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2일 가입 · 121권 적독
앨저넌 블랙우드의 [버드나무]는 H.P. 러브크래프트가 명명한 ‘코즈믹 호러’ 즉 우주적 공포를 잘 구현한 작품이다. 러브크래프트는 자신의 작품 [크툴루의 부름]에서 블랙우드의 [더 센토]에서 따온 문구를 제명으로 삼는다. “위대한 힘이나 존재들의 의식이 발현된 모양이나 형체가 아득히 먼 옛날……인류가 번성하기 훨씬 전에 종적을 감추었으나……시나 전설 속에서만 그 찰나의 기억이 남아 온갖 종류의 신이니 괴물이니 신화적 존재로 불렸는데……어쩌면 그 힘이나 존재들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러브크래프트는 이처럼 블랙우드의 우주적 통찰력을 이용해 우주적이며 신화적인 공포 이야기의 근간을 세운다. 러브크래프트는 [버드나무]를 “이제껏 쓰인 가장 훌륭한 공포 이야기”라고 극찬했으며 블랙우드를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한 명의 절대적이고 의문의 여지 없는 대가”라고 평가했다. [버드나무]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괴물이나 악당이 주인공과 벌이는 갈등을 소재로 한 기존의 공포 이야기와는 달리 자연력 또는 ‘알 수 없는 우주적 힘’이 유발하는 독특한 공포를 선사한다. 작가는 인간이 아닌 우주 만물에도 의식이 있음을 상정하는 범심론汎心論을 기반으로 우주 만물에 깃든 의식이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작용하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공포를 느끼며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깨닫는다. 본 작품집에는 [버드나무] 이외에도 북미 인디언의 전설 속 괴물 웬디고를 그린 [웬디고]와 그 두 작품과는 달리 도시 공포를 그린 [엿듣는 자]와 한니발 렉터의 표본일 법한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도시 스릴러 [막스 헨직]이 수록되었다.
◆ 특징
1. 공포 소설, ‘위어드 스토리’의 대가 러브크래프트가 최고로 뽑은 기이한 이야기의 거장 앨저넌 블랙우드의 대표 소설을 한국 최초로 소개한다. 2. 블랙우드 이야기의 두 줄기인 오지의 공포와 도시 공포의 대표 작품들이 함께 수록되었다. 3. 기존 공포의 공식과 달리 인물 중심이 아니라 자연력,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는 코즈믹 호러의 대표작이다. 4. 우주적 힘, 전설 속 괴물, 연쇄살인범, 도시 유령과의 초자연적 교감 등 이야기의 변주가 다채롭다.
“오래도록 읽힐 대단한 작품이 나왔다.” 출간 직후 일본 출판계를 들끓게 한 압도적 필력!
어둡고 긴 방랑길 위 빛나는 저녁달처럼 서로의 구원이 된 두 사람의 이야기
서점대상은 일본의 전국 주요 서점 직원들이 그해 ‘가장 팔고 싶은 책’을 투표해 선정하는 문학상이다.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참여하는 만큼, 대중성은 물론 문학성까지 고루 갖춘 작품이 선정된다. 2020년 서점대상을 수상한 《유랑의 달》은 출간 직후 “대단한 소설이 나왔다”는 평과 함께 각종 서점 1위를 차지하고, 제41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섬세한 인물 구성과 감정 묘사로 일본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소설은 출간 1년 만에 37만 부 판매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랑의 달》은 세상의 편견 속에서 서로를 구원하고 자아를 되찾은 두 사람의 이야기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결여된 현대 사회에서, 주인공들은 힘겨운 여정을 거쳐 모든 장벽과 구분을 초월한 유대를 이루어낸다. 디지털 타투, 데이트 폭력 등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필치와 예측 불가능한 서사가 마지막까지 마음을 사로잡는다. 10년 동안 장르문학계에서 활동하다 처음 도전한 문예소설로 서점대상을 거머쥔 작가 나기라 유의 소설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가슴 저릿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사실과 진실의 간극, 그 너머의 간절한 목소리
아홉 살의 가나이 사라사는 자유로운 부모님 밑에서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나날을 보낸다. 낮에도 술을 마시고 가끔 저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가족을 향해 이웃들은 수군거리지만, 사라사는 그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믿는다. 아빠와 엄마가 자신의 곁을 떠나버리기 전까지는. 부모님을 잃고 이모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 사라사는 너무도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겉돌며 매일 저녁 늦게까지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던 사라사는 더 이상 이모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늘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대학생 후미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리운 부모님의 온기와 다시금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