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han47 · 2025년 3월 4일 가입 · 86권 적독

당신 인생의 이야기

책 소개

“이 한 권의 소설로, 테드 창은 단숨에 전설이 되었다!”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전 세계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 최고의 SF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한 놀라운 소설!

단 한 권의 소설집으로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과학소설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명성을 얻은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리커버 양장본!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독보적 상상력의 대가’로 자리매김한 지금의 테드 창을 전 세계에 알린 그의 첫 번째 작품집으로, 과학적 상상력에 기초한 전혀 다른 차원의 소재와 시종일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놀라운 서사를 통해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했다.

테드 창은 인간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과학철학적 담론들을 가능한 한 여러 측면에서 파헤치는 동시에 그것을 지극히 인간적인 은유에 담아 펼쳐낸다. 독특하고 치밀한 상상력을 통해 불안한 미래에 대한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며 ‘인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동시대가 가장 기다려온 소설집이다.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산문)

책 소개

“위대한 책들의 타격 아래서 우리는 번번이 죽고 또 번번이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영혼의 반짝임을 발견하는 시인, 진은영의 신작 산문집

등단 후 24년 동안 네 권의 시집을 출간하며 감각적이고 치열한 언어와 예리한 사회인식으로 사랑받아온 진은영 시인이 신작 산문집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펴낸다. 시인은 책의 서문에서 “내 빨간 수첩과 내 머릿속은 이렇게 어디서 왔는지 불분명한 타인의 문장들로 가득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쉽게 잠들지 못했던 밤과 죽고 싶었던 순간마다 자신을 살렸던 문장들이 있었고, 시인은 쉴 새 없이 그것들을 읽고 밑줄을 그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고통과 회복의 기억이 희미해진 후에도 자신을 살게 했던 책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진은영이 호명하는 작가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강렬하고 매혹적이다. 카프카, 울프, 바흐만, 카뮈, 베유, 플라스, 아렌트…… 삶은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하고, 아무리 애써도 승리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자각하면서도 전력으로 글을 썼던 작가들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고유함을 잃지 않기 위해 분투했던 이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고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들의 책도 낡지 않고 살아남아, 현대 독자들의 영혼에도 균열을 낸다. 시인은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과 문장들을 살피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 속에서도 끝까지 단 한 사람을 걱정하는 문학의 안간힘에 대해서도 쓴다.

좋은 작가는 아첨하지 않는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 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 카프카, 울프, 카뮈, 베유, 톨스토이, 플라스, 니체, 아렌트…… 여기서 다룬 저자들은 다 그렇다. 그들에게 삶은 계속되는 소송이거나 400년 내내 분투한 뒤에야 겨우 이룰 수 있는 소망, 다시 굴러떨어지는 바윗돌, 보상 없이 행하는 사랑, 끝없이 헤매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겨울 숲 같은 것이다. (…) 이들은, 내 책을 읽는다면 넌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너는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겠지만 그래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준다. 작가들은 진심으로 독자를 믿는다. 그들에게 그런 믿음이 없다면,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킬 수 없을 것이다. (…) 릴케의 시구처럼 우리는 책에서 자신의 그림자로 흠뻑 젖은 것들을 읽는다. _「책머리에」에서

취미는 사생활 (장진영 소설)

책 소개

거주의 불안이 관계의 불안으로 탈바꿈되는 순간, 보편과 기만 사이에서 균열하는 생의 편린들

은행나무 시리즈 N° 15 장진영 첫 장편소설!

은행나무 노벨라를 이어 새로운 이름으로 단장한 시리즈 N°의 열다섯 번째 작품은 신예 소설가 장진영의 첫 장편소설 《취미는 사생활》이다. 201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장진영은 당시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권여선 소설가)이라는 평과 함께 데뷔했다. 당시 “더없이 뜨거운 에너지를 품은 채 전달되며 무언가를 찢어내고 있다”(강지희 문학평론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1년 소설집 《마음만 먹으면》을 펴내 서스펜스적 형식과 아이디어가 결합된 부조리극의 한 장면을 연출한 듯한 소설들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이번에 출간한 신작 장편 《취미는 사생활》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욕망의 극점으로 표상되고 있는 부동산의 소유와 거주의 문제, 부동산을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와의 필연적 괴리감, 세입자라는 거주 약자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인물을 내세워 게토화된 아파트를 소유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탐구한다. 이 소설은 친밀한 이웃으로 위장해 아파트라는 거주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일화들을 사건화한다. 집을 ‘소유하지’ 못한 불안감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약점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삶을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보편적 가치에 해당되는 거주의 당위성을 뒤로한 채 욕망의 근원으로 상징되는 ‘집’을 열망하는 우리의 모습이 소설로 환기되어 지금 현실의 미세한 균열을 낳는다.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 (조시현 소설집)

