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21kyul · 2024년 6월 11일 가입 · 49권 적독

영매 소녀

책 소개

타로 점을 잘 보기로 유명한 여고생 최은파. 관심과 돈을 받는 데 재미를 붙여 점괘를 토대로 같은 학교 학생들의 문제 해결에 나선다. 학교의 마스코트인 검은 고양이 이채. 제령 솜씨가 별로인 은파를 놀리고 귀한 먹이를 얻는 데 맛을 들여 은파의 숨은 조력자로 활약한다. 둘은 함께 사건들을 해결하는 사이 학교에 전해 내려오는 오랜 전설의 핵심에 접근하게 되는데, 그 전설은 놀랍게도 각자의 운명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다.

기숙 여학교 오컬트 판타지 《영매 소녀》는 장르명에서 짐작할 수 있는 매력을 빠짐없이 선사한다. 반듯하게 예쁜 선배가 다가와 말을 걸 때의 두근거림, 아찔한 속눈썹 컬을 만들어 준 뒤 사물함 안에서 대충 굴러다니는 마스카라, 온 학년이 모이는 급식실에서 은밀하게 퍼져 가는 소문, 모두가 알지만 침묵하는 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타로 카드. 외따로 있어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이 조각들은 신령과 교류하는 능력을 가진 은파의 극적인 성장과 모험의 일부가 됨으로써 더욱 흥미로워진다. 별나기에 외로웠던 소녀가 특별하기에 당당해지기까지의 여정이 그 안에 촘촘히 담겨 있다.

[줄거리] 기숙학교인 Y여고의 1학년생 최은파에게 3학년 선배 김기율이 접근한다. 독특한 집안 내력과 남다른 능력 때문에 다른 사람과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했던 은파는 길거리 캐스팅된 전적이 있다는 인기인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의아해하면서도 남몰래 기뻐한다. 은파는 선배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특기인 타로 점을 활용해 교내의 기묘한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하고, 그사이 학교의 마스코트인 검은 고양이 이채와 동료가 된다. 기분 좋은 주목과 동료와의 유대감에 취해 있던 어느 날 은파는 선배들 앞에서 무심코 타로 점괘 하나를 내뱉는데, 그 말은 학교에 오래도록 내려온 전설부터 엄마의 과거에 이르는 온갖 비밀을 밝힐 결정적인 열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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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즈 어웨이

책 소개

《좀비즈 어웨이》는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이다. 수록된 작품들에서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젊다는 것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 젊기에 더 버거운 삶의 무게, 버텨 내고 발버둥 친 끝에 스스로 피워 낸 작은 희망의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모든 수록작은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한다. 좀비 바이러스가 막 퍼지기 시작한 시점에 한 여고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로맨틱한 서사가 동시에 펼쳐지는 〈피구왕 재인〉, 나라 전체에 좀비가 창궐한 시대에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두 여자의 동행을 그린 〈좀비즈 어웨이〉, 실패만 거듭했던 인생에서 벗어나려 했던 건강식품 업체 사원의 이야기를 통해 좀비 대유행의 원인이 드러나는 〈참살이404〉 등 잔인하고도 따스한 세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줄거리 〈피구왕 재인〉 봉암여고 체육대회를 앞두고 피구 예선전을 치르던 나는 피구공 대신 날아온 사람 머리를 맞닥뜨린다. 그 직후 감염자들을 피해 도망치라는 교내 방송이 들려오고,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학교 건물 밖으로 몰려나온다. 운동장에 있던 나는 교실에 있을 소중한 친구 혜나를 찾기 위해 홀로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뜯겨 나간 팔다리며 내장, 곳곳에 흩뿌려진 핏자국을 본 나는 영화나 웹툰에서나 보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음을 깨닫는다. 감염되지 않은 자를 노리는 붉은 눈의 감염자들을 피해, 나는 혜나를 만나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말을 꼭 전해야만 한다.

