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독2 積讀
명사
《표준국어대사전》
아리요시 사와코옥탑방
치밀하게 짜인 구성의 매력적인 미스터리 전설적인 이야기꾼의 귀환!
어느 화창한 날, 미모의 여성 사업가 도미노코지 기미코가 자신의 빌딩 사무실 7층에서 추락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언론에서는 《허식虛飾의 여왕,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는데…….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작가가 그녀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녀’의 삶을 증언하는 27인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진실의 꼬리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순수와 거짓이 뒤섞이고 선함과 악함이 뒤틀리면서 미스터리한 퍼즐 맞추기는 흥미로운 혼돈에 빠져든다. 각 증언마다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일본 문단의 전설적인 이야기꾼, 아리요시 사와코의 대표작이다.
이저벨 윌커슨옥탑방
“이 미친 차별이 대수롭지 않다면, 당신은 방관자거나 가해자다.” 미국의 유구한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단 하나의 창
2008년부터 논의된 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성별·연령·인종·피부색·민족·출신 지역·장애·종교 등으로 국민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보편타당한 내용의 이 법안은 14년째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차별로부터 자신의 존엄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이 낭자한 시대,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문해야 한다. 스스로가 쉽게 혐오를 일삼는 가해자는 아니었는지, 차별임을 알고도 묵인하는 방관자는 아니었는지 말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미국 언론 역사상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이저벨 윌커슨은 미국의 유구한 인종차별과 불평등의 이력을 밝혀온 언론인이다. 그의 근간 《카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조지 플로이드 과잉 진압 사건으로 미국 내 인종 갈등이 첨예하던 시기에 출간되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1년 넘게 자리했다. 그는 아메리카 대륙에 이민자들이 처음 발 딛는 순간부터 미국의 불평등이 시작되었다면서, 미국의 권력 카르텔을 인도의 카스트 피라미드에 비유한다. 신성함을 무기로 억압의 역사를 만든 인도의 카스트, 유대인을 극한의 공포로 밀어 넣어 처참히 살해한 나치의 인종주의, 겉으론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계급사회 유지에 일조한 미국의 백인 우월주의까지, 세 체제 모두 얼토당토않은 기준으로 구성원 일부를 ‘열등한 족속’으로 분류한 뒤, 소수의 이윤 독점과 권력 세습을 위해 그들에게 비인간적 행위를 일삼았다. 이 책은 노예제가 폐지된 지 250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실태를 샅샅이 파헤친 보고서로, 오프라 윈프리, 버락 오바마 등 유명 인사와 〈타임〉, 〈LA타임스〉를 비롯한 다수의 언론으로부터 ‘최고의 책’으로 꼽히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완전하지 않아 애틋한 애정이 담긴 아홉 개의 기담!
야마시로 아사코의 소설 『엠브리오 기담』. 다양한 작품으로 많은 팬을 거느린 오쓰이치가 ‘야마시로 아사코’라는 이름으로 괴담 전문지 《유幽》에 발표한 단편 아홉 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할머니가 손자손녀를 재우며 들려 줄 법한 다정한 어조로 괴상하기보다는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행안내서 작가지만 길치인 남자 이즈미 로안.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거나 생각할 수 없는 곳으로 걸어 나가는 그를 따라나서면 반드시 길을 잃는다. 책을 쓰기 위해 여느 때처럼 여행을 떠난 로안과 동행하게 된 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을 마주치게 되는데…….
야마시로 아사코 · 김선영옥탑방
지도를 보며 걸어도 언제나 길을 잃고 마는 작가 이즈미 로안과 짐꾼 미미히코, 여행에 동행한 서점 직원 린이 맞닥뜨리는 괴이한 일들. 슬프고도 아름다운, 기괴하면서도 경이로운 아홉 편의 연작 기담집이다.
오츠 이치 · 나카타 에이이치 · 에치젠 마타로옥탑방
<GOTH>, <암흑동화> 등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부터 <실종 홀리데이>, <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등 애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발표하며 '블랙 오쓰이치'로도 '화이트 오쓰이치'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오쓰이치.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나는 존재가 공기> 등 주로 풋풋한 청춘소설로 독자와 교감해온 나카타 에이이치, <엠브리오 기담>, <죽은 자를 위한 음악> 등 기담 및 괴담 장르에서 문재를 펼치는 야마시로 아사코, '마계탐정 명왕성O' 시리즈 등 라이트노벨 문단의 무서운 신예 에치젠 마타로. 네 명의 천재적인 소설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소년 탐정의 수수께끼 풀이를 담은 '소년 무나카타와 만년필 사건', 창작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을 담은 '메리 수 죽이기', 3.11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그린 '트랜스시버', 3D 프린터를 둘러싼 오싹한 도시괴담 '어느 인쇄물의 행방' 등 전혀 다른 매력의 일곱 편의 단편으로 한 권의 환몽 컬렉션을 완성했다.