책 소개

“너를 만나기 위해 이렇게 빚어온 몸이라면, 나는 어떤 몸으로 죽게 될까” 멸망하는 우주 속 사랑이라는 환상통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위해 태어난 것만 같은 존재들

한국 문단의 새로운 스토리텔러 시인 조시현의 첫 소설집

멸망하는 세계에서 사랑을 발굴해내는 시인, 조시현의 첫번째 소설집 『크림의 무게를 재는 방법』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018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동양식 정원」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가 데뷔 이후 7년간 다수의 계간지와 웹진에 발표한 작품 중 여덟 편을 엄선해 엮은 것이다. 첫 시집 『아이들 타임』(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하염없는 그리움 속에 놓인 미래의 ‘지구인간’과 가닿을 수 없는 존재 ‘엘리노어’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감수성을 보여주었던 조시현은 이번 소설집에서 시와 소설의 장르적 경계를 허물어뜨려 문학작품의 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이루어냈다. “글을 쓸 때 불과 뿔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그는 “보아야 할 것을 똑바로 보고 말해야 할 것을 분명히 말”(‘작가의 말’)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자신만의 문학적 궤적을 그려나가고 있다. 조시현의 소설은 “우주 밖으로는 절대 나갈 수 없”(p. 15)는 인간의 한계와 종말에 대해 말하면서도 지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존재가 남긴 ‘나사’를 손에 움켜쥔 채 사랑이야말로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으로 희망이라 말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p. 32)이고,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조시현은 이 믿음을 빛줄기 삼아 환한 곳으로 나아간다.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장편소설)

책 소개

2024년 4월 30일, 폴 오스터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되는 생애 마지막 작품

기억과 삶, 상실과 애도, 우연과 순간을 엮어 나가며 삶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사랑에 대한 애틋한 사유를 전하는 폴 오스터의 빛나는 최종 장(章)

이것은 삶을 가득 채우는 부재와 지속되는 상실의 기록이다. 당연한 슬픔이 있지만, 단지 슬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상실 속에서도 바움가트너는, 그리고 오스터는 상상력의 힘, 〈아니, 그냥 간단하게, 꿈의 힘〉을 발견한다. 허구이지만 진실보다 더 강력한 그 무엇을. - 금정연(작가)

〈떠오르는 미국의 별〉이라는 찬사 속에 데뷔하여 반세기 넘도록 소설과 산문 모두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견고히 자리 잡은 작가 폴 오스터. 그가 투병 중 끝을 예감하며 집필한 생애 마지막 장편소설 「바움가트너」가 정영목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폴 오스터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작품은 은퇴를 앞둔 노교수 사이 바움가트너를 통해 상실과 애도, 기억과 현재, 시간의 흐름과 삶의 의미를 내밀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초기작들을 연상시키면서도 삶의 막바지에 이른 작가의 원숙한 사유 또한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이상한 사건 사고가 연달아 일어난 어느 날 까맣게 그을린 냄비를 바라보던 바움가트너에게 문득 인생의 사랑이었던 아내에 대한 기억이 점화되며 시작된다. 〈정원사〉라는 뜻을 가진 그의 성씨와 같이, 바움가트너는 기억의 정원 속 나뭇가지처럼 얽혀 있는 삶의 단편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소설은 1968년 뉴욕에서 가난한 문인 지망생으로 아내를 처음 만난 이후 함께한 40년간의 세월, 그리고 뉴어크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양장점 주인이자 실패한 혁명가였던 아버지에 대한 회상까지 한 인물의 일생을 톺아보며 그의 내적인 서사를 따라간다. 폴 오스터가 평생 동안 다뤄 왔던 주제인 글쓰기와 허구가 만들어 내는 진실과 힘, 그리고 우연의 미학에 대한 사유가 간결하고 섬세하게 집약된 이 마지막 유작은 죽음 앞에서 써 내려간 상실과 기억에 관한 소설이기에 더욱 절실하고 강렬하다. 이제 폴 오스터라는 소설가를 떠나 보낸 독자들에게 『바움가트너』는 말한다. 〈그게 상상력의 힘이야, 아니, 그냥 간단하게, 꿈의 힘.〉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폴 오스터 산문집)

