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ftoplife · 2023년 12월 22일 가입 · 461권 적독
한 번 읽으면 잊히지 않는 강렬한 여운!
“행복한 인생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에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행복했습니까?”라는 짧은 질문이 모든 걸 흔든다. 가케이는 기억을 잃어가는 중이지만, 잊을 수 없는 감정은 영혼 깊숙한 어딘가에 남는다. 어릴 적 어머니의 죽음, 폭력적인 계모, 혼자 낳아 키운 아이, 생계를 이어주던 재봉틀 한 대, 그리고 물속을 조용히 헤엄치던 금붕어. 저자 나가이 미미는 케어매니저로 살아온 경험을 살려 한 편의 소설로 꿰어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56세라는 빠르지 않은 나이에 첫 장편소설로, 제45회 스바루 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은 치매를 앓는 주인공의 시간을 넘나드는 회상장면들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흐른다. 흔히 떠올리는 치매 환자의 이미지와 달리 주인공은 때로는 상황을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받아넘기고, 때로는 온전히 그 과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단순하게 이어지는 것 같은 주인공의 과거들은 마지막 기억 조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하나의 긴 인생 스토리로 완성된다. 일본에서 책이 출간되고 독자들은 말했다. “책을 덮은 뒤에도, 내가 그 삶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 말처럼 이 소설은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다. 쉽게 잊히지 않는 여운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된다. 먼 과거가 오히려 또렷하게 남아 있는 시간의 아이러니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한 노인의 삶 앞에 조용히 앉아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떠올린다. 불행하고 힘들기만 한 것 같은 삶 순간순간에 우리를 일으키는, 사랑받았던 순간이 있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