 딸』(1990) 이래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버지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전직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 이후 3일간의 시간만을 현재적 배경으로 다루지만, 장례식장에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해방 이후 70년 현대사의 질곡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웅장한 스케일과 함께 손을 놓을 수 없는 몰입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은 정지아만이 가능한 서사적 역량이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묘미는 어쩌면 ‘가벼움’에 있다. “아버지가 죽었다. (…) 이런 젠장”으로 시작하는 첫 챕터에서 독자들은 감을 잡겠지만 이 책은 진중한 주제의식에도 불구하고 ‘각 잡고’ 진지한 소설이 아니다. 남도의 구수한 입말로 풀어낸 일화들은 저마다 서글프지만 피식피식 웃기고, “울분이 솟다 말고 ‘긍게 사람이제’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추천사, 김미월)해진다.
아시자와 요옥탑방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드는 여섯 편의 괴담, 깊은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던 단 하나의 실체!
인간의 감정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뛰어난 현장감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 아시자와 요의 소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아시자와 요는 2012년 『죄의 여백 罪の余白』으로 제3회 야성시대 프론티어 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해 2016년 『용서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許されようとは思いません』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후보에 오르면서 단숨에 미래를 촉망받는 미스터리 소설가로 이름을 알렸다. 2021년 『더러워진 손을 그곳에서 닦지 않는다 汚れた手をそこで拭かない』로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제164회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며, 명실공히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은 미스터리 작가인 아시자와 요가 선보이는 첫 공포 소설이다. 현실의 요소들과 허구적 상상력을 교묘하게 뒤섞은 일명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언론뿐 아니라 서점 직원들까지도 직접 출판사로 전화를 걸어 이 책이 실화인지 문의했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자와 요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데다 실제의 지역과 출판사를 배경으로 하여, 실제 인물들과 함께 괴이 현상을 따라가는 플롯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자와 요는 책을 덮는 순간 곧바로 무서운 감정이 휘발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괴담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에 맞닿아 있어 현실적인 긴장감을 내내 안겨주는 공포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사람들이 매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도쿄메트로부터 가구라자카의 언덕 등 일본 구석구석의 풍경이 정밀하게 담겨 있다. 또한 미스터리 작가 특유의 소설적 장치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거듭되는 반전이 백미다. 하나의 괴담으로부터 시작해 새로운 괴담들이 잇따라 찾아드는 독특한 소설의 전개와 가늠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숨겨진 실체에 대한 공포는 책의 마지막 장까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여기에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 들어가는 추리가 더해지면서 아시자와 요만의 탁월하고도 매력적인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이 탄생했다.
역사의 밑바닥에서 끝내 지켜낸 진실한 기억과 연대를 향한 맹렬한 언어
프랑스 극작가 샤를로트 델보가 여성 레지스탕스들의 집단 기억으로 25년의 시간을 두고 써 내려간 아우슈비츠와 그 이후 삶의 기록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아우슈비츠와 그 이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던 프랑스 극작가 샤를로트 델보의 회고록이다. 그 지옥의 경험, 그리고 함께한 여성 레지스탕스들의 그 이후 삶이 실험적인 형식으로 서술되었다.
델보가 탄 아우슈비츠행 수송 열차에는 총 230명의 프랑스 여성이 있었는데, 전쟁이 끝나고 살아 돌아온 사람은 그중 49명이었다. 그는 1945년에 귀환한 후, 25년의 시간을 두고 자신의 기억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아우르는 총 세 권의 ‘아우슈비츠와 그 이후’ 연작을 썼다.
여성들의 집단 기억으로 아우슈비츠의 진상을 드러낸 이 회고록은 평생 실존과 지식, 언어의 문제에 천착한 델보의 작품 세계를 떠받치는 기단이 되었다. 국가 권력과 남성의 목소리로 쓰인 대문자 역사 속에 여성들의 자리를 마련해 냈다는 평을 받았으며 그 철학적ㆍ정치적 가치는 시대를 넘어 꾸준히 재해석되고 있다.
한국어판에서는 본래 나뉘어 있었던 세 권의 책을 합본했으며 1부 제목인 ‘우리 중 그 누구도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를 전체 책 제목으로 삼았다.
“나는 장애인 애인을 가졌으면서 다른 것도 가지고 싶었다. 욕심이었을까?”
장애를 가진 연인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졌던 시간과 삶에 새겨진 요철 끝 모르고 이어지는, 자책과 화해로 이루어진 끝말잇기와 돌림노래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활동했고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우리말로 번역한 하은빈 작가의 첫 책이자, 장애를 가진 연인과 함께하다 헤어진 후 장애 담론의 언저리를 서성이게 된 개인적 경험이 담긴 책이다. 또한 장애를 가진 몸, 복잡다단하고 맥락이 뒤엉킨 곤란을 겪는 몸과 함께하는 삶으로 독자를 데려가고, 우리가 아직 가닿지 못한 새로운 돌봄과 삶이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은빈’과 ‘우’는 대학 시절 만난 평범한 연인이다. 하지만 우가 근육병을 가진 장애인이고, 은빈이 비장애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세상으로부터 왜곡되고 의심받고 오독되며 방해받는다. 은빈은 전동휠체어를 탄 애인과 함께 갈 수 없는 계단들을 마주하고, ‘배리어프리’한 학교 기숙사에서 우의 가족들과 동거를 시작하고, 우의 근육병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세브란스병원을 오가고, 함께 일본을 여행하다 전동휠체어가 방전돼 곤경에 빠지고,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함께 ‘호캉스’를 즐기고, 근육병을 가진 다른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가족과 연락을 끊고, 공연예술을 업으로 삼고, 장애인-비장애인 커플로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빈은 오 년간의 긴 연애를 끝내고 우와 헤어진다. 우와의 긴 연애를 끝내고 은빈은 오랜 시간 동안 헤어짐을 돌아보며 자책하고 후회한다. 자신이 정말 우와 있으며 힘들었던 것인지,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이 사랑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떤 모양으로 구부러졌고 어떻게 상했으며 어디서 끝났는지를 아주 오랫동안 되짚는다. “후회야말로 가장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엉킨 실타래 같은 이별의 맥락을 고민하고, 무엇이 이 사랑을 끝장나게 만들었는지를 되돌아본다.
스타니스와프 렘옥탑방
현존하는 거의 모든 SF 장르의 도서관 우주의 불가해 속 인간 존재를 탐험했던 미래의 철학자,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
‘중요한 작가, 우리 시대의 깊은 영혼.’ 《뉴욕 타임스》 냉전 체제하의 동구권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과 함께 20세기 SF를 대표하는 거인으로 우뚝 선 폴란드 문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 ‘우주의 불가해 속 인간 존재를 탐험했던 미래의 철학자’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의 정수精髓를 담은 『스타니스와프 렘-미래학 학회 외 14편』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마흔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스타니스와프 렘』은 2001년 렘 생전에 평론가이자 렘학자Lemologist인 ‘예지 야젱브스키’와 렘 전 작품을 출간한 ‘비다브니츠트보 리테라츠키에’(문학출판사)가 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독자 인기투표의 결과물로, 그중 득표수가 많은 순서대로 15편을 엮은 『환상적인 렘-독자가 뽑은 소설 선집Fantastyczny Lem. Antologia opowiada? według czytelnik?w』 제2판(2016)을 번역한 것이다. 요컨대 폴란드 독자들이 공인한 ‘최고의 렘 15편’인 셈인데, 렘을 처음 접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가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렘 입문서가, 렘의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걸작 선집이 될 것이다. 세계문학사에서의 렘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중역이 아닌 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는 렘의 작품에서 언어적 수단의 표현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의 완급이 변화무쌍하고 문체가 작품마다 다르며 전문용어가 난무할 뿐만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렘식 조어造語와 폴란드어의 문법적 특성을 이용한 언어 실험 등으로 전 세계 폴란드어 전공자들에게 렘의 번역 작업은 특히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번 『스타니스와프 렘』은 폴란드어 원전에서 우리말로 바로 옮긴 최초의 렘 번역서로, 폴란드 문화공훈장 글로리아 아르티스 동장을 수훈한 이지원 교수와 SF 작가로도 활동 중인 정보라 교수가 번역을 맡아 렘의 텍스트를 생생하게 살려 냈다. 한편 폴란드 하원은 렘 탄생 100주년인 올해 2021년을 ‘렘의 해Rok Lema’로 선언했고, 그의 ‘기술의 진보와 여기서 비롯된 결과뿐만 아니라, 현대의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 있는 고찰’을 기리며 몇 년 전부터 국가적으로 준비해 온 축하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남보라 · 박주희 · 전혼잎옥탑방
346만 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떼인 돈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누군가 개입하는 순간 착취는 필연적이다!
자본주의 체제의 가장 사악한 착취 구조를 가장 디테일하고도 광대하게 담아낸 이 시대의 아픈 벽화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 바로 『중간착취의 지옥도』다. 이 책은 한국일보 마이너리티 팀이 100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인터뷰하여 그 실상을 담아낸 기록이다. 이 책의 출발은 다음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당신은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피·땀·눈물의 대가로 월급을 받지요. 그런데 누군가 그중 수십, 혹은 수백만 원을 늘 떼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이 고질적인 문제를 포착한 기자들은 노동시장의 최하부에 위치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중간착취’에 대해 묻고, 그 지옥도地獄圖를 펼쳐보기로 했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언제든 우리들 마음에 불을 지피는 고귀하고 미스터리하고 위대한, 사랑 앞에 선 이야기들
지난 2012년 시작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은 그동안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 같은 작품과, 단편소설 분야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모든 산문의 형식 중 가장 응축적이고 예술성이 높은 단편소설에 초점을 맞추어,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을 지금까지 40권, 총 1천여 편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제 출간 10주년을 맞아 그 단편들 중에서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를 다룬 걸작 17편을 엄선하여 앤솔러지 『사랑의 책』을 출간한다.
‘사랑’은 전 인류가 어떤 식으로든 경험하는 한 편의 ‘이야기’일 것이다. 고로 사랑에 있어서 똑같은 이야기는 없으며 똑같은 서사도 없을 것이다. 그런 무궁무진한 사랑 이야기는 독자들 마음에 불을 지피고, 우리는 언제고 그런 사랑 이야기에 빠져든다. 이 책은 연인, 부부, 부자 등의 관계에 국한되지 않고 사랑을 목도한 등장인물들과 사랑이 깃든 장면들을 한데 모았다. 하물며 고전문학에서부터 현대문학까지, 영미권 작가들에서 유럽어권, 아시아권 작가들까지, SF와 미스터리, 유머와 판타지 장르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언제 어디서든 다채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
기 드 모파상, 대프니 듀 모리에, 데이먼 러니언,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 윌리엄 트레버, 오 헨리,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캐서린 앤 포터, 허버트 조지 웰스, 알퐁스 도데, 레이 브래드버리, 윌리엄 포크너,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그레이엄 그린, 유도라 웰티. 사랑 앞에 선 17인의 작가들이다. 이들이 단편으로 성대하게 벌이는 잔치이니 『사랑의 책』이 함께 사랑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중국 현대 작가 솽쉐타오의 소설집 『9천 반의 아이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솽쉐타오는 2012년 전업 작가로 변신한 그해 ‘타이베이 문학상’을 수상하고 불과 5년 만인 2017년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 모옌과 함께 ‘왕쩡치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 문단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신예 작가다. 이 소설집에는 표제작 『9천 반의 아이들』과 ‘백화 문학상’ 수상작 『평원의 모세』를 포함해 열 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십 대부터 이십 대의 화자가 등장하는 각 이야기는 90년대 국영 기업의 몰락과 경기 침체, 입시 경쟁, 세대 간의 갈등 등 중국의 사회 현실을 배경으로, 청년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소외와 낙오의 문제를 다룬 성장소설이다. 특히 ‘중국판 SKY캐슬’이라고 불리는 『9천 반의 아이들』은 명문 학교에서 내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부정과 폭로, 이로 인해 달라진 두 친구의 운명을 그려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자신의 가치를 회의하면서도 묵묵히 15년간이나 국가의 지시에 헌신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중화권의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대표작, 중국 현대소설을 소개하는 「묘보설림」 제1권 『암호해독자』. 11년 간 17차례의 퇴고를 거쳤고 출간 후 중국 내 8개 문학상을 휩쓸며 마이자를 일약 유명 작가로 만들어준 마이자의 대표작이다. 2014년 이 작품은 조설근의 《홍루몽》, 루쉰의 《아큐정전》, 첸중수의 《포위된 성》, 장아이링의 《색계》에 이어 반세기만에 펭귄클래식에 선정된 중국 소설이 되었다.
전기의 형식을 띤 이 소설은 실존 인물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서술했다는 ‘착각’을 주기 위해 작품 내에 전기 작가를 화자로 배치하고 실제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한편, 맨 마지막에는 주인공 룽진전의 유품인 수첩의 내용까지 부록으로 첨부하는 기교를 부렸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의 기능을 제외하고라도 이 작품은 저자가 실제로 특수기관에서 근무하면서 룽진전 같은 불우한 천재들을 가까이서 관찰한 경험이 불어넣어져 있기에 상당한 사실성을 띠고 있다.
1950년대에 중국 수학계의 젊은 총아로서 중국을 인공두뇌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룽진전. 그런데 특수기관 701의 암호해독가로 발탁되면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고 만다. 우선 비밀보안요원의 특성상 철저히 세상의 음지에 파묻히면서 가족과의 인연마저 끊어야 했으며 인류의 복지를 지향하는 과학자의 소임을 버리고서 과학과 문명에 반하고, 인류를 더 간교하고 사악하게 만드는 암호 관련 업무에 매달려야 하고, 룽진전은 운명에 순응하는데…….
사라진 “예비 범죄자” 친구들을 찾아, 21세기판 빅 브라더의 통제 사회로 향하다
★강화길(소설가), 박민희(《중국 딜레마》 저자, 〈한겨레〉 논설위원) 추천
여기, 21세기 최악의 인권 유린을 파헤친 책이 출간되었다. 중국이 첨단기술의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많은 사람을 억류하고 착취해온 참혹한 현장을 기록한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이다. 위구르 사회와 중국 감시 체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의 저작이 드디어 한국 사회에 도착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신장과 카자흐스탄과 시애틀에서 진행된 24개월 이상에 걸친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 국제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바일러는 수용소로 끌려갔거나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나눈 인터뷰를 뼈대로, 2017년 이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작업에 착수한다. 본문을 가득 메운 생존자들의 증언은 책에서 가장 값진 지면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와 스캐너의 알고리즘이 24시간 작동되는 재교육 수용소 안에서 그저 종속되고 시스템 속 일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참혹한 현장 고발이 이어진다. 신장은 어떻게 구금 시설과 동의어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왜 “예비 범죄자”와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되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구금과 심문을 “일상”이자 “친밀한 방식의 폭력”으로 만들었을까.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이 물음의 증명 과정이자, 기술과 빅데이터의 오용에 관한 강력한 경고이다.
“단언컨대 저널리즘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책”
유가족인 아사노는 가해 기업 JR과 어떻게 마주했으며 이 거대한 조직의 어디에서 문제를 발견해 추궁했는가 이로써 무엇을 움직이고 바꾸려 했는가 나아가 사고를 둘러싼 언론 보도와 사회의 반응은 그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가
“이 책은 몸을 향한 모든 편견을 부서뜨린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 몸은 새로 태어날 것이다! 인간의 탄생부터 성형, 타투, 거식증, 섹스, 죽음까지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생을 향한 질문들
이 책은 인류의 몸이 언제부터 강력한 물적 자본으로 부상했는지 살펴보고, 사회적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얼굴, 성형, 살집, 머리카락, 섹스와 출산, 피부, 허기와 식인(카니발리즘), 죽음, 부활 등 인간의 몸 이야기에는 인류가 겪은 억압과 권력, 극복의 서사가 모두 담겨 있다. 독자들은 몸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교묘한 협상, 폭력적인 착취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인류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을 이해하고, 오늘날 다층적인 사회상과 얽히고설킨 문제의식들을 공유할 것이다.
Lavant, Christine옥탑방
미친 사람들 사이에서는 함께 미쳐 있는 것이 좋다. 나 혼자 멀쩡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죄악이요 정신적 오만이다. 어째서 나라고 여기서 정말 내 집처럼 지내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그러니 나는 미쳐야겠다.
오스트리아 문학의 숨겨진 보석 크리스티네 라반트 작품집 국내 초역 육신의 고통을 이겨낸 영혼의 기록
모든 천사들에게 버림받은 한 인간의 원초적 증언이자 세상에 그 진가가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문학 _토마스 베른하르트
20세기 독일어권 문학에서 가장 매혹적인 동시에 가장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작가로 꼽히는 시인이자 소설가 크리스티네 라반트Christine Lavant의 소설집 『정신병동 수기Aufzeichnungen aus dem Irrenhaus』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오스트리아 남부 알프스 자락의 라반트 계곡에서 광산 노동자인 아버지와 삯바느질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반트는 가난과 질병으로 중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했으나,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등 약자들의 상처받은 영혼과 빈곤, 질병, 소외에 대해, 그리고 그 모든 것에서 해방시키는 사랑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 1,700여 편의 시와 1,200쪽 분량의 소설을 남겼다. 토마스 베른하르트Thomas Bernahard는 라반트의 시를 언어가 개성적이며 실존적 갈등을 잘 표현했다는 측면에서 “독일어 시의 정수”라고 평했다.
러드야드 키플링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옥탑방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6권. 영미권 최초, 역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의 단편선이다. <정글북>의 저자로 국내에서는 아동문학가로만 널리 알려져 있으나 키플링은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문학적 성취를 이룬 위대한 작가이다.
원시적인 상상력에 뛰어난 영감으로 힘차게 박동 치는 삶을 독창적인 언어로 창조해 낸 그의 작품은 단어의 질감을 살린 풍성한 언어와 완벽한 은유로 문학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전쟁, 사랑, 고통, 상실, 유령, 공상과학 등의 다양한 소재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심오하게 통찰해 왔다.
이 단편선에서는 키플링 단편 선집 중에서 소개되는 빈도가 높은 40편을 먼저 추린 다음, 거기서 지나치게 군대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에 편중된 것들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핵심이 되고 문학성이 높은 단편 25편을 선정해 담았다. 이처럼 많은 작품을 수록한 키플링 단편선은 이 책이 국내 최초이다.
그리고 단편에 따라서는 작품의 앞뒤에 시나 희곡이 인용되어 있는데, 기존의 번역서에서는 이를 빼놓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작품의 해석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여 이 단편선에서는 꼼꼼히 살렸다. 또 생략과 함축의 기법으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키플링의 단편에 대하여 ‘옮긴이의 해설’과 ‘노벨문학상 시상 연설’까지 담아 키플링의 작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옥탑방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최근작!
알렉시예비치가 20년간 1천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완성한 돈과 인간, 자본주의와 가난에 대한 걸작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말해주었소. 돈이 있으면 인간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법칙을.”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는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에 이식되며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개인과 자본보다는 이념과 평등, 집단을 우선시했고, 돈이 아니라 배급쿠폰에 의해 움직였던 소련인들은 돌연 돈과 자본주의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누군가는 환희에 젖고 또다른 이는 절망하고 분노한다.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경멸에 가득차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돈에 집착하고, 사회 변혁 과정에서 돌연 ‘재벌’이 된 ‘올리가르히’들이 정치와 사회를 잠식하며 벌어지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2015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노벨문학상이 소련과 공산주의의 몰락을 지켜보고 그후의 사회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붉은 인간의 최후』는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작이지만, 한국에서는 일찍 절판된 탓에 가장 덜 알려진 작품이었다. 이야기장수 출판사는 이 작품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준비하며 알렉시예비치 작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인에게는 낯선 단어인 ‘세컨드핸드 타임’이라는 비유적인 원제 대신 직관적인 ‘붉은 인간의 최후’로 제목을 바꾸고, 번역의 디테일을 다듬어, 688쪽에 달하는 알렉시예비치의 장대한 걸작을 한국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는 『붉은 인간의 최후』 출간에 즈음한 2024년 5월 2일부터 5월 8일까지 EBS 〈위대한 수업〉을 통해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강의를 펼친다. 5월 8일 마지막 강의에서 『붉은 인간의 최후』에 얽힌 취재와 집필 후기,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진정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돈은 인간에게 닥친 큰 시험이었어요, 마치 권력이나 사랑 같은 것이죠.” -가난은 그토록 순식간에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던 거예요… -패배해버렸어…… ‘위대하신 햄의 제국’에 패했다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우릴 이겼다고…… -우리의 자본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가 가진 전부라고는 우리가 겪어낸 고통밖에 없어요. -……시장이 우리의 대학교가 되었어요. -작고 평범한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無존재라고요, 삶의 밑바닥에 있는. -개뿔! 벌긴 뭘 벌어요! 부자는 무슨 부자냐고요! 거짓말! 참으로 위대한 거짓말이에요! -길거리에는 잔인한 자본주의만이 팽배합니다…… -우리에게 햄을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사상이 남아 있나요? -사람들은 역사를 잃어버렸고…… 신념 없이 남겨졌어…… -사회주의를 고작 바나나와 바꾸다니, 껌 따위와 바꾸다니…… 쯧쯧.
김동식 · 서수진 · 예소연 · 윤치규 · 이은규옥탑방
당신은 지금 원하는 모습으로 일하고 있나요? 일다운 일을 꿈꾸는 그 벅찬 소망 앞에서 넘어지고 버티고 돌파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존 노동기
떳떳하게 출근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하여 온 힘으로 지켜내는 오늘의 마음
※ 2025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 발행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월급사실주의 2025』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024년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출간으로 이어졌고,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는 이 동인이 내놓는 세번째 앤솔러지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특별한 가입 절차나 정기적인 모임을 갖지 않는다. 동인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그 취지에 맞는 작품으로 앤솔러지에 참여하면 이 동인의 구성원이 된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라는 이름은 구체적인 형태를 지닌 창작 집단이라기보다는 한국 문단의 변화를 도모하는 운동성 자체에 부여된 셈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김동식 서수진 예소연 윤치규 이은규 조승리 황모과 황시운이다. 2025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쥐며 지금 이 시대의 질문에 가장 발 빠르게 응답하고 있음을 증명해낸 예소연, 주물공장에서 십 년 넘게 일하다 전업 소설가가 되어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동식,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코리안 티처』로 작가로서 첫 행보를 뗀 서수진의 신작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다. 신춘문예 2관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에도 회사원으로서 생업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윤치규와 2022년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한 12년 차 다큐멘터리 PD 이은규가 그려내는 생생한 노동 현장 역시 기대할 만하다. 그간 SF소설을 쓰며 꾀해온 미래에의 상상을 하이퍼리얼리즘소설에서 다시 한번 구현해낸 황모과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이야기하는 황시운의 작품은 문학이 동시대의 거울이어야 하는 이유를 몸소 증명한다. 책의 제목은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이 땅 위의 근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읊조렸을 법한 자조 섞인 한탄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내가 꿈꾸는 일터는 어떤 곳인지를 말이다. 쉬이 답을 찾기 어려운 이 물음 앞에서 여덟 편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이런 데’를 그린다. 그들은 연차가 쌓여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계약직을 전전하고, 사회에서 도태된 이들의 몫으로 여겨지는 일을 수행하며, 머지않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업무를 반복한다. 허울 좋은 일자리 정책 아래에, 플랫폼 업체의 별점 뒷면에, 때론 대한민국 땅 바깥에 벌어지는 그 낯설고도 익숙한 이야기들에서 체념과 불만을 걷어내고 나면, 매일 마주하는 일터에서 온 힘을 다해 지켜내고 있는 오늘의 마음이 보인다. 일다운 일을 하는 것조차 벅찬 소망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향해가고자 하는 희망이 반짝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넘어지고 버티고 돌파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막 잠에서 깨어 조금 피곤한 모부. 집사 : ‘모부, 너 출근하기 싫구나! 휴가 신청 도와줄게!!!’ 모부 : 빨리 출근하는 게 낫겠어.
