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2025년 3월 4일 가입 · 79권 적독

특권계급론 (극단적 소수가 독차지한 세상)

책 소개

특권계급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와 사회제도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또 정치와 사회제도는 특권계급들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중 또한 마찬가지다. 대중은 특권계급들의 행위에 분노하기는 하지만 “돈 걱정하지 않고 사는” 그들의 부를 동경하고, 그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에 동의하기도 한다. 그들이 노력해서 얻은 것이든, 거저 얻은 것이든 상관없이 권력을 대체로 자연스럽거나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엘리트 특권이 유지되는 데에는 개인, 집단, 조직,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연루되어 있다.

《특권계급론》은 이런 특권이 작동하는 방식을 본격 추적한다. 부와 영향력을 가진 특권계급에게 왜 사회는 혜택을 부여하는가? 엘리트 특권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해를 끼치는데 왜 수정되지 않는가? 엘리트들은 어떤 걸 활용해서 자신의 특권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가? 엘리트들은 어떤 식으로 자신들에게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며 다른 사람들은 왜 엘리트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식으로 반응하는가? 사회제도와 정치구조는 어떤 식으로 엘리트 특권을 뒷받침해주는가? 엘리트 특권은 각기 다른 사회경제적 스펙트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감정적,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엘리트 특권과 사회적 배제, 경제적 불평등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엘리트 포획 (엘리트는 어떻게 정체성 정치를 (그리고 모든 것을) 포획하는가?)

책 소개

정체성 정치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엘리트 포획’이다!

존중 정치를 넘어, 현실의 구조를 구축하고 재구축하는 새로운 ‘세계 만들기worldmaking’, 구성적 정치constructive politics를 탐구하다!

차별받는 사람들, 소수자들, 억압받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동으로서, 정체성 정치라는 개념이 세계적으로 또 우리나라에서 최근 특히 진보 정치와 사회운동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정체성 정치는 피억압자가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움직임을 해 나간다는 의미에서 기존 진보 정치의 맹점을 메꿔 주고, 당사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왔다. 한편, 이러한 당사자성에 대한 강조가 왜곡되어 그러한 당사자들 가운데 일부에게만 주목을 집중하게 되고, 진정 이루고자 하는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받기도 한다. 이렇게 정체성 정치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의견들이 격돌하고 있고, 실제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당사자들이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낯설지 않게 된 정체성 정치라는 정치의 새로운 양태가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을까? 새로운 인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물들의 위상만 세워 줄 뿐 원래 달성하려고 했던 새로운 세계 만들기에는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정체성 정치로는 진정 새로운 정치를 구성해낼 수 없는 것일까?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으로 조지타운 대학교 철학 교수인 올루페미 O. 타이워의 2022년 저작《엘리트 포획: 엘리트는 어떻게 정체성 정치를 (그리고 모든 것을) 포획하는가?》는 이러한 문제에 적절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올루페미 O. 타이워는 한국에 처음 번역 소개되는 철학자로 《배상에 대한 재고찰》 등의 저서를 통해 인종자본주의, 식민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으며 흑인 급진주의 전통과 제3세계 반식민주의 사상, 독일 관념론, 현대 언어철학, 현대 사회과학, 사회운동의 역사와 사상가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이론적 논의를 전개하는 떠오르는 신진 학자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체성 정치에 대한 여러 논의와 그에 대한 비판의 중심 주제인 ‘엘리트 포획’이라는 현상을 분석하며 도돌이표뿐인 ‘정체성 정치 논쟁’을 다른 관점에서 개입하고자 한다. 미국의 흑인 급진 정치 전통과 제3세계 해방운동 등의 자원을 활용하여 저자는 주변화되거나 상처 입은 집단의 목소리를 듣자는 ‘입장 인식론’에 근거한 정체성 정치의 실천이 오히려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역설을 불러일으키는 점을 재조명한다. 한편 저자는 소위 ‘정체성 정치 비판’이 합리적 핵심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그 핵심이 정체성 정치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실제로 비판해야 하는 것은 바로 엘리트 포획이라는 현상이고, 이 현상은 어느 정치에서든 민주적 책임성의 압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당사자성 기반 운동 내부의 특정 규범, 문화, 제도가 이 운동이 엘리트에 의한 포획에 취약하게 만든 이유라고 지적한다. 책에서 저자는 입장 인식론의 특정한 실천 방식을 ‘존중 정치’로 명명하며 정체성 정치의 에토스로 드러나는 존중 정치의 함정과 정체성 정치의 진정한 의의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미국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조직 컴바히강공동체, 미국 흑인 사학을 정립한 카터 G. 우드슨을 중심으로 한 흑인 지성사를 참조하면서 제3세계 혁명운동가 아밀카르 카브랄과 기니비사우의 경험, 파울루 프레이리의 문화적 실천론과 미국 철학자 C. 티 응우옌의 게임에 대한 이론, ‘벌거벗은 임금’ 우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엘리트 포획이 나타나는 이유와 양태들을 짧은 책 속에 녹여 내고 있다. 특히 미국 흑인사와 식민지 해방과 관련하여 소개되는 다양한 인물들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로, 독자들은 그 자체로 21세기 일어났던 해방운동의 역사와 그 긍정적 유산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협소한 정체성 정치에서 벗어나 해방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성적 정치로 나아가는 대안적인 ‘세계 만들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머무는 ‘방’이라는 비유를 통해서 문제 해결을 함께해 나가는, 힘을 합치는 것만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해방을 위한 연합의 정치라는 목적 없이, 정체성 정치는 엘리트 포획의 길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체성 정치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현시점에, 이 책은 관련된 다양한 논쟁점들을 제시하고 토론을 촉발한다.

기계는 왜 학습하는가 (AI를 움직이는 우아한 수학)

책 소개

“걸작”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 강력 추천 AI가 구현하는 놀라운 세상을 떠받치며 미래를 만들어갈 핵심 수학!

2024년 챗GPT의 마법 같은 등장은 빠르게 모두의 관심사를 장악했다. AI가 길을 찾아주고, 음악을 추천하고, 그림을 그려주고, 문서를 정리해주는 수준에서 도약하여 정보를 “스스로” 찾아서 알려주고 질문에 “생각해서” 대답하는 수준에 이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과연 AI는 진짜 생각하는 기계가 된 것인가? AI로 인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지고, 우리의 삶은 또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장밋빛 기대와 어두운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과학저술가 아닐 아난타스와미의 이 책은 오늘날의 AI를 있게 한 알고리즘을 구성하는 핵심 수학을 상세하게 살펴봄으로써 기계 안에서 어떤 과정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수십 년간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연구자들에게 활력과 흥분을 선사한 정교한 수학 원리와 알고리즘을 설명한다. 기계 학습이라는 방대한 분야에서 구사하는 알고리즘에는 비교적 간단한 수학이 쓰인다.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 수학은 고등학교나 대학 저학년 때 배우는 것들로, 선형 대수, 미적분, 베이스의 정리, 가우스 분포(및 종형 곡선) 등이다. 이 책은 기계 학습 분야를 떠받치는 핵심적 수학 개념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로젠블랫의 퍼셉트론에서부터 현대의 심층 신경망(인공 신경세포라는 연산 단위의 정교한 연결망)에 이르는 여정을 들려준다. 1950년대의 비교적 단순한 개념을 이해하면서 수학과 친숙해진 뒤에는 조금씩 난도를 끌어올려 오늘날 기계 학습 시스템을 떠받치는 전문적인 수학 원리와 알고리즘을 살펴본다. 이 과정은 우리가 기계에 불어넣는 어마어마한 힘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이론적, 개념적 지식을 펼쳐 보인다. 학습하는 기계의 작동원리와 그 바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비로소 AI의 정체를 이해하고 AI로 가득해질 미래를 자신 있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돈 공부를 시작하고 인생의 불안이 사라졌다

책 소개

1,000만 조회수 경제 유튜버 ‘할미언니’의 매운맛 재테크 멘탈 수업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냥 따라 하면 됩니다”, “이 언니 너무 마음에 든다!”, “어렵게 생각했는데 진짜 쉽게 설명하네요”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한 경제 유튜버 할미언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저렇게 똑 부러지게 살고 싶다는 자극을 주었다. 그동안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재테크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만든 첫 책이 바로 《돈 공부를 시작하고 인생의 불안이 사라졌다》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동기부여, 재테크, 마인드셋, 성장루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돈이 저절로 모이는 재테크 3단계부터 ETF, 미국 주식까지 그야말로 재테크 노하우를 꾹꾹 눌러 담았다. 꾸준하게 돈을 모으고 불리는 습관을 유지하는 힘과 자기 관리법 등도 함께 전한다. 이 책을 통해 재테크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인생의 불안을 없애는 경험을 얻어가길 바란다.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히틀러에 대한 유일한 내부 보고서)

책 소개

알베르트 슈페어의 회고록은 자기 반성인가, 그저 변명인가?

히틀러의 건축가이자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가 쓴 히틀러에 관한 내밀한 묘사인 동시에 자기변명인 회고록 『알베르트 슈페어의 기억』. 알베르트 슈페어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나치 각료 중 유일하게 교수형을 면한 히틀러의 핵심세력인물이다. 나치 전범 중 유일하게 '정상적 인물'이면서 동시에 몇 안되는 지식인이었던 저자는 히틀러의 건축적 욕망을 채워주는 건축가였고 과대망상에 가까운 규모와 연출을 실현해주는 기술자 역할을 했다. 이처럼 슈페어는 수감자들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이었지만 전쟁 막바지에는 히틀러에 맞서 문화유산과 산업 시설을 보호하는 데 앞장 서기도 했다.

다른 1급 전범들과 함께 뉘른베르크 국제전범재판의 법정에 선 슈페어는 제3제국의 지도부 공동의 책임을 주장했다. 이처럼 자기반성과 자기변호를 하는 태도로 검사와 판사들로부터 '선량한 나치'라고까지 불렸고 마침내 나치 각료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 되었다. 재판에서 살아남은 슈페어는 회고록의 원고를 1953년부터 작성하기 시작해 1966년 10월 슈판다우 형무소에서 출소한 후 마무리졌다. 완성된 회고록인 《기억 》은 매 쪽마다 그동안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에피소드와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책을 통해 회고록이 지식인으로서 과오를 반성하는 것인지 변명인지 살펴볼 기회는 독자의 몫으로 남았다.

▶이 책은 2007년 출간된 『기억: 제3제국의 중심에서』의 개정판입니다.

히틀러와 미학의 힘 (대중을 현혹한 파괴의 예술가)

책 소개

독일을 사로잡은 히틀러의 성공과 몰락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안다. 뭘 더 알아야 하나?” 한 저명한 유대인 지도자가 히틀러의 젊은 시절에 관한 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한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 히틀러에게서 인간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라면 말이다. 그가 증오와 폭력, 전쟁과 인종 학살을 행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행위의 동기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역사상 독재자들은 대중을 통제하고, 존경을 얻고, 권력을 과시하고, 자신을 기념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히틀러는 ‘미학’을 활용하고 자신의 통치를 문화적 차원에서 정당화했다. 그는 차원이 다른 독재자였다. 파괴와 인종 청소는 새로운 건설로 가기 위한 길이었다. 예술은 권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권력이 지향해야 할 목적이었다. 그는 제3제국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문화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이 책은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히틀러의 기록을 모았다. 미적 이상을 구현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어떻게 세계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예술이 독재자에게 어떻게 아우라를 씌울 수 있는지, 독재자가 예술에 심취했을 때 어디까지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은 예술에 심취한 히틀러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겠지만, 비로소 역사적 비극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책 소개

황성희의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가 아침달 시집 43번째로 출간됐다. 200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올해로 작품 세계를 펼친 지 20년 차가 되었다. 이번 시집은 그의 다섯 번째 시집으로, 개성적인 발화와 함께 더욱 치열해진 내면의 저항으로 돌아왔다.

이전 시집들을 통해 보여주었던 나 자신과의 대립은 이번 시집에서 일면 해소되는 측면이 있다. 여전히 시 속에서는 독특하고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하고 세계와 불화하는 모습이 있지만, 그 끊임없는 자기 존재의 증명은 처절한 고투의 흔적을 남기는 끝에 타자를 향한 열망으로 발화한다. 마침내 자신을 짓밟으면서 ‘너’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또 김영임 평론가는 이번 시집이 “부정형의 얼굴을 하고 있”고, 시적 주체들이 금방이라도 “산화되어버릴 것만 같”은 존재성을 지닌다며 황성희가 변주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의미를 정확히 짚어낸다. 자기 비하만 일삼던 나의 시선이 어떤 과정을 통해 ‘너’로 향할 수 있는지 시집을 읽고 확인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제본소] 왜 강대국은 책임지지 않는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하여)

책 소개

누가, 감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중재자 노릇을 자처하는가.

프랑스 대표 지성 비비안 포레스터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원류를 좇아 시온주의를 고발하고 서구 강대국의 책임을 묻는다. 사실 그들은 ‘시온주의자’들의 오랜 염원을 승인하며, 이 끔찍한 전쟁이 되풀이되는 데 책임이 있다.

영국, 프랑스,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사회는 두 가지 면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하나는 나치가 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을 잔인하게 학살할 때, 이를 방관하고 묵인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들 중 누구도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았던 살아남은 유대인 문제를, 이 사안과 전혀 관련 없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을 “땅 없는 민족을 위한, 민족 없는 땅”이라고 표현했고, 이 선언은 현실이 되었다. 한 국가(이스라엘)가 독립을 쟁취하는 순간에 또 다른 국가(팔레스타인)는 주권을 빼앗기고 식민 지배 논리에 종속되는 아이러니한 역사를 낳았다.

생각의 도약 (평범함을 뛰어넘는 초효율 사고법)

책 소개

“제힘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사고학의 거장, 도야마 시게히코의 40년을 앞서간 시대를 초월한 가르침

일본 대중들에게 ‘지(知)의 거인’이라 불리며 극찬을 받았던 도야마 시게히코 교수의 책이 한국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도쿄대 필독서’로 단단히 자리 잡아 40년 동안 ‘끈질기게’ 팔려나간 전설의 스테디셀러로,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250만 독자들의 사고방식을 변화시켰다.