지금쯤 눈 밝은 독자는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실은 이들 모두 오쓰이치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쓰이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리고 단편이 시작하는 맡에 그의 본명 '아다치 히로타카'의 이름으로 해설도 써 붙였다. 오쓰이치의 다섯 페르소나가 펼치는 꿈속 같은 이색적인 세계. 당신이 사랑하는 오쓰이치의 모든 것을 담은 <메리 수를 죽이고>로 초대한다.
미장센은 모든 것을 의미하지만 어떤 것도 특정하지 않는다
영화 비평과 분석에서 미장센은 널리 애용되지만 종종 완전히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이 책은 미장센이라는 단어에 탈지역성과 역동성과 사회성을 불어넣음으로써 고전기 할리우드는 물론 오늘의 드라마 시리즈, 리얼리티 쇼, 오디오비주얼 아트에 이르는 광범한 시청각 예술 전반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려는 야심찬 시도다. [미장센과 영화 스타일]은 세 가지 점에서 탁월한 성취로 평가되고 있다. 첫째, 이 책은 미장센이라는 개념에 대한 정교하면서도 풍성하고 엄밀하면서도 명료한 재정의 작업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전지구적이고 포괄적이며 개방적인 시야로, 미장센이 까다로운 학문적 개념도 모호한 수사학적 용어도 아닌, 영화 및 연관 매체를 감식하고 분석하는 유용하고도 핵심적 개념적 도구임을 역설한다. 둘째, 이 책은 새롭게 이해된 미장센 개념을 통해, 영화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확대시킴으로써,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새롭고 포괄적이며 역사적인 시선을 제공한다. 저자는 고전기 할리우드와 모던 시네마, 갖가지 인터넷 영상물, TV 드라마와 리얼리티 쇼, 미술관의 오디오비주얼 설치 예술 등 시청각 매체의 거의 모든 분야를 열정적으로 누비면서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끝없는 변모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셋째, 이 책은 개념의 재정의라는 이론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시네필의 자부심과 열정이 새겨진 날카롭고 명료한 비평적 통찰들로 가득하다. 뜨거운 영화 사랑과 지적이고 엄격한 사유가 유려하고 섬세한 언어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요컨대 이 책은 언어 사용에 엄격한 태도를 지닌 한 사람의 시네필/비평가가, 자신이 사랑하는 매체의 중대한 전환과 도전의 시기에, 자신과 동료들이 써온 비평적 개념의 혼돈을 목격하고, 또한 그 혼돈 속에서 영화의 진정한 가치가 오해되는 사태를 목격하고, 그 출구를 찾기 위해 이론적 탐색이라는 험로를 경유하는 뜨거운 비평적 여정이다.
요르겐 랜더스 · 틸 켈러호프한뉘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세금은 가장 강력한 기후정책이다!”
지구는 지금 기후위기와 불평등이라는 이중 재앙 앞에 서 있다. 위기는 모두에게 다가오지만, 책임과 피해는 불공평하게 분배된다. 세계 상위 1%의 초부유층은 전체 온실가스의 상당량을 배출하면서도 재정적·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책임에서 빠져나간다. 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가난한 이들이 짊어진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단호하고도 단순한 해법을 제시한다. “부자에게 과세하라!” 이는 단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구호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막고 사회적 전환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이다. 저자들은 “시장에 맡겨서는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국가의 정치적 결단과 조세 정책을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의 시장 메커니즘은 오히려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심화시켰고, ‘트리클 다운’ 효과는 허상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배정의와 기후정의를 함께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서 ‘조세정의’, 특히 초부유층을 겨냥한 누진적 과세를 제시한다. 놀랍게도 세계 곳곳의 양식 있는 부자들 역시 이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누리는 부가 사회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인정하며, 더 많은 세금을 내겠다고 나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결단이다.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 정의로운 과세
