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rooftoplife · 2023년 12월 22일 가입 · 111권 적독

계급의 숨은 상처

리처드 세넷 · 조너선 코브옥탑방

계급의 숨은 상처

책 소개

노동 계급 하층민에게 인간의 얼굴을 되찾아준 노동 사회학의 고전

노동 계급의 의식과 감정, 그 구조적 복잡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1972년으로부터 도래한, 능력주의의 파국에 대한 오래된 예언

‘자율, 자립, 독립’의 이상은 어떻게 노동 계급을 힘없는 개인으로 쪼개고 그들 마음에 뒤틀린 상처를 남기는가?

2023년, 영미권의 진보 좌파 담론을 선도해온 영국의 버소 출판사에서 《계급의 숨은 상처》가 재출간되었다. 리처드 세넷이 청년 시절에 동료 조너선 코브와 함께 1972년에 쓴 책이었다. 2023년에 새롭게 출간된 이 책의 서문에서 세넷은 그 당시 ‘최악의 병폐’가 오늘날 더욱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고 적는다. 책을 쓸 당시에는 계급 체계와 능력주의가 노동자들의 마음에 남기는 상처가 ‘사회적 지위’의 문제였으나 지금은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세넷은 여든이 넘는 노학자가 되었다. 그는 “계급 전사로서 나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포기하거나 좌절하지는 않는다. “계급 의식이 더욱 투철한 사회”가 도래하기를 희망한다. 그 희망은 계급의 숨은 상처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되짚어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972년, 세넷과 코브는 능력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하는 기준을 폐기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이 필요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기에 새로운 기준의 확립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 이들의 바람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능력주의는 그때보다 훨씬 거세게 기승을 부리며, 사람들은 계급의 숨은 상처가 수치스러워 여전히 자신을 ‘입증’하는 데 몰두한다. 그러나 계급의 숨은 상처가 심화되어 ‘생존’의 문제가 된 절박한 현실은 인간 존엄성의 새로운 기준을 다시금 고민할 분명한 계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계적 거장이 된 어느 노학자가 청년 시절 벼려낸 날카로운 호소력으로 가득한 이 책은 인간을 외롭게 만들거나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존엄성의 기준을 질문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