초판 부록 + 한정판 특별 부록 세트!! 식빵 굽는 모부 투명 북마크, 플라잉 모부 아크릴 키링, 배달원 모부 예절 포토카드까지 일상을 모부와 함께할 수 있는 특별 한정판 세트.
CHAT CHAT 고양이 카페에 감귤이가 벌써 이틀이나 안 보인다.
리사 사장님은 감귤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다. 게으른 선배는 땡땡이일 거라고 생각하고 흰 고양이 선배는 여행을 갔을 거라고 한다. 모부는 감귤이가 누구인지도 아직 모른다.
사실 감귤이는 모부가 쉬는 동안 새로 입사한 고양이. 모부와 몸집이 비슷하고, 초록색 눈과 주황색 털을 지녔다
한편, 카페와 폴의 빵집이 곧 열릴 음악 축제에서 합동 부스를 열기로 하자, 모부는 용기를 내서 돕기로 한다. 빵집에서 행사를 준비하던 중, 바닥에 떨어진 수상한 식빵 덩어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유이우 · 신이인옥탑방
시인들의 대화는 어디까지 흘러가는가?
우정에서 절교까지,
두 젊은 시인이 낙서하며 나눈 활기로운 필담
우정을 간직한 두 시인 신이인·유이우의 활기로운 필담을 그대로 옮겨 적은 〈절교 직전의 마지막 대화〉가 출간되었다. 삐걱거리던 첫 만남부터 뭉게구름처럼 퍼지고 커지는 대화를 지나 종래의 절교를 맞이할 때까지, 두 시인은 한 권의 노트를 가운데 두고 서로의 사유를 끈질기게 묻고 답하고 또 묻는다.
〈천장〉에서 〈혼잣말〉, 〈삼각형〉, 〈진짜 마음〉, 〈고장〉, 〈사람〉…을 지나 〈암시〉에까지 이어지는 이 책의 14개 주제들은 현대적 문우(文友)인 두 저자의 동심과 시적 상상력, 그리고 정확하게 말하려는 자 특유의 사유적 예민함을 다종다양한 유기체적 형태로 펼쳐 보여 준다. 두 시인은 번갈아 주제를 가져온다거나, 얼굴을 마주하고 책상에 앉기 전까진 주제를 서로 공개하지 않는다거나, 신이인이 주제를 가져오면 유이우가 대화를 시작하고 유이우가 주제를 가져오면 신이인이 대화를 시작하는 등의 나름의 뾰족한 ‘룰’을 가지고 이 필담을 하나의 열렬한 놀이처럼 이어나간다.
약속도 없이 흙이 날리는 놀이터에서 만나 노을이 질 때까지 ‘끝내주게’ 놀던 어린 날에처럼, 두 저자는 즐거움이라는 본능에 충실하며 절교까지 힘차게 달려 나간다. “세상을 사랑”하고 “그 세상에 서로를 포함”시키며 “절교를 유예”(신이인, p.13)하려 노력했던 두 사람, “함께 웃고, 떠들고, 때론 울기도” 하며 “절교하기 위해 우정”(유이우, p.223)했던 두 사람, 그들의 필담은 공기처럼 만연하다가 뚝 끊어져 버리는 우리 안의 우정과 사랑을 충분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춘기 소녀들처럼 자유분방하면서도 첨예하게, 신이인과 유이우의 대화는 살아 움직인다.
스타니스와프 렘옥탑방
부커상 &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 정보라 작가 번역 작품 『절대 진공 & 상상된 위대함』
☆폴란드어판본∘원전번역∘국내초역☆
정교한 서사, 철학적 사유, 범우주적 재담으로 빚어낸 21세기 환상의 출처 비로소 렘에 이르러 환상의 문학은 ‘문학의 환상’으로 변모했다!
메타픽션의 패러다임을 재창조한 천재 작가 렘의 우주적 상상과 폭발적 사고실험
비영어권 SF 작가 중 가장 많이 번역되어 널리 읽히는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 SF 장르의 과학 기술적 상상을 넘어 문학과 철학, 인류학까지 아우르는 렘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저작 『절대 진공&상상된 위대함』이 국내 처음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된다. 실재하지 않는 책에 대한 서평 16편을 모은 『절대 진공』(1971)과 가상의 이론을 소개하는 가상의 책 서문 5편(그리고 발췌문 1편)을 담은 『상상된 위대함』(1973), 두 권의 단편집을 한 권으로 묶어 펴냈다. ‘다른 누군가가 쓴 책’을 비평하거나 안내하는 ‘메타픽션’이라는 형식으로 겹겹이 속임수 혹은 안전장치를 만들어두고, 렘의 상상력은 우주생성론에서 미래학 예언까지 무한하게 확장하고 자유롭게 비약하다가 폭발한다. 이처럼 존재하지 않은 책에 대한 서평과 서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렘은 ‘자신의 소설’이란 틀 안에서는 누릴 수 없는 비평적 자유를 획득하고 풍자의 정신을 텍스트 바깥으로 끌어내어 문명 비판에서 문체 실험까지, 과학적 추론에서 패스티시까지 거침없는 지적 운동을 전개한다. 과학적 추론과 인문학적 통찰을 모두 갖추었던 스타니스와프 렘은 다양한 작품에서 기술의 미래를 예견하고 미지와의 만남을 통해 인간 본성을 파헤친 작가로 유명한데, 이 책에서도 ‘인공지능의 창작’이나 ‘실시간 편집 백과사전’ 등 오늘날에야 구현된 기술을 다룰 뿐 아니라 ‘게임으로서의 우주’, ‘세계를 창조하는 실험’같이 SF 장르에서 계속 재현되고 있는 세계관을 설계하기도 한다. 작품이 발표된 1970년대 초에 이런 개념들이 얼마나 낯설고 기이했을지를 생각하면, 50여 년이 지난 지금이야말로 렘을 읽기에 적당한 시기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이 책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SF 소설가이자 폴란드문학 박사인 정보라가 번역을 맡아 렘의 광대하고 다단한 문학세계를 생생하게 옮겼다.
18세기 프랑스 심리소설의 백미!
프랑스대혁명의 전야, 18세기 유럽 사교계를 배경으로 사랑의 환상을 조롱하고,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묘파한 서간체소설. 군인이었던 작가 라클로가 군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쓴 소설로, 18세기 말, 프랑스 사교계의 허영과 성적 욕망, 부패한 사랑 게임을, 여러 인물들이 주고받는 총 175개의 편지로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
소설은 악마적인 간계와 매력의 후작 부인 메르테유와 시대이 뛰어난 바람둥이 자작 발몽이 중심인물이다. 자작은 후작 부인의 부추김을 받아, 지체 높은 귀족의 영애 세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며, 후작 부인은 세실이 남몰래 사모하는 당스니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또, 발몽은 정숙한 법원장 부인인 투르벨 부인의 마음을 빼앗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진심을 발견하지만 결국엔 메르테유 부인과의 밀약과 허영으로 가득 찬 승부욕으로 그녀를 죽게 한다. 어린 양 세실은 사건의 전말을 모른 채 절망과 슬픔을 안고 수도원에 들어가는데….
▶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 책은 이성과 도덕이 비재하던 계몽주의 시대, 그 아래 숨겨진 적나라한 생활상을 그린 시대의 풍속화이자 감정의 굴곡을 그린 연애소설이다. 냉철하고 치밀하게 남녀 간에 복잡하게 얽힌 사랑과 증오, 간계와 질투가 가급적 꾸밈과 환상을 배재한 채로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다.
프랑스 국민작가 장폴 뒤부아의 세상과 나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따뜻한 위안
2019년 아멜리 노통브를 제치고 “대중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제117회 공쿠르상을 수상한.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이 소설은 『프랑스적인 삶』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등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프랑스 국민작가 장폴 뒤부아의 최고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뒤, 렉셀시오르 아파트에서 이십육년간 관리인으로 근무하다 우연한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련 속에서도 자기 자신이 되기를 선택한 주인공의 모습이 빛난다.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줄거리지만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몽드』가 “장폴 뒤부아는 고통스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반짝이는 해학의 순간을 포착했다”라고 평할 정도로 시종 담담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현대 프랑스 소설에 하나의 브랜드를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 장 폴 뒤부아는 언제나 작품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주목한다. 그가 그리는 인생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가족 사이의 몰이해로 인한 갈등, 가까운 이들의 죽음, 상실, 실패자로 낙인찍힌 삶이 연이어 펼쳐진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작품에서 ‘삶의 불행을 넘어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변을 내놓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맞닥뜨리는 상실과 불행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느냐, 그것이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또 각자의 이유로 상처받는 삶을 어루만지며 인생에 대한 길을 제시하는 장폴 뒤부아의 소설들이 ‘인생 소설’로 꼽히며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축공사를 거듭하던 [요코하마 역]이 끝내 자기증식을 개시. 그로부터 수백 년――JR 키타니혼, JR 후쿠오카 양사가 독자기술로 방어전을 계속했지만, 일본은 혼슈의 99%가 요코하마 역으로 변했다. 뇌에 박힌 Suika로 인간이 관리되는 역내 사회. 그 바깥쪽에 사는 비Suika 주민인 히로토는 역에 대한 반역으로 추방된 남자에게서 『18킷푸』와 어느 사명을 떠맡는다. 과연 요코하마 역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인류의 미래를 건, 요코하마 역 구내 5일간 400킬로미터의 여행이 시작된다――.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이자 젊은 지식인 사사키 아타루. 그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비평가로 자리 잡은 아사다 아키라, 아즈마 히로키의 뒤를 잇는 최고의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사사키 아타루의 저서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였으며, 2012년 알라딘 ‘올해의 책’ 선정,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 국내 다수 일간지 단독 추천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깊이 있는 인문서로 평가받고 있는 이 에세이가 혁명의 시작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표현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되었다. 첫 출간으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사사키 아타루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 사회에 유효한 파문을 일으킨다.
아사쿠라 아키나리옥탑방
하루아침에 SNS에서 ‘여대생 살해범’으로 몰린 남자. 온 국민의 적이 되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진실은?
내가 저지르지 않은 잘못 때문에 온 세상으로부터 쫓기는 처지가 된다면? 『내 것이 아닌 잘못』은 SNS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짐으로써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원죄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인터넷 마녀사냥 미스터리 도주극이다. 아사쿠라 아키나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이 작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원죄의 공포를 시사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외근 중이던 다이테이 하우스 다이젠 지사 영업부장인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회사로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마치 자신의 계정처럼 꾸며진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어 자신이 살인범으로 오해받게 된다.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해 그의 실명과 사진, 직업, 근무지 등등은 인터넷에 그대로 노출된다.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 다이스케는 금방 오해가 풀리리라 낙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이 더더욱 심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각종 유튜버들이 다이스케를 잡겠다고 설치다가 엉뚱한 사람에게 중상을 입히기까지 한다. 도주 중에 목숨에 위협을 느낀 다이스케는 자신이 직접 진범을 잡기로 결심한다. 다이스케는 50대로 인터넷을 잘 사용할 줄 모르는 옛날 사람이자 아내와 딸을 가진 평범한 사회인이다. 그런 그가 인터넷에서 발생한 마녀사냥 때문에 괴로움을 겪게 되고 그의 평온한 일상은 급격히 무너진다. 과연 그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실에 도달할까? 이 이야기는 다이스케의 아내와 딸, 트위터를 리트윗한 대학생, 담당 형사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같은 상황을 두고 각기 다른 인물이 전개해가는 이야기에도 미묘한 재미가 있다. 살해범으로 의심받는 남편을 둔 아내, 그런 아빠를 둔 딸, 그런 자를 체포하려는 경찰 등등이 보여주는 심리 묘사가 가히 압권이다.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인터넷 마녀사냥이 한 사람의 일상에 실질적으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기술이 발달해 인터넷 역시 인간의 삶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 사회에서 악성 댓글, 각종 루머의 급속한 확산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테마를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융합하는 작가의 참신함이 돋보인다. 복선과 반전이 주는 짜릿함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부디 직접 읽고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오가와 사토시옥탑방
오가와 사토시의 장편소설 『너의 퀴즈』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오가와 사토시는 블루홀식스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작가로, 현재 일본 SF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천재 작가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사카키바야시 메이’, ‘아사쿠라 아키나리’, ‘유키 하루오’,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너의 퀴즈』는 한 퀴즈 플레이어가 문제를 한 글자도 듣지 않고 답을 맞힌 사건의 진상을 또 다른 퀴즈 플레이어가 집요하게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지식 엔터테인먼트 논리 추리 소설이다. 퀴즈 대결을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우리가 어떻게 알아가는지, 또 그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린다. 2023년 제7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서점 대상 6위에 올랐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와 엘렌 식수의 조화 화음처럼 쏟아지는 텍스트의 향연
엘렌 식수는 ‘여성적 글쓰기’라는 개념을 창안한 뒤 줄곧 그 길에 따른 글쓰기를 추구해 왔다. 거칠게 요약하면 그것은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서 출발하는 글쓰기로, 논리를 비롯해 우리 인간을 둘러싼 구조와 체계를 무너뜨리거나 그 너머로 날아가 낯설고 강렬한 직관들과 직접 연결되겠다는 결의로 다져져 있다. 이러한 글쓰기는 인간이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언어를 그 이해 바깥으로 끌고 나오며, 그러한 과정을 함께하는 독자들 역시 미지의 세계로 끌고 간다.
『리스펙토르의 시간』은 식수가 오직 리스펙토르만을 다룬 세 편의 글을 모은 책이다. 이 짧은 책 속에서 식수는 스스로 여러 차례 모습을 바꾼다. 그는 리스펙토르를 받들어 찬미하는 자였다가 리스펙토르를 닮은 무엇이 되고, 그러면서도 자신이 권력에 희생당하는 소수자들과 같은 행성에 살고 있는 현대 지식인임을 계속해 자각하고, 비평 훈련을 받은 학자로서 소설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발견한 비의에 감화되어 다시금 종교적 열망에 휩싸이고, 그렇게 여러 차례 변환을 거듭하다가 심지어는 ‘우리’로 변하기도 한다. 이 책 속에서 식수는 자발적으로 계속 형태를 바꾸며 말씀을 전하는 매개체 혹은 전달자가 되며, 이는 유대인인 그의 정신적 뿌리 가운데 하나인 성경에서 성령이 맡았던 역할과 닮았다. 어떤 텍스트에 얼마나 깊이 감화되어야 그 자신을 ‘말씀을 전하는 자’의 근본적 형태, 즉 성령과도 같은 형태로 변환할 수 있을까? 『리스펙토르의 시간』은 스스로 자신이 주창하는 글쓰기의 전범으로 변신한 ‘글쓴이’가 세상에 전하는 열렬한 복음이다.
마쓰나가 K 산조옥탑방
단 두 작품으로 대표 문학상을 휩쓴 작가의 ‘인생 등반 소설’ “아, 재미있었다. 다 읽고 다만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행복하겠습니다.”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베리에이션 루트》가 출간된다. 작가 마쓰나가 K 산조는 2021년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뒤, 두 번째 발표작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단 두 작품으로 일본 신인 작가에게 주어지는 주요 문학상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른바 ‘오모로이 순문(재밌는 순문학)’을 표방하는 작가로, 문학성이라는 핵을 간직한 채 심플하고 재밌는 작품을 추구한다. 《베리에이션 루트》는 이런 작가의 방향성과 등산 애호가이자 직장인인 자신의 경험이 절묘하게 만나는 작품이다. ‘베리에이션 루트’는 정해진 길이 아닌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등산법을 뜻하는 용어로, 작가는 경영난에 봉착한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는 주인공이 의문의 동료와 함께 산에 오르며 그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렸다. 끝없는 불안과 무쓸모의 예측을 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한나절 산행과 같은 고요와 선선함을 안겨주는 책이다.
“무심코 읽다가 빠져든다…!” 세상을 움직인 책과 작가,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유쾌한 지름길
책과 문학의 세계를 여행하는 예비 애서가를 위한 안내서
셰익스피어와 4대 비극, 카뮈와 『이방인』,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헤밍웨이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세상에는 제목과 작가 이름이 익숙하다 못해 ‘혹시 내가 읽었던가?’ 싶은 고전 명작이 수두룩하다. 책과 작가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언젠가 읽을 책 목록’은 늘 가득하다. 문ㆍ사ㆍ철부터 교양과학과 재테크까지 망라하는 지식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알 만한 작가와 작품은 많은데 정작 “내가 그 책을 읽었는데 말이지”라고 말하지는 못해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진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고 싶어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모르겠는가? 처음 몇 장 읽다가도 왠지 나와는 거리가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가? 『어쩌다 클래식』 『어쩌다 과학』으로 ‘어쩐지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세계를 만화로 읽어준 임지이 작가는 『어쩌다 세계문학』에서 “책과 작가들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어쩌면 이 고귀한 ‘사생아’는 자기동일성의 애매함 자체가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의 도래를 예감하고 있었으며, 과감하게 ‘익명성’에 집착함으로써 이러한 시대의 지배적인 풍조에 잘 영합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불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제국의 음모』(1991)가 문학과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가라타니 고진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손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영화비평가로서의 면모가 더 부각되어왔다. 『제국의 음모』는 그의 본업인 문학비평가로서의 작업에 보다 가까운 책으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인 루이 나폴레옹과 그의 의붓동생 드 모르니가 보나파르트의 쿠데타를 모방해 일으킨 1851년 12월 2일의 쿠데타를 소재로 삼는다. 마르크스는 “헤겔은 어딘가에서 세계사에서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 사건과 인물 들은 두 번 반복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 첫번째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소극으로”라는 유명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이 사건의 정치적 과정을 분석한 바 있다. 하스미는 마르크스의 분석이 매우 예리하긴 하지만 몇 가지 중대한 측면을 간과함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간파하는 데 결정적으로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마르크스가 이름만 거론하고 넘어갔던 드 모르니라는 인물을 무대 중앙으로 끌고 나온다. 하스미는 루이 보나파르트가 나폴레옹 3세로서 즉위하는 1852년부터 폐위가 결정되는 1870년까지의 제2제정기에, ‘대大나폴레옹’의 열화된 ‘모방품’에 불과했던 루이 나폴레옹과 가짜 이름을 지닌 지극히 ‘범용한 존재’였던 의붓동생이 모의한 이 1851년의 쿠데타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했는지 서술하면서, 이를 포스트모던의 핵심적 장면으로, 그리고 드 모르니를 “포스트모던 최초의 전형적 인물”로 바라보는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제3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캣콜링』이 민음의 시 253번으로 출간되었다.(심사위원 김행숙, 정한아, 조재룡) 2014년 《현대시》로 등단한 이소호 시인은 첫 번째 시집 『캣콜링』을 통해 가장 새로운 ‘고백의 왕’을 선보인다. 2018년에 탄생한 ‘고백의 왕’은 성폭력의 유구한 전통과 끔찍한 일상성을 폭로한다. 『캣콜링』을 통해 세상에 나온 시적 화자 “경진”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까지 낱낱이 펼쳐 보이며 가부장제와 폭력적인 일상에 거친 조롱을 뱉어 낸다.
고발과 폭로를 통한 심리적 진실이 시집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에는 내면의 고통을 예술 작품으로 분출해 내는 ‘전시적’ 진실이 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니키 드 생팔 등 현대 여성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받은 시편들을 미술 작품처럼 배치하고 사진과 그림, 타이포그래피 등 시각적 효과를 적극 활용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이 고통과 폭력의 현장을 다층적으로 마주하도록 한다. 거칠고 공격적이면서도 지적인 이소호의 시 세계는 격정적이고도 이지적인 시인들의 계보를 새롭게 이어간다. 이제 시집 『캣콜링』이 놓아 둔 카펫을 따라 경진의 전시관으로 입장할 시간이다.
마침내 우리 곁에 당도한 봄, 깨어나는 연둣빛 생명의 경이
살아 있는 한 희망을 상상하는 일, 그 오래고 깊은 사랑에 대한 한강의 기록들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신작 『빛과 실』(2025)이 문학과지성사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2024)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온전한 최초의 집으로 ‘북향 방’과 ‘정원’을 얻고서 써낸 일기까지 총 열두 꼭지의 글이, 역시 작가가 기록한 사진들과 함께 묶였다.
삼십 년 넘게 ‘쓰는 사람’의 정체성으로,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을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아온 작가가 그 숱한 질문들 속 “가장 깊은 겹”이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것이 바로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29쪽)이 아닐까 묻고 답하기까지, 시차를 두고 쓰인 시와 산문, 일기와 사진이 새롭게 제 자리를 잡았다. “북향의 사람”(「북향 방」)으로 읽고 쓰는 동안, 종일 빛이 들지 않는 정원에 음지에서도 견뎌내는 식물들의 뿌리를 내리고 탁상용 거울 여러 개의 방향을 옮겨가며 햇빛을 붙드는 작가의 작고도 간절한 일상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의 구절이 떠오른다.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34쪽)
“글쓰기가 나를 밀고 생명 쪽으로 갔을 뿐이다.”(57쪽)라고 작가는 말했다. 책장을 넘기면 흑면과 백면이 교차하며 맞닿은 글과 이미지가 서로에게 스미고 또 끌어당기며 작가의 방과 정원에 깃드는 빛과 그림자를, 이어지는 작가의 낮과 밤을 읽는 이로 하여금 좇게 만든다. 멀게는 사십여 년 전 유년의 기억이 저장된 중철 제본 노트에서 시작된 사랑, 따뜻한 생명에 대한 의문과 갈구가, 가깝게는 코로나19-팬데믹에 휩싸인 2020~2024년 북향의 방과 정원에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부드러움과 온기와 차가움과 통증을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이 일기와 산문 속에서 오롯하다. “햇빛이 잎사귀들을 통과할 때 생겨나는 투명한 연둣빛이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특유의 감각이 있다. 식물과 공생해온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것이리라 짐작되는, 거의 근원적이라고 느껴지는 기쁨의 감각이다.”(「북향 정원」, 95쪽) 여기, ‘시적인 산문’이란 한강의 언어가 ‘경계 없는 글쓰기’라는 형식과 만났을 때 비로소 우리가 마주하게 된 세계는 생명의 경이와 눈부신 빛으로 가득하다.