책 소개

폴 오스터가 직접 엮은 대표 산문 컬렉션 문학, 글쓰기, 정치 그리고 삶에 대한 마흔다섯 편의 글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가장 잘 알려진 폴 오스터는 뛰어난 에세이스트이자 시인,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는 그가 쌓아 올린 수많은 산문 중 대표작을 선별해 엮은 선집이다. 여기에 2020년 발표한 「스타니슬라프의 늑대들」을 열린책들에서 추가해 출간한다. 그는 에세이, 서문, 편지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면서 예리하고 지적이며 유머를 잃지 않는 언어로 문학과 글쓰기, 일상과 정치, 그리고 삶에 대해 말한다. 이 책에서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재능 넘치는 작가가 걸어온 문학적 경로이자 평생 글을 써온 작업자의 이력이며, 자신이 속한 사회에 책임감을 느끼는 한 시민의 목소리이다.

이 책에 실린 비평문과 에세이, 서문 등은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되어 온 폴 오스터의 문학 세계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여러 작가와 작품으로 이어지는 통로이다. 잘 알려진 작가의 잘 알려진 작품과 덜 알려진 작품, 덜 알려지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번갈아 등장하며 우리에게 처음 혹은 새로이 말을 건다. 우리는 조르주 페렉의 방대한 장편소설, 너새니얼 호손이 혼자 아이를 돌보며 작성한 기록, 인류학자 피에르 클라스트르가 소설가적 기지를 발휘해 집필한 연구서, 고공 줄타기 곡예사 필리프 프티의 자서전, 또 어느 평범한 시민의 기막힌 가족사와 마주치게 되며, 그 만남들에서 촉발된 호기심을 계기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안팎의 수많은 책들로 나아갈 기회를 얻는다. 폴 오스터에게 영감을 준 작가와 작품 들이 우리를 더 넓은 독서의 장으로 이끈다. 이렇듯 우리를 만든 책들과 우리가 만들어 갈 책들이 만나는 곳에 서 있는 것이 작가라면, 폴 오스터의 이 유려한 산문들은 〈작가다움〉을 선명하게 내보이는 훌륭한 사례일 것이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박대겸 장편소설)

책 소개

“그러니까, 나 혼자 살아 보겠다고 다른 세계로 떠나거나 하는 일은 없어.”

일주일 후 인류를 몰살하겠다는 외계인의 경고! 그러나 무너지기에는 너무 견고한 우리의 일상, 그 안에서 나타난 어느 평범하고 친근한 영웅의 분투

소설가 박대겸의 신작 장편소설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48번으로 출간되었다. 박대겸은 그동안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등의 작품을 통해 그야말로 ‘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소설이라는 형식’을 안팎으로 요리하는 데도 더할 나위 없는 능수능란함을 발휘해 왔다. 새롭게 내놓는 이번 소설에서 박대겸은 인물들을 지구 멸망 일주일 전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 앞에 놓아둔다. 멸망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레 황폐한 세계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의 주인공은 가뿐함을 잃는 법이 없다. 일상은 계속되고, 인물들은 절망에 빠져들거나 경직된 비장함을 갖추는 대신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 듯한 경쾌한 리듬을 잃지 않는다. 평범하고 명랑한 주인공, 즉 수많은 우리와 다름없는 이들이 내딛는 발걸음을 가만히 따라가 보자. 어느새 그 뒤를 따라 걸으며 덩달아 가벼워진 리듬으로 하루를 또 살아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고선경 산문)