〈좀비즈 어웨이〉 연정은 정육점 알바생이다. 정육점에서는 좀비 고기와 좀비 머리를 취급한다. 고기를 파는 이유는 좀비를 먹으면 좀비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생긴다는 뜬소문이 퍼져서이고, 머리를 파는 이유는 나라에 머리를 제출할 경우 대입 또는 취업 시 가산점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사장님의 명에 따라 좀비 머리를 찾아 동네를 뒤지던 연정은 좀비가 되지 않았지만 머리만 남은 채로 살아 있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인간다운 생활을 돕는 인프라가 모두 무너져 버린 세상에서 인간다운 연민을 버리지 못한 연정은 여자의 뜬금없는 부탁에 돌연히 긴 여정에 뛰어든다.

〈참살이404〉 소영은 유서를 쓰던 날 이력서도 썼다. 유서에 쓸 만한 문장을 검색하다 회사 광고를 발견한 것이다. 건강식품 제조업체 JBU에 입사한 소영은 회사에서 개발 중인 음료 ‘참살이404’를 마신 뒤 평생 느껴 온 무력감과 피로감에서 처음으로 벗어난다. JBU 회장은 스스로를 패배자, 낙오자, 부적응자라 부르는 사람들을 위해 참살이404를 만들었다고 밝혔고 JBU의 입사자 또한 그러한 이들이었다. 신규 고객과 직원을 물색하던 소영은 대기업에 다니다 6년여 만에 그만두었다는 고교 동창 보영을 데려오는데, 그는 참살이404를 마시든 그렇지 않든 갖가지 방면에서 유능함을 뽐내며 만족스러웠던 소영의 회사 생활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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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연인들

책 소개

가상 세계를 통한 불륜으로 얽힌 세 사람, 사랑과 증오를 품은 채 서로에게 돌진하다

《밀림의 연인들》 속 메타버스 플랫폼 ‘밀림’은 연인들로 가득하다. 연애 감정으로 만난 아바타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생활할 수 있는 가상현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아바타의 세계와 아바타를 움직이는 인간의 세계가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밀림에서 누리는 행복이 늘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실에서 중시하는 윤리는 때로 밀림 안에서 힘을 잃는다. 가상 세계를 통한 불륜으로 얽힌 세 주인공의 이야기는 메타버스의 시대에 들어선 우리가 앞으로 어떤 문제를 마주해야만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안전가옥 쇼-트의 18번째 작품 《밀림의 연인들》은 가상 세계를 다룬 SF이기도 하지만 가족 간의 사건이 일으키는 긴장을 포착한 도메스틱 스릴러(domestic thriller)이기도 하다. 남편 석영의 불륜을 알아챈 다미, 메타버스에서 비로소 행복을 찾은 석영, 2년 동안 석영의 메타버스 속 아내로 살아온 초코페. 상대를 사랑하는 만큼의 증오를 품은 이들은 모두 자기 욕망에 따라 거침없이 행동하고, 파멸과 맞닿아 있는 치유를 향해 기꺼이 손을 뻗는다.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인물들만이 빚어낼 수 있는, 힘 있는 이야기다.

다미는 남편 석영이 바람을 피운다고 확신한다. 집에서 나는 소리를 항상 녹음하는 인공지능 로봇 키미의 데이터 안에서 석영의 목소리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는 ‘초코페’라는 여자를 향해 그녀가 자신을 외로움에서 구했노라 고백하고 있었다. 가상현실 플랫폼 ‘밀림’을 통해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와는 다른 이름과 다른 모습으로 밀림 안에 숨어 있는 불륜 커플을 찾기란 보통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유명 건축가 고선의 딸인 다미에게는 돈이 많았고, 대부분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미는 밀림에 접속해 석영과 초코페를 손쉽게 추적한다. 그 추적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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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될 것

책 소개

소설가 최진영이 ‘써야 했고’ ‘쓰게 될 것’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 기억할 미래 - “나는 가능성을 만들고 싶었다.”

춘천 가서 산 책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장편소설)

책 소개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한국 여자의 인생 현장 보고서!

문학성과 다양성, 참신성을 기치로 한국문학의 미래를 이끌어 갈 신예들의 작품을 엄선한 「오늘의 젊은 작가」의 열세 번째 작품 『82년생 김지영』. 서민들의 일상 속 비극을 사실적이면서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재능을 보이는 작가 조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1982년생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고,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하고 있다.