김소형 · 김현 · 민구 · 박소란 · 박준옥탑방
시를 알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처음 시심(詩心)을 품었던 그때로 돌아가게 하는 ‘시절 시집’
이 책은 황인찬, 박소란, 양안다, 박준, 유희경 등 자신만의 고유하고 개성 넘치는 시 세계를 구축한 20명의 젊은 시인들이 저마다의 10대 시절을 추억하며 쓴 창작 시 60편을 모은 시집이다. 또한 ‘창비청소년시선’ 시리즈 출범 10주년과 50번 시집 출간을 기념한 동명의 시집과 함께 선보이는, 시 초심자를 위한 스페셜 에디션이다. 작품 면면에는 ‘나’라는 사람을 돌보며 차츰차츰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다정하면서도 단단한 시인 20명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시인 줄도 모르고 시의 마음을 품었던 과거의 한순간이 포착된다. 이는 우리 각자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던 그 시절의 소년 소녀, 시에 대한 첫 기억과 마음을 슬며시 깨운다. 또한 시인이 이 작품을 쓰며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마음으로 접근했는지를 담은 짧은 글, ‘시작 노트’를 함께 수록해 독자들이 작품과 더욱 잘 맞닿을 수 있도록 도왔다. 시와 10대 시절. 둘은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누군가와 나눌 때 그 가치와 의미가 배가된다는 점에서 꽤 닮아 있다. 시가 어려워 읽기를 주저하는, 그러나 여전히 시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잊었던 시심을 소환하고 시인의 깊은 속마음까지 친절히 담은 이 시집이 좋은 스타터가 되어 줄 것이다.
‘쓰다’의 매혹이 만드는 경계 없는 산문의 세계 문학과지성사의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 2차분 2권 출간
문학과지성사의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2차분으로 백민석 『과거는 어째서 자꾸 돌아오는가』와 신해욱 『창밖을 본다』가 동시 출간되었다. 2019년 김소연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이광호 『너는 우연한 고양이』 등으로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이래 2년 만이다. 2022년에는 나희덕, 하재연, 한유주 등의 산문으로 3차분이 출시될 계획이다.
〈문지 에크리〉는 지금까지 자신만의 문체로 특유의 스타일을 일궈낸 문학 작가들의 사유를 동시대 독자의 취향에 맞게 구성·기획한 산문 시리즈다. 에크리란 프랑스어로, 씌어진 것 혹은 (그/그녀가 무엇을) ‘쓰다’라는 뜻이다. 쓰는 행위를 강조한 이유는 이 시리즈가 작가 한 명 한 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최대한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지 에크리〉는 무엇, 그러니까 목적어의 자리를 빈칸으로 남겨놓는다. 작가는 마음껏 그 빈칸을 채운다. 어떤 대상도 주제도 될 수 있는 친애하는 관심사에 대해 ‘쓴다’. 이렇게 태어난 글은 장르적 경계를 슬쩍 넘어서고 어느새 독자와 작가를 잇는다. 완성도 높은 문학작품으로만 접해 속내를 알기 힘들었던 작가들과 좀더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양자택일의 순간, 보도의 사명과 인명 구조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편 미스터리『10만 분의 1의 우연』.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키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라 불리는 저자의 이번 작품은 보도와 인명이란 양자택일을 두고 벌이는 진실과 미스터리의 현대적인 주제를 소재로 돌아왔다. 저널리스만의 명제였던 이 양자택일의 순간은 사회가 변하고 촬영과 통신의 정보 공유가 손쉬워진 지금,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밤중 도메이 고속도로에서 트럭과 뒤따르던 차량의 사고로 6중 추돌사고가 벌어진다. 우연히 이 현장을 촬영한 야마가 교스케는 '10만 분의 1의 우연'이 만든 셔터 찬스였단 극찬과 함께 신문사 사진 공모전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한다. 그러나 사진 속 차량 안에 갇힌 사람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논란과 함께 그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누마이 쇼헤이는 이 사진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인과가 있음을 깨닫고 야마가 교스케에게 접근하는데….
노동 계급 하층민에게 인간의 얼굴을 되찾아준 노동 사회학의 고전
노동 계급의 의식과 감정, 그 구조적 복잡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1972년으로부터 도래한, 능력주의의 파국에 대한 오래된 예언
‘자율, 자립, 독립’의 이상은 어떻게 노동 계급을 힘없는 개인으로 쪼개고 그들 마음에 뒤틀린 상처를 남기는가?
2023년, 영미권의 진보 좌파 담론을 선도해온 영국의 버소 출판사에서 《계급의 숨은 상처》가 재출간되었다. 리처드 세넷이 청년 시절에 동료 조너선 코브와 함께 1972년에 쓴 책이었다. 2023년에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의 서문에서 세넷은 그 당시 ‘최악의 병폐’가 오늘날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적는다. 책을 쓸 당시에는 계급 체계와 능력주의가 노동자들의 마음에 남기는 상처가 ‘사회적 지위’의 문제였으나 지금은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세넷은 여든이 넘는 노학자가 되었다. 그는 “계급 전사로서 나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좌절하지는 않는다. “계급 의식이 더욱 투철한 사회”가 도래하기를 희망한다. 그 희망은 계급의 숨은 상처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되짚어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972년, 세넷과 코브는 능력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는 기준을 폐기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이 필요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기에 새로운 기준의 확립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들의 바람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능력주의는 그때보다 훨씬 거세게 기승을 부리며, 사람들은 계급의 숨은 상처가 수치스러워 여전히 자신을 ‘입증’하는 데 몰두한다. 그러나 계급의 숨은 상처가 심화되어 ‘생존’의 문제가 된 절박한 현실은 인간 존엄성의 새로운 기준을 다시금 고민할 분명한 계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계적 거장이 된 어느 노학자가 청년 시절 벼려낸 날카로운 호소력으로 가득한 이 책은 인간을 외롭게 만들거나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엄성의 기준을 질문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모두가 깨진 조각을 손에 쥐고 피 흘리고 있다고 느낄 때 이 ‘나쁜 소설’들이 떠올랐다”
베스트셀러 편집자이자 문학평론가 박혜진이 찾아낸 뒤틀릴수록 더 치열하게 매혹적인 피폐소설 7편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발굴해낸 편집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박혜진이 현재를 생생하게 예견한 세기말 한국 단편소설 7편 속에서 ‘병든 사람들’을 발견하고 해설을 덧붙인 소설집. 출간 전 펀딩 225%를 달성하며,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한 기획으로 독자들의 기대감을 모은 『퍼니 사이코 픽션』이 클레이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어느 뉴스를 보아도 이상한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한 시대이다. 그리고 그에 따르듯 읽을수록 독자의 마음을 무너지게 만드는 ‘피폐소설’들이 역주행에 성공하며 소설 시장의 판매를 견인해가고 있다. 과연 지금의 현실을 이상한 이야기로 가득한 시대, 그리고 그에 앞서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시대로 말할 수 있다면, 이 모든 피폐한 이야기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퍼니 사이코 픽션』은 비틀어진 내면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 세기말 소설을 발굴하겠다는 의도 아래 시작되어, 피폐소설의 원형과도 같은 한국 단편소설을 찾아내고, 각 편에 박혜진의 해제를 더했다. 수록된 작품은 각각 송경아, 김이태, 안성호, 이평재, 채영주, 이응준, 박성원의 것으로 이 7편의 소설을 지금 다시 읽는 일은 현대인을 이해하는 가장 문학적인 방법이자 그에 앞서 박혜진이 꼽은 가장 재밌는 소설을 만나볼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그 생생함은, 그 슬픔은, 그 구체성은 나를 뒤흔들었다.” 왝왝이는 누구인가? 그곳은 어디인가?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을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독고솜에게 반하면』 『훌훌』 『고요한 우연』 『네임 스티커』에 이어 독자들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을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출간되었다.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아픔을 통해 기억의 의미와 진정한 애도란 무엇인가를 절절히 그려 낸” 이 작품은 “슬퍼할 자격과 피해자다움”에 대해 성찰하며, “인물의 마음을 단순하게 정의하지 않고” “누군가는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를 정면돌파”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사로잡아” “용감하게 할 말들을 배치했다.”
우리는 이 작품을 심사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이 지금 이 시기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각자 어떤 장면에서 울컥했는지 감상을 나누었을 뿐이다._심사평
마쓰모토 세이초옥탑방
짐승의 길로 잘못 들어선 사람들!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짐승의 길』 하권. ‘북스피어’와 ‘모비딕’ 두 출판사가 함께 선보이는 「세이초 월드」 시리즈의 하나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진면목을 알리기 위해 그가 쓴 다양한 픽션과 논픽션을 함께 소개한다. 1962년 1월부터 1963년 12월까지 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잘못된 길로 들어선 인간의 말로를 그리고 있다. 뇌연화증을 앓는 남편을 대신해 고급 온천 여관에서 일하는 다미코. 즐거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말단 형사 히사쓰네. 다미코의 남편은 병으로 쓰러진 후부터 짐승처럼 아내의 몸을 탐하거나 학대하고, 히사쓰네의 아내는 경제력 없는 남편에게 히스테리를 부린다. 급기야 다미코는 집에 불을 질러 남편을 살해하고, 히사쓰네는 오로지 다미코를 품기 위해 그녀를 추격한다. 한편, 남편을 살해하도록 부추긴 호텔 지배인의 주선으로 다미코는 정재계 거물의 여자가 되는데….
릴리 댄시거 · 송섬별옥탑방
레슬리 제이미슨, 카먼 마리아 마차도가 극찬한 에세이스트, 릴리 댄시거의 우정에 관한 에세이 『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줄기 삼아 여자들의 우정에 내...
“내 소설 속에서, 너는 네 방식대로 강하고 아름다워”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 한유리 첫 소설
에세이 《눈물에는 체력이 녹아있어》를 쓰고 인터뷰집 《엄살원》에 공저로 참여한 한유리 작가의 단편소설 《불멸의 인절미》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신림동 반지하에서 친구와 사는 ‘유리’는 월세와 식비, 아픈 기니피그 ‘인절미’의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돈을 벌어야만 한다. 미나리를 주면 기쁨에 겨워 펄쩍 뛰어오를 줄 아는 인절미가 살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날을 기억하므로 유리는 인절미가 먼 미래의 우주에서 영원히 죽지 않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직장에 가면 인절미를 병원에 데려다줄 수 없고, 집에 남아 인절미를 돌보면 병원비를 낼 수 없어 있는 힘껏 살아내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만 든다. 그러나 유리는 “인절미가 살아 있는 편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그게 자신을 위해 좋다고 판단”하고, 자신을 살아 있게 한 인절미에게 영원과 불멸을 선물한다. 죽는 것보다 살아 있는 것이 괴로워도 기꺼이 버티고 견디게 만드는 가장 위대하고 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신림동에서 보라매공원으로, 먼 미래의 우주로 뻗어나간다.
“정치,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알아야 덜 흔들리니까, 누구의 편도 아닌 나를 위한 공부
계엄, 탄핵부터 헌법, 정당, 국회, 참정권까지 꼭 알아야 할 필수 정치상식 가이드!
2024년 12월 3일, 한 번도 직접 듣거나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계엄 사태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사뿐 아니라 경제·사회 전반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지하철 요금 인상, 최저시급 동결, 주 4일제 시범 도입, 일회용 컵보증금제 시행 등등 정치는 일상의 순간순간,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누군가 당신의 삶을 대신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것과 같다. 《최소한의 정치공부》에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과 경제적인 주권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정치상식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가장 쉽게 읽히는 정치 입문서다. 계엄, 탄핵부터 헌법, 정당, 국회 참정권까지 균형 있게 고루 다뤘다. 단순히 과거 정치사를 나열식으로 설명하기 보단 생물처럼 움직이는 정치 트렌드와 변화양상을 입체적으로 담아 풀어낸 것 특징이다. 추동훈 저자가 정치부 소속 기자일 때 수많은 국회의원, 보좌관, 당직자, 국회사무처 공무원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쌓은 정보와, 다양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특히나 이념 간 온도차가 크고 양극단의 정치가 일상화된 요즘, 객관적이고도 쉬운 정치 입문서를 찾고 있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삶과 죽음의 날카로운 경계 위에서 살아가다!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의 네 번째 장편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 나직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과 시정 어린 문체로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삶의 진실을 탐문해온 작가 한강이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서 간절하게 숨 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촉망 받던 한 여자 화가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중심으로, 각자가 믿는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치고 상처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새벽의 미시령 고개에서 40년이란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일어난 두 차례의 사고, 그리고 거기에 얽힌 인물들의 내밀한 사연과 진실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중화권 추리소설의 출발점’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사회파 추리소설 《13·67》 《망내인》의 작가 찬호께이의 신작 장편소설 《고독한 용의자》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마술 피리》 이후 국내에서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최근 소개된 작품들이 호러나 판타지에 가까웠다면 《고독한 용의자》는 《기억나지 않음, 형사》 이후 오랜만에 발표하는 정통 범죄추리소설이다. 찬호께이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리얼리즘을 표방한 범죄추리소설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홍콩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사회현상을 반영한 범죄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이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누구나 어느 정도의 정신병을 안고 있는” 압력솥 같은 도시 홍콩. 구닥다리 아파트인 단칭맨션에서 41세 남성 ‘셰바이천’이 방 안에서 숯을 피워 자살한 채로 발견된다. 타살 혐의가 전혀 없는 이 사건에 특별한 점이라곤 없었다. 무심코 열어본 셰바이천의 옷장에서 스물다섯 개의 유리병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옷장을 가득 채운 표본병 속에는 보존액에 담긴 시신 토막들이 들어 있었다. 인간의 팔다리와 장기, 그리고 “괴로워하며 얼굴을 감싼 사람”의 얼굴.
에로 그로 넌센스가 폭발하는 1930년대 일본 대중문화 그 속에서 자라난 오구리 무시타로의 ‘이단 문학’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 초반은 ‘에로, 그로, 넌센스’의 절정기로, 이러한 분위기는 문단이 추구하던 예술로서의 문학, 혹은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전위의 문학을 압도하였다. 이렇듯 기존의 진지하고 경직된 문학에 반기를 들며 일어선 일본의 대중 문학을 ‘이단 문학’이라 일컫기도 한다. 이 시기 이단 문학의 주 무대는 당시 일본 최대의 출판사였던 하쿠분칸(博文館)이 1920년 1월에 창간한 잡지 『신청년(新靑年)』이었다. 『신청년』은 특히 탐정 소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는데, 오구리 무시타로 또한 『신청년』 1933년 9월호에 「완전범죄」를 발표하여 데뷔한다. 그의 유명한 작품 「후광 살인사건」, 「성 알렉세이 사원의 참극」, 『흑사관 살인사건』 등은 모두 『신청년』에 발표된 것들로, 이국취미와 현학적 문체 등 오구리 무시타로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다. 국내에 번역되지는 않았지만 오구리 무시타로가 탐정 소설만큼이나 자주 썼던 소재는 ‘에스’이다. 에스는 시스터의 은어로 소녀 간의 동성연애, 소녀와 성인 여성 간의 동성연애를 의미한다.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마사코와 마키」도 오구리 무시타로의 ‘에스 탐정 소설’ 중 하나이다.
“1938년에 『주간 아사히(週刊朝日)』에 발표된 「마사코와 마키」는 에스(エス), 즉 여학생 간의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의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은 오구리 무시타로의 마지막 에스 탐정 소설이고 중일 전쟁이 확대일로였던 시기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전쟁의 그림자는 하등 느낄 수 없고 소설 속 에스 코드도 살인 사건이나 추리와는 관계가 없어 소재주의의 혐의가 짙다. 그럼에도 남성 작가의 탐정 소설 중에 여탐정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1930년대의 에스 문화가 탐정 소설과 결합한 흥미로운 예라서 ‘틈 많은 책장’의 한구석을 채울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번역했다.” -해제 중에서
뉴욕대학교 언론학부 선정 '20세기 미국 언론보도 100선' 중 1위를 차지한 도서이자 「타임」 선정 '100대 논픽션 도서'.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 상공에서 원자폭탄이 폭발했다. 바로 그 순간 공장의 인사과 직원 사사키 양은 옆자리의 직원에게 말을 걸려던 참이었다. 같은 시각, 의사 후지이는 자신의 병원에서 느긋하게 신문을 읽을 참이었다.
재단사의 미망인 나카무라 부인은 부엌 창으로 이웃집 남자가 자기 집을 허무는 걸 지켜보고 있었으며, 예수회 소속의 독일인 사제인 클라인조르게 신부는 속옷 바람으로 간이침대에 누워 잡지를 읽고 있었다. 적십자병원의 젊은 외과의사 사사키는 병원 복도를 따라 걷고 있었고, 히로시마 감리교회 목사인 다니모토 씨는 히로시마 서쪽 교외지역에 위치한 어느 부잣집 문간에서 짐을 풀고 있었다.
바로 이때 순식간에 7만 8000명이 사망했으며 그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다. 원폭 투하 1년 뒤, 저널리스트 존 허시는 불바다가 된 도시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여섯 명을 만나 그들의 증언을 기록한다. 그리고 원폭 투하 40년 후 1985년에 다시 히로시마를 방문하여, 원자폭탄으로 뒤바뀐 그들의 삶을 추적하였다.
모든 의혹과 고통을 기꺼이 써내는 작가 ‘팡팡’이 진실에 닿기 위해 분투한 문학적 기록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봉쇄된 우한의 참상과 생존기를 담은 『우한일기』 출간 이래 중국 정부에서 금서 작가로 지명당한 팡팡은 평생 진실한 글쓰기를 소명으로 삼은 작가다. 거대한 흐름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눈을 통해 역사를 보여주고, 이데올로기에 파묻힌 인간의 존엄을 섬세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왔다. 『깨진 칠현금』으로 2010년 제5회 루쉰문학상, 『연매장』으로 2017년 제3회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았으며, 모두가 이야기하기 꺼리는 주제를 기꺼이 써내며 성역 없는 글쓰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매장』은 아들 칭린이 어머니 딩쯔타오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중국 현대사에서 희생된 개인들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비판의식과 문학성을 훌륭하게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루야오문학상을 수상했지만, 1950년대 토지개혁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수상 직후 중국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했다. 그러나 팡팡은 결코 침묵당하지 않았다. 『연매장』은 독자들의 요청으로 대만에서 중국어로 출간되었으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잊혀선 안 될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모래폭풍처럼 밀려든 역사의 비극 속에 사람들이 선택한 은폐와 망각이라는 생존법, ‘연매장’
‘연매장’은 죽은 뒤 관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매장의 형태를 일컫는 말로, 원한을 품어 환생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선택한 방식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토지개혁으로 삶이 무너져내린 사람들이 고통을 잊기 위해 선택한 침묵과 망각 역시 사회적 연매장이라고 할 수 있다. 쓰촨에서 토지개혁 때 도망친 친구의 어머니를 통해 연매장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팡팡은 이 단어를 중심으로 소설 『연매장』을 썼다.
사람이 죽은 뒤 관이라는 보호막도 없이 곧장 흙에 묻히는 것이 연매장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이 과거를 단호하게 끊어내고, 이를 봉인하거나 내버린 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기억을 거부하는 것도 시간에 연매장되는 것이다. 일단 연매장되면 영원히, 대대손손 누구도 알 수 없다. (...) 이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단순했다. 나는 내가 아는 것과 느낀 것, 내 의혹과 고통을 성실하게 적어냈다. 일종의 기록으로써 내 복잡한 사연과 심정을 글에 드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작가의 말」에서)
기억을 잃은 여인 딩쯔타오는 무엇에 가로막힌 듯 자신의 과거를 하나도 떠올리지 못한다. 강물에 상처투성이로 떠내려온 그녀를 의사 우자밍이 치료해주고, 둘은 이 인연을 바탕으로 결혼해 아들 칭린을 낳는다. 소박하고 가난하지만 성실했던 두 사람 사이에서 자란 칭린은 한 회사의 지사장이 된다. 칭린은 아버지 우자밍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를 모시기로 결심하고 대저택으로 모셔간다. 고생길은 끝났으니 행복만 누리시라며 좋은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딩쯔타오도 여유를 누리려던 그때 그녀 눈앞에 희미한 기억의 조각들이 어른거린다. 그러나 과거를 완전히 떠올리기 직전 딩쯔타오는 정신을 놓아버리고, 칭린은 어머니가 남긴 뜻 모를 단어 ‘연매장’을 붙잡고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마침내 칭린은 어머니 딩쯔타오가 지주 계급의 여인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지만 토지개혁으로 재산을 몰수당하고 온 가족이 죽임당했다는 사실, 아버지 역시 전란을 틈타 산으로 도망쳐 지주 계급이었던 과거를 평생 숨기고 가짜 신분으로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은폐와 어머니의 망각이 그들에게 유일한 생존법이었음을 깨달은 칭린은 평생 이 일을 들추지 않기로 다짐한다.
평온하고 평범해 보이는 삶에서 우리는 망각과 기록을 선택하며 살아간다
『연매장』은 여러 인물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사건 당사자인 딩쯔타오, 후대에서 그 사건을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칭린, 개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류진위안의 시각이 번갈아 등장하며 토지개혁으로 일가족이 몰살당한 사건을 다룬다.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사건의 당사자인 딩쯔타오의 입장에서 애통함을 느끼기도 하고, 칭린의 마음에 공감하며 희생자였던 부모의 사연이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판단에도 동의하게 된다. 그러나 팡팡은 이 사건을 단순한 비극으로 결론내리는 것에 의문을 던진다.
“사실 자신을 규정하는 문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 인생에는 수많은 선택이 있잖아. 어떤 사람은 좋은 죽음을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구차한 삶을 선택하지. 어떤 사람은 전부 기억하기를, 또 어떤 사람은 잊기를 선택해. 백 퍼센트 옳은 선택이란 없고, 그저 자신에게 맞는 선택만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네가 편안한 방식을 취하면 된다고.” (431p)
칭린의 친구 룽중융의 대사를 통해 팡팡은 역사적 사건을 묻어버리거나 기록해 후대에 전하고 기억하는 것 모두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칭린의 선택을 비겁하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목격자로서 자신은 문학적 증언을 남길 것을 선택했으며, 그 글 역시 절대적인 진실이 아닌 그 가까이에 가기 위한 노력일 뿐이라는 점을 작품 말미에 밝힌다.
그래, 나는 망각을 선택했고 너는 기록을 선택했어. 하지만 네가 기록하는 이상 내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그리고 진실은, 칭린은 냉소를 지었다, 진실이 어떻게 언어와 글로 표현될 수 있겠니? 세상의 어떤 일도 진정한 진실을 가질 수 없는데. (444p)
동시에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그 경험은 개별적이다. 한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진술이 천차만별인 이유도 경험은 단일화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진실을 바라보며 각기 다른 상흔을 안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갈 따름이다. 다행히 망각과 은폐가 모두의 최선은 아니기에, 『연매장』처럼 곳곳에 남은 생생한 기록들이 우리가 진실에 다다르는 입구가 되어준다.
"어디선가 가느다란 허밍 소리가 들려왔다. 작고 희미한 노랫소리가." 영어덜트소설상·틴스토리킹상 수상 작가 최정원이 선보이는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에코 스릴러
『폭풍이 쫓아오는 밤』으로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을 수상하고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로 비룡소 틴스토리킹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독자의 너른 사랑을 받은 최정원의 신작 장편소설 『허밍』(소설Y)이 출간되었다. 『허밍』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서울의 수백만 명이 나무로 변한 세상, 비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봉쇄된 숲에 들어가게 된 ‘여운’의 이야기다. 독특하고도 정교한 세계관 속에서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서사가 긴장감을 더하는 가운데, 끝내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이 깊은 잔상을 남긴다. 한편 나무가 된 사람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는 여러 물음을 남긴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일까? 재난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진정한 기억과 애도란 무엇일까? 스릴러 장르의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충족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귀한 작품이다.