책 소개

“너무도 찰나여서 영원에 가까운, 반짝반짝 허무한” 젊음이라는 새큼달큼한 시절에 관한 감각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첫 산문집!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출간 이후 뜨겁게 주목받으며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고선경의 첫 산문집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가 출간되었다. 시인이 수년간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기에 때때로 기록한 메모, 새로 쓴 원고들을 더해 엮은 이 책에는 이십대 청년으로서 그가 줄곧 그려온 알록달록한 마음의 무늬들이 수놓여 있다. 심상한 듯하다가도 때때로 일상을 압도하는 고뇌, 등단을 준비하며 겪었던 자신과의 치열한 사투, 마침내 세상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시인으로 발돋움한 뒤에도 왜인지 사라지지 않는 내면의 괴로움이 두루 담겼다. 때때로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센 우울이 역풍처럼 찾아오지만, 그것에 함락당하지 않고 버텨내려 애쓰는 고선경만의 꼿꼿한 긍정의 자세가 글자의 틈새마다 시리게 빛난다. 모든 감정이 예민하고 생생하게 감각되는 시기. 삶의 가장 찬란한 구간을 통과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것을 시시각각 실감하지는 못한 채로 스스로를 실컷 망쳐본 뒤에야 끝나는 청춘이라는 시절. 그 불완전한 삶의 구간을 고선경은 ‘꿈’이라는 단어로 빚어본다.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에서 “향기로운 헛것을 보여주고 싶다”(‘시인의 말’에서)며 황홀한 비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데 주력했던 시인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허무맹랑하고 허점투성이인, 불완전한, 우리 누구나 지닌 그 엉망진창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꿈’에 빗대어 털어놓는다. 시인이 감각하는 ‘꿈’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간밤에 꾼 꿈, 그리고 미래를 저당 잡는 꿈. 평소에 떠올리는 대부분의 생각과 계획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꿈만 같기에, 둘은 거의 같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뒤섞인 빨래와 읽다 만 책, 펼쳐진 노트북,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베개, 수치심과 슬픔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던 이십대 초반의 자취방”처럼 어딘가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완의 느낌으로 남겨지는 것이 청춘의 특성이라면, 고선경은 청춘의 세부를 샅샅이 뒤져보며 최대치로 감각하려는 자다. 주어진 것이 고통이라면 힘껏 아파하고, 즐거움이라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할 줄 안다. 그러는 동시에 현실에 착실하게도 매여 있는 사람이다. 경제적인 문제에 골몰하며 생활을 꾸려나가는 와중 남겨둘 것과 떠나보낼 것을 꼼꼼하게 구별해낸다. 일상의 틈에서 작은 즐거움들을 건져내는 데 선수이며, 사랑과 우정을 지키느라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이 “요란하고 고요한 엉망진창” 속에서 부지런히 시까지 써내며 삶이 건조하고 척박한 것으로 방치되지 않도록 꾸준히 가꾼다. 이토록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점에서, 고선경이 그려내는 젊음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느끼는 현실 감각 그 자체이기도 하다.

급류

책 소개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조금 복잡하게 헝클어진 거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정대건 장편소설 『급류』 사랑의 에디션이 출간되었다. 2022년 12월,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된 『급류』의 20만 부 돌파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판이다. 『급류』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설 속 주인공들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 주는 듯한 이진주 작가의 회화 작품을 표지에 실었다. 그림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물속 깊이, 수초 사이사이, 가라앉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작은 틈 하나, 그 틈으로 들어오는 물방울 하나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은 침잠했다기보다 함께 만든 참호 속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출간일로부터 2년이 지난 책은 통상 ‘구간’으로 분류된다. 구간이란 새롭게 발간된 책을 뜻하는 신간(新刊)의 반대말이다. 특별한 신간이 평범한 구간이 되어 가거나 때로는 갈수록 더 눈에 띄는 구간, 즉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는 건 흔하거나 곧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 구간으로 분류되어 ‘흘러간 책’이 재등장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신간이 쏟아지는 경쟁적 출판의 세계에서 비교적 신인에 해당하는 작가의 구간이 사실상 전적으로 독자들의 선택과 지지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란 없는 일은 아니지만 확실히 드문 일, 한마디로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무엇이 독자들의 심중을 그토록 깊이 파고든 걸까. 『급류』를 읽은 많은 독자들이 소설의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거렸음을 고백한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눈물로 읽었다 말하고, 누군가는 이 소설이 우리 세대의 『노르웨이의 숲』 과 같았다는 말로 뜨거웠지만 공허했던 청춘의 한때를 회상했노라 말한다. 또 어떤 이는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하고, 그중에는 자신의 오랜 상처와 비로소 대면하고 화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놓는 독자도 있다. 눈물로, 청춘의 방황으로, 위로와 용기로, 화해의 손길로 읽게 되는 소설. 독자들은 실로 다양한 반응으로 『급류』를 기억하고 있다.

