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mphea · 2024년 1월 8일 가입 · 180권 적독
“이 한 권의 짧은 책이 우리의 사랑을 바꿀지도 모른다”
전작 《피로사회》에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성과사회의 명령 아래 소진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관찰하고, 《심리정치》에서 자유와 욕망까지 착취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은밀한 통치술을 파헤친 바 있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에로스의 종말』이 출간되었다. 이는 지난 2013년 독일에서 출간된 〈Agonie des Eros〉를 번역한 것으로, 오늘날의 세계에서 진정한 사랑이 위기에 처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흥미로운 분석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에로스란 ‘강한 의미의 타자, 다시 말해 나의 지배 영역에 포섭되지 않는 타자를 향한 것’을 의미한다. 사랑을 위해서는 타자의 발견을 위해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전적으로 안락함과 나르시시즘적 만족 외에는 관심이 없는 오늘의 세계에서는 에로스적 경험이 있을 수 없다. 이에 저자는 에로스의 싹을 짓누르는 온갖 함정과 위협들을 집중적으로 살피며 숭고한 타자성에는 찬가를, “우울한 나르시시트에”는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한다.
"그저 따듯함, 친밀함, 안락한 자극을 넘어서지 않는 오늘의 사랑은 신성한 에로티즘이 파괴되었음을 암시한다."
<에로스의 종말>, 한병철
"영원이 바로 인생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은 증명해준다. 사랑의 본질은 충실함, 특히 내가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충실함이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행복인 것이다! 그렇다. 사랑의 행복은 시간이 영원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ibid. 재인용 <사랑 예찬>, 알랭 바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