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4일 가입 · 79권 적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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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ilton, Clive · 마이라 해밀턴han47
특권계급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와 사회제도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또 정치와 사회제도는 특권계급들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중 또한 마찬가지다. 대중은 특권계급들의 행위에 분노하기는 하지만 “돈 걱정하지 않고 사는” 그들의 부를 동경하고, 그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에 동의하기도 한다. 그들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든, 거저 얻은 것이든 상관없이 권력을 대체로 자연스럽거나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엘리트 특권이 유지되는 데에는 개인, 집단, 조직,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연루되어 있다.
《특권계급론》은 이런 특권이 작동하는 방식을 본격 추적한다. 부와 영향력을 가진 특권계급에게 왜 사회는 혜택을 부여하는가? 엘리트 특권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데 왜 수정되지 않는가? 엘리트들은 어떤 걸 활용해서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가? 엘리트들은 어떤 식으로 자신들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며 다른 사람들은 왜 엘리트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식으로 반응하는가? 사회제도와 정치구조는 어떤 식으로 엘리트 특권을 뒷받침해주는가? 엘리트 특권은 각기 다른 사회경제적 스펙트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적,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엘리트 특권과 사회적 배제, 경제적 불평등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정체성 정치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엘리트 포획’이다!
존중 정치를 넘어, 현실의 구조를 구축하고 재구축하는 새로운 ‘세계 만들기worldmaking’, 구성적 정치constructive politics를 탐구하다!
차별받는 사람들, 소수자들, 억압받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동으로서, 정체성 정치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 또 우리나라에서 최근 특히 진보 정치와 사회운동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정체성 정치는 피억압자가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을 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기존 진보 정치의 맹점을 메꿔 주고, 당사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한편, 이러한 당사자성에 대한 강조가 왜곡되어 그러한 당사자들 가운데 일부에게만 주목을 집중하게 되고, 진정 이루고자 하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이렇게 정체성 정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격돌하고 있고, 실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당사자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된 정체성 정치라는 정치의 새로운 양태가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을까?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물들의 위상만 세워 줄 뿐 원래 달성하려고 했던 새로운 세계 만들기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정체성 정치로는 진정 새로운 정치를 구성해낼 수 없는 것일까?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으로 조지타운 대학교 철학 교수인 올루페미 O. 타이워의 2022년 저작《엘리트 포획: 엘리트는 어떻게 정체성 정치를 (그리고 모든 것을) 포획하는가?》는 이러한 문제에 적절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올루페미 O. 타이워는 한국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철학자로 《배상에 대한 재고찰》 등의 저서를 통해 인종자본주의, 식민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으며 흑인 급진주의 전통과 제3세계 반식민주의 사상, 독일 관념론, 현대 언어철학, 현대 사회과학, 사회운동의 역사와 사상가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론적 논의를 전개하는 떠오르는 신진 학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체성 정치에 대한 여러 논의와 그에 대한 비판의 중심 주제인 ‘엘리트 포획’이라는 현상을 분석하며 도돌이표뿐인 ‘정체성 정치 논쟁’을 다른 관점에서 개입하고자 한다. 미국의 흑인 급진 정치 전통과 제3세계 해방운동 등의 자원을 활용하여 저자는 주변화되거나 상처 입은 집단의 목소리를 듣자는 ‘입장 인식론’에 근거한 정체성 정치의 실천이 오히려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역설을 불러일으키는 점을 재조명한다. 한편 저자는 소위 ‘정체성 정치 비판’이 합리적 핵심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그 핵심이 정체성 정치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실제로 비판해야 하는 것은 바로 엘리트 포획이라는 현상이고, 이 현상은 어느 정치에서든 민주적 책임성의 압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사자성 기반 운동 내부의 특정 규범, 문화, 제도가 이 운동이 엘리트에 의한 포획에 취약하게 만든 이유라고 지적한다. 