이 책이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급부상하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서점 직원이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는,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좀 더 젊었을 때 읽었더라면…….”이라는 POP를 적어놓았다. 이것이 급속도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그해에만 25만 부가 팔려나갔고, 다음 해 아마존 종합 1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수많은 가르침 중에서 저자가 특히 강조한 것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세상은 이제 더 이상 ‘만점 답안’만 제출하는 우등생에 만족하지 않는다. 한 단계 나아가 ‘기발한 아이디어’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인재를 원한다. 이 책에는 생각의 틀을 깨부수고, 내 안에 잠재된 창의력을 무한히 확장하는 기발한 방법들이 가득 담겨 있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놀라운 경험은 물론, 일상에서도 위대한 발견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산문)

책 소개

“위대한 책들의 타격 아래서 우리는 번번이 죽고 또 번번이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영혼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의 신작 산문집

등단 후 24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감각적이고 치열한 언어와 예리한 사회인식으로 사랑받아온 진은영 시인이 신작 산문집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펴낸다.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내 빨간 수첩과 내 머릿속은 이렇게 어디서 왔는지 불분명한 타인의 문장들로 가득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쉽게 잠들지 못했던 밤과 죽고 싶었던 순간마다 자신을 살렸던 문장들이 있었고, 시인은 쉴 새 없이 그것들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고통과 회복의 기억이 희미해진 후에도 자신을 살게 했던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진은영이 호명하는 작가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카프카, 울프, 바흐만, 카뮈, 베유, 플라스, 아렌트…… 삶은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하고, 아무리 애써도 승리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전력으로 글을 썼던 작가들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의 책도 낡지 않고 살아남아, 현대 독자들의 영혼에도 균열을 낸다. 시인은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과 문장들을 살피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단 한 사람을 걱정하는 문학의 안간힘에 대해서도 쓴다.

좋은 작가는 아첨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 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 카프카, 울프, 카뮈, 베유, 톨스토이, 플라스, 니체, 아렌트…… 여기서 다룬 저자들은 다 그렇다. 그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소송이거나 400년 내내 분투한 뒤에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소망,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보상 없이 행하는 사랑, 끝없이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겨울 숲 같은 것이다. (…) 이들은, 내 책을 읽는다면 넌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너는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겠지만 그래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준다. 작가들은 진심으로 독자를 믿는다. 그들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 읽는다. _「책머리에」에서

재난에 맞서는 과학

책 소개

정치와 자본으로 환원되지 않는 과학의 고유한 특성들을 환경사회학과 과학기술학 연구를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한국 사회가 느리고 단단하게 성숙할 수 있음을 확인...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이동의 위기 탐구)

책 소개

“뭐 타고 갈까?” 일상 속 질문으로 기후위기를 직면하는 『거대도시 서울 철도』 전현우의 신작

기후변화 시대, 우리의 이동이 위기에 처했다.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 속에서도 교통만은 감축에 실패한 현실. 그 바탕에는 이동을 원하는 인간의 근본적인 열망이 있다. 우리는 억지로 여행을 포기하거나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체념에 빠지지 않고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첫 책 『거대도시 서울 철도』로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화제의 저자 전현우는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철학과 도시계획, 한국 현대사와 진화론을 넘나드는 성찰 속에서 우리의 거리와 도시가 납치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데…… 걷거나 자동차, 비행기, 기차를 타는 일상에서 대지 규모의 변화를 이룰 길을 찾는 강렬한 탐구.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타기는 기후위기 해결책으로는 역부족이다. 줄어들 기색 없는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데이터를 가리키며 전현우는 이동의 위기가 바로 이동을 열망하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자동차에 납치된 도시에서 우리가 길을 찾지 못할 때,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행동 방안을 구상해 낸다. 외면과 체념이라는 흔한 선택지를 거부하고, 도시의 구석진 길에 잠들어 있는 원칙을 길어 올리자는 제안에 골치 아프게도 설득되고 말았다.” - 홍명교(『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저자)

“신선하고, 흥미롭다. 전작 『거대도시 서울 철도』에서 이어지는 이 책은 ‘자동차가 지배하는 길’을 주제로 삼아 우리의 도시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후변화 시대의 철학을 시도하며 기존의 분과 학문을 넘나드는 전현우의 치열한 고민은 지적 자극을 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삶의 조건을 짚어 보게 이끄는 고마운 책이다.” - 박소현(『동네 걷기 동네 계획』 공저자)

취미는 사생활 (장진영 소설)

책 소개

거주의 불안이 관계의 불안으로 탈바꿈되는 순간, 보편과 기만 사이에서 균열하는 생의 편린들

은행나무 시리즈 N° 15 장진영 첫 장편소설!

은행나무 노벨라를 이어 새로운 이름으로 단장한 시리즈 N°의 열다섯 번째 작품은 신예 소설가 장진영의 첫 장편소설 《취미는 사생활》이다. 201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장진영은 당시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권여선 소설가)이라는 평과 함께 데뷔했다. 당시 “더없이 뜨거운 에너지를 품은 채 전달되며 무언가를 찢어내고 있다”(강지희 문학평론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1년 소설집 《마음만 먹으면》을 펴내 서스펜스적 형식과 아이디어가 결합된 부조리극의 한 장면을 연출한 듯한 소설들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이번에 출간한 신작 장편 《취미는 사생활》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욕망의 극점으로 표상되고 있는 부동산의 소유와 거주의 문제, 부동산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와의 필연적 괴리감, 세입자라는 거주 약자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인물을 내세워 게토화된 아파트를 소유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탐구한다. 이 소설은 친밀한 이웃으로 위장해 아파트라는 거주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일화들을 사건화한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불안감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약점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삶을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보편적 가치에 해당되는 거주의 당위성을 뒤로한 채 욕망의 근원으로 상징되는 ‘집’을 열망하는 우리의 모습이 소설로 환기되어 지금 현실의 미세한 균열을 낳는다.

브레인 해빗 (우리가 몰랐던 뇌 속 성공의 사고 습관 10가지)

책 소개

“당신의 뇌 습관이 당신의 인생을 결정한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큰 습관은 ‘뇌 습관’이다

가까운 미래에 성공은 복잡한 문제해결, 분석적 사고, 비판적 사고 등의 유동적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달려 있다. 어느 때보다 지금은 회복탄력성과 유연성, 민첩성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다. 기존의 것을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창의적인 사람, 사회적 기술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조직에 리더십을 발휘하는 동시에 동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 이러한 모습이 미래에 최고의 인재를 정의할 자질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뇌와 연결되어 있다. 인지과학자이자 25년간 수많은 기업 임원들의 뇌 코치를 해온 저자는 세계적인 인사, 명사들이 공통적으로 성공적인 뇌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들은 특정한 사고 방식과 뇌 습관을 통해 경력의 한계를 돌파하고, 수입을 몇 배로 늘렸으며, 마침내 일과 삶의 균형에 도달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뇌 습관’에 있음을 강조하고, 누구나 의식적으로 연습하면 성공하는 뇌 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브레인 해빗》은 신경과학의 원리를 통해 생각하고, 배우고, 적응하는 방식에 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뇌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파고들어 사고 습관이 어떻게 업무와 성과에 극적인 효과를 불러오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집중력 저하, 미루는 습관, 산만함 등 성공과 반대되는 습관을 피하는 효율적인 뇌 습관을 제시한다. 뇌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 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사고 능력을 키우고, 인지 역량과 적응력, 민첩성과 유연성을 강화하여 성공하고 싶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가짜 불안 (폭주하는 걱정을 멈추는 생각 정리 솔루션)

책 소개

“끝없는 불안과 반추, 문제는 현실이 아니라 당신의 머릿속에 있다” 전 세계 베스트셀러『생각 중독』저자 닉 트렌턴 신간!

아무 일도 없는데 ‘혹시?’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고, 끝없이 시뮬레이션을 돌리다가 끝내 결정하지 못하고 행동을 미루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가짜 불안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많은 경우 지금 느껴지는 불안과 후회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당신을 주저앉힐 만큼 위협적으로 보여도, 그 감정에는 뚜렷한 실체가 없으며 실제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독립출판물로 출간되어 입소문만으로 40만 부 판매고를 올리며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작 『생각 중독』의 저자 닉 트렌턴이 신간 『가짜 불안』으로 다시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왔다. 실체 없고 막연한 불안에 압도되어 걱정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만, 정작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든 현대인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심리학과 뇌과학에 기반한 검증된 전략과 구체적이고 확실한 행동 지침을 제시하며 우리를 갉아먹는 ‘가짜 불안’을 구별하고 지금 여기를 사는 길로 안내한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

책 소개

JTBC 〈이혼숙려캠프〉와 MBC 〈나 혼자 산다〉 등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정신과 전문의 이광민 원장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할 일이 쌓여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무기력의 원인을 분석하고, 수면과 운동 등 일상의 루틴을 점검하며, 나아가 상처받지 않는 인간관계와 흐트러진 내면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담고 있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루틴으로 내가 바뀔 수 있는 솔루션을 알려주기 때문에 지금 마음이 힘들고 무기력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조시현 소설집)

책 소개

“너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빚어온 몸이라면, 나는 어떤 몸으로 죽게 될까” 멸망하는 우주 속 사랑이라는 환상통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존재들

한국 문단의 새로운 스토리텔러 시인 조시현의 첫 소설집

멸망하는 세계에서 사랑을 발굴해내는 시인, 조시현의 첫번째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가 데뷔 이후 7년간 다수의 계간지와 웹진에 발표한 작품 중 여덟 편을 엄선해 엮은 것이다. 첫 시집 『아이들 타임』(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하염없는 그리움 속에 놓인 미래의 ‘지구인간’과 가닿을 수 없는 존재 ‘엘리노어’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감수성을 보여주었던 조시현은 이번 소설집에서 시와 소설의 장르적 경계를 허물어뜨려 문학작품의 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이루어냈다. “글을 쓸 때 불과 뿔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그는 “보아야 할 것을 똑바로 보고 말해야 할 것을 분명히 말”(‘작가의 말’)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문학적 궤적을 그려나가고 있다. 조시현의 소설은 “우주 밖으로는 절대 나갈 수 없”(p. 15)는 인간의 한계와 종말에 대해 말하면서도 지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존재가 남긴 ‘나사’를 손에 움켜쥔 채 사랑이야말로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으로 희망이라 말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p. 32)이고,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조시현은 이 믿음을 빛줄기 삼아 환한 곳으로 나아간다.

현대사상 입문 (데리다, 들뢰즈, 푸코에서 메이야수, 하먼, 라뤼엘까지 인생을 바꾸는 철학)

책 소개

인생을 바꾸는 철학이 여기에 있다! 현대사상의 진수를 담은 궁극의 철학 입문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철학자이자, 21세기 일본 철학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받는 지바 마사야의 신간 『현대사상 입문(現代思想入門)』이 아르테 필로스 시리즈 19번 도서로 출간되었다. 출간 즉시 일본 학계가 극찬하고, ‘신서대상 2023’ 대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된 이번 신간에서 저자는 독자를 ‘인생을 바꾸는 현대사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현대사상의 대표자로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 미셸 푸코를 꼽으며, 프랑스 현대사상에서 ‘차이의 철학’을 분명하게 보여 준 세 사람을 중심으로 현대사상의 진수를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차이의 철학을 방법론적으로 가장 예리하게 드러낸 데리다를 필두로 현대사상 입문의 방향성을 잡고, ‘탈구축’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워 “지금 왜 현대사상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로 강렬하게 독자를 이끈다. 이 책은 현대사상 입문서인 동시에, 현대사상의 심연까지 들여다보는 데 다양한 참고점을 제시한다. 현대사상의 ‘원류’(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 현대사상과 ‘정신분석’의 관계(라캉, 르장드르), 포스트-포스트구조주의(21세기 현대사상 경향, 사변적 실재론)를 소개하며, 현대사상 이후의 최근 움직임까지도 종합적으로 전망한 유일한 ‘연구서’이자, 현대사상 전반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며 일상에서의 현대사상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획기적 ‘대중서’로도 평가받고 있다. 나아가 이 책은 현대사상을 ‘읽는 법’을 설명하고, 현대사상을 ‘만드는 법’(새로운 현대사상가가 되는 스킬) 또한 제공한다는 점에서, 독자에게 이 책으로만 멈추지 않고 현대사상 입문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용기를 북돋는다.

무당과 유생의 대결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

책 소개

조선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벌어진 성상파괴와 신들을 둘러싼 경쟁

이 책은 조선시대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된 종교개혁의 역동적인 과정을 살펴본다. 조선은 유교를 통해 새로운 지배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조선이 건국되는 시점에서 시작돼 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진행되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종교사를 살펴본다. 우선 풍부한 이미지를 사용하던 고려시대의 종교가 어떻게 유교화 과정에서 성상파괴적 종교문화로 바뀌게 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산신이나 불상만이 아니라 유교 전통에서 성인으로 받드는 공자상마저 철거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의례 개혁의 중심부인 명나라보다 오히려 변방의 나라 조선에서 더 철저하게 성상파괴를 실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1부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조선에서 진행된 유교화가 의례적, 실천적, 물질적인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치밀하게 살펴본다.

