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sseau · 2025년 1월 14일 가입 · 19권 적독
헤르만 프랭켈R
서양 정신사 최초의 전성기에 대한 탁월한 안내서
호메로스, 헤시오도스, 파르메니데스, 헤라클레이토스, 사포… 고전학의 세계적 대가 헤르만 프랭켈이 펼쳐 보이는 초기 그리스의 사유 세계
이 책은 그리스 상고기 곧 기원전 8세기부터 5세기까지 범 그리스 문화권에 등장했던 시인들과 철학자들의 작품을 통해 서양 문명의 시원적 사유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리스 시대 구분에서 ‘상고기’란 아테네 비극시인들과 소크라테스가 등장한 ‘고전기’ 직전까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이 시기에 대해 문학에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와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및 사포와 같은 서정시인들의 몇몇 시편을, 그리고 철학에서는 탈레스로부터 헤라클레이토스에 이르는 자연철학자들의 이야기를 간간히 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상고기에는 이들 외에도 인간과 세계에 대해 탁월한 사유의 수준을 보여준 여러 시인과 철학자가 있었다. 세계적인 고전문헌학자로 꼽히는 헤르만 프랭켈은 1950년대 이른 시기에 펴낸 이 1천여 쪽의 대작에서 그들의 문학적, 철학적 성취를 훌륭하게 복원함으로써 이 책을 이후 고전학의 필독서 위치에 올려놓았다.
상고기 그리스의 독특한 점은 다른 문명권에서는 소실되거나 흔적마저 지워진 문학과 철학의 텍스트들이 어떻게 원문 그대로 살아남아 후대에 전해질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저자는 자신들의 현재적 위치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인식을 실제 삶에서 실현하려 했던 의지야말로 다른 시대, 다른 문명과 뚜렷이 대비되는 상고기 그리스인들의 특징이며, 이 때문에 그들의 유산이 후대에 반복적으로 회자되고 보존될 수 있었다고 본다. 이 책은 독일에서 그리스어/라틴어 고전학과 철학을 연구하고 학위를 받은 역자들이 ‘한국연구재단’의 명저 번역 지원을 받아 옮긴 책으로, 번역의 가독성과 정확성 면에서도 일반 독자뿐 아니라 전문 연구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