알렉산더 클루게옥탑방
“그에게는 마치 이 주민들이 이야기하길 즐기는 기질을 명백히 타고났음에도, 기억할 줄 아는 심리적인 힘을, 바로 이 파괴된 도시의 지표면 윤곽선에서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폐허가 된 도시를 경악 속에서 응시하는 다차원의 시선들, 이 산산이 쪼개진 경험들을 영화적 몽타주 방식을 통해 재구성해낸 폭격에 관한 탁월한 문학적 기록
“우리는 집단적 실존의 폐물더미 위에서 이루어진 알렉산더 클루게의 고고학적 발굴 작업에서, 그 어떤 픽션도 그 앞에서 빛이 바래는 진실한 발견물의 교육 가치를 읽을 수 있다”_W. G. 제발트
"단어와 사진들로 이루어진 영화"_한스 마그누스 엔첸스베르거
2024년 4월 30일, 폴 오스터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되는 생애 마지막 작품
기억과 삶, 상실과 애도, 우연과 순간을 엮어 나가며 삶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사랑에 대한 애틋한 사유를 전하는 폴 오스터의 빛나는 최종 장(章)
이것은 삶을 가득 채우는 부재와 지속되는 상실의 기록이다. 당연한 슬픔이 있지만, 단지 슬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상실 속에서도 바움가트너는, 그리고 오스터는 상상력의 힘, 〈아니, 그냥 간단하게, 꿈의 힘〉을 발견한다. 허구이지만 진실보다 더 강력한 그 무엇을. - 금정연(작가)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찬사 속에 데뷔하여 반세기 넘도록 소설과 산문 모두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견고히 자리 잡은 작가 폴 오스터. 그가 투병 중 끝을 예감하며 집필한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가 정영목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폴 오스터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작품은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를 통해 상실과 애도, 기억과 현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내밀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초기작들을 연상시키면서도 삶의 막바지에 이른 작가의 원숙한 사유 또한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이상한 사건 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어느 날 까맣게 그을린 냄비를 바라보던 바움가트너에게 문득 인생의 사랑이었던 아내에 대한 기억이 점화되며 시작된다. 〈정원사〉라는 뜻을 가진 그의 성씨와 같이, 바움가트너는 기억의 정원 속 나뭇가지처럼 얽혀 있는 삶의 단편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소설은 1968년 뉴욕에서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이후 함께한 40년간의 세월, 그리고 뉴어크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양장점 주인이자 실패한 혁명가였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까지 한 인물의 일생을 톺아보며 그의 내적인 서사를 따라간다. 폴 오스터가 평생 동안 다뤄 왔던 주제인 글쓰기와 허구가 만들어 내는 진실과 힘, 그리고 우연의 미학에 대한 사유가 간결하고 섬세하게 집약된 이 마지막 유작은 죽음 앞에서 써 내려간 상실과 기억에 관한 소설이기에 더욱 절실하고 강렬하다. 이제 폴 오스터라는 소설가를 떠나 보낸 독자들에게 『바움가트너』는 말한다. 〈그게 상상력의 힘이야, 아니, 그냥 간단하게, 꿈의 힘.〉
스티븐 레비츠키 · 대니얼 지블랫옥탑방
정치 분야 최장기 스테디셀러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후속작.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극단적 사상을 가진 소수가 상식적 다수를 지배하게 되는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분석한다.
2021년 1월 6일, 선거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하자 충격에 빠진 저자들은 질문을 던진다. “오랜 세월 공고했던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는 왜 위험에 빠진 것일까?” 저자들은 민주주의 붕괴 이면에 겉으로만 민주주의에 충직한 척하는 정치인들, 그리고 그들의 무기가 된 낡은 체제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극단주의 세력을 은밀히 지원하는 주류 정치인들은 소수의 지지만으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를 이용하여 다수의 국민을 움직인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느냐, 소수만이 권리를 누리는 독재 국가가 되느냐. 저자들은 지금 우리가 낡은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더욱 끔찍한 미래를 마주할 수도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올랜도 파이지스옥탑방
혁명과 공산주의, 그리고 러시아와 소련의 100년!
혁명의 관점으로 읽는 러시아 근현대사이자 소련의 역사 『혁명의 러시아 1891~1991』. 러시아 현대사의 권위자인 런던대학교 버벡 칼리지의 올랜도 파이지스 교수가 평범한 시민이 러시아 혁명에 관해 접근할 수 있는, 이론적 접근 보다는 사건의 전개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대중적인 책을 펴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제정 러시아 말기에서부터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까지 러시아 혁명을 100년 동안 장기 지속된 하나의 사이클로 서술한다.
러시아 혁명을 다룬 대부분의 책들이 혁명이 일어난 1917년 전후의 짧은 시기의 사정에만 초점을 맞추지만 저자는 혁명의 기원에서부터 독재, 그리고 소련 몰락에 이르는 비극적인 과정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서 혁명 이전의 제정 러시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인류 최대의 유토피아 실험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에 대한 이상이 어떻게 현실에서 왜곡되고 실패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레닌과 볼셰비키의 10월 혁명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 이후 소련 몰락에 이르는 전 과정을 혁명의 계승과 진행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한다.
책은 모두 2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 5장까지는 10월 혁명의 전사(前史)를, 6장에서 9장까지는 10월 혁명 후 신경제정책에 이르는 소련 건국 초기를, 10장에서 16장까지는 스탈린 시대를, 17장에서 20장까지는 흐루쇼프의 탈스탈린 노선에서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소련의 붕괴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100년 동안 지속된 러시아 혁명의 부침을 설명하기 위해 3개의 세대에 주목하는데 10월 혁명을 주도한 ‘구 볼셰비키’, 소련식 가치를 주입받은 ‘스탈린 시대의 신 엘리트’, 흐루쇼프의 해빙기에 정체성을 확립한 ‘60년대인’이 바로 그 3개의 세대이다. 저자가 묘사한 이들 세대의 삶의 궤적은 러시아 혁명이 태동하게 된 원인과 그 실현 과정에 서 빚어진, 최초의 유토피아적 이상으로부터의 일탈과 변형, 퇴락의 상황을 실감 나게 재현해낸다.
금기를 넘는 충격을 받아들이게 하는 이야기의 힘
부모가 여덟 살 딸아이의 유괴를 방조하려 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괴물, 용혜』는, 반듯해 보이는 경찰 용혜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붉은 반점과 그의 기이한 식성을 알리면서 이어질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금기를 넘는 설정과 자극적인 전개가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되는 까닭이다. 예리한 심리 묘사가 입체적인 인물들을 선명하게 소개하고, 층층이 겹쳐진 미스터리 구조가 시종일관 짜릿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흥미로운 복잡성을 지닌 이 작품은 ‘괴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야기의 방향성이 분명하기에 장면마다 힘이 실린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장면
영화감독이기도 한 김진영 작가는 인물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나는 개성적인 대사, 소품 하나에도 현장감을 부여하는 공간 묘사를 통해 『괴물, 용혜』의 세계를 높은 해상도로 펼쳐 보인다. 카메라와 거울 사이를 오가는 시선으로 인간의 죄의식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영상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의 글이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명장면이다.
줄거리 실종수사팀 소속 경찰인 용혜는 유건재라는 실종자를 찾는 중이다. 유건재는 실종 3일 전 경찰서로 용혜를 찾아와 무작정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라며 사과했다. 뒤이어 용혜의 손과 목을 샅샅이 훑고는 “이상하네. 왜 없지?”라고 말했다. 용혜는 자신의 배와 등을 뒤덮고 있는 붉은 반점을, 평생토록 숨겨 온 자신의 괴물 같은 면모를 혹 유건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실종을 스스로 선택한 듯 행적을 꼼꼼히 감춘 유건재의 행방을 추적하던 용혜는 한 화학 공장에서 일했던 다섯 명의 여성들, 그리고 최근 발생한 실종 및 사망 사건의 당사자인 여덟 살 소녀가 유건재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은 곧 용혜가 자신의 비밀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이 된다.
사랑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시작되는 색다른 로맨스
정반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상황은 로맨스 장르의 유구한 클리셰 중 하나다.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존재가 갖가지 난관을 헤치며 가까워지는 과정이란 그토록 매력적이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 또한 이 공식을 따르지만, 클리셰가 인물을 넘어 소재에도 적용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 짙은 호소력을 지닌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의 두 수록작을 이끌어 가는 소재는 죽음과 호르몬이다. 〈로으밤 로으밤〉의 주인공 록기는 자신이 며칠 뒤에 죽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다.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의 주인공 세린은 ‘사랑 호르몬’을 잃은 상태이고 남편과 이혼을 준비 중이다. 행복이며 낭만과는 거리가 한참 먼 곳에서 이야기를 시작한 두 사람은 독특한 출발점만큼이나 색다른 전개를 거쳐 자신이 로맨스 스토리의 주인공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시네마틱 드라마 〈우주인 조안〉의 원작자가 탐구한 사랑의 본질 김효인 작가는 한국판 오리지널 SF 앤솔로지로 화제를 모은 시네마틱 드라마 시리즈 ‘SF8’ 중 한 작품인 〈우주인 조안〉의 원작자다. 황폐해진 세상에서도 빛을 발하는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을 따스하게 그려 냈던 작가는 《사랑은 하트 모양이 아니야》에서 보다 긴 호흡으로, 조금 더 낯선 각도로 사랑을 조명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사유를 담은 작품들은 흥미로운 연애담이자 사랑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의 기록이다.
중고로 팔아버린 냉장고에서 죽은 소년이 발견됐다!
《경성 탐정 이상》으로 낭만 가득한 미스터리를 선보인 김재희의 장편소설 『이웃이 같은 사람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범죄소설이다. 하나의 사건에 얽힌 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상황, 다른 관계로 엮여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스스로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며 내달렸던 길 끝에 그동안 애써 무시했던 이웃과 마주하는 순간, 독자는 소름 끼치는 기시감을 경험하게 된다.
주택가 근처 산 중턱에 버려진 냉장고에서 소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벌거벗은 시신은 혈흔이나 지문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이 닦인 상태다. 냉장고의 주인인 서연에게 경찰이 들이닥치지만 중고 사이트를 통해 냉장고를 팔았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서연은 곧 혐의에서 풀려나지만 냉장고 소년이 2년 전 그만둔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의 가해자임이 밝혀져 큰 충격을 받는다. 수사가 진전되지 않자 프로파일러 성호가 투입되고, 악으로 점철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의 증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데…….
치밀한 고증과 연민 어린 감성으로 무장한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섬, 짓하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주도적으로 여성을 비방해온 남학생이 용의자로 검거되지만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성호는 범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성호의 심문 후 용의자가 자살을 기도하고 이 일에 대한 문책으로 그는 수사에서 제외, 삼보섬에서 일어난 연쇄실종사건의 진원을 맡으며 전출된다. 섬의 음울한 분위기에 중압감을 느끼면서 본격적인 프로파일링에 착수한 성호는 실종된 자의 혼을 달래기 위한 씻김굿 현장에서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는데…….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갈망할 때가 있다.”
건축사 아오세는 어느 날 의뢰인에게 메일을 한 통 받는다. 책에 수록된 아오세의 ‘Y주택’을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아오세에게 Y주택은 특별하다. 직장과 가정에서 실패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일하던 중 ‘스스로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때처럼 설렘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설계했었다. 아오세가 망설임 끝에 찾아간 Y주택은 애초에 사람이 산 흔적 없이 텅 비어 있다. 다만, 2층 창가에 독특하게 생긴 의자 하나가 창을 향해 놓여 있는데……. 완공된 집을 보며 함께 감격했던 일가족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범죄자를 전면에 내세운 이색적인 연작 소설집!
1998년 《그늘의 계절》로 제5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을 수상한 이후, 일본 경찰소설계의 중심에 서있는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또 하나의 걸작 『그림자밟기』. 경찰소설을 주로 선보였던 저자가 그와 정반대인 범죄자들의 세계를 다루어 더욱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도둑질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연 많은 한 남자와 그의 눈에 비친 도시의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일곱 가지 이야기로 엮어냈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도시의 그림자가 되어 살아가는 이들을 온몸이 저릴 만큼 애절하게 그리고 있다.
법조인을 꿈꾸던 마카베 슈이치는 15년 전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후 충격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도둑질을 일삼으며 하류 인생을 전전한다.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언젠가부터 귓속에서 말을 걸어오는 죽은 쌍둥이 동생뿐이다. 어느 날 밤, 돈을 훔치기 위해 이나무라 부부의 집에 몰래 숨어든 마카베는 집안에 흐르는 정체 모를 살의를 감지하고 빠져나오지만 도망칠 틈도 없이 경찰에 덜미를 잡힌다. 2년 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체포되던 날 느꼈던 살의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사라진 이나무로 요코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14년 전 미해결 사건에 숨겨진 진실!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 요코야마 히데오가 10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 『64』. 3년 전 잡지 연재가 마무리된 이후 수천 매의 원고를 다시 수정하여 선보인 것으로, 작가 스스로 ‘나 자신의 인생을 집대성한 작품’이라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있었던 미해결 아동 유괴사건을 큰 줄기로 삼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찰이라는 조직 문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구성원들의 갈등과 고뇌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일명 ‘64’로 불리는, 미제로 끝난 소녀 유괴살해사건. 14년 후, 시효 만료를 1년 앞둔 시점에 새로 취임한 경찰청장이 ‘보여주기’를 목적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지만 유족은 청장의 방문을 거절한다. 경찰 홍보실의 미카미는 유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64’의 담당 형사들을 찾아가고, 사건 후 퇴직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된 동료를 보면서 미카미는 그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중 ‘64’를 모방한 유괴사건이 일어나는데….
이상 탄생 110주년 기념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 최종장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에 영감을 준 이상의 초판본 시와 소설, 그가 직접 그린 삽화 등을 담은 《경성 탐정 이상에서 이상을 읽다: 이상 초판본 선별집》
끝! 끝에 부딪혔다네 내게 총을 겨눈 거울 속 나로 인해
서해 작은 섬에 자리한 슈하트 학교에서 사라진 여학생을 찾기 위해 상과 구보는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탐문을 벌이지만 학생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여기는 교사들 때문에 성과가 없다. ‘학교 안에 학생을 체벌하는 데 쓰이는 사방이 거울로 된 기괴한 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찾으러 학교와 섬을 뒤지던 중 상이 행방불명된다. 이튿날 실종된 학생이 소문의 거울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그 곁에는 피 묻은 칼을 손에 쥔 상이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데……. 상과 거울처럼 닮은 건축기사와의 조우, 선진교육을 주창하는 근대학교의 이면. 그리고 욕망과 낭만의 도시 경성을 뒤집으려는 절대악에 맞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과 구보. 근대사상과 미신, 순수와 향락이 공존하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최후의 미스터리.
이태리 양복과 불란서 향수로 가려본들 진창 같은 이곳이 천국이겠습니까
매일같이 늘어나는 수입상점으로 화려한 종로. 그중 고가의 유럽 도자기를 파는 ‘마리 앤티크’의 주인 하영이 상과 구보를 찾아온다. 하영이 단골을 위해 마련한 티파티는 명문가 출신 박씨 부인과 벼락부자 성북 부인을 중심으로 패가 갈리고, 서로 폄훼하는 와중에 큰 싸움으로 번진다. 하영이 둘을 화해시킬 요량으로 마련한 모임에서 그만 한 부인이 급사하고, 괴편지로 인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사를 위해 티파티에 참석한 상과 구보는 향긋한 장미 향 너머 괴팍한 면면을 감춘 귀부인들과 마주하는데……. 최고급 양복을 싸게 산 후 시작된 악몽, 군산 거부의 금고방에서 홀연히 사라진 병풍, 경성우편국 화장실에 적힌 장난 같은 SOS, 한낮 꿈같은 백운산장 만담기, 경성권번 연쇄 살인, 차이나타운에서 실종된 카프 작가, 사교클럽 ‘마리 앤티크’를 둘러싼 욕망과 암투, 단성사 주임변사의 변사. 경성을 상징하는 실존 장소에서 일어난 불가능한 살인사건에 뛰어든 이상과 구보. 순수와 향락, 근대사상과 미신이 공존하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천지개벽 미스터리.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극!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 미스터리 『경성 탐정 이상』 제3권. 한국형 팩션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작가 김재희가 이번에는 천재 시인 이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을 선보인다. 스마트한 모던보이이자 문화 테러리스트인 이상과 구보, 그리고 당시 경성 시내에 하나둘 들어차기 시작한 화려한 서양식 건물들을 통해 표현되는 경성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그 이면은 일제라는 거대한 괴물로 인해 뒤틀리고 곪아 있다.
실재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현실과 픽션을 오갔던 두 전작과는 방향을 살짝 틀어 이번 3권에서는 욕망과 낭만이 혼재된 1930년대 경성 그 자체를 소재로 삼았다. 경성과 조선 전역을 무대로 이제는 제법 ‘탐정’으로 유명해진 천재 시인 이상과 그의 조력자 구보 박태원이 구시대의 전복과 개벽을 꿈꾸는 사교(邪敎) 백색교와 목숨을 건 대결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극!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 미스터리 『경성 탐정 이상』 제2권. 한국형 팩션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작가 김재희가 이번에는 천재 시인 이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을 선보인다. 스마트한 모던보이이자 문화 테러리스트인 이상과 구보, 그리고 당시 경성 시내에 하나둘 들어차기 시작한 화려한 서양식 건물들을 통해 표현되는 경성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그 이면은 일제라는 거대한 괴물로 인해 뒤틀리고 곪아 있다.
3·1운동을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신혼집이었던 ‘딜쿠샤’를 모티브로, 경성 시대 서양인의 생활상과 조선인 사이의 반목을 그린 《귀신의 집 샹그릴라》, 덕수궁 중명전에 자리한 외국인 전용 사교클럽 경성구락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경성구락부의 크리스마스》 등 보다 진화된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각각의 이야기에서 이상과 구보는 그들이 해결해나가는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절대 악과 마주한다. 그것은 백색교의 교주이기도 하고 때로는 일제이기도 하다.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과 생계형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상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극!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 미스터리 『경성 탐정 이상』. 한국형 팩션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의 작가 김재희가 이번에는 천재 시인 이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을 선보인다. 문단 대선배 염상섭의 호출로 신문사를 찾은 구보. 집필 의뢰에 대한 기대와 달리 상섭은 구보에게 ‘미녀변사사건’의 조사를 부탁하고, 함께 일할 사람으로 기괴한 시로 주목받고 있는 시인 이상을 소개한다. 내키지 않지만 구인회 입회와 신문 연재를 위해 구보는 이상과 함께 사건 현장인 창경궁으로 향한다. 시신 곁에 놓여 있었다는 영국 낭만파 시인 셸리의 시 를 되뇌는 구보와 이상. 사건을 조사하던 그들은 피해자가 자신을 이화여전 학생으로 속이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Peters, Torrey옥탑방
퀴어 서사의 금기를 뛰어넘는 이야기 트랜스젠더 작가가 열어젖힌 문학의 새로운 지평
문학의 땅은 언제나 비난받기를 각오한 이들에 의해 넓어졌다. 트랜스젠더 여성 소설가 토리 피터스. 아이오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다트머스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등 정석적 코스를 밟았지만, 주류문학계에서 벗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품을 무료 배포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트랜스젠더 작가로서 정체성에 관해 자유롭게 쓰기 위해서였다. 온라인에 올린 중편소설들이 독자들 사이에서 점차 반향을 일으켰고,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중심으로 작가 팬덤이 형성되기에 이르자 주류문학계 역시 토리 피터스의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랜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첫 장편소설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트랜스젠더 작가 최초로 여성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후보에 올라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다. ‘트랜스젠더는 여성인가’, 더 나아가 ‘여성은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 물음으로 문학계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각론이 오갔다. 하지만 뜨거웠던 논쟁만큼이나 트랜스젠더 독자와 시스젠더 여성은 물론 폭넓은 독자에게 열광적으로 읽히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1년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선정되었고 2022년에는 펜/헤밍웨이상을 수상, 람다문학상 트랜스젠더 소설 부문과 브리티시북어워드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트랜스젠더 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레이엄 그린옥탑방
냉전 시대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감을 그려 낸 풍자 소설 대가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적 스파이 스릴러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대중 소설과 고도로 윤리적이고 심미적인 오락물 등 장르의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한 20세기 영국의 대표적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의 『아바나의 우리 사람』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그린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과 냉전 등 격변의 20세기 시대적 갈등과 모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특유의 위트와 핵심을 풍자 적으로 표현해 문학적 명성과 폭넓은 인기를 겸비한 작가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냉전 시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나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벌어지는 세계 패권국들의 정보 전쟁을 소재로 한다. 빠른 속도의 서사로 몰입감이 높은 이 소설은 스토리텔러로서 뛰어난 재능을 지녀 20세기 가장 널리 읽히는 영국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적 스릴러로 평가받는다.
데뷔 이래 단 네 권의 소설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 19개를 수상한 지금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작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빛나는 걸작
펴내는 소설마다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장편소설 「그녀를 지키다」가 정혜용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수도원 지하에 유폐된 피에타 석상에 숨겨진 비밀을 석공 미모의 굴곡진 삶을 통해 풀어 가면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당시 이탈리아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 속에서 태생적 한계와 사회적 난관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소설의 장면 장면을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생동감 넘치게 담아 냈다. 바티칸이 피에타 석상을 수도원 지하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비밀스러운 사연부터, 왜소증을 타고난 천재 석공예가의 고난과 역경, 그의 운명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의 자유를 향한 투쟁까지. 우리는 책장을 넘기며 이탈리아 소도시 피에트라달바의 오렌지나무 가득한 풍경 한가운데에서 짙은 사이프러스 향을 맡고 석공의 돌 쪼개는 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주인공 미모와 함께 하나의 생애를 살아낸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공쿠르상이라는 영예가 결코 무겁지 않은, 귀하고 드문 걸작이다.
Bowen, Elizabeth옥탑방
관계와 내면의 심리를 세밀하고 격렬하게 탐구하는 지금까지 집필된 가장 지적이고 섬세한 누아르 20세기 최고의 여성 문학가 엘리자베스 보엔의 대표작 국내 초역
〈가장 지적인 누아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자, 20세기 영국 문학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엘리자베스 보엔의 대표작 『한낮의 열기』가 영문학자 정연희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보엔은 언어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 풍성하고 깊은 심미안으로 사물과 풍경을 해부하는 문체, 격동적인 시대 속 여성의 삶과 심리를 속속들이 탐구하는 예리한 지성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한낮의 열기』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런던의 풍경과 분위기, 사람들의 요동치는 관계와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발표되자마자 문단과 대중의 뜨거운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스릴러가 섞인 누아르적 전개가 돋보이는 이 독특한 전쟁 소설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이 우리에게 남긴 상흔, 〈뜯겨 나간 감각〉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내면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이 작품은 돌이킬 수 없이 지나가 버린 시대에 바치는 비가이자,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명작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작품마다 치밀한 취재와 정교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렬하고도 서늘한 서사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고루 받으며 새로운 세대의 리얼리즘을 열어가고 있다 평가받는 작가 성해나가 두번째 소설집 『혼모노』를 선보인다.