이 책은 “초부유층에게 공정하게 과세하는 것이 기후정의 실현의 윈-윈 전략”이라고 단언한다. 정의감이나 윤리적 책임을 넘어 현실적 대안으로서 세금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중산층이나 서민을 압박하는 증세가 아니라, 상위 0.1%의 자산에 조금만 과세해도 에너지 전환과 사회 안전망 확충에 필요한 재정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크다. 이 책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부자에게 과세하라!’와 같은 단순 명쾌한 문제의식에 집중하는 점이다. 물론 부자 과세 하나만으로 기후위기 문제를 다 풀긴 어렵다. 그러나 일단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현실을 개선하면서 기후위기에도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제안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부자 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각종 기술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주문한다. 지구를 위한, 인류를 위한 공동의 책임감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둘째, 흔히 ‘부자 과세’를 얘기하면 사람들은 부자들의 조세 저항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 책은 세계 각국 백만장자나 슈퍼부자의 상속자들도 지구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려는 태도를 보여준다고 강조한다. 실은 부자들도 자신이 누리는 부가 온 사회(노동, 자연)의 토대로부터 온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날로 양극화하는 현실에서 정부의 ‘조세정의’를 통해 불평등이 완화할수록 사회적 긴장과 불만 또한 줄어들 것이다. 그러니 양심 있는 부자들은 세금을 ‘기꺼이’ 더 내려고 한다. 흥미롭게도 바로 이 책 서문에서 백만장자 상속녀 마를렌 엥겔호른은 “부는 권력을 의미하고 이 권력은 민주적으로 분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2023년 9월엔 백만장자, 경제학자, 정치가 등 300여 명이 G20에 공개서한을 보내 “전 세계 선도적 경제학자들이 부유세 과세 방안을 다각적으로 제안했다”고 밝히며 300여 부자들 “모두 부유세 도입을 찬성”한다고 했다. 그들은 “이제 남은 것은 이런 제안을 정책으로 실현하겠다는 정치적 결단뿐”이라고 하면서 정치가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셋째, 저자들은 단순히 ‘부자 과세’ 하나만 주장하지 않는다. 공정한 조세정책 외에 지속가능한 국가 채무, 유연한 통화정책 등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저자들은 기후위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식량 생산, 에너지 소비, 국제 이주, 생활 안전 등 제반 문제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고 적극 제안한다. 특히 과거와 같은 사회복지 시스템을 넘어 기본소득 같은 새로운 발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하면서 ‘총체적 변화’의 필요성을 암시한다. 이 책은 단순히 ‘세금’ 이야기를 넘어, 불평등을 줄이고 기후위기를 완화하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국가의 역할’과 ‘정치의 책임’을 되묻는다.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책, 지금 바로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다.
앤 브론테한뉘
우리가 알지 못했던, 가장 현대적이며 급진적인 브론테 앤 브론테 국내 미출간작 초역
“현대적 맥락에서 앤 브론테의 책을 읽는 것은 해방과도 같다. 이제 앤의 시대가 왔다.”
“가장 혁명적이고 대담한 행보를 보인 브론테”로 현대에 재평가된 앤 브론테의 장편소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출간 당시 《제인 에어》보다도 높은 판매 부수를 기록하고 ‘강렬한 줄거리’와 ‘대단한 필력’을 갖춘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이러한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현대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최초의 진정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고 브론테 자매의 소설 중 유일하게 ‘BBC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소설’에 이름을 올리는 등, 이 작품은 오늘날에 와서 완전히 재발견되었다.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브론테’였던 앤 브론테를 국내에 새로이 소개하며, 마땅히 누려야 했을 명성을 빼앗긴 그의 비운의 마지막 소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을 에드먼드 뒬락의 삽화 일곱 점과 함께 초역으로 선보인다. 앤 브론테가 그간 두 언니, 샬럿과 에밀리 브론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은 결코 그가 집필한 소설의 완성도나 문학적 가치 때문이 아니었다. 아일랜드 작가 조지 무어는 앤 브론테의 첫 소설 《아그네스 그레이》를 일컬어 “영어로 쓰인 가장 완벽한 산문”이라고 상찬했는데, 이와 같은 평을 받은 작가가 오랫동안 크게 회자되지 못했던 이유는 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소설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이 당시 영국의 법과 관습을 어긴 충격적인 문제작이었기 때문이다. 결혼과 사랑, 폭력, 중독, 종교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직시하고, 자신의 삶을 당당히 개척해나가는 여성 예술가를 그려낸 이 작품은 19세기 영국인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급진적이었다. 세 자매 중 가장 오래 생존하였기에 두 동생의 작품에 대한 권한을 가졌던 맏언니 샬럿 브론테가 앤의 죽음 이후 동생의 평판을 생각해 이 소설의 재발행을 막았을 정도였다. 이로 인해 《와일드펠 저택의 여인》은 여러 해 동안 유통되지 못했으며 출간 직후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저평가되어왔다. 그러나 “완전히 실수”였으며 “보전할 가치가 없”다는 샬럿의 가혹한 평가나 “언어나 내용 면에서 거칠고 상스럽다”는 당대의 혹평이 드리운 그림자가 옅어진 20세기 이후부터 이 작품은 과감하고 파격적이며 예술가로서 앤의 성장을 잘 보여준 걸작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