2부에서는 민속종교의 현장에서 유교화와 무속 배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중앙 권력과 한양에서 무속을 배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근대 국가의 통치력은 도성을 벗어나면 힘을 미치지 못했다. 민족종교의 무대에서는 예학의 논리가 먹히지도 않았고, 음사라고 비난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신들과 소통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의례에서 무당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유자들은 무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빼앗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에 맞서는 무당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결은 수백 년 뒤 군사정권 시절 ‘미신 타파’로까지 이어진다. 2부에서는 무당과 유생의 지난한 대결 과정을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이 책은 조선시대 종교사를 폭넓은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전근대 한국 종교문화가 형성되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종교문화가 구성된 기반을 파악할 수 있다.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장편소설)

책 소개

2024년 4월 30일, 폴 오스터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되는 생애 마지막 작품

기억과 삶, 상실과 애도, 우연과 순간을 엮어 나가며 삶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사랑에 대한 애틋한 사유를 전하는 폴 오스터의 빛나는 최종 장(章)

이것은 삶을 가득 채우는 부재와 지속되는 상실의 기록이다. 당연한 슬픔이 있지만, 단지 슬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상실 속에서도 바움가트너는, 그리고 오스터는 상상력의 힘, 〈아니, 그냥 간단하게, 꿈의 힘〉을 발견한다. 허구이지만 진실보다 더 강력한 그 무엇을. - 금정연(작가)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찬사 속에 데뷔하여 반세기 넘도록 소설과 산문 모두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견고히 자리 잡은 작가 폴 오스터. 그가 투병 중 끝을 예감하며 집필한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가 정영목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폴 오스터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작품은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를 통해 상실과 애도, 기억과 현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내밀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초기작들을 연상시키면서도 삶의 막바지에 이른 작가의 원숙한 사유 또한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이상한 사건 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어느 날 까맣게 그을린 냄비를 바라보던 바움가트너에게 문득 인생의 사랑이었던 아내에 대한 기억이 점화되며 시작된다. 〈정원사〉라는 뜻을 가진 그의 성씨와 같이, 바움가트너는 기억의 정원 속 나뭇가지처럼 얽혀 있는 삶의 단편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소설은 1968년 뉴욕에서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이후 함께한 40년간의 세월, 그리고 뉴어크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양장점 주인이자 실패한 혁명가였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까지 한 인물의 일생을 톺아보며 그의 내적인 서사를 따라간다. 폴 오스터가 평생 동안 다뤄 왔던 주제인 글쓰기와 허구가 만들어 내는 진실과 힘, 그리고 우연의 미학에 대한 사유가 간결하고 섬세하게 집약된 이 마지막 유작은 죽음 앞에서 써 내려간 상실과 기억에 관한 소설이기에 더욱 절실하고 강렬하다. 이제 폴 오스터라는 소설가를 떠나 보낸 독자들에게 『바움가트너』는 말한다. 〈그게 상상력의 힘이야, 아니, 그냥 간단하게, 꿈의 힘.〉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 산문집)

책 소개

폴 오스터가 직접 엮은 대표 산문 컬렉션 문학, 글쓰기, 정치 그리고 삶에 대한 마흔다섯 편의 글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가장 잘 알려진 폴 오스터는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시인,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는 그가 쌓아 올린 수많은 산문 중 대표작을 선별해 엮은 선집이다. 여기에 2020년 발표한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을 열린책들에서 추가해 출간한다. 그는 에세이, 서문, 편지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면서 예리하고 지적이며 유머를 잃지 않는 언어로 문학과 글쓰기, 일상과 정치, 그리고 삶에 대해 말한다. 이 책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재능 넘치는 작가가 걸어온 문학적 경로이자 평생 글을 써온 작업자의 이력이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 책임감을 느끼는 한 시민의 목소리이다.

이 책에 실린 비평문과 에세이, 서문 등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되어 온 폴 오스터의 문학 세계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여러 작가와 작품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잘 알려진 작품과 덜 알려진 작품, 덜 알려지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번갈아 등장하며 우리에게 처음 혹은 새로이 말을 건다. 우리는 조르주 페렉의 방대한 장편소설, 너새니얼 호손이 혼자 아이를 돌보며 작성한 기록, 인류학자 피에르 클라스트르가 소설가적 기지를 발휘해 집필한 연구서, 고공 줄타기 곡예사 필리프 프티의 자서전, 또 어느 평범한 시민의 기막힌 가족사와 마주치게 되며, 그 만남들에서 촉발된 호기심을 계기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안팎의 수많은 책들로 나아갈 기회를 얻는다. 폴 오스터에게 영감을 준 작가와 작품 들이 우리를 더 넓은 독서의 장으로 이끈다. 이렇듯 우리를 만든 책들과 우리가 만들어 갈 책들이 만나는 곳에 서 있는 것이 작가라면, 폴 오스터의 이 유려한 산문들은 〈작가다움〉을 선명하게 내보이는 훌륭한 사례일 것이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박대겸 장편소설)

책 소개

“그러니까, 나 혼자 살아 보겠다고 다른 세계로 떠나거나 하는 일은 없어.”

일주일 후 인류를 몰살하겠다는 외계인의 경고! 그러나 무너지기에는 너무 견고한 우리의 일상, 그 안에서 나타난 어느 평범하고 친근한 영웅의 분투

소설가 박대겸의 신작 장편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8번으로 출간되었다. 박대겸은 그동안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등의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형식’을 안팎으로 요리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는 능수능란함을 발휘해 왔다. 새롭게 내놓는 이번 소설에서 박대겸은 인물들을 지구 멸망 일주일 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 놓아둔다. 멸망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황폐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의 주인공은 가뿐함을 잃는 법이 없다. 일상은 계속되고, 인물들은 절망에 빠져들거나 경직된 비장함을 갖추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 듯한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는다. 평범하고 명랑한 주인공, 즉 수많은 우리와 다름없는 이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자. 어느새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덩달아 가벼워진 리듬으로 하루를 또 살아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고선경 산문)

책 소개

“너무도 찰나여서 영원에 가까운, 반짝반짝 허무한” 젊음이라는 새큼달큼한 시절에 관한 감각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첫 산문집!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출간 이후 뜨겁게 주목받으며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고선경의 첫 산문집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가 출간되었다. 시인이 수년간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기에 때때로 기록한 메모, 새로 쓴 원고들을 더해 엮은 이 책에는 이십대 청년으로서 그가 줄곧 그려온 알록달록한 마음의 무늬들이 수놓여 있다. 심상한 듯하다가도 때때로 일상을 압도하는 고뇌, 등단을 준비하며 겪었던 자신과의 치열한 사투, 마침내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시인으로 발돋움한 뒤에도 왜인지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괴로움이 두루 담겼다.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센 우울이 역풍처럼 찾아오지만, 그것에 함락당하지 않고 버텨내려 애쓰는 고선경만의 꼿꼿한 긍정의 자세가 글자의 틈새마다 시리게 빛난다. 모든 감정이 예민하고 생생하게 감각되는 시기. 삶의 가장 찬란한 구간을 통과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시시각각 실감하지는 못한 채로 스스로를 실컷 망쳐본 뒤에야 끝나는 청춘이라는 시절. 그 불완전한 삶의 구간을 고선경은 ‘꿈’이라는 단어로 빚어본다.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서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시인의 말’에서)며 황홀한 비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던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허무맹랑하고 허점투성이인, 불완전한, 우리 누구나 지닌 그 엉망진창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꿈’에 빗대어 털어놓는다. 시인이 감각하는 ‘꿈’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간밤에 꾼 꿈, 그리고 미래를 저당 잡는 꿈. 평소에 떠올리는 대부분의 생각과 계획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꿈만 같기에, 둘은 거의 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뒤섞인 빨래와 읽다 만 책, 펼쳐진 노트북,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베개, 수치심과 슬픔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던 이십대 초반의 자취방”처럼 어딘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완의 느낌으로 남겨지는 것이 청춘의 특성이라면, 고선경은 청춘의 세부를 샅샅이 뒤져보며 최대치로 감각하려는 자다. 주어진 것이 고통이라면 힘껏 아파하고, 즐거움이라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할 줄 안다. 그러는 동시에 현실에 착실하게도 매여 있는 사람이다. 경제적인 문제에 골몰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는 와중 남겨둘 것과 떠나보낼 것을 꼼꼼하게 구별해낸다. 일상의 틈에서 작은 즐거움들을 건져내는 데 선수이며, 사랑과 우정을 지키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 “요란하고 고요한 엉망진창” 속에서 부지런히 시까지 써내며 삶이 건조하고 척박한 것으로 방치되지 않도록 꾸준히 가꾼다. 이토록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에서, 고선경이 그려내는 젊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현실 감각 그 자체이기도 하다.

급류

책 소개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조금 복잡하게 헝클어진 거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정대건 장편소설 『급류』 사랑의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2022년 12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급류』의 20만 부 돌파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판이다. 『급류』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설 속 주인공들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 주는 듯한 이진주 작가의 회화 작품을 표지에 실었다. 그림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물속 깊이, 수초 사이사이, 가라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작은 틈 하나, 그 틈으로 들어오는 물방울 하나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은 침잠했다기보다 함께 만든 참호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출간일로부터 2년이 지난 책은 통상 ‘구간’으로 분류된다. 구간이란 새롭게 발간된 책을 뜻하는 신간(新刊)의 반대말이다. 특별한 신간이 평범한 구간이 되어 가거나 때로는 갈수록 더 눈에 띄는 구간, 즉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는 건 흔하거나 곧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구간으로 분류되어 ‘흘러간 책’이 재등장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경쟁적 출판의 세계에서 비교적 신인에 해당하는 작가의 구간이 사실상 전적으로 독자들의 선택과 지지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란 없는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드문 일, 한마디로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무엇이 독자들의 심중을 그토록 깊이 파고든 걸까. 『급류』를 읽은 많은 독자들이 소설의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거렸음을 고백한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눈물로 읽었다 말하고, 누군가는 이 소설이 우리 세대의 『노르웨이의 숲』 과 같았다는 말로 뜨거웠지만 공허했던 청춘의 한때를 회상했노라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하고, 그중에는 자신의 오랜 상처와 비로소 대면하고 화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는 독자도 있다. 눈물로, 청춘의 방황으로, 위로와 용기로, 화해의 손길로 읽게 되는 소설. 독자들은 실로 다양한 반응으로 『급류』를 기억하고 있다.

『급류』는 10대의 산뜻하고 풋풋한 첫사랑으로 문을 열어 20대의 불안하고 황폐한 방황을 지나 30대의 성숙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소설의 물리적 분량에 비해 제법 긴 시간을 다룬다. 10대의 소년과 소녀가 30대의 성인이 되는 동안 『급류』의 서사는 수면에서 시작해 심해까지 내려갔다 다시 물 밖으로 올라오는 잠수의 경로를 따른다. 그 과정에서 핑크빛 로맨스는 잿빛 트라우마가 됐다 심오한 빛깔을 띠는 원석이 된다. 수심(水深)이 바뀔 때마다 각각의 깊이에서 살아가는 생물종이 달라지듯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장르도 변해 간다. 때로는 스릴러처럼 미스테리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고, 때로는 청춘물처럼 과잉되거나 위축된 심리적 갈등 속에서 침잠하며, 마침내 지난 얼룩들과 화해하며 확신과 용기를 얻는다.

방황하는 가운데 서로의 존재 안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두 사람을 보며 우리는 지난 시절의 실패와 상처, 외로움과 고립의 시간을 마주한다. 우리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삶의 난관에 부딪치면서도 끝내 소중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그럼으로써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때, 우리는 상처에서 사랑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급류』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은 충분히 맞는 말이지만, 상처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은 한층 더 맞는 말이다. 사랑의 시작은 빠진다라는 수동적 동사와 함께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모든 순간 속에서 사랑은 그것을 지켜 가겠다는 능동적 의지의 동사를 통해서만 유지된다. 사랑은 언제나 순간순간 살아 있는 선택 속에 있다.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헝클어졌을 뿐이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이것은 『급류』에서 독자들이 읽어 내고 찾아낸 사랑의 은유이자 작가가 『급류』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인생의 은유일 것이다. 헝클어진 매듭을 잘라내지 않고 다시 풀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 그 정성에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그 상처로 말미암아 더 깊은 사랑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작가가 희망을 한 편의 서사로 보여 주면 그 서사는 독자들 마음속에서 살아남아 세상에 실재하는 이야기가 된다. 희망은 꼭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둥근 어깨를 닮았다. 그 안에 동그랗게 패인 자그마한 참호를 닮았다. 급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러나 급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사랑은 사람을 구조한다. 『급류』의 인기가 그 증거다.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

데이비드 그레이버 · 데이비드 웬그로han47

모든 것의 새벽 (다시 쓰는 인류 역사)

책 소개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책 소개

분노와 오판이 부른 어느 나라의 민주주의 위기를 되짚으며

“독일은 공화국이다.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바이마르 헌법 제1조가 규정했듯이 구(舊)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주권은 분명 국민에게서 나왔다. 보통ㆍ평등ㆍ직접ㆍ비밀 선거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었으며,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실행해 유권자의 민의를 보다 충실히 반영했다. 그 나라에서 최악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독일 국민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지나치게 단순하다. 왜곡된 집단기억, 주류 정치권의 실책, 경제 위기, 반세계화ㆍ반민주 정서, 진영 갈등 등 국민이 분노하고 혼란에 빠져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던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 또한 자신들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가장 쉬운 선택을 한 집단들의 무분별함과, 히틀러를 ‘간판’으로 앞세워 권력을 유지하려 한 기성 정치인의 오판이 없었다면 히틀러는 결코 집권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의 역사학자 벤저민 카터 헷 교수는 세계적으로 극우 포퓰리즘이 힘을 얻는 지금, 히틀러의 집권을 새롭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혼란했던 당시 현장을 최신 자료와 방대한 문헌을 토대로 들여다보며 바이마르 공화국에 찾아온 민주주의 붕괴 과정을 되짚는다. 마주한 현실에 분노한 사람, 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 환멸과 위기감에 신음하는 사람, 그 모두의 목소리와 선택이 생생히 담긴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는 민주주의 제도와 이를 움직이는 주체들에 대한 이해를 함께 넓힌다.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 (금기와 편견 너머, 하마스를 이해하기)

책 소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앞에서 하마스를 탓하는 당신, 먼저 ‘있는 그대로’의 하마스를 보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를 입체적이고 균형적으로 이해하게 해줄 단 한 권의 책

흔히 이스라엘을 공격한 ‘테러 단체’로 불리는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를 더 입체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책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가 동녘에서 출간되었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맥락을 조망하는 책들은 국내에도 몇 출간이 되었지만, 하마스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책을 출간하는 사례는 이 책 《당신은 하마스를 모른다》가 처음이다. 하마스를 가까이서 지켜봤거나 오래 연구해온 세계 최고 전문가들의 대담을 통해 이 책은 간단히 압축될 수 없는 하마스의 사상·역사·조직과 작동 방식 등을 샅샅이 살핀다. (2025년 5월 28일 기준)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 수는 5만 4,0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지도자들 역시 이미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된 팔레스타인 아동의 사진이 시시각각 공유되고 있다. 전례 없는 집단학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사회는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한 채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 사회의 ‘관망자’들에게 하마스는 여전히 판단을 유보하게 만드는 존재로 취급된다. 이스라엘이 벌이고 있는 집단학살이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다 하더라도, 하마스의 ‘테러 행위’가 그것을 유발했다면 온전히 이스라엘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식의 논리가 아주 흔하게 통용됐다. 가령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작전(이스라엘 기습 작전의 이름)이 이 모든 사태를 촉발한 원인으로 줄곧 지목됐다. 이스라엘은 애초에 그 땅을 점령함으로써 스스로 싸움을 시작했음에도 “하마스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는 식으로 이스라엘의 강도 높은 ‘보복’을 정당화한다. 이들에 의하면, 하마스는 인륜을 모르는, 무자비한 테러 단체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의 과제는 그러한 단선적인 프레임 너머로 독자가 하마스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

책 소개

20세기를 지배한 이데올로기였던 자유주의와 파시즘, 공산주의 가운데 최후의 승자로 살아남은 것이 자유주의다. 파시즘은 오른편에서, 공산주의는 왼편에서 자유주의를 공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세기 가까이 더 분투한 공산주의는 20세기 말에 이르러 판정패를 당한 뒤 자본주의 아류가 되어 변신을 시도 중이다.