성해나는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고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선정한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로 선정되는 등 이미 그 화제성을 증명한 바 있다.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부드럽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창비 2023)에서 오해와 결별로 얼룩진 과거에 애틋한 인사를 건네고자 했던 그가 『혼모노』에 이르러 더욱 예리해진 문제의식과 흡인력 넘치는 서사를 통해 지역, 정치, 세대 등 우리를 가르는 다양한 경계를 들여다보며 세태의 풍경을 선명하게 묘파해낸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는 지난해 끊임없이 호명되며 문단을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해 작가에게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선사해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이 계절의 소설과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스무드」 등이 수록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의 ‘신명’이라 불”릴(추천사, 이기호) 만큼 “질투 나는 재능”(추천사, 박정민)으로 빛나는 『혼모노』, 그토록 기다려왔던 한국문학의 미래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도착해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 것이다. 찬란하게.” 열일곱, 처음으로 마주한 아프도록 눈부신 여정
『위저드 베이커리』 『페인트』 『유원』 등으로 청소년문학의 흐름을 이끌어 온 창비청소년문학상이 새로운 수상작을 선보인다. “읽는 내내 가슴이 저릿했다”, “다시 한번 기적을 믿게 하는 이야기”라는 청소년심사단의 인상적인 평과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된 『스파클』(창비청소년문학 134)이다. 『스파클』은 오 년 전 사고로 오른쪽 각막을 이식받은 청소년 ‘배유리’의 여정을 그린다. 사고 이후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마주 보는 것을 유예해 온 유리는 어느 날 자신에게 눈을 준 사람이 궁금해지고, 기증자의 지인 ‘시온’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오랜 시간 자라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떠난 유리와 시온의 여행 끝에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유리는 외면했던 스스로의 상처를 보듬고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복잡하게 얽혀 온 청소년기의 감정을 찬찬한 눈으로 직시하는 작가 최현진의 시선이 오래도록 독자의 곁에 머무른다. 성찰하는 문장,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결말까지, 피할 수 없는 삶의 질문에 답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 있게 내어놓는 작품이다.
Mitchell, Juliet옥탑방
아버지의 억압에서 동기간의 질투로, 오이디푸스에서 이아고로, 메두사에서 미친 남자로, 히스테리를 재탈환해 정신분석의 역사를 다시 쓰는 논쟁적인 책!
“20세기 동안 서양 세계에서 히스테리가 사라졌다고 널리 주장되었다. 이 주목할 만한 주장은 쟁점을 닫기보다는 열어놓는다. 나는 그것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사계절 내내 버섯과 긴밀히 얽히는 윈난 버섯은 회고의 촉매가 되어 역사를 쓰게 한다
숭배, 감격, 회상으로 쓴 버섯 세계관 독본
버섯 철이던 어느 날, 저자 녜룽칭은 차를 몰고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평소와 달리 표준어가 아닌 쿤밍 사투리를 쓰질 않나 감정도 점차 고조되어갔다. 이내 급히 노래 한 곡이 나왔고 노래가 끝날 즈음 진행자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나중에 방송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일러주길, 그 진행자가 점심으로 견수청(독성이 있으나, 조리법에 따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손을 대면 파랗게 변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을 먹고는 프로그램 도중에 흥이 나버린 것이었다. 방송국은 이날부터 근무 시간에 버섯을 먹은 사람은 생방송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매우 주의하고 있다고 한다. 단오가 지나면 버섯에 중독된 환자들이 속출한다. 저자의 아내도 버섯에 중독돼 허공에 떠오른 그림들을 잡겠다고 허우적거린 적이 여러 번이다. 윈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버섯 중독과 관련된 일화 몇 가지를 알게 마련이고, 전해오는 이야기들로 마음은 복잡해진다. 행여나 탈이 날까 염려되지만, 일단 버섯이 눈에 들어오면 호기심과 식탐이 번번이 이긴다. 버섯의 마력이란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 힘은 인력이다. 인력引力(끌어당기는 힘) 또는 인력因力(만물의 기원이 되는 힘)으로 쓸 수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버섯균을 “지하의 정교한 레이스 자락, 헴스티치가 된 축축한 균사, 세상의 미끄러운 탯줄”이라고 묘사했다. 조밀하게 형성된 균사체의 세계는 땅속 양분과 생의 가능성을 그러모아 한 송이 버섯으로 피어나고, 동시에 지면 위로도 그물을 치듯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버섯에 홀린 이들은 버섯을 모조리 먹어치울 자세로 덤벼들 뿐만 아니라 버섯의 신비로움을 상징화하여 창작의 소재로 되풀이하고, 버섯의 독성마저 ‘신의 선물’이라 떠받치며 독버섯을 따다 제전祭典 활동에 쓴다. 이 책 역시 버섯의 인력으로 쓰였다. 저자는 펜을 놀릴 때마다 버섯을 먹고 중독된 친구들의 일화가 떠올랐고, 왠지 모르게 신바람이 나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버섯이 이끄는 대로 거닐며 버섯을 향한 숭배와 감격, 회상을 기록한 이 책은 마치 설화 같기도 하다. 버섯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다면 버섯의 인력에 몸을 맡기는 편이 좋다. 그로써 당신과 버섯을 잇는 가느다란 실 역시 막힘없이 뻗어나가며 기억 저편의 감각을 두드릴 것이다. 버섯의 생장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땅속을 수놓는 공생의 그물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때에도 생을 이어나가느라 여념 없다. 그러다 땅 위로 솟아올라 뜻밖의 기쁨을 안긴다. 그 기쁨은 놀라움, 환희 그리고 상상력이다. 언제부터 발밑의 생이 시작됐을까? 탄생의 조력자인 삼림은 언제부터 그 비밀에 공모했을까? 버섯은 창발하는 생명이며 무수한 질문을 배양하는 존재다. 버섯을 보고 삶의 삽화와 얼굴들이 우후죽순 떠오르는 것도 감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물며 매년 5월이면 버섯으로 뒤덮이는 중국 윈난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버섯이 스미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닐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악하고 나쁘며 비천한 모든 것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지나간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지운 채 다음으로 넘어갈 수도 없다. 익사한 이들의 유산 속에서 이어가는 집요한 대화 그리고 공격의 기록들
그 오랜 시간 동안 더러운 이야기들은 어떻게 우리를 매혹했는가? 폭력과 타락을 통해 들여다보는 익사한 남자의 얼굴
여기, 한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그는 출렁이는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다. 얼핏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다. 잠든 자의 얼굴. 그러나 사진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남자는 잠들어 있지 않다. 그는 ‘익사한 남자’다. 곧 묘한 설명이 이 사진에 따라붙는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남자의 얼굴을 주시한 이 사진의 제목은 바로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다. 시체가 어떻게 자신의 얼굴을 그려냈다는 것일까? 강덕구는 진중권의 칼럼을 빌려 사진의 후일담을 풀어낸다. 사진 속 남자는 최초의 사진 매체인 ‘다게레오타이프’를 둘러싼 특허권 경쟁에서 패배한 작가, 이폴리트 바야르다. 그는 학술원 측의 부탁으로 사진 발명의 발표를 미루던 중 경쟁자인 루이 다게르가 사진 매체의 발명자로서 학술원의 인준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그는 ‘익사한 남자’로 꾸민 자신을 촬영한 사진을 학술원에 보낸다. 사진 뒷면에 적은 메모에서 바야르는 자신을 ‘썩어들어가’는 시체로 비유한다. 『밀레니얼의 마음』에서 자신을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적 정서와 그 바탕을 그려냈던 작가 강덕구는 이번에 그가 몇 해에 걸쳐 쓴 글을 묶은 예술비평서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을 통해 어떻게 허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게 만드는지 그려낸다. 여기서 허구란 신화와 문화를 비롯한 이야기, 좀 더 거칠게 한 덩어리로 그려내자면 ‘예술’을 지시한다. 이 책에서 강덕구가 다루는 예술 그리고 예술가 중 일부는 오늘날 여러 의미에서 ‘금기시’되는 것들이다. 위악과 의도적인 오독을 통해 역사에 구정물을 부은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부터, 백인 남성의 보편성에 기댄 유토피아를 그리다가 종래에는 미국 국회의사당 시위에 동참하게 된 애리얼 핑크와 존 마우스의 음악, 미투 운동에서의 폭로와 정치적 발언이 불러일으킨 불화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경력이 끝난 스탠딩 코미디언 루이 C.K.의 시트콤까지. 강덕구가 말하는 예술의 우주는 정말이지 ‘사악하고 비천한’ 별자리들에 맞닿아 있다. 동시에 강덕구는 그들의 시대, 즉 “문화적 보편성으로 기능하던 백인의 세기”이자 “백인 남성 예술”의 시대가 근본적으로 끝났음을 설파한다. 그는 분명히 말한다.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한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어제와 내일이 맞물리는” ‘오늘’을 설명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그가 이 수많은 금기의 별자리들, 그리고 오늘날의 익사한 남자인 ‘문제적 인간’들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묻는다. 왜 우리는 더러운 이야기에 매혹되었을까? 그중 어떤 부분이 우리를 삶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인 것이며, 또 그들이 꾸린 역사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비주류 안에서도 주류와 비주류를 다시 나누는 강덕구씨의 조밀하고 집요한 시선이다.” -백민석(소설가)
백민석 소설가의 추천사가 말하고 있듯,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 파고드는 예술 중 다수는 오늘날 ‘비주류’로 논해지기 쉬운 것들이다. 그러나 무한한 데이터와 디깅(Digging)의 시대에, 비주류 문화는 분명 전과 다른 위상을 갖고 있다. 인터넷망의 보급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 기술의 발전은 분명 세계를 뒤흔들어놨고, 이는 문화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문화예술의 향유자들은 전과 같은 방식, 즉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소유하는’ 방식 외에도 예술을 ‘수집하는’ 또 다른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책 본문에서 말하듯 이러한 변화는 “사라진, 실종된, 은둔한” 예술작품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으며, 비주류라 불렸던 문화는 그 안에서도 착실하게 역사와 계보 그리고 각각의 정전을 쌓아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강덕구가 다루는 계보 속 이름들과 정전은 많은 이에게 낯선 것들이다. 물론 본문 곳곳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외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인 이창동, 홍상수나 한때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언 루이스 C.K. 그리고 지금 당장도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을 플랫폼인 ‘아프리카TV’ 등을 사례로 뽑을 수 있겠다. 앞선 예시들만큼 잘 알려져 있진 않더라도 (흔히 말하는)‘시네필’들이나 문화예술에 관심이 깊은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영화평론가 정성일 또는 마크 피셔,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나 왕빙 역시 본문에서 주요한 한 장을 차지한다. 반면 러시아의 전 부총리이자 막후 설계자로 불리던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의 예명인 ‘나탄 두보츠키’나 음악인류학자 해리 스미스 같은 이름들은 대부분 사람에게 생소할 테다. 만일 이 둘의 이름을 아는 독자가 있더라도, 그가 한국의 인터넷 방송인인 커맨더지코와 BJ텐쿵의 이름까지 함께 알고 있을 확률은 낮다. 단순하게 국가와 분야로만 나누더라도, 이 낯선 이름들은 서로 아예 다른 구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은 이토록 낯선 이름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맥락을 창조해낸다. 전혀 다른 몸에서 서로 다른 색깔로 흐르던 피를 하나의 혈관에 수혈하는 것이다. 하나의 혈관에 뒤섞인 서로 다른 피는 필연적으로 어떤 병증을 일으킨다. 강덕구는 바로 이 병증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이 병증이 어떤 식으로 우리 세계 곳곳에 스며 있는지 논하자고 권한다. 그에게 이 병은 고통을 일으키는 요인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지난 세기를 벗어나 다음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진화의 동인이다. 여러 색깔의 피가 흐르는 새로운 몸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어느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까? 강덕구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거침없이 이름들을 배치하며 서로 맞닿게 한다. 그는 인터넷 방송인 커맨더지코의 리얼리티 영상,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구조를 아르헨티나의 영화감독 리산드로 알론소의 「자유」와 함께 대조한다.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음반 《뽕》으로 4관왕에 수상했으며, 프로듀서로 참여한 뉴진스의 앨범 《New Jeans》로 잇따라 2관왕을 수상한 아티스트 250의 앨범을 각 방향에서 살피며 데이비드 린치가 그리는 ‘소도시 풍경’과 맞대기도 한다. 강덕구의 비평에서 이러한 관계 맺기는 무척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에게 비평이란 낯선 이름들을 소개하고 그에 관해 논설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름들과 그 관계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직조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위기에 처한 언어의 존재를 살피다!
사라지는 언어에 대한 가슴 아픈 탐사 보고서『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언어학계에서 ‘현장 언어학자’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언어 세계의 이론과 경험을 전방위적으로 사유하고 있는 니컬러스 에번스가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언어가 생존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언어 다양성의 현장에서 생동감 있게 기술하였다. 사라지는 언어의 위기에 대한 추상적, 규범적 논의에서 벗어나 사라져가는 언어의 증언자들과 직접 생활하며 겪은 삶의 기록에서 배어나온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지금 대중이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복잡한 현실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상황들을 다 감안하여 언어를 둘러싼 문제를 ‘체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수많은 인터뷰와 관련된 참여 관찰 기록들을 통해 몸소 보여준다. 존폐 위기에 처한 소수 언어의 실체를 보여주는 상세한 지도와 도표, 사진을 수록하였다.
“김유정의 소설은 글자로 말해지지 않은 내용까지 풍부하게 품는다. 하나하나가 일상의 바깥, 인간의 바깥을 아우르는 파노라마다.”-심완선(SF 평론가)
한 시절이 끝나도 세계는 이어진다, 찬란히 어른거리는 빛으로.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수상 작가 김유정이 그리는 열 가지 풍경.
대하 판타지 『영혼의 물고기』로 2000년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던 김유정의 소설집 『용의 만화경』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전자책으로 출간된 『고래뼈 요람』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에서 우주 개척 시대에 이르기까지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세계를 보여 주는 10편의 중단편이 담겨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초기 사이에 쓰인 수록작들은 시대상을 반영하듯 대체로 어떤 시기의 마지막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인간 속에 섞여 살며 숙주의 생기를 흡수하던 흡혈귀가 팬데믹 사태로 생존의 위기를 맞고(「장미흔」), 파국적인 소식을 전할 사명을 띤 순례자가 쇠락하는 마을을 방문하며(「나무왕관」),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려 택한 냉동수면에서 깨어나 보니 모두가 사라진 절대 고독의 세상이 펼쳐지기도 한다(「M과 숨」). 그러나 이러한 종말들은 항상 절망적으로 그려지지만은 않으며, 주류에서 벗어난 다채로운 인물들은 과거를 품에 간직한 채 새로운 갈망과 미래를 꿈꾼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힘으로 주인공을 경이의 세계로 안내하는 표제작의 초월자처럼, 『용의 만화경』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만화경의 빛깔 같은 찬란한 꿈으로 안내할 것이다.
세이료인 류스이옥탑방
JDC 월드 2탄! L범죄의 시대, 예술가 VS JDC, 새로운 대결이 시작되었다 일본 미스터리계를 충격에 빠뜨린 『코즈믹』의 속편, 마침내 정발. 미스터리의 모든 문법을 해체하는 모비딕!
환영성에서 합숙을 하던 추리소설 작가들. 그 중 한 명인 다쿠쇼인 류스이가 미스터리 마니아라면 모두가 아는 〈녹스의 10계〉 + 〈밴 다인의 20칙〉 = 〈추리소설 구성요소 30항〉을 망라한 실명소설 작품 구상을 발표,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그런데 다음날부터 그 구상을 실현하는 것처럼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현장에는 스스로를 「예술가artist」라고 부르는 범인의 다음과 같은 말이 남아 있을 뿐이다. “성스러운 잠에 들기 전, 나는 여덟 개의 제물을 원한다. 모든 것은 (화려한 몰락을 위해).” 우연히 환영성에 머물고 있던 JDC 소속 탐정 기리기리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JDC 본부에 도움을 요청, JDC를 대표하는 탐정들이 하나둘 환영성에 도착하는데, 마치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살인은 멈추지 않는다. JDC 사가의 ‘4대 사건’ 중 하나인 ‘환영성 살인사건’, 누가 이 광기의 비밀을 간파할 수 있을까?
티에리 크루벨리에옥탑방
1만2000명을 죽인 S-21 교도소장 그는 인간인가, 악마인가
인간성의 기이한 본성과 시대의 진실을 밝히는 다큐, 아니 차라리 스릴러! 국제 전범재판을 전문적으로 취재해온 프랑스 저널리스트의 작품
“그땐 혁명이 죄수들을 한 명씩 없앤다는 의미였으니까요. 저는 혁명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고 제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어요. 저는 평생 뭔가를 할 때마다 확실하게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_두쿠의 법정 진술 중에서
“1만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S-21 교도소에서 죽었으니 눈은 두 배가 되겠군요. 나는 적어도 2만 4000개가 넘는 눈동자들이 피고인을 따라다닌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숨을 곳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_희생자 가족의 증언 중에서
2009년 3월, 프놈펜. 깡 켁 이우란 이름보다 두크로 더 유명한 고문 및 사형 책임자는 뚤슬렝 S-21에서 1만20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다. 그랬던 그가 드디어 국제 재판소 앞에 홀로 서는 순간을 맞이했다. 희생자들의 가족 앞에, 또 자기 자신과 홀로 마주하게 된 두크는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기조차 어려운 대학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중대한 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자백의 대가』는 폴 포트의 크메르 루즈에 가담한 사형집행인의 범상치 않은 운명에 대해 들려준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매공판에서 예기치 않은 놀라운 에피소드가 불거지면서 한 편의 ‘인간 희극’이 펼쳐진다. 저자 티에리 크루벨리에는 기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필력을 바탕으로 무엇보다 연극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법정에서 일어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작품마다 치밀한 취재와 정교한 구성을 바탕으로 한 개성적인 캐릭터와 강렬하고도 서늘한 서사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고루 받으며 새로운 세대의 리얼리즘을 열어가고 있다 평가받는 작가 성해나가 두번째 소설집 『혼모노』를 선보인다.
성해나는 2024·2025 젊은작가상, 2024 이효석문학상 우수작품상, 2024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연달아 수상하고 온라인 서점 예스24가 선정한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로 선정되는 등 이미 그 화제성을 증명한 바 있다.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문학동네 2022)에서 타인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부드럽고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첫 장편소설 『두고 온 여름』(창비 2023)에서 오해와 결별로 얼룩진 과거에 애틋한 인사를 건네고자 했던 그가 『혼모노』에 이르러 더욱 예리해진 문제의식과 흡인력 넘치는 서사를 통해 지역, 정치, 세대 등 우리를 가르는 다양한 경계를 들여다보며 세태의 풍경을 선명하게 묘파해낸다.
특히 이번 소설집에는 지난해 끊임없이 호명되며 문단을 휩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표제작 「혼모노」를 비롯해 작가에게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선사해준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이 계절의 소설과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스무드」 등이 수록되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의 ‘신명’이라 불”릴(추천사, 이기호) 만큼 “질투 나는 재능”(추천사, 박정민)으로 빛나는 『혼모노』, 그토록 기다려왔던 한국문학의 미래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도착해 있다.
전통과 유물에 대한 톡톡 튀는 관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김서울의 박물관 에세이. 박물관 소풍이 취미이자 특기인 저자가 1년 362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국공립 박물관 10곳을 소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왕벌들은 다양한 출신 배경이었음에도 하나같이 계급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에서 과단성 있고 야심만만한 〈출세주의자〉 같은 면모를 드러낸다. 다들 애초에 결혼을 발판 삼아 영국 사회의 권력층에 안착했으며, 일단 〈이름〉을 알린 후 지성과 재치와 수완을 한껏 발휘해 자신의 열정을 좇아갔다. 런던 사교계를 호령하며 사회 각계의 유명 인사, 백만장자, 영화배우, 왕족, 귀족 등 많은 사람을 한자리에 모은 이 여성들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미야베 미유키옥탑방
일본을 뒤흔든 공개 연속살인사건의 시작!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걸작 『모방범』 제3권. , 와 함께 작가를 대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 소설은 2001년 출간 이후 일본에서만 300만 부라는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범죄조차 이벤트로 전락해버린 현대사회의 잔혹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도쿄, 한 공원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여자의 오른팔과 핸드백. 핸드백의 주인은 3개월 전에 실종된 20대 여성이었다. 그러나 범인은 오른팔과 핸드백의 주인이 각자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텔레비전 방송국에 알려오고 피해자의 가족을 전화로 농락한다. 자신의 범죄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범인의 목소리에 전 일본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는데….
미야베 미유키옥탑방
일본을 뒤흔든 공개 연속살인사건의 시작!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걸작 『모방범』 제2권. , 와 함께 작가를 대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 소설은 2001년 출간 이후 일본에서만 300만 부라는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범죄조차 이벤트로 전락해버린 현대사회의 잔혹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도쿄, 한 공원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여자의 오른팔과 핸드백. 핸드백의 주인은 3개월 전에 실종된 20대 여성이었다. 그러나 범인은 오른팔과 핸드백의 주인이 각자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텔레비전 방송국에 알려오고 피해자의 가족을 전화로 농락한다. 자신의 범죄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범인의 목소리에 전 일본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는데….
미야베 미유키옥탑방
일본을 뒤흔든 공개 연속살인사건의 시작!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걸작 『모방범』 제1권. , 와 함께 작가를 대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 소설은 2001년 출간 이후 일본에서만 300만 부라는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범죄조차 이벤트로 전락해버린 현대사회의 잔혹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다. 도쿄, 한 공원의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여자의 오른팔과 핸드백. 핸드백의 주인은 3개월 전에 실종된 20대 여성이었다. 그러나 범인은 오른팔과 핸드백의 주인이 각자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텔레비전 방송국에 알려오고 피해자의 가족을 전화로 농락한다. 자신의 범죄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범인의 목소리에 전 일본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수사는 난항을 거듭하는데….
우아하고 위트 있는 《오만과 편견》의 오마주, 제인 오스틴 식 미스터리!
영국범죄소설가협회 평생공로상, 미국추리작가협회 그랜드마스터상을 동시에 수상한 추리소설가 P. D. 제임스가 쓴 빅 미스터리 『죽음이 펨벌리로 오다』. 저자가 타계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으로, 《오만과 편견》 완결 시점에서부터 6년이 흐른 후의 펨벌리를 배경으로 고전 미스터리의 그윽한 향취와 사건 해결에 이르는 탄탄한 구성을 펼쳐 보인다. 섬세한 일상 묘사 속에 시대상과 보편적 인간상을 녹여 내는 제인 오스틴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면서 작품 내에 존재하는 미스터리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오만과 편견》이 남긴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서로의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 맺어진 후 6년이 흘렀다. 둘은 아이들과 함께 평화로운 펨벌리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연례 무도회 준비로 바쁘던 가을밤, 저택 근처 숲에서 살해된 데니 대위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시체 옆에 무릎 꿇고 있던 위컴을 체포한다. 사건의 심리와 재판이 이어지고, 엘리자베스 부부는 인척인 위컴의 무죄를 증명해야만 하는데……. 2013년 《오만과 편견》 출간 200주년을 기념해 BBC에서 3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
그림 속에 숨겨진 당대의 음모와 살인사건을 밝힌다!
독일 태생의 역사학자 베른트 뢰크의『살인자, 화가, 그리고 후원자』. 르네쌍스 시대 ‘회화의 군주’로 불린 삐에로 델라 프란체스까의 그림 속에 숨겨진 음모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책이다. 저자가 세우는 중심가설은 이 그림의 난해한 도상 뒤에 500년 전에 펼쳐진 한 편의 드라마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당시 벌어진 한 살인사건을 고발하는 기소장임을 밝히면서, 그림 속에 나타난 살인자와 희생자, 그리고 그림의 주문자를 추적해나간다. 그림의 세세한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파헤쳐가는 저자의 추리를 따라가다 보면 15세기 이딸리아 르네쌍스시대의 매혹적인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14년의 세월 동안 공들여 만든, 만화책 유일의 퓰리처상 수상작!
