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uneli · 2023년 12월 21일 가입 · 7권 적독
마이클 폴란신물
올리버 지몬스신물
해석학에서 매체이론까지 현대 문학이론을 소쉬르의 ‘기호 삼각형’을 통해 개관한 문학이론 입문서
미국 컬럼비아 대학 독문학과 교수 올리버 지몬스의 저서 『한권으로 읽는 문학이론』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서울대학교 독문학과 임홍배 교수의 엄정한 번역과 깊이있는 학술적 주석이 더해진 이 책은 의미·기호·지시대상의 관계를 나타내는 소쉬르의 ‘기호 삼각형’을 분류기준으로, 특정 문학이론이 어느 쪽에 비중이 있는지에 따라 세 유형으로 고찰하는 독특한 분류법을 사용한다. 이런 분류방식은 각 이론의 위상과 강점, 그리고 한계와 취약점까지도 기호 삼각형이라는 시각적 모형에 따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 책은 각 이론가들의 주요 이론이 담긴 인용문을 제공함으로써 독자가 그들의 사상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분석법을 통해 해석학, 정신분석,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젠더이론, 매체이론 등 현대 문학이론을 면밀히 통찰할 수 있다.
Mekas, Jonas신물
리투아니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영화 제작자, 시인 요나스 메카스는 1949년 독일을 거쳐 브루클린에 정착하면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매일 관찰한 것을 기록하는 일종의 영화 일기(film diary)라는 형식을 처음으로 개발했던 그는 곧 뉴욕 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의 선구자가 된다. 1958년부터 1977년까지 뉴욕의 빌리지 보이스에 매주 전 세계 영화작가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무비 저널' 칼럼을 기고했는데, 이 책은 그가 진행했던 수많은 인터뷰 가운데 84개를 엄선하여 수록한 것이다. 또한 인터뷰와 함께 특별히 메카스 본인이 선별한 한 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사진들은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1960년대와 7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의 전성기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위대한 예술가이면서, 영화작가협동조합과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 시네마테크의 설립자로 누구보다 아방가르드 예술을 위해 평생을 분투했던 요나스 메카스는 이 책 곳곳에 영화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함께 사랑했던 영화와 동료, 친구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토미노 요시유키, 오시이 마모루, 안노 히데아키를 통해서 본 일본 사회. 저자는 20대 시절에 ‘제로년대의 상상력’이라는 비평서를 내며 데뷔했다. 그 책 안에서 짧게 다루었던 ‘모성의 디스토피아’ = 일본이라는 주제를 10년간 다듬고, 고쳐 써서 새롭게 선보이는 결과물이 이번 평론이다. 저자 스스로도 가장 쓰고 싶었던 주제이고, 집중해서 집필하던 지난 2년간이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대표작이 드디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장미와 동백에서 ‘서양 역사와 문명 총서’의 첫 번째 책으로 경남 대학교 이종흡 명예교수의 〈마술, 과학, 인문학〉의 개정판을 출간합니다. 1996년에 출간된 〈마술, 과학, 인문학〉은 짧은 시간 사이에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책이었습니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1996년에서 2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책이 다루는 이야기는 다소 낯설 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책의 배경이 된 15-18세기 사이의 유럽은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널리 다양한 책으로 다루어진 시대였지만, 역사에 다가가는 접근 방식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믿는 바’를 확인하는데 머물렀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술, 과학, 인문학〉에서 다루는 내용은 저자 스스로 밝힌 것과 같이 그리 새로운 내용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과학혁명’과 함께 자연과학이 종교와 인문학, 그리고 더 나아가 ‘오컬트’라고 부르는 마술에 대한 비학 지식과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서구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과학적 합리성’, 그리고 ‘종교와 과학의 분리’가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 반복되었고, 과학의 발전으로 대표 되는 ‘근대성’에 대한 찬양과 비판 모두 같은 설명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믿는 바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학문이 반복되면서 이질적인 지식과 믿음은 서로 만나기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문송하다’ 혹은 ‘인문학은 대학 밖으로 나가야 한다’ 라는 사회가 왔습니다. 그리 고 다시금 〈마술, 과학, 인문학〉은 지식체계로서 과학담론의 역사를 탐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극 히 ‘비과학적’이라 여겨지는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오컬트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마술의 세계, 그리고 합리성 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종교, 그리고 인문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포괄적인 학문 분야가 등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합리적 학문, 순수한 지식과 이론’이라는 과학에 대한 신화가 벗겨집니다. 저자는 과학 역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 역시 인간이 지닌 결점을, 인간이 뿌리내린 사회의 다 양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근대 과학의 거장으로 기억되는 프란시스 베이컨과 아이작 뉴턴은 그들 스스로 마술에 심취했던 이질적인 그들 자신과 연결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술, 과학, 인문학〉은 ‘고정관념에 뿌리내린 허구적 신화’라는 내러티브로 역사를 다루지 않습니다. 근래의 많은 역사서가 이 내러티브에 뿌리내린 채, 사실 그렇게 새롭지는 않은 이야기들을 반복하는 것과는 구분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제를 한정 지어야 한다’는 말로 대변되는, 역사가 가진 다면성을 쉽게 넘기고 좁은 주제에 집중해야한다는 압박을 떨쳐낸 모습에서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 라는 역사학의 오랜, 하지만 끝내 성취할 수 없는 이상이 된 명제를 지향하려는 태도를 읽게 됩니다.
이 책이 가진 이런 매력이 오랜 시간동안 소수의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고, 다시 세상에 빛을 낼 수 있 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과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간 연구자 한 사람의 지난한 노력 모두에서 우리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오늘날 삶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만, 어느 한 편에서 특정 학문은 필요가 없다는 주장 역시 쉽게 마주합니다. 그리고 특정한 지식이나 방법에 뿌리를 두어야, 아니면 그것을 활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학문이라는 주장도 접하게 됩니다. 그리고 좀 더 익히기 쉬운, 필요 없다고 여겨지는 지식은 ‘시간 내어 취미 삼아 공부해도 상관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합니 다. ‘통섭’과 ‘융합’의 시대의 역설일까요?
하지만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처럼 과학이라는 이름의 지식은 완전히 다른 세계관에 뿌리를 둔 지식과 믿음 사이에서 논쟁과 상호 참조를 통해 발전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과학적’이라는 통념과 동떨어진, 연금술과 마법 같은 신비로움에 대한 경이와 헌신에서 출발한 것도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에서 우리는 지식과 삶의 다양성이 가지는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