파시즘은 일찌감치 KO패를 당한 뒤에도 제3세계에서 명맥을 이어오다 21세기 들어 재도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최근 이탈리아형제당이 제1당이 되고, 독일대안당은 제2당이 되었으며 프랑스에서도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극우와 중도우파의 지지를 등에 업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21세기에 인류는 다시금 파시즘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유주의의 성공을 자축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성공의 이면을 들추는 작업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이 책에서 드닌은 자유주의는 성공할수록 실패할 운명을 안고 있다고 말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추구할수록 국가주의 또한 강화되는 본질적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파시즘의 부활은 자유주의의 성공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일지 모른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되던 날 정부효율부를 맡은 일론 머스크가 연단에서 나치식 경례를 해서 세계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파시즘에 동조해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던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깨인 시민들이 파시즘의 부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고 이민자들로 인한 사회불안이 가중되면서 극우 세력이 점점 득세하고 있다.

전국불효자랑

김계피 · 연옥 · 진서하 · 희석 · 최열무han47

전국불효자랑

책 소개

“살기 위해 우리는 불효를 선택했다.”

우리는 모두 강제로 삶을 부여받았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세상은 온통 부모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고 강요한다. 도대체 왜? 태어난 것도 내 의지가 아닌데, 효도까지 필수로 해야 한다고?

‘그래도 가족이니까’라는 최면과 ‘이만하면 괜찮아’라는 합리화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불효를 선택한 작가 열세 명이 한 책에 모였다. 우리는 스스로를 ‘불효꾼’이라 부르며 작은 축제를 연다. 착취, 폭력, 도청, 방임, 차별 등으로 가정이 곧 가시밭 같았던 우리는 이 축제에서 기지개를 켜고 자신의 목격과 경험을 부르짖는다.

각자의 진실을 축제처럼 펼쳐놓은 채, 이제 우리는 당신을 기다린다. 효도라는 관습에 몸과 마음이 묶여 원치 않는 용서를 거듭해 온 당신을, 가족 인생 말고 ‘내 인생’만 챙겨도 된다는 말을 기다려온 당신을, 살기 위해 불효를 선택한 타인의 이야기를 기다려온 당신을, 한줌의 불꽃이 필요한 당신을, 전국불효자랑에 초대한다.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책 소개

10만 팔로워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채집한 도시의 풍경들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가 알려준 관찰의 기쁨, 도시에서 다시 만난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면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세계가 당신을 기다린다 -10만 팔로워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도시 관찰기

뉴스를 볼 때마다 세상이 싫어진다. 온갖 혐오와 이기심이 만연하고, 기후 위기로 지구는 곧 망해버릴 것만 같다. 나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무력감이 들 때, 이다는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간다.

10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아온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신작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에서 발견한 관찰의 기쁨을 도시로 확장한 책이다. 전작에서 계절을 통과하는 나무와 풀, 새와 곤충의 작은 움직임을 섬세하게 따라가던 시선은 이제 거리와 사람, 사물과 공간이라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무대로 향한다. 두 발로 걸으며 눈으로 보고 손으로 기록하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자연보다 차갑고 복잡해 보이는 도시에서 관찰의 촉은 더욱 예리하고 정밀해진다. 빌라촌의 화단, 버스 안, 좁은 골목, 오래된 상점 등 무심하게 지나치던 장소도 이다의 시선을 통하면 익살스럽고 기이하며 때로는 뭉클하고 웃긴 이야기의 무대로 다시 태어난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This Is How You Lose the Time War)

책 소개

2020년 전 세계 SF상을 휩쓴 화제의 소설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BSFA상, 오로라상 수상

"매혹과 미혹, 광채와 광기, 암시와 암호로 가득한 이야기. 영리한 구조와 문장, 빛나는 아이디어와 캐릭터, 어느 쪽을 먼저 칭찬해야 할지 망설여질 따름이다." - 켄 리우(『종이 동물원』의 저자)

2020년에 가장 주목받은 SF 장편소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적대적인 두 집단의 엘리트가 시간을 오가는 전쟁 속에서 비밀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내용의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편지'라는 아날로그적 도구에 담아내는 독특한 설정과 상상도 못 한 반전 등 흥미로운 전개로 화제를 불러모은 작품이다. SF 팬 모임에서 만난 인연으로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던 아말 엘모흐타르와 맥스 글래드스턴은, 손편지가 오가는 방식을 SF 소설의 전개 방식으로 적용해도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리하여 두 작가는 '레드'와 '블루'라는 소설 속 각기의 주인공을 맡아 서신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후, 두 이야기를 하나로 합쳐 소설을 완성해냈다. 이렇게 출간된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전미 베스트셀러에 등극함은 물론, 휴고상 및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의 권위의 SF상을 휩쓸고 영국 SF협회에서 주는 BSFA상, 캐나다 SF협회에서 주는 오로라상을 수상하는 등 2020년 한해 가장 주목받는 SF 장편소설로 떠올랐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현란한 필담을 기반으로 SF적 상상력과 인류사뿐 아니라 현대의 대중문화까지 폭 넓게 녹여내고 있어 번역의 중요성이 각별히 요구되는 작품이다. 때문에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장성주 역자가 1년여에 이르는 긴 번역 작업을 거쳐 출판에 이를 수 있었다. 현재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할리우드에서 TV 드라마로 준비 중이다.

"영어권 독자들을 염두하고 쓴 글을 한국어로 옮길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해치지 말 것’을 원칙으로 삼고 각 장 끄트머리에 되도록 짤막하게 주석을 달아 두었습니다." -옮긴이의 편지 중 시간을 오가며 역사의 현장에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서신을 교환하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모든 시간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두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까마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생태학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가든'과 기계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에이전시'는 '시간의 가닥'을 오가며 역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무대가 되는 곳은 유럽을 침략한 칭기즈칸의 기마 군단,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암살 현장, 런던 대화재 직전의 영국, 에스파냐가 침략하기 직전의 남아메리카 등 역사의 주요 현장들이다. 또한 서신 속 문장은 밥 딜런의 노래 가사에서 따오거나 루이스 캐럴, 존 키츠, 찰스 디킨스 등 현대 대중문화에서부터 고전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인용한다. 작중 서신을 비밀리에 교환하는 방식 또한 이채로운데, 용암의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편지의 글귀가 되기도 하고, 수십 년 동안 차곡차곡 그려진 나무의 나이테가 글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바다표범의 가죽 무늬나 찻잔 속의 찻잎이 서신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가 하면 물 분자의 운동을 숫자로 변환한 MRI 측정 값이 서신이 되는 등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두 스파이의 환상적인 비밀 임무가 사랑 편지의 문장으로 변신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끝까지 읽고 나면 첫 페이지를 다시 펼치고 싶어진다." - 북리스트

5년 후 (정여랑 장편소설)

책 소개

결혼 5년 갱신제가 도입된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가족, 인구재생산, 돌봄노동, 교육, 복지 등의 분야에서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뒷받침을 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해 보는 이야기이다.

이 생은 왜 소설 속 5년 후가 아닌가

결혼 갱신제. 이 제도가 대한민국에서 시행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0.52대로 떨어진 출생률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이 제도의 도입이 예고되자, 찬성과 반대의 물결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결혼제도의 형태에 상관없이 임신, 출산, 육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성별과 가족 구성에 관계없이 출생과 연계되는 모든 복지에 힘을 싣겠다는 놀라운 약속이 결국 이루어진다.

많은 분야에 걸쳐 급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대한민국. 〈5년 후〉에서는 이 가상의 대한민국에서 여러 가족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주며 우리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불평등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안길 것이다.

이끼숲

책 소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메모로부터 출발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만큼이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구하려는 의지가 커진 듯하다. 아마 이 마음은 출구 없이 꽉 닫힌 이 세계에 작용하는 압력에 비례하여 더욱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에 존재해온 ‘구원 서사’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안팎에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는 작가의 강력한 바람으로 쓰여졌음을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결코 눈 돌리지 않는 작가가 우리와 함께 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한 안도감과 든든함으로 독자들에게 『이끼숲』을 전한다.

에로스, 달콤씁쓸한

책 소개

앤 카슨이라는 장르의 시작, 에로스 그 달콤씁쓸함에 대하여

그리스 고전문학 연구자였던 앤 카슨은 1986년 첫 작품 『에로스, 달콤씁쓸한』을 출간하며 작가로서 여정을 시작한다. 이 산문은 그의 학위 논문을 개작한 것으로 여기서 그는 학문적 작업과 창작 행위를 뒤섞으며 여러 장르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을 두지 않는 자신의 문학 세계를 예고한다. 그의 에로스에 대한 탐구는 맞붙은 서른다섯 개의 장으로 엇갈리듯 이어지고, 그리스 로마의 서정시와 로맨스에서부터 현대 작가들의 시와 소설, 플라톤의 대화편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과 역사적 사료, 문헌을 통해 에로스의 윤곽이 그려진다. 『에로스, 달콤씁쓸한』은 에로스라는 달콤씁쓸한 침입자를 두려워하지 않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진짜 삶’을 향해 날개를 펼친 수많은 연인들과 시인들, 그리고 지혜를 사랑한 철학자들의 모습을 그린다.

경험의 멸종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책 소개

우리의 일상은 인공지능을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챗GPT에게 문서 요약을 맡기고, 비대면 미팅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고, 소셜 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일상을 업로드한다.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으며, 이제는 기술로 매개된 경험이 인간의 직접 경험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된다고 여겼던 핵심적인 직접 경험들, 예컨대 대면 소통이나 손으로 쓰고 그리는 일, 무언가를 기다리는 순간과 공공성을 감각하는 일 등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문화 비평가이자 역사학자인 크리스틴 로젠은 《경험의 멸종》에서 경험이 소멸하는 21세기적 현상을 탐구하고 그 소멸이 갖는 의미를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대중문화, 과학, 정치, 법률 등 수많은 사례를 탐사하는 로젠의 작업은 인간의 조건이 되었던 경험들이 사라져가는 지금, 우리에게 이 흐름을 전복할 지적 근거를 제공한다. 출간 이후 아마존 사회과학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한 이 책은 〈가디언〉, 〈에스콰이어〉를 비롯한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사랑의 질감

책 소개

“엄마가 날 사랑한다고 느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윤우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 『사랑의 질감』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가족은 우리를 지키는 울타리일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일까. 『사랑의 질감』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겉보기엔 단정하고 신앙 깊은 ‘좋은 가정’ 속에 감춰진 폭력과 위선을 찬찬히 파헤친다. 소설가로 첫걸음을 시작하는 윤우진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와 억압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랑의 질감』은 현대 가족 관계의 복잡한 양상을 예리하게 통찰하며, 진정한 사랑과 자립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이다.

초기 그리스 철학

책 소개

[스탠퍼드 철학백과의 항목들]과 [서양 철학의 논문들]을 출간 중인 전기가오리가 철학사 시리즈를 새로 선보인다. 최소한 20년에 걸쳐 50권 가까이 출판될 이 시리즈의 이름은 [빈틈없는 철학사]이다. [빈틈없는 철학사]는 저자인 피터 애덤슨이 2010년부터 진행하는 동명의 팟캐스트 원고를 바탕으로 하며, 해당 팟캐스트는 대략 350개의 에피소드를 방송한 지금까지도 근대 철학에 진입하지 않았을 만큼 철학사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전기가오리는 이렇게 인물, 주제, 지역, 성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빈틈이 없도록 철학사를 다루는 여정을 활자로 소개하고자 하며, 그 출발로서 『빈틈없는 철학사 1: 초기 그리스 철학』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착한 소비는 없다

책 소개

‘착한 소비’는 없지만 ‘똑똑한 소비’는 있습니다

많은 분이 이제는 기후 변화에 따른 위기를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일상 문제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해마다 폭염과 폭우, 태풍 같은 기후 문제로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런 위기가 우리의 소비 습관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합니다.

기후 문제는 전 지구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니 그 원인이,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거대한 산업이나 시스템에 있다고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 보면, 기후 위기를 비롯해 지금 우리가 마주한 모든 환경 문제와 여러 사회 문제의 시작점에는 ‘편리함’이라는 말로 용인되거나 조장되기까지 한 ‘대량 소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소비란, 지구 자원을 쉼 없이 착취해서 온갖 물건을 만들어 쓰고는 이내 쓰레기라는 이름으로 곳곳에다 버리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착한 소비’란 있을 수 없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러므로 지금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우리의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이 책은 이제껏 우리가 무분별하게 소비해 온 방식이 어떻게 폭염과 한파, 미세 먼지, 빙하 감소, 물과 식량 부족, 생물 멸종, 방사능 피폭, 노동 착취, 성 테러 등과 이어지는지를 일상 속 사례를 들어 차근히 짚어 줍니다. 이와 더불어 조금이라도 덜 쓰고, 여러 번 다시 쓰고, 꼼꼼하게 살펴 쓰는 방식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지구, 사회로 방향을 트는 데에 도움이 되는 ‘똑똑한 소비’로 이어지는지를 찬찬히 알려 줍니다.