만화책 유일 퓰리처상 수상작 『쥐 : 한 생존자의 이야기』. 새로운 표현 양식을 설계하고 실험적인 기법으로 《쥐》를 탈고하기까지 아트 슈피겔만은 14년이라는 긴 세월을 소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슈피겔만은 만화라는 대중문화를 예술적 표현 양식의 하나로 끌어올린 ‘그래픽 노블’의 창시자가 되었다.
유태인 출신이면서 동시에 유태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작가 슈피겔만은 독일의 구겐하임상, 미국의 퓰리처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이 작품에서 아우슈비츠의 끔찍한 대학살 속에서도 살아남은 아버지의 기구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그의 이야기 속에서 유태인은 단순한 대학살의 피해자, 나찌는 가해자가 아니다.
이 책은 폴란드 부호 일가의 영락의 경로를 따라가면서 지옥의 문턱에 섰을 때 인간이 얼마나 비열하고 또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보고한다. 여느 홀로코스트 보고서에 견주어 《쥐》가 이룬 주요한 성과는 탁월한 사실성과 객관성에 기인한다. 《쥐》는 소스노비에츠에서 아우슈비츠까지의 행로에 절망과 죽음의 사례를 즐비하게 제시하면서, 단순히 나찌의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과거 사건이나 생존자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개인사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이 인간을 차별하고 무시하고 상대의 존재를 말살시키려는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보편성을 가진다.
“별일이 생기면 그냥 생기는 거야.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마” 아직 오지 않은 일에 겁먹고 모든 게 불길한 예감으로 느껴질 때 그만하면 괜찮다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마음 편히 말하는 날에 다다를 수 있을까?
첫 소설집 《트랙을 도는 여자들》을 통해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연대하는 여성 인물들을 그려온 차현지 작가의 신작 단편소설 《다다른 날들》이 위즈덤하우스 위픽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별스럽지 않은데 마치 예언처럼 운명처럼 다가오는 장면과 꿈들이 있다. ‘준이’는 사고처럼 죽은 새를 밟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애인과 6년째 동거하던 집을 떠나 엄마가 홀로 지키는 집으로 돌아간다. 엄마는 또 무슨 꿈이라도 꾼 듯 전혀 놀라지 않고 준이를 맞이한다. “근심과 기우”는 별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삶은 우리의 통제 아래 놓여 있지 않고 어떤 노력에도 생각지 못한 나쁜 일들이 들이닥치곤 한다. 아득한 “낙관이나 희망”이 아닌 그만하면 괜찮다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고, 미리 내다보고 대비할 용기가 아니라 걱정하지 않을 용기로 나아가는 준이의 여정이 시작된다.
《뉴욕 타임스》 21세기 100대 소설 작가 리베카 머카이의 작품, 국내 첫 소개 그루밍 성범죄와 미투 운동, 교내 성폭력의 본질을 다루며 평단과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여성 혐오 범죄 미스터리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소설에 이름을 올린 작가 리베카 머카이의 작품이 황금가지에서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는 23년 전,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소녀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범죄 소설이다. ‘젊고 부유하고 어여쁜 소녀’의 죽음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관음적 시각을 조명하는 한편으로 그루밍 성범죄, 미투 운동, 교내 성폭력, 성차별적 시각 등이 10대의 삶에 작용하고, 그것이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묘사하며 ‘세련된 플롯을 갖춘 문학적인 미스터리(《AP》)’라는 찬사를 받았다. 높은 작품성과 흥미진진한 플롯, 정교한 캐릭터 조성으로 출간 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유수 언론의 극찬과 10만 건이 넘는 독자 리뷰를 받고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사서들에 의해 선정되는 상인 리비 상 오디오북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아스펜 상과 캐롤 실드 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리베카 머카이의 전작 『Great Believers』는 ALA 카네기 메달과 《LA 타임스》 도서 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하였고 퓰리처 상과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도서로 꼽혔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옥탑방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
범죄학자 히무라와 그 친구인 작가 아리스가와가 활약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 『자물쇠 잠긴 남자』는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남성의 죽음을 마주하며 남성의 삶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탐정 행위가 죽은 자에 대한 진혼에 다름없다는 주제를 전한다.
오사카 나카노시마의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노인 나시다 미노루가 목을 매단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결론내리지만 그의 지인인 작가 가게우라 나미코는 의문을 가지고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사건의 조사를 부탁한다. 입시철이라 바쁜 히무라 대신 아리스가와가 조사에 나서지만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과연 이 남성은 대체 누구인가? 그 죽음에 얽힌 진상은 무엇일까?
아리스가와 아리스옥탑방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
범죄학자 히무라와 그 친구인 작가 아리스가와가 활약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 『자물쇠 잠긴 남자』는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남성의 죽음을 마주하며 남성의 삶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탐정 행위가 죽은 자에 대한 진혼에 다름없다는 주제를 전한다.
오사카 나카노시마의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노인 나시다 미노루가 목을 매단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결론내리지만 그의 지인인 작가 가게우라 나미코는 의문을 가지고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사건의 조사를 부탁한다. 입시철이라 바쁜 히무라 대신 아리스가와가 조사에 나서지만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과연 이 남성은 대체 누구인가? 그 죽음에 얽힌 진상은 무엇일까?
‘논란’은 어떻게 유행이 되는가? 온갖 논란을 유행처럼 소비하는 온라인 공론장의 구조를 파고드는 정교한 문화비평서이자 문화기술지. 저자는 논란에 가장 취약한 존재인 케이팝 아이돌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학교폭력, 갑질, 성폭력, 인권 의식부터 역사 인식, 인성 등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사건이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논란’으로서 조직적으로 생산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곧 화폐가 되는 이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 논란은 특정 종류의 관심을 생산하고 그와 결부된 대중 및 공론장을 구성한다. 그러면서도 《망설이는 사랑》은 온라인 공론장의 문제를 다루는 여느 책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하고도 참신한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망설이고 주춤하는 팬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대화를 통해 그 공론장 내부에서 형성되는 거대한 폭력의 네트워크를 꿰뚫기 때문이다. 이때 망설임이란, 논란의 중심에 선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그 무분별한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고 윤리적 분투를 벌이는 태도를 가리킨다. 팬, 특히 아이돌 팬들은 언제나 비합리적이고 무지하다는 혐오와 편견에 둘러싸여 있지만 저자가 만난 팬들은 우리에게 그와 전혀 다른 경로를, 즉 팬심과 덕질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중-팬-사이버렉카-언론-알고리즘-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의 행위자가 결합하는 무분별한 논란과 폭력의 네트워크 내지는 캔슬 컬처에 가담하지 않고 망설이는 팬들을 통해 우리는 ‘가해자 감별’과 ‘무조건적 퇴출’을 넘어서는 논의/사유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이들의 윤리적 실천이 어떻게 좀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 문화를 상상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지 살펴보자.
자본과 인간이 싸우는 미세 허파, 서울 쪽방 탐사 대기록 대도시는 어떻게 먹이사슬망이 되었나 쪽방에 들어가는 순간 생은 늪이 된다
이 책은 르포다. 기자 정신으로 잠입해 취재를 하고, 하나의 단서를 잡으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증거를 수집해나간다. 사회부 소속으로 경찰서를 출입하는 일은 ‘사망’ ‘빈곤’ ‘불법’ 등 중요한 사회 문제를 사건의 발생과 종결로만 보게끔 시야를 제한시킨다. 그래서 저자는 기획취재부로 옮겼다. 이제 기자 신분임을 숨기고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 혹은 부동산 투기꾼으로 가장해 쪽방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나간다. 그러자 서울 대도시 밑바닥층의 빈곤 문제가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체계적인 이윤 추구 행위에 둘러싸여 있음이 드러났다.
이 책은 작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부산 출신의 저자는 서울로 진학하면서 대학 시절 내내 주거빈곤자로 불안한 생활을 했다. 기숙사, 하숙, 반지하 원룸, LH 매입임대 주택, 산동네 분리형 원룸, LH 대학생 전세자금대출이 저자가 거쳐온 주거 역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가난한 과거사를 숨겼다. 요즘 가난은 훌륭한 서사의 자원이 되기도 하지만, 악바리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불리한 약점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년 세대들이 자신이 직면한 빈곤을 외면하자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주거 빈곤사와 가난의 경험을 적극 드러내게 됐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난에 대한 한 사람의 시선이 바뀌고 넓어지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수많은 빈자, 중간 착취자, 소유주가 이 책에 등장한다. 실명을 밝히기도 하고 가명 처리한 인물도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빈곤의 실태를 이야기해준 사람들이다. 그들은 쪽방에 한번 발을 담갔다가 죽을 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절망에 대하여 증언했다. 바로 서울 동자동, 창신동, 사근동 주민들이다.
“저것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인간을 만드는 기계에서 나왔으니까요.” 인간과 욕망에 관한 듀나식 질문들
2024년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한국 SF의 거장 듀나의 신작 《바리》가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멸종을 두려워했던 인간들은 다른 항성계에 새로운 인간 문명을 건설하고자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계’와 ‘기계에서 태어난 인간을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할 로봇’을 우주선에 실어 쏘아 올렸다. 감속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우주선 속 로봇 ‘바리’는 먼 항성계까지 떠밀려오고, 먼저 도착해 인간들을 위한 도시를 짓던 로봇 ‘하늘구름’과 동료들의 환영을 받으며 머나먼 새 행성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들은 바리와 함께 망가진 기계를 수리해 탱크에 배양액을 채우는데, 249일 후 기계에서 나온 것은 ‘네발 달린 트럼펫’이었다. 인간을 양육하고 싶어 하는 바리와 인간에게 봉사하며 문명을 건설하고 싶어 하는 하늘구름에게, 인간이면서 인간 아닌 트럼펫들이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불러일으킨다.
“문장을 구성하는 사이에 현재는 떠밀려간다. 현재는 영원히 기술될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자동 피아노》 천희란, 이미 써버린 소설에 관한 소설
예리한 감각과 치밀한 문장으로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간 내면을 종이 위에 펼쳐내는 작가 천희란의 신작 《작가의 말》이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천희란 작가의 작품은 자주 작품에 수록된 ‘작가의 말’과 함께 독해되어왔다. 이번 신간 《작가의 말》은 바로 그 ‘작가의 말’에 관한 ‘소설’이다. 그는 이 작품을 ‘소설’로 부름으로써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환상적으로 흐려놓고 소설에 개입하려는 현실을 유머처럼 혼란에 빠뜨린다. ‘죽음’은 천희란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주제였고, 이는 그가 ‘삶’을 써왔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작가의 말》에서 그는 작가에게 삶과 같은 글쓰기와 죽음 사이를 오가며 죽음을 양팔 벌려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완벽하게 평행을 이루는 삶과 죽음의 시소를 촘촘한 문장으로 절묘하게 그려낸다.
아내의 노트북에서 전 연인의 이름으로 된 폴더들을 발견했다 안온한 삶 아래 도사린 불온한 마음을 들추는 위수정 신작 소설
언뜻 평온해 보이는 일과를 끝내고는 잠을 설치며 밤마다 뒤척이는 인물들이 간직한 내면의 모순과 균열을 그려온 《은의 세계》《우리에게 없는 밤》 위수정의 신작 소설 《칠면조가 숨어 있어》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특별히 어려울 일도 고민할 일도 없이 흘러가는 ‘유미’와 ‘선호’의 결혼 생활. 함께 산 지 1년, 유미는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가벼운 취미 정도로 여긴 선호의 예상과 달리, 유미는 밤마다 침대를 빠져나와 선호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는 글을 쓴다. 궁금증을 키워가던 선호는 유미의 노트북을 몰래 들여다보는 데 이르고, 칠면조라는 폴더 아래 늘어선 전 연인의 이름으로 보이는 폴더들, 그리고 선호의 이름을 발견한다.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불현듯 이 사람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불안과 혼란이 찾아온다. 속속들이 알고 싶지만, 알고 싶은 만큼 두려운 연인의 진심. 칠면조가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그것을 알아야 할까? 끝없는 의심과 믿음을 가장한 무관심을 양팔저울에 올려둔 채 선호의 진짜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장 낯선 이별을 이해하려는 어리고 늦된 스물아홉 살의 서툰 간병기, 유심한 작별기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스물 다섯번째 작품 『오늘의 엄마』. 주인공 ‘정아’가 겪는 상실의 시간을 기록한 소설이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애인을 잃은 정아는 여전히 그 기억에 몰두해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언니에게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직 그의 죽음조차 납득하지 못한 정아가 이십 대의 마지막 해에 받아든 역할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의 보호자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언니 정미와 세상일에 늦되고 어색한 정아. 두 자매의 서울과 부산, 경주를 오가는 간병기가 시작된다.
이별만큼 필연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잘해 내는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에게 『오늘의 엄마』는 동행이 되어 준다. 다만 앞서 가는 길잡이도, 뒤에서 받쳐 주는 안전요원도 아니다. 그저 매번 겪는 이별에 매번 리셋되는, 그러면서도 온몸으로 그것을 겪어 내는 우리의 현실 친구다. 병든 엄마 곁을 지키며 정아가 보여 주는 유치한 투정, 짜증과 무심에서 우리는 그 이면의 마음을 느낀다.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사랑, 어쩔 수 없이 생생한 최선을. 김초엽 소설가의 추천의 말처럼 “사랑은 언제나 상실의 고통을 가져온다. 『오늘의 엄마』는 끈질기게 그 사랑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타이완의 ‘스카이 캐슬’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넷플릭스 드라마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 원작 작가가 내놓은 타이완 학부모 세계의 ‘신분상승 게임’ 사립 초등학교 부유층 엄마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욕망의 반전 드라마
“운명의 문이 화려하게 열릴 때, 당신은 아이를 데리고 온몸을 던져 신분 상승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가?”
“행복해지는 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보다 행복해지고 싶어 하는 순간, 행복은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어른들의 허영심으로 얼룩진 싸움, 아이들이 무고한 희생 아이를 부유층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이 과연 신분 상승의 지름길인가? 운명의 문이 화려하게 열릴 때, ‘청출어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당신은 아이를 데리고 온 몸을 던져 신분 상승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가?
천윈셴은 최선을 다해 신분 상승 게임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 원래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게 되어 타이베이 중심가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상류사회의 럭셔리한 삶을 누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댁의 재력이 결혼하자마자 일순간에 무너져버리면서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게 된 그녀는 직업 전선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 양페이천에게 제일 좋은 모든 것을 주고 싶지만 그러나 경제적인 사정으로 이는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그날이 되자 천윈셴과 아들 페이천의 운명이 화려하게 탈바꿈한다. 남편 회사 사장 테드는 아들 크리스의 생일 파티 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들이 페이천과는 잘 어울리는 걸 보고 흡족해한다. 테드와 부인 량자치는 페이천과 크리스가 일명 귀족학교인 ‘쑹런 초등학교’에 같이 다닐 수 있도록 페이천의 학비를 내주기로 한다. 천윈셴은 상류 사회로 가는 티켓을 이토록 쉽게 손에 쥘 수 있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천윈셴는 량자치와 점점 친해지면서 애프터눈 티, 명품 백, 미슐랭 셰프 초청 요리 강습 등 상위 0.1퍼센트 여자들의 럭셔리한 삶을 경험하게 된다. 아들 페이천의 성적까지 좋다보니 많은 이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아들 성적이 더 오르면서 천윈셴과 페이천은 나란히 손을 잡고 피라미드 꼭대기로 차츰 올라간다. 그러나 배후에 가려져 있던 모든 것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쯤 천윈셴은 영혼을 팔아야 정도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온 가족이 이 소용돌이에 급속히 휘말리는데…… 상류층 게임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것도 고통이지만 사실 더 큰 고통은 게임에 참여하고 나서야 발을 뺄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데뷔작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의 후속편 격이자, 아이가 상류층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욕망을 한층 더 적나라하게 표현한 소설이다. 부모가 될 준비를 하면서, 또는 이미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에게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말을 하게 될 때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분량이 그다지 길지 않고 담담한 필체로 서술된 책이지만,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면서도 순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결코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없는 소설이기도 하다. 특히 주인공의 여러 가지 심리를 담백하게 서술하는 데 소설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가난한 친정집으로 인한 자괴감, 결혼 생활을 하며 쌓인 시댁에 대한 불신 등 이런 상태에서 주인공은 예전에는 겪어 보지 못한 위기 속으로 점점 휘말려 들어간다. 상류 사회의 각축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아이와의 유대감을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또한 미스터리한 요소가 극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왜 남편 회사 사장 부인이 주인공에게 접근하여 주인공 아이의 사립 초등학교 학비까지 대줄까, 남편 회사 사장 부인이 아들의 성적과 주인공 아들의 성적을 바꾸자는 제의에 주인공은 과연 응할 것인가, 남편 회사 사장 아들의 잘못을 주인공 아들이 뒤집어쓰게 된 누명을 벗어나는 계기가 된 익명의 문자 메시지 등이 그것이다. 저자는 다소 일상적인 요소들로 이뤄져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독자가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미스터리하게 풀어나감으로써 작품의 주제의식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부유층 사립 초등학교 아이를 둔 엄마들을 중심으로 타이완 상류층의 삶을 흥미롭게 서술함과 동시에 누구나 경험했던 학창 시절의 치열한 입시 교육 제도를 섬뜩할 만큼 적나라하게 묘사해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했다.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행복한 젊은이로 산다는 것은?
1990년대 이후 일본은 거품경제의 불황에 빠져들었고 젊은 세대들을 걱정하는 ‘젊은이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국민 생활 만족도 조사’결과 20대의 75%가 ‘지금 나는 행복하다’라고 응답해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부조리한 사회, 워킹푸어, 젊은이들에게 불리한 산업구조까지 이러한 일본의 부조리한 사회에서 어째서 20대의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 젊은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 행복한 젊은이들과 대면한다.
이 책은 일본의 젊은이 사토리(깨달음) 세대 즉 21세기 젊은이들의 현주소 보여준다. ‘젊은이란 무엇인지’ 태평양전쟁 시기를 포함해 젊은이에 대한 담론을 살피고 ‘젊은이’란 일종의 환상이 아닐지 의문을 갖는다. 또한 ‘물건도 사지 않고, 해외여행도 다니지 않고, 정치에도 관심이 없는 초식 생활을 하며 내향적’이란 젊은이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사실일지 현장 연구에서 얻은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일본’과 ‘젊은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일본의 젊은이들은 행복하다’는 점을 ‘세대 간 격차’와 ‘노동 문제’를 통해 고찰하여 미래의 ‘젊은이들’ 행보를 전망한다.
저자는 사토리 세대가 발견한 행복한 삶의 방식을 의지박약한 젊은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이토록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게 만든 기성세대들의 업보라고 말한다. 그동안의 기성세대은 격차사회, 비상식적인 고용 구조 등의 사회 정책이 이 사회에 정착하게 만들었다. 정치적 열세인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겠는가? 결국 젊은이들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현실에 ‘안주’하며 불투명한 미래에 현혹되기 보단 하루 일상에 만족하며 인생의 행복을 찾는다. 이것이 오늘날 젊은이들의 ‘혁명’이자 최대한의 ‘행복’인 것이다.
“문학이라는 연못에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돌을 던지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문학이 그리는 빈곤한 세계 남류문학, 관습과 권위를 깨고 거울 앞에 서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시마 유키오,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마오 도시오… 일본 문학을 대표해온 남성 작가들을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거울 앞에 세운다면 어떤 모습이 비칠까. 일본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젠더 연구의 개척자 우에노 지즈코와 여성의 주체성을 탐구한 소설가 도미오카 다에코, 가부장제와 여성 억압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비판한 심리학자 오구라 지카코가 근대문학사의 쟁쟁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겁 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이를 ‘남류문학론’이라 이름 붙였다.
세 여자는 남성 중심적인 텍스트로 대문호 자리를 차지한 ‘남류작가’는 물론이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떠받드는 ‘남류평론가’, 다른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문단까지 가차 없이 비판한다.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라는 말조차 낯설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남류문학론》이 마침내 한국어판으로 출간된다. 아밀, 이서영, 백설희, 밀사 등 여성 작가 및 활동가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했다.
전자책
인터넷 친구를 만나러 간 소녀들이 실종됐다 타이완판 ‘N번방’을 고발하는 우샤오러 신작
타이완을 대표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우샤오러의 신작 장편소설 《죽음의 로그인》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의 자랑에서 가족의 수치로 굴러떨어진 ‘천신한’과, 가정과 학교에서 내몰려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루이안’은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게임에서 우정을 나눠온 유일한 친구다. 어느 날 죽음의 안개가 루이안을 덮치고, 천신한은 루이안을 구하기 위해 게임에서 단서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궤도’에서 이탈한 이들이 온기를 찾아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듯 게임과 인터넷으로 모여든다. 1인분의 생산력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의 말에 유일하게 귀 기울여주는 곳. 그곳에는 애정이라는 가면을 쓰고 소녀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인터넷 늑대’도 있다. 인터넷에서 아이들은 죽거나 구원받는다. 마치 현실에서 그러한 것처럼.
세계의 고통을 제 삶으로 연결해낸 공모자-저항자들
“이 세계 다수는 사실상 연루자다”
나에게 인류학적 세계 읽기란 단단한 이해를 거쳐 책임 있는 비판을 길어내는 과정이었다. 이해가 모든 앎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오류에 빠져서도 안 되었고, 비판이 손쉽게 조준할 과녁만 찾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 이해가 홀연한 불가지론에 닻을 내리면서 불의에 눈감게 되는 사태도 저어됐고, 비판이 제 수사적 고향을 판단의 유일한 준거로 삼는 것도 우려됐다. 타자를 이해하는 과정이 우리가 당연시해온 믿음, 가치, 윤리, 삶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길 바랐고, 이러한 비판이 무수한 세계의 마주침을 이끌어 삶의 이해를 확장하길 원했다. 이 과정은 때로 자기수양에 가까워서 ‘더’라는 어중간한 단어를 붙들 수밖에 없다. 더 단단한 이해를 거쳐 더 책임 있는 비판을 시도하기. 그리하여 진리를 포획한 권위로부터 이해와 비판을 해방시키기. _「서문」
전자책
경력 30년 작가가 말하는 작가 되기의 과정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글쓰기의 원칙들
시장에서의 옷 장사, 사업가로의 변신과 좌절, 모든 걸 내려놓고 글쓰기에만 투신한 삶의 드라마 속에서 글쓰기 원칙과 작가정신이 단련되는 과정을 보여주다
이 책은 『악녀서』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30년간 타이완 소설의 중심부에서 활동해온 중견 작가 천쉐의 글쓰기 특강이자 작가 되기 수업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될 만큼 작품에 생을 건 저자는 쓰는 자의 존엄과 생존의 기술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이 책의 쓰임새를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글쓰기가 내 생명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완성은 잘 못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다. 둘째,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둘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다. 셋째, 내가 쓰려는 작품과 외부 일(청탁 원고, 강연, 심사)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전업작가들을 위한 조언이다. 글을 쓸 때에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그 단계를 건너온 선배로서 조목조목 짚어 해결해준다. 천쉐는 스무 권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수많은 상을 받았고, 편집자 출신 애인과 결혼한 퀴어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을 쓸 때는 쓰는 것 역시 ‘노동’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품이 없으면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을 출간해본 사람이라도 그다음 작품은 늘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작가는 언제나 백지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백지를 대면하는 두려움을 뚫고 계속 쓰는 게 중요한데, 이 부분의 노하우를 심도 있게 제시한다.