『급류』는 10대의 산뜻하고 풋풋한 첫사랑으로 문을 열어 20대의 불안하고 황폐한 방황을 지나 30대의 성숙한 이해에 이르기까지, 소설의 물리적 분량에 비해 제법 긴 시간을 다룬다. 10대의 소년과 소녀가 30대의 성인이 되는 동안 『급류』의 서사는 수면에서 시작해 심해까지 내려갔다 다시 물 밖으로 올라오는 잠수의 경로를 따른다. 그 과정에서 핑크빛 로맨스는 잿빛 트라우마가 됐다 심오한 빛깔을 띠는 원석이 된다. 수심(水深)이 바뀔 때마다 각각의 깊이에서 살아가는 생물종이 달라지듯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장르도 변해 간다. 때로는 스릴러처럼 미스테리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고, 때로는 청춘물처럼 과잉되거나 위축된 심리적 갈등 속에서 침잠하며, 마침내 지난 얼룩들과 화해하며 확신과 용기를 얻는다.

방황하는 가운데 서로의 존재 안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두 사람을 보며 우리는 지난 시절의 실패와 상처, 외로움과 고립의 시간을 마주한다. 우리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삶의 난관에 부딪치면서도 끝내 소중한 것을 포기하지 않고 그럼으로써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때, 우리는 상처에서 사랑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 『급류』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은 충분히 맞는 말이지만, 상처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은 한층 더 맞는 말이다. 사랑의 시작은 빠진다라는 수동적 동사와 함께할 수 있지만 그 이후 모든 순간 속에서 사랑은 그것을 지켜 가겠다는 능동적 의지의 동사를 통해서만 유지된다. 사랑은 언제나 순간순간 살아 있는 선택 속에 있다.

“우리는 깨진 게 아니라 헝클어졌을 뿐이야. 헝클어진 건 다시 풀 수 있어.” 이것은 『급류』에서 독자들이 읽어 내고 찾아낸 사랑의 은유이자 작가가 『급류』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인생의 은유일 것이다. 헝클어진 매듭을 잘라내지 않고 다시 풀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 그 정성에는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그 상처로 말미암아 더 깊은 사랑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작가가 희망을 한 편의 서사로 보여 주면 그 서사는 독자들 마음속에서 살아남아 세상에 실재하는 이야기가 된다. 희망은 꼭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의 둥근 어깨를 닮았다. 그 안에 동그랗게 패인 자그마한 참호를 닮았다. 급류를 피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다. 그러나 급류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사랑은 사람을 구조한다. 『급류』의 인기가 그 증거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This Is How You Lose the Time War)

책 소개

2020년 전 세계 SF상을 휩쓴 화제의 소설 휴고상, 로커스상, 네뷸러상, BSFA상, 오로라상 수상

"매혹과 미혹, 광채와 광기, 암시와 암호로 가득한 이야기. 영리한 구조와 문장, 빛나는 아이디어와 캐릭터, 어느 쪽을 먼저 칭찬해야 할지 망설여질 따름이다." - 켄 리우(『종이 동물원』의 저자)