질투의 끝

마르셀 프루스트han47

질투의 끝

책 소개

성마른 욕망과 비통한 감정으로 써 내려간 찬연한 젊음과 무상한 세월의 기억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적 근원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위험한가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책 소개

“우리가 어느 쪽에 투표하는지에 삶과 죽음이 달렸다.” “보수가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 한 세기에 걸친 폭력적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다

수십 년간 폭력 문제를 연구해 온 정신의학자가 어느 날 통계를 분석하다 기묘한 수수께끼에 부딪혔다. 그가 분석한 자료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자살률과 살인율 통계였다. 한 세기 동안 일관되게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높이 솟구쳤다가 동시에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이다. 대체 왜 자살률과 살인율이 같이 움직이는 걸까? 슬프거나 ‘미쳐서’ 자살하는 사람과 범죄적 동기로 남을 해치는 살인자가 어째서 동시에 확 늘었다가 확 줄어드는 걸까? 이 수수께끼에 도전한 사람은 바로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이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보수 정당, 즉 공화당 출신이 대통령이 될 때마다 온 나라가 자살과 살인이라는 ‘치명적 전염성 폭력’으로 고통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00년간 미국의 인구 변화와 실업, 불황, 불평등 같은 경제적 · 사회적 변수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각종 통계와 기존 연구 성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집권 정당과 자살률 · 살인율 사이에 명백한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내가 선택한 취업의 게임 (홍콩 UX디자이너 편)

책 소개

나의 일과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책의 저자는 각자 자신의 게임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입시 경쟁에 뛰어 들고, 나이가 들면 연애 시장에 나오며, 그러고 나서는 남 보기에 부족함 없는 직장, 가정 생활을 꾸리기 위해 애쓸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도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길을 찾으라는 의미다. 저자에게는 이것이 곧, 커리어 개발이었다.

커리어 개발은 경험에서 우러난 진짜 정보, 실전에서 실행 가능한 정보, 여기에 몇 가지 전략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충분히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규칙 있는 게임이다. 현재 직장을 찾고 있는 취업 준비생,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불만족스러워 이직을 고민 중이거나 해외 취업에 도전해 보고 싶은 직장인, 혹은 나의 일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논리적 사고를 기르는 알고리즘 수업 (알고리즘보다 먼저 공부하는 알고리즘 사고 방식)

책 소개

코딩 테스트보다 먼저 준비해야 할 알고리즘 문제 해결 기본기

알고리즘 문제 해결 능력은 프로그래머가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다. 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잘 알려진 알고리즘과 자주 출제되는 문제 풀이를 익히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근본적으로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공식화하고 알고리즘으로 표현하는 논리적 사고 방식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목표는 좋은 문제 해결 기술을 심어 주는 것이다. 전반부는 알고리즘 문제 해결의 원칙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여러 가지 예제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 중심으로 접근하여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도전 성향을 자극한다. 불변량, 귀납법, 대칭성 등 알고리즘 설계의 핵심 원칙은 앞으로 맞닥뜨릴 어떤 문제에든 접근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후반부에서는 원칙을 뒷받침하는 수학 지식을 다뤄 예제 이해에 필요한 이론을 제공한다. 알고리즘 문제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푸는 데 딱 필요한 만큼의 수학적 배경지식을 정리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익히 잘 알려진 ‘재미 삼아 푸는 수학 문제’이다.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쉽지만 특정한 종류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표현하는 일은 연습이 필요하다. 각종 문제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연습을 통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와 알고리즘적 접근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3000년 전 사람들의 일상으로 보는 진짜 이집트 문명 이야기)

책 소개

태양력과 상형문자를 사용하고 풍요로운 나일강 문명을 이룩했던 이집트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파라오의 무덤을 탐사했던 고고학자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풀어낸 살아있는 이집트 문명 이야기

전 세계 10개 국어로 번역된 [고대 문명에서 24시간 살아보기] 시리즈의 이집트 편

인류 최초로 낮과 밤을 12시간으로 나누고, 태양력을 만들어낸 사람들. 상형문자로 의료, 장례, 전통에 관한 기록을 남기고, 뛰어난 기하학과 측량술로 피라미드와 수많은 고대 건축물을 만들었던 사람들. 이 책은 그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민에 잠 못 이루는 파라오부터 필경사에게 상형문자를 배우는 소년, 미라를 만드는 장의사, 음악과 술의 여신 하토르를 섬기는 사제, 하마 지방으로 대머리 치료제를 제조하는 의사, 그리고 왕족 묘지에서 황금을 훔치는 도굴꾼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

책 소개

그래픽 노블 『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에서 독자들은 18세기 대서양 해적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적들의 이야기는 반란, 유혈 전투, 사회 혁명의 이야기이다. 해적선은 이동하는 아웃사이더들의 공동체였다. 이 그래픽 노블은 해적과 해적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며, 반항적이고 강인한 마음을 가졌던 그들을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대서양 해적의 황금시대가 절정에 달했을 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이 상선에 노예로 팔려가 반란의 항해에 나서게 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농장에서 탈출한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 도망 노예 존 그윈, 암스테르담 출신의 선원 루벤 데커, 아메리카 출신의 남장 여성 마크(일명 메리) 리드가 바로 그들이다. 상선의 선원들은 반란을 일으켰고, 세 사람은 해방된 노예들과 함께 ‘나이트램블러호’에서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이들의 새로운 정치체제는 민주적 의사 결정, 사회 안전망, 건강 및 장애에 대한 보험, 노획물의 균등한 분배 등 급진적인 사회적 혜택들을 제공했다. 이는 모두 그 시대 해적선들에서 문서화된 관행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의 엘리트는 ‘나이트램블러호’를 소탕하기 위해 전쟁에 굶주린 한 선장을 고용하게 되고, 높으신 분들의 사회는 공해를 누비는 해적들과 한 바탕 전쟁을 치르게 된다.

우리말 선물 (나와 세상을 행복으로 이어주는)

책 소개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인가요?' 우리말 어휘학자인 저자는 이 질문으로 책을 연다. 국어학자 서정범 선생의 제자이기도 한 저자는 우리말을 통해 '이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세상은 여전히 행복하다'라는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우리말에는 다른 말에는 없는 고유의 좋은 뜻을 가진,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 많다고 한다. '아름답다'와 '사이가 좋다'가 대표적이다. 아름답다의 '아름'은 중세 국어에서 '나, 개인'을 뜻하는 말로 '나답고 자기다운' 게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는 진리를 담고 있다. '사이가 좋다'라는 말은 사람과 사람의 중간이 좋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 말에는 대개 '두 사람이 좋다. 관계가 좋다'라고 하지 '사이가 좋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으려면 서로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우리가 형제자매를 표현할 때 흔히 '피를 나누었다'라고 한다. 이 말은 그만큼 애절한 사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 쉽게 형제자매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질문도 던진다. 형제자매가 내 어릴 적 고마운 친구였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알게 모르게 내가 형제자매에게 저질렀던 잘못을 생각한다면, 지금 설령 서운한 마음이 있더라도 풀지 못할 마음은 없다는 깨달음을 준다.

우리말의 참뜻과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진다. 현재 대학 강단에서 우리 학생들과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의 참뜻을 알리고 있는 저자의 아주 특별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han47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책 소개

패전 이후, 독일 시민 사회를 향한 준엄한 외침을 담다!

새로운 감동과 전율을 고대하는 젊은 독자를 위한 「세계문학전집」 제246권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장편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전세계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독일 태생의 반전 소설의 대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장편소설이다. 패전의 그림자를 느끼는 독일군 병장 '에른스트'가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러시아 전선 속에서 겪는 고통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전쟁으로 인한 폭력이 불신이 지배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뛰어넘는 삶에의 의지를 느끼게 된다. 또한 에른스트가 휴가 중에 만나 결혼하게 되는 동창생 '엘리자베스'와 나누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운명적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완벽하지 않아 완전한 삶에 대하여)

책 소개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톨스토이, 조지 오웰, 체호프… 전 세계 현자들이 깨달은 삶의 참된 진리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떤 삶이 성공한 삶인가?’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더 잘 살고 싶어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이 질문의 답을 찾는다. 하지만 답을 찾기란 쉽지 않고, 평생 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그런 우리에게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는 힌트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현자들이 평범함에 찬사를 보내며 남긴 수많은 기록을 오랫동안 끈질기게 수집한 결과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스피노자, 톨스토이, 체호프 등 현자들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중용의 ‘평범한 삶’을 가치 높게 평가했다. 우리는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버린다. 하지만 수많은 현자들은 사소하고 평범해도 인생은 이미 완전하며, 충분히 완벽하다고 말한다. 성과 우선, 능력주의 등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메시지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삶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 고민하고 결정하게 한다. 평범하여 찬란한 삶이란, 헛된 야망의 실현이나 비겁한 타협이 아니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자 하는 바람이며, 떠들썩한 성공 뒤에 숨어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다. 그리하여 낮은 곳에서도 크게 배우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절망에서도 희망을 보는 것이다. 부디 이 책이 평범하여 찬란한 것, 사소하여 의미 있는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하는 특별한 안내소가 되길 바란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이은용 희곡집)

책 소개

故 이은용 작가의 희곡집으로, 그가 세상에 남긴 다섯 편의 희곡을 한데 묶었다. 그중 표제작인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 2020년에 초연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특히 그해 한국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제57회 동아연극상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2021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까지 받으며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물음을 던진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매일의 죽음’ ‘월경’ ‘이인실’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 ‘유언장 혹은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그리고 여동생이 문을 두드렸다’ 등 총 여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장막희곡이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타자화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삶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된다. 다른 네 편의 수록 희곡 역시 배제되거나 주변화된 존재들을 극의 중심에 가져다 놓는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와 겹치고 포개지고 쌓이면서 더욱 크고 강렬하게 발화된다.

이 책은 작가 이은용의 처음이자 마지막 희곡집이 될 것이다. 비록 그는 삶의 무대에서 너무 빨리 퇴장했지만, 동료 극작가 장영의 리뷰처럼 그의 목소리만은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이들의 무대 위에 오래도록 남아 “누군가의 삶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해놓”을 수 있기를, 그래서 “죽지 않고, 계속 고치는 삶을” 살게 하기를 바란다.

취미와 사회 권력 (문화 계층 젠더)

책 소개

문화적 평등론이라는 신화, 그리고 오인

『취미와 사회 권력』은 ‘일본에서 형성된 문화적 평등’ 인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즉 글로벌화나 문화의 균질화가 하나의 신화로 작동하면서 일본 내 문화적 재생산이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우열, 젠더의 차이를 정체화로 구분할 수 없는 점을 고찰하기 위해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문화자본과 아비투스 개념을 짚어볼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조사한 데이터를 통해 부르디외의 이론을 재확인하며 새로운 이론의 창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를 ‘주어진 본질적인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실천으로 간주한다. 특히 문화를 취미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해 실천성과 연결하여 해석한 점이 독창적이다. 즉 문화란 문화자본이 투영되어 나타나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취미 같은 하나의 현상이다. 이는 계층과 젠더의 차이로 나타나는데, 그러한 차이를 만드는 조건에 대한 확인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문화적 평등신화나 평등론자는 ‘문화의 이해나 취미 혹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의문을 갖지 못해 근대화나 민주화를 그대로 수용하고, 이를 추종하는 ‘균질적 인식’에 종속된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취미가 무엇입니까? (취미의 일상 개념사와 한국의 근대)

책 소개

한국 근대의 ‘취미’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탐색

『취미가 무엇입니까?―취미의 일상 개념사와 한국의 근대』는 ‘취미’라는 일상 개념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형성되고 변천하는 양상을 다양한 근대 매체의 텍스트와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재구성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어떤 취미 형식을 향유했는지 살핀다. ‘취미’ 개념의 유입은 서양의 근대성과 이에 대한 일본의 개념 번역 및 이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원심력으로서 대중의 욕망과 감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한 담론 체계이다. 저자 문경연은 주로 20세기 전반기까지 ‘취미’ 용법과 의미, 담론의 맥락을 분석하여, ‘취미’가 한국 근현대의 일상사와 문화사와 조응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차별 없는 세상이 너무 멀어: 차별 (차별)

책 소개

우리, 평등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요!

『차별 없는 세상이 너무 멀어』는 차별과 혐오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중국 동포, 다문화 가정, 무슬림, 흑인, 이주 노동자, 탈북민 등 우리나라에 이주해 온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차별받는 이주민들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심과 두려움, 고정 관념으로 가득 찬 내 모습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은 우리를 차별과 혐오에 더 예민해진 다정한 시민으로 거듭나게 한다. - [다정한 하루] 시리즈 2권.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

책 소개

대양의 감정, 바다의 느낌이란 어떤 것인가? 영화는 대양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왔는가?

인간의 몸은 3분의 2가 물로 구성되어 있고, 바다 역시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물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인류의 존재 조건인 셈이다. 물의 기원인 바다가 생태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인류세 시대에 예술가들의 가장 첨예한 관심사가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는 최근 들어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바다가 자주 다뤄지는 경향에 주목해, 지난 100년 동안의 영화에서 바다 풍경을 다뤄온 기록을 탐구한다. 롤랑 바르트는 바다가 의미의 생산을 마비시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텅 빈 공간이라고 했다. 저자 에리카 발솜은 바르트의 말처럼 바다가 정말 아무런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는 것인지 반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사 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할리우드 영화부터 아티스트 필름까지, 1895년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영화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바다는 자연과 문화를 가로지르는 방대하고 유동적인 기록을 품고 있다. 바다는 투명하거나 중립적인 공간도 아니고, 바르트가 규정한 것처럼 부정적인 공간도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바다를 둘러싼 낡은 관념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르트는 물론 바다에 대한 낭만주의적인 환상까지도 포함해서. 그렇다면 ‘대양의 느낌’이란 무엇인가?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대양의 느낌’은 프로이트가 로맹 롤랑에게서 빌려온 어구다. 프로이트는 대양의 느낌을 “나와 외부 세계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유대감”으로 정의한다. 근대 이래로 인간은 바다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 무한정 갖다 쓸 수 있는 상비 자원으로 여겨왔다. 대양의 느낌은 광활한 바다와 해상에 대한 그러한 지배권을 주장하는 것과는 관계없다. 프로이트에게 대양의 느낌은 무한함, 무경계성, 상호연결성의 감각 때문에 자아의 온전함이 상실되거나 적어도 위태로워지는 준 숭고함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은유를 채택해 이 연결된 느낌을 물의 기원으로 되돌리면서, 바다가 사람들 사이, 공동체들 사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탐구한다.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는 다섯 가지 주제를 특이한 방식으로 표류하며 탐색한다. 바다의 자연적 우발성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해저 촬영의 매력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으며, 연안에서 벌어지는 노동은 어떤 식으로 재현되는지, 노예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중간 항로와 불법 이민은 또 어떻게 다뤄지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세계 무역의 대부분이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지는 해양 순환의 물질성이 열린 바다 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할애되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 영화부터 다큐멘터리, 아방가르드 영화와 아티스트 필름은 물론 대중영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면서 다종다양한 바다 풍경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화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바다와 영화가 얽힌 역사에 대해 체계적인 분류 체계를 제안하지 않는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다른 사람들이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을 염두에 둔 다섯 편의 이 에세이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작업이라기보다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여정을 위한 배에 승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네필적인 작업에 가깝다. 다섯 가지로 제한된 주제는 간결하면서도 촘촘한 소책자 형태로 압축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이어지는 흐름들이 일련의 파도처럼 펼쳐지는데, 그 모양과 느낌은 파악되자마자 바로 사라지고 다른 것이 그 뒤를 이어 또 펼쳐진다. 독자들은 어쩌면 저자의 글쓰기에서도 대양의 느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벌거벗은 동물사 (동물을 사랑하고 혐오하는 현대인의 탄생)

책 소개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동물들에게 괜찮은 보금자리일까?