전자책
Buruma, Ian옥탑방
제2차 세계대전, 권력을 도운 부역자들의 생을 추적! 이 책은 역사가 가진 힘과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다
하인리히 힘러에게 없어서는 안 됐던 개인 마사지사 케르스텐 중국에서 일본 비밀경찰을 위해 스파이가 된 만주족 공주 요시코 동료 유대인들을 독일 비밀경찰에 팔아넘긴 네덜란드의 하시드 유대인 바인레프
선악의 비중을 따져보고 도덕의 질량을 측정할 것
여기 범상치 않은 세 명의 인물이 있다.
체격이 좋은 데다 늘 사는 게 즐거운 마사지사 펠릭스 케르스텐. 자그마한 체구에 남장을 하고 다닌 청나라 공주 아이신줴뤄 셴위(가와시마 요시코). 절멸수용소로 갈 유대인들에게 목숨 값으로 돈을 뜯어낸 유대인 바인레프.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남다르게 관통한 세 사람의 삶을 추적하는 일종의 전기다. 세 사람은 독일어로 ‘호흐슈타플러Hochstapler’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사기꾼, 허풍쟁이, 협잡꾼쯤으로 번역되는 호흐슈타플러는 부역자나 저항자에 딱 들어맞지 않고 강한 도덕적 질타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모순투성이 삶을 산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더욱 도덕의 질량을 세밀히 측정할 수 있고, 사람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선악의 비중을 각각 따져보게 되며, 역사에서 사실만큼 허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이 셋을 선택했을까? 전쟁 시기에 일어나는 부역과 저항의 행위들은 선악이라는 도덕적 서사에 딱 부합하지 않는다. 악한 일이 선한 의도로 행해질 수 있고, 악한 사람이 간혹 선한 일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케르스텐은 유대인 살해 계획을 세운 힘러의 몸과 마음을 보살폈지만, 훗날 유대인 구출을 돕는 일도 했다. 셋 중 누구도 완전히 타락한 존재는 아니었고, 이런 특징은 오늘날 공공 영역에서 활약하는 이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자신을 성인보다는 죄인으로 상상하는 게 더 쉽지 않냐며, 이 세 명에 대입해봄으로써 부역의 문제를 반추해보자고 말한다. 역사는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은 삶의 복잡성을, 윤리의 다면성을 최대한 넓게 펼쳐서 보여준다. 거기엔 변곡점들이 있다. 도덕적 인물이 되거나 혹은 체제에 순응하거나. 이 책의 전개 방식은 독일과 네덜란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세 사람의 행로를 동시간대로 나란히 펼치는 식이다. 부역자, 협잡꾼, 스파이, 증언자 이 모두가 혼합된 인물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역사를 꽤나 흔들었다. 독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짜 뉴스나 증언에 휘둘리지 않고, 역사관과 사실 분별 능력을 발휘해 믿을 만한 증언을 가려내기, 절박함에서 나온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 인간적인 이해심은 갖되 윤리적 느슨함으로 일관하지 않기 등이다.
전자책
“슬픔의 강을 자비의 강으로 바꾸는 놀라운 서사”
단편소설의 대가 츠쯔젠 30년간 쓴 100편의 단편에서 열여섯 편의 정수만 담다
얼굴과 대기와 땅에 시간을 차곡차곡 쌓다
츠쯔젠은 단편소설의 대가다. 등단 후 30년간 100여 편의 단편을 발표했고, 그중 열여섯 편의 정수를 작가가 직접 골라 『가장 짧은 낮』으로 펴냈다. 그의 작품들은 우선 색채 감각이 두드러진다. 그런 감각이 작가가 자란 중국 북방의 자연 풍경과 겹쳐지며 등장인물들의 심상心象을 드러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시간을 얼굴에 차곡차곡 축적해와 “청포도 두 알 같은 눈두덩이” “오래된 낙엽처럼 얼굴 위를 기어다니는 검버섯” “뇌우가 닥치기 전의 하늘을 무겁게 채우고 있는 먹구름 같은 검버섯”으로 묘사된다. 사람뿐 아니라 대기와 땅도 시간에 사로잡혀 나이를 먹어왔다. “조금씩 노쇠해가는 하늘” “누런 가을처럼 늙어 있는 날들” “밤새 타고 남은 회색 재인 달”……. 츠쯔젠의 소설은 늘 계절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펼쳐지는 일상에서 사건을 포착한다. 「해빙」은 작은 봄에서 큰 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작은 봄에 얼음이 녹으면 샤오야오링 마을 사람들은 진흙길에 신발이 붙들려 나동그라지고 자빠진다. 관절이 부실한 노인들은 넘어지는 순간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 가사를 도맡고 있는 주부들은 쌓이는 빨랫감에 신경이 곤두선다. 작은 봄의 어느 날 초등학교 교장인 쑤저광에게 긴급 문건이 내려왔다. 문화대혁명 때 하방된 적이 있던 그는 혹시 또 험지로 보내질까봐 불안에 떤다. 진흙 묻은 옷 빨래를 하다가 돌연 남편과 떨어질까봐 초조해진 아내 리쑤산, 그러면서도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줄지 모를 이웃 남자 왕퉁량을 향해 품는 욕망, 마침내 남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모든 욕망이 무위로 돌아가 짜증만 덕지덕지 달라붙게 된 평온한 일상. 시간이 흘러 이내 큰 봄이 다가온다. 이 작품에서는 얼음이 녹을 때 사람들의 욕망도 함께 꿈틀거려, 그들의 마음에 달라붙는 계절의 모습은 더없이 감각적이다.
전자책
국내 첫 소개되는 신장위구르의 자연문학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달나라의 감각’ 루쉰문학상과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한 신장 작가 류량청의 데뷔작이자 대중과 평단을 놀라게 한 걸작
그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서른 중반인 1998년 『한 사람의 마을一個人的村莊』이라는 첫 산문집을 내고 수십만 부가 팔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서유기』에서 현장법사와 손오공이 건너갔던 화염산이 있는 신장위구르 톈산 아래 마을의 시골 청년은 이 성공으로 시인이 되었고, 이어 소설가가 되었으며 걸작 장편들을 쏟아내며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2023년엔 『본파』라는 소설로 마오둔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이름은 류량청劉亮程이다. 이 벽촌의 한 작가가 쏟아낸 문학적 에너지와 메시지가 무엇이었기에 이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가. 그 답은 그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한 사람의 마을』에 전부 드러나 있다. 빽빽한 글자로 550쪽에 달하는 이 책은 산문으로 쓰였지만 사실 시에 가까우며 인간이 속수무책으로 그 안에 녹아 있는 근원적인 자연이 그 모습을 드러낸 세계다.
전자책
“아직 어렸던 우리를 향해 희망을 속삭이는 듯했던 그 햇빛” 얼어붙은 줄 알았던 시간 속으로 날아든 작은 기적 부드러운 흰빛으로 가득 찬 백수린의 새로운 계절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수상 작가 백수린의 네번째 소설집
아무리 살아봐도, 거듭 생각해봐도 그 답을 알 수 없어 이런 이야기를 상상해보았다는 듯. 그와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아름다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내겐 없다. ─최진영(소설가)
손안에서 조용히 흘러내리는 모래가 나를 위로한다. 우주가 내 마음을 다독인다. ─이정향(영화감독)
섬세하고 사려 깊은 시선, 우아하고 단정한 문장으로 고유의 아름다운 세계를 펼쳐 보이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의 네번째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초 김윤식 문학평론가로부터 “물건 되겠다”는 평을 들은 바 있는 백수린은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안정적인 호흡으로 “가장 내밀한 내면”을 담아 “가장 보편적인 사건을 만”(김성중 소설가, 제10회 젊은작가상 심사평)들어왔다. 이러한 독자적인 스타일은 문단과 독자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고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등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참담한 빛』 『여름의 빌라』 『아주 환한 날들』 등 그의 소설 속에는 ‘빛’이 함께해왔다. 제8회 문지문학상 수상 당시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섬광처럼 빛나는, 그 희미한 희망의 전조를 기억하고 다시 쓰”(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작가라는 평은 왜 그가 ‘빛의 소설가’라 불리는지 짐작하게 한다. 이번 소설집 역시 작가 특유의 빛을 가득 품고 있지만, 작품마다 조금은 다른 색채를 펼쳐나간다. 한때 가장 가까운 사이였지만 영영 떠나보낸 사람과의 시간, 그리하여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없는 나날 속에 놓인 화자들에게 한 줌의 빛이 닿는 순간을 포착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p. 266)는 ‘작가의 말’처럼 상실과 죽음 앞에서 꽁꽁 얼어붙어 부서질 듯한 마음들에게 온기가 깃든 “봄밤의 모든 것”을 건넨다.
“그 무엇도 그들이 공유했던 서로의 온기와 감촉, 그 봄의 밀도와 향기만큼은 빼앗아 갈 수 없으리란 사실을” 오해와 이해 사이에 쏟아진 한 움큼의 선명한 온기 소설집을 열면 가장 처음 마주치는 작품이 「아주 환한 날들」이다. 어두운 날의 반어적 표현 같기도 하고 무방비한 빛을 머금은 희망을 예고하기도 하는 듯한 이 소설은 일흔이 넘은 여성 옥미에게 느지막이 찾아온 선물 같은 시간을 펼쳐 보인다. 딸과는 사이가 멀어진 지 오래인, 외롭게 홀로 지내는 그녀에게 사위가 문득 앵무새를 들고 찾아온다. 동물을 기르고 싶어 하는 아이들 때문에 집에 들였지만 막상 아이들이 무서워해서 키울 준비가 될 때까지만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낯선 앵무새와의 동거를 시작한 옥미가 새를 돌보면서 딸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느끼는, “새가 닿았던 자리만큼의 크기로 따스”(p. 36)한 감정을 섬세하게 구현해낸다. “딸은 그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걷고 있었다”(p. 109)라는 첫 문장이 암시하듯 「흰 눈과 개」는 사이가 좋지 않은 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이야기다. 거의 8년 만에 조우했지만 그토록 사랑했던 딸이 자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빠인 ‘그’는 여전히 못마땅하다. 딸 역시 자신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스위스로 부모를 초대했으나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를 원망한다. 오해로 인해 서로의 자리를 비워둔 채 지나온 세월로 되돌아가듯 설원 위에서도 그들은 다툴 뿐이다. 그러다 그들의 감정이 눈 녹듯 풀리는데, 절정과 결말의 틈에 놓인 “온몸으로 뛰어오르는 생명력”(p. 141)을 목도하면서부터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눈 덮인 그곳엔 관계의 균열을 무화시키는 서로를 향한 애틋함이 있다. 「빛이 다가올 때」와 「봄밤의 우리」는 우정과 사랑이 깃든 소설들이다. 또한 그때는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기억의 편린에서 찾아내 비로소 반짝이는 그것을 움켜쥐는 길을 보여준다. 이해할 수 없다고 예단했던 일들이 결국 나의 상황과 다르지 않았음을 깨닫는 이 여정은 “발을 담그기만 해도 휩쓸릴 급류인지, 서서히 젖어갈 빗줄기인지 미처 알지 못하는 채로”(p. 88) 기꺼이 백수린식 사랑 속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감정은 잃거나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안에 숨어 있음을, 그러므로 모든 오해를 거두고 언제든 다시 환한 빛과 온기를 만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제 그 모든 것을 담은 봄밤이 짙은 향기를 머금을 꽃잎이 되어 쏟아진다.
“그건 얼마나 달콤한 일이었을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었을까” 존재했던 삶의 부재가 그려놓은 마음속 드라마
백수린은 허무에 잘 적응된 사람들이 사소한 계기로 말미암아 생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포착한다. 삶의 행로를 방해하는 불순물로 치부됐던 불편한 기억, 복잡한 감정, 경직된 갈등의 실타래가 풀릴 때, 백수린은 그 실들로 다시 욕망하는 법, 다시 슬퍼하는 법, 요컨대 다시 사랑하는 법을 기워 인생 뒷면에 찬란한 삶을 수놓는다. [……] 이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주어진 빛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빛이기 때문이다. 사라지지 않는 빛을 만드는 백수린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경지다. 암흑 같은 마음을 살리는 소중한 백야다. ─박혜진, 해설 「잘 적응된 허무」에서(pp. 263~64)
『봄밤의 모든 것』의 화자들은 저마다 커다란 상실을 하나씩 품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존재인 딸과의 갈등, 죽음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족과 이웃, 각자의 삶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 사랑했던 애인과의 이별. 소설집 후반부에는 「호우豪雨」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세 편을 연작소설의 형태로 재구성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상실감’을 더욱 깊이 있게 그려냈다. 「호우豪雨」의 소희는 도서관에 가는 것과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전업주부다. 한때 작가를 꿈꿨을 만큼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상상 속 이야기로 빠져들기를 즐기는 그에게 죽음은 두렵지만 매력적인 소재로 다가온다. 소희가 사는 아파트 단지 밖 허름한 주택가의 파란색 대문 집에 놓여 있던 모든 게 사라진 것을 본 후 노인의 죽음을 상상하며 밤새 뒤척이는 까닭은, 죽음이 도처에 널려 있고 상실은 늘 곁에 머무는 그림자와 같기 때문일지 모른다. 다음에 놓인 「눈이 내리네」는 소희의 대학 친구 다혜의 이십대 시절을 회고하며 시작한다. 엄마의 먼 친척인 이모할머니의 하숙집에 머물며 열정 가득한 대학 생활을 시작한 다혜는 학교에서 연애는 물론 수업과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이다. 집에 돌아오면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아침잠 없는 칠십대 이모할머니와 생활했는데, 일찍 일찍 다니라는 이모할머니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다혜에게 사랑의 훼방꾼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 “젊음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자각하게 되는 날”(p. 201) 다혜는 할머니 생전 마지막으로 함께한 날을 떠올린다. 열정 가득한 청춘의 시기를 지나 생(生)의 중반기에 들어서며 더는 죽음을 쉽게 여길 수 없어진 마음들이 작가가 그려낸 부재와 상실의 설계도와 함께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는 앞선 두 소설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인 여행지 리조트를 배경으로 각자의 과거와 죽음에 관한 에피소드가 촘촘하게 구성된 인상적인 작품이다. 주미, 소희, 다혜 그리고 화자인 ‘나’는 이제 사십대 후반이 되었다. 그들의 대학 동아리 시절 이야기는 그들을 잠시 청춘의 그날로 되돌려놓기도 하지만 청춘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실감하게도 한다. 가족 누군가가 세상에 없거나 아이가 곧 대학생이 되는 그들에게 주미는 11년 전 독일에서 겪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이야기한다. 그 끝에서 그들은 죽음으로 점점 다가가는 삶의 허무와 공백의 자리에 “상처 하나 없이, 기적처럼”(p. 245) 날아오를 수 있는 희망을 심어놓는다. 더 올곧고 선명하며 “강직한 빛”(해설, p. 263)으로 찾아온 백수린의 소설들은 상실과 긴 허무의 밤을 걷는 모두에게 새봄을 선사할 것이다.
비르지니 데팡트옥탑방
르노도상 수상, 부커상 파이널리스트, 공쿠르상 선정위원…… 유수의 문학상 수상자를 넘어 선정위원으로도 활동하며 프랑스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사랑받은 비르지니 데팡트. 여성이자 비주류로 살아오며 겪은 폭력과 차별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데팡트가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로 한국 독자를 찾는다.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는 페미니즘, 미투 운동, 나이 듦, 중독, 우울증, 코로나 등 21세기 현대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장편소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세 주인공, 오십대 여성 배우 레베카, 사십대 남성 작가 오스카, 이십대 여성 조에를 통해 지금 가장 뜨거운 ‘혐오’의 문제를 신랄하고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프랑스 문단에 다시 노벨상의 기회가 온다면 그 영광은 데팡트의 몫이다”라는 찬사를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시스상 파이널리스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기시 유스케옥탑방
“다시 울려퍼지는 모리타트의 선율” 미공개 단편과 함께 돌아온 『악의 교전』
일본 모던 호러의 대표 작가, 기시 유스케의 『악의 교전』이 현대문학에서 재출간 된다. 『악의 교전』은 우리가 ‘선하고 안전한’ 공간이라 인식하는 학교가 “정말 그러한 곳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시작한다. 소설 속 등장하는 학교는 이미 도덕적 올바름은 잃은 지 오래. 배움의 전당이라는 허울만 남은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 폭력, 절도, 마약, 성추행 등. 학생에서 학생에게로, 그리고 교사에서 학생에게로 이어지는 악의 연쇄 속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절대 악(惡)’이 등장한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학교를 조종하는 영어교사 하스미 세이지. 그리고 하스미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다시 연쇄살인마로 각성하게 되는데…….
10여년 만에 다시 만나는 『악의 교전』에서는 본편의 전사(前史)를 다룬 「비밀」과 후일담을 다룬 「악·의·교·전」 두 편의 미공개 단편을 수록, 처음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공개된다. 한층 깊이 있는 모습으로 학교라는 성선설의 공간을 다시 찾아온 ‘악의 향연’을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한다.
기시 유스케옥탑방
“다시 울려퍼지는 모리타트의 선율” 미공개 단편과 함께 돌아온 『악의 교전』
일본 모던 호러의 대표 작가, 기시 유스케의 『악의 교전』이 현대문학에서 재출간 된다. 『악의 교전』은 우리가 ‘선하고 안전한’ 공간이라 인식하는 학교가 “정말 그러한 곳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시작한다. 소설 속 등장하는 학교는 이미 도덕적 올바름은 잃은 지 오래. 배움의 전당이라는 허울만 남은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집단 따돌림, 폭력, 절도, 마약, 성추행 등. 학생에서 학생에게로, 그리고 교사에서 학생에게로 이어지는 악의 연쇄 속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절대 악(惡)’이 등장한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학교를 조종하는 영어교사 하스미 세이지. 그리고 하스미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다시 연쇄살인마로 각성하게 되는데…….
10여년 만에 다시 만나는 『악의 교전』에서는 본편의 전사(前史)를 다룬 「비밀」과 후일담을 다룬 「악·의·교·전」 두 편의 미공개 단편을 수록, 처음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공개된다. 한층 깊이 있는 모습으로 학교라는 성선설의 공간을 다시 찾아온 ‘악의 향연’을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한다.
투명한 낙관으로 빛을 기다리는 마음 우리 시대가 그리는 사랑의 미래
박선우의 소설은 섬세한 망설임과 서글픈 다정함을 부드럽게 엮어, 세계의 비극과 부조리를 투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나는 투명하면서도 어딘가 주저하고 있는 듯한 박선우의 말하기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_황인찬(시인)
무엇보다도 이 엉망인 세상에 대한 존중을 버리지 않는 점이 대단하다고, 대단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_김지연(소설가)
햇빛 속에서 밀도 높은 빛의 방울들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반사된 무지개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한없이 흔들리며, 나는 더욱 명백하게 애틋한 마음으로, 박선우가 보여주는 ‘사랑의 미래’를 같이 꿈꾼다. _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전자책
심사위원의 열띤 지지를 이끌어낸 제3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지난해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제3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작을 선보인다. 1994년 ‘우리의 복잡한 현실을 끌어안고 그 속의 깊은 이야기들을 형상화하는 장편소설’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된 문학동네소설상이 제30회를 맞이하는 뜻깊은 해에 수상작으로 결정된 작품은 바로 박선우 작가의 『어둠 뚫기』이다. 『어둠 뚫기』는 심사 과정 내내 뜨거운 논의의 대상이었다. 심사 초반부터 “본심에서 내가 지지했던 단 한 편의 작품”(소설가 정한아)이라는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진 끝에 “진심에서 우러나온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바로 글쓰기의 능력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어울리는 작품”(소설가 한은형)이라는 심사위원들의 기꺼운 동의와 함께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선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이 소설의 작가가 2018년 『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선우임을 확인한 후 심사위원들은 다시 한번 열띤 축하를 보냈다. 박선우 작가는 그간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자음과모음, 2020)와 『햇빛 기다리기』(문학동네, 2022)를 통해 다채로운 사랑의 형태를 단정한 문장으로 형상화하며 차근히 문학세계를 다져왔다. 『어둠 뚫기』는 『햇빛 기다리기』에 수록된 단편 「겨울의 끝」을 확장한 장편소설이다. 「겨울의 끝」은 삼십대 남성 인물이 삶에서 겪는 여러 부침과 더불어 엄마와의 끈끈한 애증 관계 등을 은근한 온도의 문장들로 펼쳐내는 소설이다. 박선우는 여기에 사랑과 관계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에피소드들을 더하고, 우리 삶의 본질적인 질문, 즉 괴롭고 힘든 삶의 돌부리들에 끝없이 걸려 넘어지면서도 우리는 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욱 심화시킨 끝에 『어둠 뚫기』를 완성해냈다.
전자책
『친밀한 이방인』(드라마 〈안나〉 원작소설) 이후 8년 만의 신작 장편! 모두가 기다려온 스토리텔러, 정한아의 귀환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학교 4학년생 신분으로 문단에 이름을 알린 지 20년, 정한아는 어느덧 한국문학의 탄탄한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소설로 수행할 수 있는 최선의 성취를 꾸준한 속도로 이뤄왔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2009), 『애니』(2015), 『술과 바닐라』(2021)를 통해 인생이라는 오묘한 심연을 단편 속에 압축적으로 길어냈고, 장편소설 『달의 바다』(2007), 『리틀 시카고』(2012), 『친밀한 이방인』(2017)으로 한 편의 긴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갖춰야 할 구성의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친밀한 이방인』이 수지ㆍ정은채 주연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로 드라마화되며 차기작에 이목이 쏠린 지금, 정한아가 8년 만의 신작 장편 『3월의 마치』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지만 불가능한 방법을 실행에 옮긴다. 바로 과거의 나와 직접 대면하는 것. 이를 위해 정한아는 성공한 노년의 여성 배우 ‘이마치’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삶이라는 바다에서 무수한 파도를 넘으며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한 그녀는 세월이 남긴 깊고 묵직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마치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마지막 파도로 들이닥치고, 그녀는 과거의 시공간을 복원한 가상현실을 누비며 유실된 기억을 되찾고자 한다. 과연 이마치는 수많은 예전의 자신과 재회하며 삶의 강렬했던 순간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자연의 섭리처럼 밀려오는 상실과 망각의 물결을 막아내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간직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피엔딩일까. 『3월의 마치』는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가상의 무대 위로 우리를 초대한 뒤,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갖가지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도록 유도한다.
전자책
계급 정체성과 성 정체성은 어떻게 교차하는가?
게이로서,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 계급 가족을 떠났던 한 사회학자의 극단까지 밀어붙인 자기 분석
푸코 평전 및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 등을 펴내고, 성적 지배 체계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랭스로 되돌아가다』(2009)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동성애자이자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던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과 가족의 계급적 과거를 탐사해나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에리봉은 스스로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계급적 정체성과 성 정체성이 교차되고 갈등을 빚는 모습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동성애자로서 스스로를 정체화했던 그는, 오랫동안 부정하고 멀어지고자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급이라는 과거의 인장이 결코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그러한 부정의 과정이 현재의 그를 빚어낸 과정과 뗄 수 없이 맞물려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은 사회적 지배질서와 정상성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방식과 그 영향 아래 개인의 주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훌륭하게 포착해내고, 교육의 재생산 효과와 프랑스 지성계의 뿌리 깊은 계급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식 장을 넘어 일반 독자층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랭스로 되돌아가다』는 프랑스에서뿐만 아니라 영미권, 동유럽과 북유럽, 남미, 아시아 국가들에서 잇따라 번역되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독일에서는 1년 만에 8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그러한 반향은 출판계를 넘어 예술계에까지 이르렀는데, 2014년에는 프랑스 연출가 로랑 아타가 이 책을 각색해 아비뇽 연극제에 올렸고, 2017년에는 ‘사회학적 연극’으로 유명한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공연 작품으로 만든 후 독일은 물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현재까지도 상연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에리봉은 2008년 예일대학 LGBT 연구위원회에서 수여하는 ‘브러드너 상’(주디스 버틀러, 이브 세즈윅, 조지 천시 등이 이 상을 받았다)을, 2019년 영미권 국제학회인 노동계급연구회가 수여하는 제이크 라이언 저술상을 받았다.