2020년에 가장 주목받은 SF 장편소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가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적대적인 두 집단의 엘리트가 시간을 오가는 전쟁 속에서 비밀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내용의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편지'라는 아날로그적 도구에 담아내는 독특한 설정과 상상도 못 한 반전 등 흥미로운 전개로 화제를 불러모은 작품이다. SF 팬 모임에서 만난 인연으로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던 아말 엘모흐타르와 맥스 글래드스턴은, 손편지가 오가는 방식을 SF 소설의 전개 방식으로 적용해도 재미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리하여 두 작가는 '레드'와 '블루'라는 소설 속 각기의 주인공을 맡아 서신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간 후, 두 이야기를 하나로 합쳐 소설을 완성해냈다. 이렇게 출간된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전미 베스트셀러에 등극함은 물론, 휴고상 및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의 권위의 SF상을 휩쓸고 영국 SF협회에서 주는 BSFA상, 캐나다 SF협회에서 주는 오로라상을 수상하는 등 2020년 한해 가장 주목받는 SF 장편소설로 떠올랐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현란한 필담을 기반으로 SF적 상상력과 인류사뿐 아니라 현대의 대중문화까지 폭 넓게 녹여내고 있어 번역의 중요성이 각별히 요구되는 작품이다. 때문에 『종이 동물원』으로 제1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한 장성주 역자가 1년여에 이르는 긴 번역 작업을 거쳐 출판에 이를 수 있었다. 현재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할리우드에서 TV 드라마로 준비 중이다.

"영어권 독자들을 염두하고 쓴 글을 한국어로 옮길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해치지 말 것’을 원칙으로 삼고 각 장 끄트머리에 되도록 짤막하게 주석을 달아 두었습니다." -옮긴이의 편지 중 시간을 오가며 역사의 현장에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서신을 교환하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모든 시간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두 세력이 전쟁을 벌이는 까마득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생태학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가든'과 기계적인 조직으로 구성된 '에이전시'는 '시간의 가닥'을 오가며 역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무대가 되는 곳은 유럽을 침략한 칭기즈칸의 기마 군단,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암살 현장, 런던 대화재 직전의 영국, 에스파냐가 침략하기 직전의 남아메리카 등 역사의 주요 현장들이다. 또한 서신 속 문장은 밥 딜런의 노래 가사에서 따오거나 루이스 캐럴, 존 키츠, 찰스 디킨스 등 현대 대중문화에서부터 고전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인용한다. 작중 서신을 비밀리에 교환하는 방식 또한 이채로운데, 용암의 이글거리는 붉은 빛이 편지의 글귀가 되기도 하고, 수십 년 동안 차곡차곡 그려진 나무의 나이테가 글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바다표범의 가죽 무늬나 찻잔 속의 찻잎이 서신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가 하면 물 분자의 운동을 숫자로 변환한 MRI 측정 값이 서신이 되는 등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두 스파이의 환상적인 비밀 임무가 사랑 편지의 문장으로 변신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끝까지 읽고 나면 첫 페이지를 다시 펼치고 싶어진다." - 북리스트

5년 후 (정여랑 장편소설)

책 소개

결혼 5년 갱신제가 도입된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가족, 인구재생산, 돌봄노동, 교육, 복지 등의 분야에서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뒷받침을 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해 보는 이야기이다.

이 생은 왜 소설 속 5년 후가 아닌가

결혼 갱신제. 이 제도가 대한민국에서 시행될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0.52대로 떨어진 출생률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이 제도의 도입이 예고되자, 찬성과 반대의 물결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결혼제도의 형태에 상관없이 임신, 출산, 육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성별과 가족 구성에 관계없이 출생과 연계되는 모든 복지에 힘을 싣겠다는 놀라운 약속이 결국 이루어진다.

많은 분야에 걸쳐 급진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대한민국. 〈5년 후〉에서는 이 가상의 대한민국에서 여러 가족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주며 우리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많은 불평등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안길 것이다.

이끼숲

책 소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메모로부터 출발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만큼이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구하려는 의지가 커진 듯하다. 아마 이 마음은 출구 없이 꽉 닫힌 이 세계에 작용하는 압력에 비례하여 더욱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에 존재해온 ‘구원 서사’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안팎에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는 작가의 강력한 바람으로 쓰여졌음을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결코 눈 돌리지 않는 작가가 우리와 함께 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한 안도감과 든든함으로 독자들에게 『이끼숲』을 전한다.