세계사 속 베일에 감춰진 인간과 동물의 불편한 흑역사를 거침없이 밝혀내다!

강아지는 언제부터 ‘애완견’으로 변신했을까? 쥐는 왜 인간과 함께 거주하게 됐을까? 젖소는 인간에게 우유를 제공하려고 얼마나 험한 일을 겪었을까? 동물을 동물원에 전시할 아이디어는 누가 처음 떠올렸을까? …… 역사 속에서 동물은 늘 인간과 공존했다. 동물은 인간에게 사냥감이기도 하고, 가축이기도 하고, 애완동물이기도 했다. 도시를 중심으로 현대 유럽 문명이 발전하고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인간은 강아지, 말, 젖소, 쥐, 낙타, 물개, 사자, 당나귀, 닭 등 다양한 동물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선택적으로 동물들을 사랑하고 혐오했으며 살리고 죽였다. 이 책은 세계사 속 베일에 감춰져 있던 인간과 동물의 불편한 흑역사, 그 잔혹한 사랑에 관한 역사를 거침없이 밝혀낸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동물들에게 괜찮은 보금자리일까? 역사 속에서 함께 살아온 동물들에게 인간은 마냥 친절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 역사를 알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 곁의 동물들을 더 잘 사랑하고 더 굳건히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어떤 동물을 깊이 사랑하고 있을 독자 여러분을 ‘동물사’의 세계로 초대한다.

문명과 전쟁

책 소개

문명은 전쟁과 어떻게 맞물려 진화해왔는가? 전쟁은 인간 본성에 뿌리박고 있는가, 문화적 발명품인가? 선사시대부터 9·11테러까지, ‘전쟁’의 수수께끼를 푼다

‘생존’과 ‘번식’이 전쟁과 폭력의 근원적 동기였다! 진화론에 입각한 최신 연구의 집대성, 인류 역사에 관한 통찰의 진풍경 인류학, 진화생물학, 심리학, 경제학, 국제관계학까지 아우른 명저

▶ 전쟁은 문화적 발명품이 아니다 ▶ 인간의 공격성은 무조건적 충동이 아닌 선택적 전술이다 ▶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은 인류 역사의 99.5퍼센트를 차지하는 수렵채집 사회에서 형성되었다 ▶ 진화론은 인간의 싸움을 이해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 기병을 육성하고 유지해야 하는 엄청난 과제가 봉건제를 낳았다 ▶ 폭력적 죽음의 비율은 국가 치하에서 낮아졌다 ▶ 권력은 원하는 대상을 획득할 수 있는 보편적인 통화가 되었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 (자기증명과 인정욕구로부터 벗어나는 10가지 심리학 기술)

책 소개

당신은 성취와 자기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가, 실수와 실패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가? 완벽주의는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높은 생산성, 그에 따르는 보상과 충족감을 얻는 ‘적응적’ 완벽주의가 있는 반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늘 긴장하고, 스스로를 과도하게 통제하고, 인간관계를 망치고, 상습적으로 일을 미루는 ‘부적응적’ 완벽주의가 있다. 부적응적 완벽주의자들은 스스로를 질책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고,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불안, 걱정, 우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불안장애와 강박장애를 연구하는 임상심리학자인 두 저자는 내담자들뿐 아니라 가까운 동료, 심지어 자기 자신 역시 완벽주의의 덫에 빠져 심한 불완전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닫고는, 이론이 아닌 실제 삶에서 완벽주의를 이해하고 치료법을 적용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들은 완벽주의로 인한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재설정할 수 있는 10가지 심리학 기술들을 소개한다. 자신을 규정짓는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을 더욱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이 책을 통해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뉘른베르크의 사형 집행인 (16세기의 격동하는 삶과 죽음, 명예와 수치)

책 소개

알베르 카뮈는 “사형 집행인의 편에 서지 않는 것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형 집행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엘 해링톤은 사형 집행인 프란츠 슈미트에 대한 매혹적인 탐구에서 놀라운 솜씨로 이 난제를 해결했다.

이 책은 1588년부터 1617년까지 사형집행인으로 살아온 프란츠 슈미트의 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저자인 해링톤은 슈미트의 일기를 바탕으로 살을 붙이고 극적인 장면들을 능숙하게 삽입해서 완전한 드라마를 구현해내었다. 미국 벤더빌트 대학교의 독일사 교수인 조엘 해링톤은 이 사형 집행인의 일기에서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낸다.

이 드라마에서 슈미트의 역할은 교수형, 불태우기, 참수, 심지어 바퀴로 육체를 찢는 등 다양한 형태로 사형을 집행해야 했지만 이 모든 행위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16세기에는 꿀벌통을 훔치다 걸리는 경우에도 사형을 집행할 정도로 사람의 목숨이 값어치가 없었다. 푸코의 말대로 감시와 규율은 체재의 방패막이었기 때문이다. 수백 가지의 채찍질을 포함하여 이토록 다양한 고문의 방식이 있었다는 점은 충격과 공포에 익숙한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가공할 공포를 심어준다.

실제로 마르틴 루터는 “범죄자가 없었다면 사형집행인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교했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칼을 휘두르며 목을 졸라 죽이는 손은 이와 같이 더 이상 사람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이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목매어 바퀴를 깨뜨리고 목을 베고 전쟁을 하시느니라.”

슈미트는 소름끼치는 무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는 “법정의 규탄, 죽음의 행진, 사형집행 자체가 삼위일체로 구성되어 마침내 신중하게 고안된 도덕적 드라마”를 무대 위에서 선보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망나니가 의사로서 대단한 명망을 얻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 슈미트는 동시대의 다른 사형 집행인들이 가지고 있던 해부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신성 모독자의 혀를 찢거나 도박꾼의 손가락을 자르려면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부러진 뼈를 고정하고 사형수에게 약초와 고약을 발라서 마침내 교수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래 살아남게 하는 비법은 슈미트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시대의 사형 집행인들은 사람을 죽이는 역할만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그중에서도 슈미트는 의사로서 수입이 사형 집행인으로서의 봉급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요컨대 그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의사였다는 것이다.

슈미트의 일생은 사형 집행인의 굴레에서 벗어나 의사로서 모두에게 존경받는 삶으로 인정받고자하는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은퇴한 사형 집행인으로 삶을 마감하기를 거부한 칠순의 슈미트는 황제(페르디난트 2세)에게 호소하는 편지를 써서 결국 자손대대로 이어지는 사형 집행인의 굴레를 벗어나게 된다. 그 시대에 망나니로 산다는 것은 성 밖에 거주하면서 자녀들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온식구들이 교회의 예배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약 1만 5천명의 환자를 돌보았다. 4백명의 목숨을 끊어냈지만 그 열 배 이상의 목숨을 살려낸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점은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의 뉘른베르크 풍경을 놀랍도록 치밀하게 그려낸 조엘 해링톤의 능력이다. 그는 상아탑의 지루한 말놀이 대신 생생하게 구현된 말의 향연으로 우리를 신성로마제국의 한 시대로 데려간다. 무엇보다 작가로서 해링톤의 통찰력은 작품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서의 프란츠 슈미트를 창조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놓기가 어렵게 만드는 내러티브는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이다.

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 (니체, 푸코, 레비나스, 들뢰즈를 무기로 자신을 지키는 법)

책 소개

현대철학이라는 지적 무기로 ‘나’를 지키는 법을 말하는 책. 니체, 푸코, 리오타르,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레비나스, 낭시 등 현대철학자와 세계, 이야기, 나, 신체, 타자 등 현대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우리를 속박하는 것들의 정체를 들여다보고,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살펴보고, 세계를 바꾸는 힘과 무기로서 ‘나’를 고민하고, 왜 타자와 더불어 살 수밖에 없는지를 정교하고 차분한 논리로 서술한다.

현대철학의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하지만 저자는 철학 개념을 설명하면서 독자들의 지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지 않는다. 책 처음과 끝을 자살의 문제로 열고 닫는 것은 그만큼 저자가 어긋난 삶을 죽음으로 마감하려는 사람들에게 ‘철학자’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철학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여겼고, 이 도구를 활용해 절박한 삶의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에게 철학적 위로를 건네고 있다.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책 소개

독자들에게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이보그가 되다』(공저)의 저자이자 변호사로 알려진 김원영. 전자에서는 소수자들의 법적, 사회적 권리에 대한 뜨거운 변론을 펼치고 후자에서는 장애인의 신체. 기술이 결합해 이룬 또다른 정체성을 사유해온 그가 ‘몸과 춤, 그리고 평등’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돌아왔다. 『온전히 평등하고도 지극히 차별적인』은 변호사에서 무용수가 되는 새로운 경험을 거치는 가운데, 장애가 있는 몸으로 마주한 질문과 춤의 역사를 넘나들며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차별과 평등의 관계을 탐구한 기록이다. 무용사에 ‘이례적’ 신체가 등장하는 사건을 조망하는 것을 시작으로 최승희, 니진스키 등 동서양 무용계 타자들을 넘어 당대 독자적 흐름을 창조해가는 장애인 극단과 무용팀의 목소리까지 생생히 다루며, 무대에서 잊힌 타자들의 존재를 복원한다. 정상과 비정상, 다수자와 소수자, 동양과 서양 등 비대칭한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몸에 새겨진 질서와 그 질서를 전복하는 현장을 들여다본 이 책은 각기 다른 몸들이 만들어갈 평등한 무대(공동체)를 위한 대담한 상상력을 제안할 것이다. 우리 몸에 새겨진 질서뿐 아니라 때로 그 질서를 살짝 비틀거나 새로운 질서를 짜는 것만으로 환대의 무대를 열 수 있음을 목격하는 덕분이다.

이끼숲

책 소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메모로부터 출발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만큼이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구하려는 의지가 커진 듯하다. 아마 이 마음은 출구 없이 꽉 닫힌 이 세계에 작용하는 압력에 비례하여 더욱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에 존재해온 ‘구원 서사’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안팎에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는 작가의 강력한 바람으로 쓰여졌음을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결코 눈 돌리지 않는 작가가 우리와 함께 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한 안도감과 든든함으로 독자들에게 『이끼숲』을 전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차모니아 대륙 연대기)

책 소개

책들이 꿈꾸는 도시 부흐하임에서 펼쳐지는 서사시!

책들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그린 발터 뫼르스의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상상의 대륙 차모니아, 그 중에서도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발터 뫼르스가 자신이 책을 쓰지 않았고 번역과 삽화만을 맡았으며 실제로 차모니아 출신의 공룡족인 힌데군스트 폰미텐메츠의 장편소설이라고 밝힌 흥미진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젊은 공룡 미텐메츠는 신비한 원고 뭉치를 유산으로 받고 실종된 작가를 찾아 부흐하임으로 떠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작가들의 절규, 독자가 아니라 큰 신문사를 위해 글을 쓰는 비평가들, 돈이 되는 책만 만들어내는 출판사들, 그리고 거대한 자본의 힘이 이러한 모든 것을 지배하고 흔든다. 그 부흐하임의 지하세계는 책사냥꾼들의 전쟁터이자 거대한 괴물들과 그림자 제왕이 사는 공포의 세계였는데….