놀랍게도 사 놓고 안 읽음 대박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 (수상작가들이 뽑은 베스트 7)

책 소개

한국소설의 내일을 담당할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10년 제정된 ‘젊은작가상’은 열정과 패기로 충만한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로 제한하여 그동안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개성에 주목해 매해 일곱 편의 수상작을 선정해왔다.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0주년 특별판』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젊은작가상의 성취와 취지를 알리고, 그동안의 수상작을 새로이 조명하기 위해 선보이는 작품집으로, 젊은작가상 10년의 풍성한 결실을 만나볼 수 있다.

1회부터 10회까지 총 43명의 역대 수상 작가에게 1회부터 9회까지의 63편의 수상작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품 3편을 추천받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7편의 작품을 묶었다. 독보적인 스타일로 믿고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편혜영, 김애란, 이장욱, 황정은부터 한국문학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손보미, 정지돈, 강화길까지 한 번에 만나보기 어려운 7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소설 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루나 + 블랙박스와의 인터뷰 + 옛날 옛적 판교에서 + 책이 된 남자 + 신께서는 아이들 + 후루룩 쩝접 맛있는)

책 소개

새로운 주최·후원, 새로운 심사위원단, 새로운 가격 “김초엽” “천선란”의 탄생을 알린 한국과학문학상이 돌아왔다!

우리의 밤을 가로지르며 출현하는 신예 작가들의 빛나는 우주!

세계관을 구축하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우주에 대한 질문 또는 대답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며, 이는 고대 신화나 현대 SF나 마찬가지다. 고대 중국의 세계관이 담긴 『천자문』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SF도 푸른 하늘 너머에 있는 검고 광활한 우주에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우주엔 답이 없고, 그저 텅 빈 어둠만이 있을 뿐이다. 답을 구할 방법은 하나뿐이다. 우주의 빈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워 자신만의 우주를 새롭게 만드는 것. 그리고 지금 여기, 빛나는 상상력으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하려는 6명의 신예 작가가 있다. 바로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자인 “서윤빈”, “김혜윤”, “김쿠만”, “김필산”, “성수나”, “이멍”이다.

지난 2019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우리의 지난밤은 팬데믹으로 인해 어둡고 암울했다. 그 여파로 한국과학문학상도 한 회를 쉬게 되었으나, 주최사 〈허블〉과 파트너사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나 다행히 2년 만에 재개하게 됐다. 문학상 공모 이후, SF 팬덤이 보여준 반응은 실로 놀라웠다. 감사하게도 그들은 한국과학문학상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폭발적인 응모 편수를 통해 몸소 보여줬다. 예년 평균 250여 편이었던 응모 편수가 2배 이상 증가한 550여 편에 이른 것이다. 허블은 그 성원에 힘입어 한국과학문학상을 전격 리뉴얼했다.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인 “김보영”, “김성중”, “김희선” 소설가와 “강지희”, “인아영” 평론가와 함께 심사위원단을 새롭게 구성했으며, 그들과 함께 맞이한 신예 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디자인과 특별 보급가로 준비했다. 이 모든 리뉴얼은 조금이라도 더 넓은 세상에서 작가의 탄생을 함께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앞서 김초엽(제2회 중·단편 대상)과 천선란(제4회 장편 대상) 등 21명의 신예 작가가 절망의 어둠 속에서 회복의 빛을 그러모아 연대의 우주를 빚어냈듯이, 제5회 중·단편 수상자들 또한 지금 우리가 가진 불안과 두려움을 가지고서 희망의 우주를 빚는다. 지금 우리의 불안이 팬데믹 등 미래적인 사건에서 비롯된 만큼, 그 불안을 희망으로 바꿀 상상력도 좀 더 미래적일 필요가 있다. 어두웠던 우리의 지난밤, 그 밤하늘을 밝혀줄 6개의 우주를 지금부터 소개한다.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소설집)

책 소개

한국 문학의 눈부신 미래, 김초엽 두 번째 소설집 출간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신에게도 있지 않나요.”