한편 자기 자신을 객관적인 분석의 재료로 삼아 일종의 ‘사회 분석’을 시도하는 이 책의 글쓰기 형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몽테뉴에서 사회학자 부르디외, 소설가 아니 에르노에 이르기까지 ‘자기에 대한 쓰기’와 관련해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프랑스에서, 에리봉의 이 책은 자기기술지/오토픽션에 대한 논의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작품으로 꼽히게 되었다. 또한 정상성 규범의 억압 속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탐구하며 스스로를 재발명해나가는 소수자의 글쓰기 사례로서도 숙고할 만한 모범을 제시한다.
“나는 너에게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서 권김현영 작가의 첫 소설, 페미니즘 문학의 새로운 지평
남들보다 높은 체온과 정전기를 일으키는 독특한 체질의 ‘씨씨’. 사람이 아니거나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거나 심지어 사물이나 동물들조차 틈만 나면 씨씨에게 몸을 붙인다. 그런 씨씨 앞에 나타난 ‘D’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씨씨를 안심시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D의 말과 행동에서 씨씨는 어떤 위화감을 느낀다. 씨씨의 가장 가까운 친구 ‘권’은 씨씨의 내적 갈등을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 권은 왜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를 사랑하기 위해서 애쓰는지 답답해하며, 차라리 여자를 만나라고 권한다. 씨씨는 결국 여성의 몸과 이름에 가해지는 폭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기. 실망하지 않기.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않기. 나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지 않기.” 권태와 우울로 잠기는 날이 오더라도, 다시 한번 뛰어오를 수 있다고 믿어보기
《나주에 대하여》로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하고, 《동경》 《공룡의 이동 경로》 등을 펴내며 마음의 모양을 그려내는 다정한 언어로 사랑받아온 김화진 작가의 《개구리가 되고 싶어》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잠깐씩 연기가 되어 미래의 일을 내다보고 돌아오는 수경, 1년 동안 가은과 기쁨과 슬픔을 나눴지만 어느 날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멀어져버린 완, 완이 떠나고 더 이상 기대하지도, 실망하지도 않기로 한 가은.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김화진 작가는 인간관계가 만들어내는 막연하고 연약한 유대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그처럼 느슨한 유대를 통해서만 실현 가능한 ‘야망’의 끈을 붙들며 관계의 힘을 긍정한다.
간절해서 탐욕스럽고, 절실한 만큼 지나친 소망 아래 사라져버린 이들을 반복해서 불러내고 기억하는 이야기
사회와 불화하는 여성들의 내면과 현실을 촘촘하게 재현하고 그 너머를 상상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번역가 이주혜의 신작 소설 《중국 앵무새가 있는 방》이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나’의 동갑내기 사촌 ‘연수’가 사라졌다. 이모의 소망과 소원을 하나씩 이뤄주며 자란 착한 딸, 똑똑하고 자랑스러운 딸 연수와 그런 연수를 거울삼아 질투와 동경 사이를 오가던 ‘나’. 어느 날, 연수는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와 다짜고짜 물 위를 걸으러 가자고 제안한다. 온갖 계절이 혼재하고, 돌탑이 사람의 욕심처럼 끝없이 늘어선 한탄강. 연수는 각자의 소망들로 아우성치는 돌탑을 향해 “무겁고 징그러워”라며 못 박듯 내뱉고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사라지고야 만다.
“사라진 사람들을 생각하는 일이 아무리 애달프고 아픈들 사라짐 자체를 뛰어넘지 못”하지만, ‘나’는 다만 “비로소 부재를 감각하는 출발점”으로서 연수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쓰기 시작한다. 욕심과 구분할 수 없게 된 소망과 소원의 모서리를 가다듬으며 ‘한탄강 물윗길’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때, 우리는 몇 번이고 연수를 만나 손을 잡을 수 있다.
“참말이다. 그런데 나한테만 참말이다. 너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다.” 미신과 주술적 사고, 신비 현상이 난무하는 사실주의 소설
한국 SF의 기원과도 같은 작품들로 수많은 신진 작가에게 영향을 주고, 국내 SF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의 《헤픈 것이다》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의 무대는 진부 이씨 가족이 한데 모인 장례식장이다.
주인공 ‘주은’이 암 투병 끝에 생을 마감한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이비 종교부터 풍수지리까지, 오랜만에 모인 진부 이씨 가족들은 온갖 ‘기이’를 늘어놓고, 자연스럽게 섞여든 기이들은 서로 자신이 진짜라며 자리다툼을 한다. 지쳐서 잠에 빠진 주은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기적과 신비’를 넘나드는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더욱 정교하고 섬뜩해진 ‘이상한 집 시리즈’ 2탄 출간
11채의 이상한 집, 11개의 기묘한 평면도 모든 것이 연결되는 순간 끔찍한 비밀이 드러난다!
평면도만으로 독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이상한 집》. 그 두 번째 이야기 《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가 리드비에서 출간된다. ‘이상한 집 시리즈’는 인기 호러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우케쓰의 대표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만든 유튜브 영상 ‘이상한 집’에서 시작된 소설 《이상한 집》(2021)은 베스트셀러는 물론 영화, 코믹스로도 제작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23년 출간된 후속작 《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는 2024년 일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으며, 문고본으로 발매된 《이상한 집》 또한 그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상한 집 시리즈’는 누적 255만 부를 돌파했으며, 일본 출판 역사상 최초로 문고와 단행본 두 부문을 석권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상한 집 2 - 11개의 평면도》에는 부제처럼 모두 11채의 이상한 집이 등장한다. 다양한 평면도와 등장인물, 한층 더 커진 스케일 그리고 더 섬뜩한 공포와 미스터리까지. 우케쓰는 첫 페이지에서 독자들에게 “꼭 추리하면서 읽어 보길 바란다.”라고 도전장을 내민다.
아득한 우주에서도, 무너진 세계에서도, 저 멀리 반짝이는 ‘당신’을 발견하는 정소연의 SF
“한 사람의 마음속이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알게 해주는 작품” 구병모(소설가)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소연의 소설집 《미정의 상자》가 출간되었다. 지난해 먼저 선보인 《앨리스와의 티타임》과 나란히 놓이며 《옆집의 영희 씨》 복간 프로젝트가 완료된 것이다. 10년 전 “소박하지만 위대한 삶의 단면들”을 담아내며 “제법 묵직한 성취”(소설가 배명훈)를 이루었다는 평을 받았던 이 책은 아쉽게도 장기간 절판된 바 있다. 독자들의 꾸준한 복간 요청이 이어지던 이 책이 작가의 신작 단편들과 함께 새 짜임, 새 장정을 갖추어 래빗홀에서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비교적 초기작이 다수였던 《앨리스와의 티타임》과 달리 이 책에서는 구간 수록작 5편에 신작 9편이 더해져 총 14편이 묶였다. 첫 챕터인 ‘카두케우스 이야기’는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배경인 연작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먼 거리를 단숨에 건너갈 수 있는 ‘비상점’을 통해 먼 항성계 사이를 건너갈 수 있지만, ‘도약’이라 불리는 이 초광속 비행 기술을 ‘카두케우스’라는 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한다. 특히 〈깃발〉, 〈무심〉, 〈돌먼지〉, 〈비 온 뒤〉, 〈집〉은 기존에 책으로 묶인 적 없는 작품들이라 카두케우스 시대에 어떤 일들이 더 있었는지 궁금해했던 독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챕터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은 재난 상황을 테마로 한 퀴어소설이 다수 묶였다. 표제작 〈미정의 상자〉와 〈현숙, 지은, 두부〉에서는 공통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삶의 다른 경우의 수를 탐색하는 상자가 등장하여, 극악의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대상을 살리고 싶고, 그래서 최선을 찾고자 시간마저 되돌리고 싶은 절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환상적인 존재나 고도의 기술 환경이 주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우리의 일상 속 익숙하게 미답의 자리에 남아온 문제들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정소연의 특장은 이 책에서도 빛난다. 더하여 여러 작품이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별하는 이들을 그리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인물들의 의지로 이야기는 항상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렇게 정소연의 소설은 조금 나은 미래를 향한 문틈을 살짝 벌리고 우리에게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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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 끝내 살아남을 사랑의 기록
어느 토요일, 지구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지만 한 사람은 무사하다. 종말의 비망록인 듯한 이 소설은 ‘기적의 비화’에 더 가깝다. 개개인의 사랑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더라도, 사랑이 모여 이루어낸 기적은 어떤 식으로든 기록되기 마련임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소설에는 달의 뒷면처럼 영영 모습을 감출 뻔했던 ‘궤도 밖 아이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록되었다. 우리는 지구가 반파되는 비극을 목도하면서도 단 한 사람의 무사함에 깊이 안도하게 된다. 그 한 사람은 누군가의 세계였기에. 그러므로 이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놓지 않은 연대의 기록이자 한 세계가 끝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사랑의 연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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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의 화려한 삶의 이면에 숨어 있던 작품
19세기 말 파리를 무대로 한 오스카 와일드의 숨겨진 이야기 『텔레니』. 저자 이름 없이 출간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으로, 그의 미학적, 도덕적, 성적 관심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두 남성의 사랑을 생생하고 대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정면에 드러낸 영어권 최초의 게이 에로틱 소설로 손꼽힌다. 당대 최고의 유명 인사였던 오스카 와일드가 익명으로 위선적인 사회의 베일에 가려진 진면모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소수자의 외침이나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오락물을 넘어선,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라는 이름 자체의 영향력 또한 뛰어넘은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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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인이 번역한 ‘죽음과 예술에 관한 고찰’ 한국에서도 40년 넘게 사랑받았던 스테디셀러 기존 번역 누락분을 추가한 국내 최초의 완역판
자살을 다룬 책 중에 국내에서 가장 꾸준한 관심을 얻은 책은 무엇일까. 이 분야의 고전인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책이 바로 앨 앨버레즈의 『자살의 연구』다. 이 책은 1982년에 최승자 시인이 번역한 판본이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이후 40년 가까이 판매를 이어 오며 한국 독자들에게 시대를 넘어선 명저로 자리 잡았다. 암실문고에서 새롭게 내놓은 『자살의 연구』는 이 최승자 번역본을 바탕으로 전면 개정했으며, 여기에 기존 판본이 누락했던 내용을 추가 번역한 국내 최초의 정식 완역판이다. 추가한 분량은 원서 기준으로 약 50쪽에 이른다.
잊힌 논문, 잃어버린 인터뷰, 묻힌 증거로 가득한 연구 1300페이지 분량의 녹취록 분석
“아렌트는 지나치게 성급하고 위험했다”
왜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이 중요한가
1906년 10월 14일, 한나 아렌트가 태어났다. 그보다 7개월 앞선 3월 19일, 아돌프 아이히만이 세상의 빛을 봤다. 동갑내기 두 사람은 유대인 학살을 둘러싼 피해자-가해자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주인공 삼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썼다. 아이히만 역시 자신을 주인공 삼아 『다른 이들이 말했고, 이제 내가 말할 차례다!』를 썼다. 아렌트는 1961년 예루살렘 재판을 참관한 뒤 이 책을 썼지만 후대의 학자들은 문서고에서 굽은 등을 하고 아이히만이 남긴 자료를 추적하며 읽고 해석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을 쓴 슈탕네트가 그중 한 명이다. 아이히만이 악필로 쓴 원고를 잇는다면 길이가 총 240킬로미터에 달하는데, 그녀는 이 자료들을 손에 넣는 대로 읽었다. 그러고는 “아렌트가 너무 성급하고 무엇보다 위험”했다고 평가한다. 아렌트 책 출간 이후 50년 만의 반박이다. 이런 평가는 아렌트의 저술 이후 수십 년간 연구가 누적됐고, 자료가 계속 수집됐으며, 통계 데이터가 산출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 고쳐 말하자면 아이히만은 “악의 평범성”의 상징이 아니라, 매우 노련하고 체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예루살렘 이전의 아이히만』은 예루살렘 법원에 서기 전 아이히만의 생을 쫓는다. 아렌트의 책은 현재적 가치를 여전히 갖는다. 다만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광적인 칸트 애호가로서 쓴 상세한 기록물은 물론이고, 급진적 신학자 윌리엄 헐과 종교철학을 두고 논쟁한 사실도 알지 못했다. 또한 법정에서 아이히만이 자신의 최후 진술을 대부분 칸트의 말로 채웠다가 변호사에게 제지당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철학도처럼 보이려 한다는 점은 간파했지만, 이것이 어리석은 허영심과 철학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아이히만이 망명지 아르헨티나에서 가졌던 대담의 녹음테이프와 녹취록의 존재는 오랫동안 알려져왔지만, 그 품질이 좋지 않아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슈탕네트는 이 테이프들을 해독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자료들과 함께 정리해 아이히만에 대한 완전한 분석을 제공하려 한다. 850쪽이 넘는 이 책의 전반부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이히만의 모습과 전후의 도주생활을 조명한다. 그는 신분증 위조, 여러 개의 가명, 도주 경로에 대한 거짓말 흘리기 작전 등으로 도피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 정착해서는 자신을 숨기지 않았다. 이름과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고, 유대인 1030만 명이 아니라 600만 명밖에 죽이지 못한 것이 통탄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족을 아낀 그는 도주 기간에 아내와의 사이에서 넷째를 출산하기까지 했다.
아이히만은 아렌트가 언급했듯이 “참으로 적당한 정신적 재능”과 “판단 능력의 부재” 및 “자기표현에 무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스라엘에서 아이히만을 300시간 동안 심문했던 아브너 레스는 그를 “충분한 지식을 갖추었고, 매우 지적이며 노련하다”고 묘사했다. 아이히만은 모든 텍스트를 자신의 쓸모에 따라 왜곡하는 지적 체계를 가졌지만, 어쨌든 그는 칸트 외에도 니체, 플라톤, 쇼펜하우어를 인용하고 심지어 유대인인 스피노자의 텍스트까지 끌어들여 자기 변론을 하던 사람이었다.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긴 사회파 미스터리!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 『모래그릇』 제2권. 마쓰모토 세이초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로, 다섯 번에 걸쳐 TV 드라마로 만들어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60년을 배경으로, 신원불명의 시체와 살인사건에서 시작하여 전후 혼란스러운 일본 사회의 모습과 그로 인해 희생될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어떤 비극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준다.
어느 새벽, 전차 조차장에서 얼굴이 뭉개진 채 발견된 남자의 시체.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지만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알아낸 것은 피해자가 도호쿠 지역 사투리를 쓴 것 같다는 증언과 ‘가메다’라는 단어뿐이다. 베테랑 형사 이마니시는 미궁에 빠질 것 같은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리며 조사를 계속하지만, 수사가 진행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데….
“사물을 왜곡시킨다고 생각하는 거울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 그게 바로 진실이다.”
어둠 속에 고립된 한 여자의 시선으로 세계의 이면을 밝힌 진 리스의 대표작
시대를 앞선 문제 의식과 스타일을 선보인 진 리스의 대표작 『한밤이여, 안녕』이 웅진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한밤이여, 안녕』은 진 리스가 1939년 발표한 소설로 1958년 BBC 방송에서 극화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점, 분열된 자아의 중첩된 목소리,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기법 등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진 리스는 가장 주목받는 영국 작가로 떠올랐다. 컬럼비아대학교 교수이자 소설가인 데보라 아이젠버그는 『한밤이여, 안녕』을 두고 “깨진 수정 조각처럼 날카롭고 투명하며 놀랍다.”라고 평했다. 『한밤이여, 안녕』은 193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술에 의지한 채 외롭게 살아가는 여성 사샤의 삶을 그린다. 남편과 연인들에게 버림받고 허름한 호텔로 흘러들어온 마흔 살 여인 사샤, 세상의 냉대와 가난에 지친 그녀의 바람은 오직 술에 취해 세상을 떠나는 것뿐이다. 그런 사샤를 부유한 여인으로 착각한 청년 르네가 그녀에게 접근하며 함께 밤을 보내길 청하지만, 남자를 불신하는 사샤는 르네에게 그간 받아온 모욕을 분풀이하려 한다. 소설은 죽음을 향해 가는 한 여자와 삶의 열망에 이끌리는 젊은 남자의 열흘 간의 만남을 그린다. 고요히 침잠하고자 하는 사샤와 상승 욕구로 충만한 르네. 두 사람은 하락과 상승, 닫힘과 열림, 원숙함과 젊음의 대비를 보여주며 소설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한밤이여, 안녕』은 사샤의 분열된 자아와 복잡하고 모순된 심리, 그녀가 접하는 일그러진 세계의 이면을 예리하고 탁월하게 그려낸다.
“화가의 삶과 그림을 떼어놓고서는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화가의 인생을 통해 들여다보는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화가 27인의 찬란한 명화들
문화 분야 구독자 1위, 누적 조회 수 4천만! 화제의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을 책으로 만나다
좋은 음악과 훌륭한 글은 처음 한 소절만으로도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배경지식과 작곡가의 의도를 예습하면 더 좋지만, 그냥 즐겨도 좋다. 하지만 미술은 조금 다르다. 대체 뭘 그린 건지, 어떤 의미가 담긴 건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예습하지 않은 사람에게 때로 미술관은 난처한 장소가 된다. 작품을 보는 취향은 분명 제각각이다. 남들이 다 좋다는 그림도 본인의 눈에 차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막연히 잘 모르겠고 어렵다는 이유로 미술을 싫어하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저자는 미술을 재밌고 알기 쉽게 전해보자는 취지로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이라는 칼럼을 연재하게 됐다. 해당 칼럼은 현재 네이버 문화 분야 구독자 1위, 포털 누적 조회 수 4천만을 넘어서며 화제의 코너로 자리 잡았으며, 보기 쉽게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달라는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연재분을 모아 다듬고 미연재분을 추가해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이란 이름으로 독자 곁에 찾아왔다.
“위대한 화가라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그려야 한다.” -에두아르 마네
마네의 말처럼 작품에는 당시의 현실, 화가의 사상과 철학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그림의 주재료인 작가의 관점과, 그 관점의 원료인 삶을 알게 되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그림을 작가의 삶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또한 작가의 삶을 풍부하게 전하기 위해 외국의 미번역 최신 문헌을 최대한 참고했으며, ‘많이 읽고, 조금 판단하고, 있는 그대로 전하려 노력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작가의 인생과 철학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건널 수 있는 다리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다리를 건너면 나도 모르게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뿐 아니라, 그동안 몰랐던 명화의 뒷이야기를 통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 G. 웰스의 SF 고전 『모로 박사의 섬』 19세기 멕시코를 무대로 다시 태어나다!
공포, 판타지, 역사, 누아르 등을 누비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장르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가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가 SF 장편 『모로 박사의 딸』로 돌아왔다. 고딕 소설의 전통과 라틴아메리카라는 배경을 결합한 『멕시칸 고딕』으로 영국환상문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번에는 『우주 전쟁』, 『타임머신』으로 잘 알려진 H. G. 웰스의 또 다른 대표작 『모로 박사의 섬』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동물 생체실험으로 탄생한 기이한 피조물들이 사는 섬을 다루며 과학만능주의와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경종을 울린 원작의 무대를 멕시코로 옮겨 반식민주의적 메시지를 보다 강화한 동시에, 가부장제의 모순을 깨닫는 젊은 여성을 새로운 주인공으로 제시하며 여성주의적 색채를 더했다. 한편 작품의 배경으로서 지배 계급과 원주민 사이의 분쟁으로 혼란스러웠던 19세기 중반 멕시코의 역사가 생생히 그려진다. 『모로 박사의 딸』은 《뉴욕 타임스》, 《타임》, 《NPR》 등 유수의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휴고 상과 로커스 상 최종 후보작에도 올랐으며, 현재 제임스 완 감독의 제작사 아토믹 몬스터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산하의 UCP에서 판권을 획득하여 드라마로 개발 중이다.
청말 태감들이 직접 겪은 궁중 회고록을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만나본다!
청 황실이 빚어낸 영광과 치욕의 증언자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 이 책은 청대의 태감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태감제도의 유래, 자금성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연회를 담당한 청대 태감 조직의 체계, 직무, 녹봉 그리고 그들의 품성과 불운한 일생을 조명함과 동시에 궁중의 비화와 5000년 동안 이어져온 태감 제도의 최후의 모습까지 기록으로 담고 있다. 중국 최후의 구중궁궐에 가려진 권력의 내밀한 일상과 쇠락하는 시대의 사실적 기록을 환관의 눈으로 촘촘히 조감하고 있다.
1부 ‘궁중의 숨겨진 이야기들’에서는 70대에 접어든 마지막 태감 신슈밍이 직접 겪은 태감의 실상과 은밀한 황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2부 ‘거세에서 풍찬노숙까지, 태감의 굴곡 많은 삶’에서는 마더칭 외 14인의 태감이 들려주는 자금성의 생활과 한 많은 삶을 구술한 회고록의 형식으로 서술하고, 3부 ‘즉문즉답: 청 황실을 말하다’에서는 서태후가 상주하던 궁전인 영수궁에서 일했던 태감 겅진시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중국 역사상 최후의 환관들이 기억을 더듬어 재구성한 것으로 황궁의 화려한 모습과 그 이면의 쇠잔한 풍경을 보여준다.
엘리자베스 로즈너옥탑방
부헨발트 수용소 생존자 2세의 역사와 기억과 트라우마에 관한 걸작 논픽션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는 잔혹 행위, 그 파멸적 유산을 품어낼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은 부헨발트 수용소 생존자 2세인 유대인계 미국인 작가가 부모 세대의 기억이 망각되는 것이 두려워 독일의 노쇠한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에세이스트인 저자는 부모의 트라우마를 물려받아 자기 몸속에도 불안과 두려움이 삶의 순간순간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괴롭혀왔다는 것을 자각하며 2세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인터뷰어가 되어 생존자들의 기억을 파고들어간다. 작가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신의 부모 이야기와 자랄 때의 가정환경이 얼룩처럼 덧칠되는 것을 느끼면서, 이 집단적 고통의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몸에 새겨 넣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홀로코스트의 기억에 대해서는 프리모 레비나 파울 첼란 등 생존자 작가들의 뛰어난 작품들이 이미 많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엘리자베스 로즈너의 책은 희생자 1세의 자식 세대인 2세가 그 기억과 마주하고자 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로즈너는 자신이 이 기억과 고통의 유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3세대, 4세대로까지 이어질 문제임을 상기시켜준다. 한편 저자는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만나는 와중에도, “우리는 가해자를 비판하려는 본능을 되도록 억제해야 한다”면서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듯 가해자의 사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가 곧 가해자일 수 있고, 또 가해자들 역시 우리처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그런 일을 저질렀던 것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안아야만 우리 인간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고 무슨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에 관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