슬픔에 이름 붙이기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책 소개

혼란하고 미묘한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는 거대한 프로젝트 - 12년 만에 완성된 신조어 사전

‘산더(sonder)’, ‘케놉시아(kenopsia)’, ‘데뷔(dès vu)’… 몇 년 전부터 알음알음 회자되고 있는 이 말들은 사전에 등재된 정식 단어도, 유행어도 아니지만 한번 알게 된 사람들은 이 사무치는 어휘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입을 모은다. 애매모호하더라도 우리 내면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섬세한 느낌들에 이름을 붙여온 ‘슬픔에 이름 붙이기’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로 십여 년 동안 모아온 ‘감정 신조어’를 집대성한 『슬픔에 이름 붙이기』가 사전 형식의 책으로 나왔다. ‘나도 누군가의 인생에서는 엑스트라겠구나’라는 깨달음을 뜻하는 ‘산더’, 한때 북적였으나 지금은 고요해진 곳의 분위기를 가리키는 ‘케놉시아’처럼 미묘한 느낌들에 세심하게 이름을 붙인 신조어 300여 개를 만날 수 있다. 박학한 언어 지식과 섬세한 감각으로 만든 이 새로운 단어의 목록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경험은 경이롭고 시적이다.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느껴온 감정의 시집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평생 내 손 닿는 곳에 두어야 할 책”이라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묵묵한 위로, 자신의 슬픔을 위한 지적인 언어 처방”이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극찬을 받은 이 책의 시작은 ‘슬픔에 이름 붙이기’라는 이름의 개인 블로그였다. 이는 소설가 존 그린과 비욘세 같은 유명인부터 유수의 매체로부터 찬사를 받은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라는 유튜브로까지 성장했고 프로젝트 시작부터 무려 12년 만에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새로운 몇몇 단어들은 카페나 버스, 영화관 옆자리에서 실제로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대중에 알려졌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이자 시인인 황유원은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시간과 상상력을 들여 여러 상황과 공간에서 조금씩 읽어나가길 권”한다. 손 닿는 곳에 놓고 언제든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으면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과 공간과 풍경을 천천히 열어”줄 것이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피에르 다르도 · 크리스티앙 라발 · 피에르 소베트르 · 오 게강han47

내전, 대중 혐오, 법치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

책 소개

신자유주의는 대체, 왜, 어째서 끝나지 않는가? 근본적으로 반평등, 반민중, 반혁명적인 체제,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진화를 파헤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수많은 지식인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쳤고, 또다시 신자유주의 체제 종식에 관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과연 신자유주의는 끝났는가? ‘포스트 신자유주의’라는 말마저 식상한 것이 되어버린 지금, 여기에 단호히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 『내전, 대중 혐오, 법치』를 쓴 네 명의 저자들이다. 신자유주의를 푸코의 통치성 관점에서 분석하여 “모든 종류의 평등 요구를 무력화하려는 기획”으로 바라본 저자들은, 이 폭력적인 체제의 특성을 ‘내전’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한다. 신자유주의는 그 출발부터 ‘자유’의 이름으로 ‘평등’에 맞서는 내전을 전략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배 세력이 국민 일부의 적극적 지지에 힘입어 다른 국민 일부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이다. 그들은 시장 질서와 경쟁에 반대하는 모든 ‘적’을 분쇄하기 위하여 법을 이용한 지배, 즉 법치를 내세우며, 경찰과 군대를 동원한 직접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대중 혐오, 즉 반민주주의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하이에크와 대처에서부터 집권 좌파의 몰락, 신보수주의와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까지, 신자유주의의 계보를 따라 그것의 지배 전략을 파헤친다. 지난 80여 년 동안 보수는 물론 진보 세력까지 이 체제의 교리를 충실히 따랐다. 신자유주의의 작동 방식을 낱낱이 드러낸 이 책은 낡은 것을 떠나보내고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 진정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책 소개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게 과학하는 과학자, 이정모 관장이 지난 베스트셀러 『찬란한 멸종』을 이을 유쾌한 책으로 돌아왔다. 이정모 관장은 12년 동안 국립과학관의 대표로 일하며 과학 대중화의 최전선에서 시민의 과학과 직접 눈을 맞춰왔다. 가장 대중적인 과학자로 살아오며 깨달은 과학의 태도로 세상을 이야기한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에는 다양한 생활밀착형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매일 마주치는 택배 상자 때문에 쓰러지는 사람들, 주 4일제의 도입을 위한 과학적 근거, 일본 해산물 수입에 대응하는 과학적 태도, 인공지능 시대의 기후 정치처럼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읽는 이를 사로잡는다.

21세기,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학적 지식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 문해력’이다. 과학 문해력은 근거에서 시작하는 검증, 더 나은 생각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수용,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에서 생겨난다. 이정모 관장은 이 모든 과정에 한 가지를 덧붙이는데, 바로 따뜻함이다. 과학 안에 사람을 둘 때에야, 과학 문해력은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생활 도감 (음식·옷·집의 모든 것)

책 소개

생활의 지혜와 아이디어가 담긴 도감!

음식, 옷, 집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도감『생활도감』.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용한 정보가 가득한 책이다. 최근 우리의 삶에서 잊혀진 삶의 절차, 혹은 잊혀져 가고 있는 삶의 습관들에 대한 목록을 만날 수 있다. 칼 사용법, 음식 데우는 요령, 도시락 아이디어, 종류별 다양한 세탁법, 곰팡이 없애기 등 실생활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와 아이디어를 그림과 글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예민함이라는 무기 (자극에 둔감해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 소개

독일 최고의 관계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남들보다 섬세하고 신중하고 감각적인 나만의 재능으로 살아가는 법

타인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무조건 굽히고 심지어 타인의 문제를 떠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독일 아마존 심리학 베스트셀러 《나는 단호해지기로 했다》의 저자이기도 한 롤프 젤린은 예민한 사람에 대한 세상의 잘못된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해 타고난 예민함을 감춰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공감과 처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예민한 사람들이 섬세하고 신중한 자신만의 관점을 지키며 살아갈 때 더 넓은 세상, 더 풍요로운 내면을 만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예민함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와 상담자들의 생생한 경험을 담은 인터뷰를 통해 유용한 정보들도 함께 전한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책 소개

작품과 작가의 도덕성을 둘러싼 문제는 이 시점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다. 사건이 생길 때면 논쟁은 뜨겁게 타올라, 때로는 건강한 토론이 아닌 근거 없는 비난과 논리 없는 말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를 다루는 이론적, 분석적 틀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품의 도덕성을 둘러싼 여러 종류의 논의를 아우르고, 활용할 만한 기초적인 이론과 분석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다.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히틀러의 법률가들 (법은 어떻게 독재를 옹호하는가)

책 소개

엘리트 법률가들은 왜 나치에 동조했고, 어떻게 그들을 정당화했는가?

민주주의 파괴에 앞장선 나치 법률가들을 통해 법과 도덕의 딜레마를 돌아보다

영웅시대의 빛과 그늘(중국역사기행 1) (삼국 · 오호십육국 시대)

책 소개

사람 냄새가 나는 중국 이야기. 박한제 교수가 들려주는 중국 이야기는 어렵고 복잡하기보다는 마치 옆집 아저씨의 이야기처럼 풋풋하고 친근하다. 중국 밖에서 중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속으로 들어가 부대끼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현대 중국의 원류를 좇아 그 시간 속으로, 그리고 그 역사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 중국 문화의 속살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발견하기까지는 3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현대 철학 강의 (31가지 테마로 본 현대 영미철학의 흐름과 쟁점)

책 소개

우리 시대 최고의 현대 철학 개론서 “현재 철학의 모든 것이 여기 있다!”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이 쓴 현대 철학에 대한 주제별 종합 개론서다. 스크루턴이 유수의 영미 대학에서 행한 철학입문 강연들에 기초한 이 책은, 데카르트 이후 현대 철학의 주요 흐름과 쟁점을 세세한 학술논쟁이라는 미궁에 빠지지 않으면서 철학 초심자도 알기 쉽게 전해준다. 스크루턴은 철학에 몇 가지 핵심문제가 있다는 상투적 서술방식을 거부하고, 일반 입문서보다 주제를 더 폭넓게 선정한 후 ‘진리’ ‘지식’ ‘존재’ ‘자유’ ‘의미’ 등 31가지 철학의 주요 테마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각의 키워드를 축으로 관련 철학자들의 사상을 효과적으로 해설하고 있는 이 책이 다루는 범위는 논리학과 형이상학에서부터, 윤리학과 정치철학, 언어철학과 과학철학, 수리철학과 미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거의 전 영역을 아우른다. 스크루턴은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위트와 도발적인 문제 제기로 독자의 흥미와 적극적인 반론을 유도하는 가운데,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식의 간결하고 명쾌한 언어로 어려운 철학 논변들의 요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데카르트 이후 현대철학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으며, 어떠한 성취와 한계가 있었는지, 오늘날의 철학적 상황이 어떠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인간적인 건축 (우리 세계를 짓는 제작자를 위한 안내서)

책 소개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 앞으로의 건축과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다

“우리의 세상은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 너무 많은 도시가 영혼이 없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더 인간적인 건축》은 세계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토마스 헤더윅이 건축을 통해 들려주는 인류와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함께하는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직선적이고 따분한 건축물들이 인간과 환경을 어떻게 집어삼키는지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날카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헤더윅은 우리가 왜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지구를 파괴하는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두를 위해 더 나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수백 개의 이미지를 통해 열정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또한 30년간 대담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어 온 경험과 신경과학 및 인지심리학을 결합해 건축물에 관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적이고, 비인간적인 수백 장의 건축물 이미지로 즐비한 이 책은 우리를 ‘인간적인 건축’으로의 여정으로 안내한다. 《더 인간적인 건축》은 인류가 따분하지 않은 세상을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책이다.

진리와 진리가 다툰다면

책 소개

피노키오의 철학 『진리와 진리가 다툰다면』. 이 책은 새로운 지식을 더 많이 전달하기보다 소중하게 쌓아 둔 지식들을 돌아보면서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철학적 사고가 삶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도리어 해롭거나 위험한지 다시 물어보고자 하며 삶과 세계의 문제들 앞에서 불확실성과 모순, 역설과 우연들을 마주하며 혼란스러운 현상들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질서의 부작용과 위험을 살피고 새로운 사고를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 나이 드는 존재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고금숙 · 김하나 · 김희경 · 송은혜 · 신혜우han47

우리, 나이 드는 존재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책 소개

1. 즐겁게, 소소하게, 편안하게 ‘나답게’ 나이 드는 삶

★★★ 나이 듦을 만끽하는 아홉 명의 여성 작가가 전하는 반짝이는 메시지

일 년에 꼭 한 살씩,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저속 노화 열풍의 한국 사회에서 우리는 ‘나이 듦’을 어떻게 감각하고 있을까? 거울 속 주름진 얼굴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쯤 있고 현역에서 물러나면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이 드는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사인을 세상에서 읽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어쩌면 우리 각자 서로에게 그런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늙는다는 것은 인간 모두에게 해당하는 현상이다. 지금 괜찮게 나이 들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도, 다들 어떻게 중년을 거쳐 노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도 ‘정상’이다. 노화의 고충을 피할 수는 없지만, 노쇠가 나이 듦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나이 드는 이의 구체적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필요하다. 즐겁게, 소소하게, 편안하게, ‘나답게’ 늙어 가는 삶의 나날을 엿보는 시간 말이다. 에세이스트 김하나, 여성학자 정희진, 음악가 송은혜, 예술사회학자 이라영, 논픽션 작가 김희경, 산부인과 전문의 윤정원, 번역가 정수윤, 알맹상점 대표 고금숙, 식물학자 신혜우 아홉 명의 작가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나이 듦을 만끽하고 있는지 독자들에게 반짝이는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을 깊고 풍부하게 살아가는 작가들을 통해 삶과 노화의 의미를 여러 겹으로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2. “지금도 새로이 배울 것이 있다는 사실이 즐겁다.” - 불혹부터 예순까지, 풍성하게 깊어지는 삶 - 잘 나이 들기 위한 나만의 여정을 함께할 이야기들

불혹을 맞이하는 1985년생부터 예순을 앞둔 1967년생까지, 평균 나이 48세의 여성 작가들이 ‘나이 듦’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다. 지금까지 인생 경로가 달랐던 것처럼 노년을 위해 하고 있는 일 혹은 장착하려는 삶의 태도 역시 다채롭다. 호기심을 연마하는 김하나, 어부・광부・농부처럼 공부(工夫)가 되고자 하는 정희진, 새해 첫날 유언장을 갱신하는 고금숙, 받은 사랑을 다음 사람에게 돌려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신혜우, 평범하게 사라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이라영. 욕망도 성도 통증도 부끄러운 것이 아니기에 내 몸을 말하고 쓰다듬는 윤정원, 취약한 나를 대면하는 음악 연습으로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송은혜, 인간이 자기 육체에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을 수영하며 하게 된 정수윤, 매일 숲을 산책하며 홀로와 함께 사이의 균형을 잡는 김희경. 바로 오늘, 지금 여기에서 나의 하루를 가꾸며 나이 듦을 성찰하는 이들의 건강한 지혜를 《우리, 나이 드는 존재》에서 만날 수 있다.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작가들의 다양한 면면을 통해 ‘나에게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 잘 나이 드는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질문의 답을 곰곰이 생각하며 나만의 일상을 꾸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 내일이 아니라 오늘, 우리는 서로에게 좀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 갑니다 - 연결된 존재로 나이 듦을 감각할 수 있기를 - 서로에게 반가운 노인이 되어 가기를

노년을 위해 얼마 이상은 준비해야 한다는 금융 포트폴리오 이야기가 무성하지만, 그것이 ‘잘 나이 드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중년 혹은 노년의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좀 더 괜찮은 어른, 반가운 노인을 마주할 가능성이 높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2025년, ‘혐로 사회’라는 키워드를 매체에서 마주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우리가 나이 듦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늙어 가는 이의 구체적 얼굴을 만나는 일은 우리가 나이 든 사람을, 서로를 타자화하지 않고 연결된 존재로 받아들이는 순간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다. 함께 그리고 저마다의 방법으로 나이 들고 있는 독자들은 《우리, 나이 드는 존재》를 통해 나날의 새로움이 여전히 우리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각자의 삶에서 소중한 것을 발견하며 나이 듦을 감각할 수 있기를, 그렇게 우리가 서로에게 좀 더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타주의자 선언 (공적 슬픔과 타인의 발견)

책 소개

“조용히 그의 뒤를 밟고 싶을 만큼 나는 그가 궁금했다. 지극하게 솔직한 것은 왜 이토록 아프고 아름다울까.” - 추천사에서

시대가 만들어낸 오해의 늪에서 이타심을 건져내고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찾아 떠나는 섬세하고 치밀한 탐구

타인의 고통과 사회적 슬픔 앞에서도 극단으로 분열되는 시대, 오롯이 위로하고 애도하는 방법에 대하여

이 책은 이타적 마음을 강요하거나, 칭송하거나, 이타심으로 가득한 세계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는다. 각자의 곁에 살아가는 타인에 대한 소고이자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나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수많은 타인 사이에 가능성으로서 존재하는 이타심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이정표다. 우리는 ‘너’에 대해서 말하고, ‘너’를 위해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고유의 맥락을 가진 타인에 대해서 고민하는 데에는 서툴다. 또한 이기심의 대상이 ‘나’를 돌아보는 데에도 익숙하지 않다. 누군가의 타인으로 존재하는 ‘나’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할 때, 추상적이고 막연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세계로서 ‘너’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는 진정한 이타주의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저자 최태현은 강의의 충실성,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2023)을 수상하고, 제도와 마음의 공공성에 관한 논문으로 한국행정학회 학술상(2019)을 받은 교육자이자 연구자다. 그런 그가 모니터 안의 데이터를 통해 제도와 정책을 연구하다가 “문득 모니터 바깥의 사람들을 보고 싶어졌다. 더 정확히는 세상과 어울리고 싶어졌다”며 상아탑 밖의 사람들 곁으로 뛰어들었다. 투쟁의 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 박경석을 따라다니다가 그에게 발각되어 혼이 날 뻔했던 에피소드는 ‘운동판’의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이야기다. 그가 타인의 고통과 사회적 슬픔 앞에서 오롯이 위로하고 애도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첫 에세이를 펴냈다. 《이타주의자 선언》은 “학문의 자리에 살던 이가 ‘현장’의 사람들 곁에 어떤 마음으로 다가왔는지에 대한 아주 사적이면서 이타적인 기록”(홍은전)이다.