지금까지의 김초엽이 SF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소개되는 작가였다면, 지금의 김초엽은 한국 문학을 말할 때 가장 먼저 소환되어야 하는 작가가 되었다. “김초엽의 소설을 읽다 보면, 이 세계가 1인치쯤 더 확장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강지희 평론가의 말처럼(제11회 젊은작가상 심사평 중) 김초엽의 소설은 여느 SF가 그렇듯이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시공간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다른 진실과, 다른 감정, 처음 마주하게 되는 아득한 경이의 순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방금 떠나온 세계》는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동시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미래로 떠오른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다. 20만 부가 판매되었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후 2년여 만에 나오는 두 번째 소설집이기도 하다.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인지 공간〉과 2021 올해의 문제소설로 선정된 〈오래된 협약〉을 포함해 ‘나’와 ‘세계’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쓴 경이롭고 아름다운 7편의 소설을 담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섬세한 문장과 꿋꿋한 서사, 그리고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에 더해 세심한 관찰자로서 낯선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김초엽만의 세계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첫 소설집에서는 간접적으로만 그려졌던 사회문제 또한 한 발짝 더 가까이 끌어온다. 김초엽이 그리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살아가지만, 사랑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참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어떤 사회적인 전복을 꿈꾼다. 진짜 내가 되기 위해 동생에게서 도망치고(〈캐빈 방정식〉), 진짜 내가 되기 위해 연인에게 통보하며(〈로라〉), 진짜 내가 되기 위해 정상인들에게 테러를 일으킨다(〈마리의 춤〉). 소외되고 배제된 존재로서의 장애에 대한 은유 또한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드러난다. 〈최후의 라이오니〉의 ‘나’는 결함이 있는 복제 인간이며, 〈마리의 춤〉의 ‘마리’는 태어날 때부터 시지각 이상증을 겪어야 하는 ‘모그’다. 〈로라〉의 ‘로라’는 정신과 몸의 불일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 번째 팔을 이식받고 트랜스휴먼이 되길 선택하며, 〈캐빈 방정식〉의 ‘언니’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다른 아주 느린 시간대를 살아가게 된다. 〈오래된 협약〉의 ‘노아’는 겨우 서른 살밖에 살지 못한 채 일종의 정신병을 앓다 죽게 될 운명이며, 〈인지 공간〉의 ‘이브’는 작고 연약해서 ‘인지 공간’에 들어가지 못한다. 〈숨그림자〉의 ‘단희’는 발성기관이 퇴화되어버린 존재다. 하지만, 그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김초엽이 그리는 세계는 결코 차갑지 않다. 《방금 떠나온 세계》의 소외되고 배제된 인물들은 사회의 모순에 맞서며, 사회에 대한 의문을 그치지 않은 채로 지금의 세계를 떠나 더 위대한 세계로 나아간다. 사랑과 이해와 위로가 아닌, 사랑의 힘과 이해의 힘과, 위로의 힘을 보여준다. 방금 떠나온 세계를 잊지 않은 채로, 무한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유튜브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는 《방금 떠나온 세계》의 추천사에서 “살면서 종종 이 소설집의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이 시대에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기쁘다”라고도.

스노볼 드라이브 (조예은 장편소설)

책 소개

세상이 망하기만을 바라던 어느 여름날 녹지 않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자라지 못한 어른들의 스노볼 디스토피아

“또다시 그 위에 눈이 쌓이더라도, 오직 내달리는 사람의 열기만이 이 세계를 조금씩 녹인다는 것을 이제는 어쩐지 알 것 같다.” -김초엽(소설가)┃추천의 말에서

조예은 신작 장편소설 『스노볼 드라이브』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스노볼 드라이브』는 피부에 닿자마자 발진을 일으키고 태우지 않으면 녹지 않는 ‘방부제 눈’이 내리는 재난의 시기를 배경으로, 10대의 절반이 눈 아래 묻힌 채 성인이 되어 버린 두 인물의 시간들을 애틋하고도 경쾌하게 그려 낸 조예은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소설가 조예은은 전작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칵테일, 러브, 좀비』를 통해 일상에 침투한 작은 종말의 조짐들을 꾸준히 그려 왔다. 이번 소설에서는 그 무대를 전 세계로 확장해 재앙 후의 일상이라는 길고도 막막한 삶의 아이러니를 한층 치열하게 보여 준다. 다 망해 버리기를 습관처럼 중얼거리던 일상과, 바람대로 세상이 무너져 버린 뒤에야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아이러니. 전 인류적 재앙이 낯설지 않은 지금이 모루와 이월의 여정을 바로 곁에서 함께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