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olovesme · 2023년 12월 5일 가입 · 51권 적독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유리사
오늘날 민중들이, 그리고 민중들의 재현이 위협받고 있다. 디디-위베르만의 이러한 생각은 이 책의 도입부 첫 번째 도판이 주는 시각적 충격과 함께 개진된다. 역사의 폭력으로 말미암아 얼굴이 찢겨진 익명의 참호전 희생자의 ‘깨진 얼굴’ 초상사진(25쪽 도판)은 이 책이 미술사, 역사철학, 이미지 인류학이 교차하는 사유 지대에 자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첫 번째 이미지가 제기하는 질문은 이후 전개되는 다섯 개 장에 걸쳐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즉, 민중들에게 ‘대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이 절단된 얼굴 이미지에 대한 응답은 유려한 산문 텍스트로 책을 마무리하는 다섯 번째 장인 에필로그를 통해 이루어진다. 왕빙의 영화 '이름 없는 남자'에서 취한 12장의 스틸 이미지는 민중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지를 시적으로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역사에 의해 말소되고 훼손된 민중의 이미지인 첫 번째 도판과, 시적인 형상으로 민중의 존엄성을 재발견한 ‘이름 없는 남자’의 이미지 사이에는 수많은 이미지가 텍스트를 따라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