책에서 저자는 입장 인식론의 특정한 실천 방식을 ‘존중 정치’로 명명하며 정체성 정치의 에토스로 드러나는 존중 정치의 함정과 정체성 정치의 진정한 의의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미국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조직 컴바히강공동체, 미국 흑인 사학을 정립한 카터 G. 우드슨을 중심으로 한 흑인 지성사를 참조하면서 제3세계 혁명운동가 아밀카르 카브랄과 기니비사우의 경험, 파울루 프레이리의 문화적 실천론과 미국 철학자 C. 티 응우옌의 게임에 대한 이론, ‘벌거벗은 임금’ 우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엘리트 포획이 나타나는 이유와 양태들을 짧은 책 속에 녹여 내고 있다. 특히 미국 흑인사와 식민지 해방과 관련하여 소개되는 다양한 인물들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로, 독자들은 그 자체로 21세기 일어났던 해방운동의 역사와 그 긍정적 유산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협소한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나 해방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성적 정치로 나아가는 대안적인 ‘세계 만들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머무는 ‘방’이라는 비유를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함께해 나가는, 힘을 합치는 것만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해방을 위한 연합의 정치라는 목적 없이, 정체성 정치는 엘리트 포획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체성 정치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현시점에, 이 책은 관련된 다양한 논쟁점들을 제시하고 토론을 촉발한다.
알베르트 슈페어의 회고록은 자기 반성인가, 그저 변명인가?
히틀러의 건축가이자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가 쓴 히틀러에 관한 내밀한 묘사인 동시에 자기변명인 회고록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알베르트 슈페어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각료 중 유일하게 교수형을 면한 히틀러의 핵심세력인물이다. 나치 전범 중 유일하게 '정상적 인물'이면서 동시에 몇 안되는 지식인이었던 저자는 히틀러의 건축적 욕망을 채워주는 건축가였고 과대망상에 가까운 규모와 연출을 실현해주는 기술자 역할을 했다. 이처럼 슈페어는 수감자들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이었지만 전쟁 막바지에는 히틀러에 맞서 문화유산과 산업 시설을 보호하는 데 앞장 서기도 했다.
다른 1급 전범들과 함께 뉘른베르크 국제전범재판의 법정에 선 슈페어는 제3제국의 지도부 공동의 책임을 주장했다. 이처럼 자기반성과 자기변호를 하는 태도로 검사와 판사들로부터 '선량한 나치'라고까지 불렸고 마침내 나치 각료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되었다. 재판에서 살아남은 슈페어는 회고록의 원고를 1953년부터 작성하기 시작해 1966년 10월 슈판다우 형무소에서 출소한 후 마무리졌다. 완성된 회고록인 《기억 》은 매 쪽마다 그동안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에피소드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책을 통해 회고록이 지식인으로서 과오를 반성하는 것인지 변명인지 살펴볼 기회는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이 책은 2007년 출간된 『기억: 제3제국의 중심에서』의 개정판입니다.
독일을 사로잡은 히틀러의 성공과 몰락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안다. 뭘 더 알아야 하나?” 한 저명한 유대인 지도자가 히틀러의 젊은 시절에 관한 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한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 히틀러에게서 인간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라면 말이다. 그가 증오와 폭력, 전쟁과 인종 학살을 행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행위의 동기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역사상 독재자들은 대중을 통제하고, 존경을 얻고, 권력을 과시하고, 자신을 기념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히틀러는 ‘미학’을 활용하고 자신의 통치를 문화적 차원에서 정당화했다. 그는 차원이 다른 독재자였다. 파괴와 인종 청소는 새로운 건설로 가기 위한 길이었다. 예술은 권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권력이 지향해야 할 목적이었다. 그는 제3제국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문화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이 책은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히틀러의 기록을 모았다. 미적 이상을 구현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어떻게 세계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예술이 독재자에게 어떻게 아우라를 씌울 수 있는지, 독재자가 예술에 심취했을 때 어디까지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은 예술에 심취한 히틀러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겠지만, 비로소 역사적 비극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