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ftoplife · 2023년 12월 22일 가입 · 576권 적독
“잊히고, 사라지고, 자신을 잃어 가고, 해체되는 것에 관한 책!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발행되었던 다니엘 켈만의 『명예』가 단행본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독일 전후 문학사에서 유례없는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던 『세계를 재다』 출간 이후, 독일 문학을 이끌어 갈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받은 켈만이 평단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발표했던 이 작품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실험적인 구성을 시도한 소설로, 다니엘 켈만은 소설 『명예』로 세계적인 문학을 이룩했다(《벨트보헤》)는 평을 받았다. 다층적이고 다의적인 이야기들이 완벽한 구조를 이루는 이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현실과 허구 사이를 오가며, 사소한 우연들이 빚어낸 미묘한 변화로 정체성의 거대한 혼란을 겪는다. 이 작품은 이자벨 클레펠트 감독의 동명의 영화(영어 제목: Glory: A Tale of Mistaken Identities, 2012)로 제작되기도 했다.
다니엘 켈만은 『명예』에 대해 “잊히고, 사라지고, 자신을 잃어 가고, 해체되는 것에 관한 책”이라고 말했다. 세계를 새로 발견하고 인생을 새로 발견하는 것, 한 인생에서 벗어나 다른 인생으로 들어가는 것. 그것이 꿈이든 현실이든 간에.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까.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고, 그 결과 나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 규명하는 일도 더 어려워졌다. 거미줄처럼 얽힌 통신 네트워크라는 세계 안에서 나란 존재의 위치와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현실이 가상이 되고, 또 가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에서 꿈속에서 또 꿈을 꾸는 것처럼,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처럼, 내 안의 내가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__임정희 「옮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