영원에 빚을 져서

책 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네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네 번째 소설선, 예소연의 『영원에 빚을 져서』가 출간되었다. 2024년 4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한 친구의 실종 소식으로 시작되는, 캄보디아 해외 봉사단으로 같이 떠났던 세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사라진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두 명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기억만으로 타인의 삶에 어떤 형태를 부여했던 그들의 과거를 소환시켜 지난 삶의 오류들을 되짚어봄으로써 서로에 대한 참다운 이해와 연민을 갖게 된다. 공감을 통한 삶의 진정성을 발견하는 소설이다.

마지막 증명

책 소개

이하진 작가의 《마지막 증명》이 안전가옥 쇼-트 스물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마지막 증명》은 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 가작이었던 〈마지막 선물〉을 경장편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천체물리학자 백영과 양서아가 지구 전체의 재앙을 초래한 ‘대파멸’로부터 서로를 구하고자 애쓰는 SF 로맨스 소설이다. 대파멸로 인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한 선택을 함으로써 ‘마음만은 끝내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마지막 증명》은 모두가 사랑을 외치지만 사랑이 희소해진 시대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소설)

책 소개

“친구를 잃어버렸다. 나는 그 친구를 잃지 않으리라고 과신했다. 잃어버리지 않는 친구,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마음의 이동 경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다섯 편의 이야기, 김화진 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가 출간되었다. 누군가와 멀어질 때만큼 마음의 움직임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또 있을까? 내 것이지만 좀처럼 내 것처럼 되지 않는, 살아 움직이는 마음 말이다. ‘공룡’과 함께, 이런 마음의 아름다운 유영을 맘껏 즐기게 되기를!

배우에 관한 역설

책 소개

“훌륭한 배우라면 판단력이 좋아야 한다. 배우는 냉정하고 침착한 관찰자여야 한다.”

타인을 뒤흔드는 순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존재들에 대한 18세기 계몽사상가 드니 디드로의 철학적ㆍ미학적 관점

18세기 계몽사상을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받는 『백과전서』의 책임 편집자 드니 디드로의 예술론 『배우에 관한 역설』(주미사 옮김)이 새롭게 리뉴얼된 ‘문지 스펙트럼’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사상가, 철학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드니 디드로는 철학과 미학, 윤리학의 주제를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가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예술 이론가이기도 했다. 특히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젊은 시절에는 배우를 직업으로 삼을지 고민한 적이 있었으며, 희곡 「사생아」 「가장」을 쓰고 공연하는가 하면 『극시론』 『「사생아」에 대한 대담』에서는 자신의 연극 이론을 펼쳤다. 『배우에 관한 역설』은 이러한 디드로의 연기론을 알 수 있게 하는 귀중한 자료다. 이 책에서 디드로는 무대 위 배우의 연기 자체에 집중해 논의를 전개한다. 그가 보기에 위대한 배우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감각의 지속적인 관찰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좋은 연기는 감수성에서 나오지 않으며, 그 역할에 어울리는 행동과 말, 표정, 목소리, 움직임 등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익혀서 표현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배우의 재능을 완성시키는 것은 타고난 목소리나 섬세함뿐 아니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이상적 모델을 상상하고 제대로 모방하는 능력이다. 인위적인 연구와 계산, 기교가 자연스러운 연기를 만든다는 것, 이것이 바로 디드로가 말하는 배우의 역설이다. 『배우에 관한 역설』에 담긴 디드로의 생각은 그의 인간관과 맥을 같이한다. 디드로는 인간이 이성과 감성이라는 대조되는 구조 속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비록 그가 자신을 감성에 치우친 사람이라고 여기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렇듯 이성과 감성의 이중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감성에 치우친 인간을 변변치 못하다 말한 그는 말년으로 갈수록 자기 통제를 강조했다. 그런 그에게 배우란 이런 인간의 이중적인 상황을 집약하는 존재, 타인에게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보이며 그것은 자신이 본 자신과 얼마나 다른지를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인간은 본성에 의해서 자기 자신이 되고, 모방에 의해서 타인이 됩니다. 사람들이 자기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란 정말 존재하는 마음이 아니에요. (94쪽)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백은선 시집)

책 소개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줄 수는 없어요?”

사랑을 위한 기초, 세계를 건축하는 행위로서의 시 인간의 세계로 내려온 천사들이 부르는 처절하고 다정한 노래

제11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수록

2012년 『문학과사회』를 통해 등단한 이후 첫 시집 『가능세계』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도움받는 기분』까지 펴내는 시집마다 한국 시의 가장 내밀한 고백이 되어온 백은선의 네번째 시집 『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이 출간되었다. 지금 여기의 시단에서 ‘백은선 마니아’들이 유독 존재감을 지니는 이유는 백은선의 시가 읽는 이의 마음을 깊게 찔러 고유한 일기를 끄집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집의 제목은 상자를 열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상자를 바라보고 의식하는 눈을 암시한다. 그런 상자 안에 담긴 것은 홀로 직면하기에 버거운 것일 테다. 이를테면 세상의 기준에 위축되어 상자에 담길 정도로 옹송그려진 자신, 그리고 연모하는 이를 향한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랑의 마음들. 그러나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영속되는 괴로움을 해체하는 시작이며, 사랑하는 이에게 나아가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이 백은선의 시가 알려주는 진실이다. “새로운 심장의 발명”(이원)이라는 평을 이끈 문지문학상 수상작들이 수록된 이 시집에서 독자는 사랑을 위한 기초이자 세계를 건축하는 행위로서 백은선의 다정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커다란 기차를 생각했어 기차를 끌어당기는 은빛 선로에 대해 생각했어 그 안에 가득찬 빼곡한 숨을 숨찬 주문을 들으며 들으며 귓속으로 쏟아지는 계속되는 것을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순환의 지독함과 아름다움을 액자 속에 걸려 천 년 동안 서서히 밝아지는 동시에 스러지는 이미지를 떠올렸어 그것을 온전한 절망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온전한 것은 없기에 책 속에 머리를 박고 활자를 중얼거리며 기차가 달리는 리듬으로 한 문단 한 문단 달리고 달리며 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출렁이는 물속을 들여다보려 애를 썼고 아무리 애를 써도 보이지 않는 심장처럼 물은 검기만 했고 숨찬 내일 무한을 잠시 엿본 것만 같다고 꽃이 꽃꽃꽃꽃 달리고 달이 달달달달 떨리고 숲이 숲숲숲숲 웃어대는 리듬 속에서 숨찬 내일 두 손을 휘저으며 끝없이 두 손을 휘저으며 이렇게 시끄러운 밤 어떻게 너는 꿈을 꾸고 잠을 자는가 그것이 정말인가 무엇을 향하는지도 모르고 삿대질을 하며 울던 줄곧 가지고 다닌 두 손

손목을 은빛 선로 위에 둔 채 기다리고 있다 기적이 가까워지기를 _「비밀과 질문 비밀과 질문」 부분

시를 읽으며 자신의 언어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은 어떤 이들인가. “나는 눈을 뜨는 순간 빛의 세계에서 탈락했”(「비신비」)다고 느끼며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줄 순 없으니 차라리 스스로를 숨기고 싶은 이들(“빛나는 것은/ 전부 두 손 안에 있는데// 어째서 자꾸만 숨기고 싶어지는 걸까”(「형상기억합금」)). “한 대 맞고 웃는 일은 너무 쉽다”(「엔젤: 러브레터」)고, “아무리 많은 고통도 현재의 방패가 되어주진 않는다”(「섭(攝)」)며 지나온 생이 자신에게 남겨놓은 상처와 이물감을 실감하는 이들. “이토록 많은 시공간 속에 살아 있었다는 게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게 끔찍해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고 말하는, 감정에 젖어들 때에도 그것을 설명할 언어를 찾느라 눈물이 멎는 이들이다. 백은선은 고통의 전문가라고 할 만큼 삶이 야기하는 괴로움과 아픔에 집중하면서도, 고통의 조건과 인간의 기저를 명징하게 꿰뚫어본다. 하지만 백은선의 관찰이 말뿐인 허울에 그치지 않는 것은 그가 바라보고 말해보는 행위로 자족하지 않은 채, 운명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언제나 인간보다 거대한 운명이 기차가 되어 자신을 집어삼킬 듯이 다가온다면, 선로 위에 자신의 손목을 내어주리라 결심한다. 그럴 때 운명과 자신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는 관계가 될 터이므로.

우린 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지. 사랑이 아닌 것도. 손이 바빠 머리가 멍해질 때까지. 우물거리며 고기와 와인을 먹고 커피를 마셨지. 나는 너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똑똑해진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장면들을 돌려보며 팝콘처럼 터지는 웃음, 열매처럼 뚝 떨어지는 눈물. 계속해봐! 더 해봐! 서로의 등을 밀며 기차는 달린다. 너는 빨강 너는 초록 나는 검정. 모든 게 멋지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나의 옷을 돌려 입으며, 나는 가끔 무한히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말하려는 순간 딸꾹질이 시작된다. _「만나서 시쓰기」 부분

실로 백은선의 시는 더이상 구원과 낭만을 믿지 않게 되어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진실은 구체적이다」) 천사들이 가장 낮고 단단한 지면에서 발을 내딛는 행위이다. 그 천사들은 익숙한 신의 사랑이 아니라 어설픈 인간의 다정을 부단히 반복한다. 파토스 가득한 어조, 자유롭고 아름다운 비약, 솔직한 내면의 고백 등 백은선에 뒤따르는 수식어들이 있지만, 그 사이에서 백은선의 다정은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물론 백은선은 손쉬운 다정을 믿지 않는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다정해지는 게 있나요?”(「앙망」) “사람이 이 이상 다정할 수 있어? 묻지만 단 한 번도 원한 적 없어요”(「픽션다이어리」). 그러나 “마음이라는 이 좆같고 애매한 말!”(「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이라고 외치며 세계와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보려는 이가 꺼내는 마음에는 진실이 담겨 있기에 진심이라고 이르게 된다. 백은선의 시가 솔직하다면 그가 정직하기 때문이다. 올곧게 사랑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줄 수는 없어요?”(「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묻는 백은선의 질문은 사랑에 주저하는 이들의 폐부를 찌르면서도, 사랑하는 이에게 건넬 편지지가 되어준다. 글씨를 연습하듯 백은선의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읽는 이는 백은선의 다정을 자기에게 옮겨담게 될 것이다. 그 다정은 곧, 사랑 앞에서 자신을 허무는 자세이자, 시야를 좁혀 사랑하는 이를 그대로 바라보는 눈맞춤이고, 사랑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이며, 사랑만 있다면 신이 없는 세상도 괜찮다는 의연한 믿음이리라.

백은선의 시가 반드시 우리 앞을 가로막는 한계를 뛰어넘고 초월하게 하는 물리적인 날개가 되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시를 읽고 마음이 북받쳐 뛰어오르고도 장대에 걸려 철푸덕 넘어져 이가 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와 가능성, 무한이라는 단어가 지긋지긋해서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땐 의심과 번복을 꼬리에 주렁주렁 달고도 이어지는 백은선의 다정을 생각해보자. 그 언어가 어떻게 우리에게 계속하고 반복할 수 있는 의지와 연습이 되어주는지를. 문학이 삶을 닮고, 삶이 문학을 닮아가는 우리는 만나서 시를 쓸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백은선에게 배운 시이자, 백은선의 시를 읽은 이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말,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픈 삶의 태도였다. _편집자의 말 「다정한 시」 부분*

* 백은선 시인과 담당 편집자가 시집의 편집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동안, 수록 시들에 대한 이해가 서로 크게 겹치고 있다는 생각이 감돌았고, 보통의 시집 말미에 해설이나 발문을 싣는 것과 달리 시인이 편집자의 목소리가 들어가길 요청해 ‘편집자의 말’이 수록되었다.

https://x.com/trianglbot/status/1892879989437321588?s=46&t=_qFnxv9PSNqBqvGrnYOwag

천재 보고서 (내 안의 잠재력을 깨우는 천재들의 비밀코드)

책 소개

모두가 어수선하다고 생각했지만 천재로 기억된 사람들 케임브리지·예일대 심리학자가 밝혀낸 천재들의 비밀!

《천재 보고서》는 케임브리지와 예일대학교 심리학자 스콧 배리 카우프만의 획기적인 연구와 저널리스트 캐롤린 그레고어가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해 호평받은 기사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책은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마르셀 프루스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토머스 에디슨, 조세핀 베이커, 존 레논, 마이클 잭슨, 톰 요크, 조시 웨이츠킨, 미야모토 시게루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천재들의 수많은 사례를 통해 복잡하고 어수선한 마음 가운데 그들의 잠재력을 깨울 수 있었던 ‘천재들의 10가지 비밀코드’에 관해 말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실제 천재는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난제를 해결해 내는 창의적인 사람들이다. 앞으로 세상을 바꿀 리더들은 어수선한 천재들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 책을 추천했고, 소아청소년 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여기에서 소개하는 요소들은 세부적인 천재 마음 이해하기의 열쇠들입니다. 동시에 이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같은 범재에게도 꼭 필요한 삶의 태도”라는 추천평과 함께 이 책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순하고 획일적인 사고방식과 교육이 아닌, 자기 안에 자리한 고유한 잠재력을 일깨우고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창의성은 결국 자기 삶의 아름다운 창조자가 되는 과정”이라는 박문호 박사의 추천평처럼, 우리는 이 책에 담긴 잠재력을 깨우는 천재들의 10가지 키워드를 통해 천재들의 창의성에 관한 비밀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 인간다움, 인문학적 통찰을 발견하는 동시에 깊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진정한 나와 마주하며 내 삶의 아름다운 창조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