에로스, 달콤씁쓸한

책 소개

앤 카슨이라는 장르의 시작, 에로스 그 달콤씁쓸함에 대하여

그리스 고전문학 연구자였던 앤 카슨은 1986년 첫 작품 『에로스, 달콤씁쓸한』을 출간하며 작가로서 여정을 시작한다. 이 산문은 그의 학위 논문을 개작한 것으로 여기서 그는 학문적 작업과 창작 행위를 뒤섞으며 여러 장르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을 두지 않는 자신의 문학 세계를 예고한다. 그의 에로스에 대한 탐구는 맞붙은 서른다섯 개의 장으로 엇갈리듯 이어지고, 그리스 로마의 서정시와 로맨스에서부터 현대 작가들의 시와 소설, 플라톤의 대화편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과 역사적 사료, 문헌을 통해 에로스의 윤곽이 그려진다. 『에로스, 달콤씁쓸한』은 에로스라는 달콤씁쓸한 침입자를 두려워하지 않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진짜 삶’을 향해 날개를 펼친 수많은 연인들과 시인들, 그리고 지혜를 사랑한 철학자들의 모습을 그린다.

사랑의 질감

책 소개

“엄마가 날 사랑한다고 느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윤우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 『사랑의 질감』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가족은 우리를 지키는 울타리일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일까. 『사랑의 질감』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겉보기엔 단정하고 신앙 깊은 ‘좋은 가정’ 속에 감춰진 폭력과 위선을 찬찬히 파헤친다. 소설가로 첫걸음을 시작하는 윤우진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와 억압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랑의 질감』은 현대 가족 관계의 복잡한 양상을 예리하게 통찰하며, 진정한 사랑과 자립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이다.

질투의 끝

마르셀 프루스트han47

질투의 끝

책 소개

성마른 욕망과 비통한 감정으로 써 내려간 찬연한 젊음과 무상한 세월의 기억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문학적 근원

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

책 소개

그래픽 노블 『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에서 독자들은 18세기 대서양 해적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 해적들의 이야기는 반란, 유혈 전투, 사회 혁명의 이야기이다. 해적선은 이동하는 아웃사이더들의 공동체였다. 이 그래픽 노블은 해적과 해적 문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며, 반항적이고 강인한 마음을 가졌던 그들을 우리가 사랑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대서양 해적의 황금시대가 절정에 달했을 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이 상선에 노예로 팔려가 반란의 항해에 나서게 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농장에서 탈출한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 도망 노예 존 그윈, 암스테르담 출신의 선원 루벤 데커, 아메리카 출신의 남장 여성 마크(일명 메리) 리드가 바로 그들이다. 상선의 선원들은 반란을 일으켰고, 세 사람은 해방된 노예들과 함께 ‘나이트램블러호’에서 민주주의를 확립했다. 이들의 새로운 정치체제는 민주적 의사 결정, 사회 안전망, 건강 및 장애에 대한 보험, 노획물의 균등한 분배 등 급진적인 사회적 혜택들을 제공했다. 이는 모두 그 시대 해적선들에서 문서화된 관행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의 엘리트는 ‘나이트램블러호’를 소탕하기 위해 전쟁에 굶주린 한 선장을 고용하게 되고, 높으신 분들의 사회는 공해를 누비는 해적들과 한 바탕 전쟁을 치르게 된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han47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책 소개

패전 이후, 독일 시민 사회를 향한 준엄한 외침을 담다!

새로운 감동과 전율을 고대하는 젊은 독자를 위한 「세계문학전집」 제246권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한 장편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전세계에서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독일 태생의 반전 소설의 대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장편소설이다. 패전의 그림자를 느끼는 독일군 병장 '에른스트'가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러시아 전선 속에서 겪는 고통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전쟁으로 인한 폭력이 불신이 지배하는 부조리한 현실을 뛰어넘는 삶에의 의지를 느끼게 된다. 또한 에른스트가 휴가 중에 만나 결혼하게 되는 동창생 '엘리자베스'와 나누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운명적 사랑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이은용 희곡집)

책 소개

故 이은용 작가의 희곡집으로, 그가 세상에 남긴 다섯 편의 희곡을 한데 묶었다. 그중 표제작인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극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이 2020년에 초연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다. 특히 그해 한국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제57회 동아연극상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2021년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까지 받으며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물음을 던진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는 ‘매일의 죽음’ ‘월경’ ‘이인실’ ‘변신 혹은 메타몰포시스’ ‘유언장 혹은 우리는 농담이(아니)야’ ‘그리고 여동생이 문을 두드렸다’ 등 총 여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장막희곡이다. 각각의 작품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타자화하지 않은 트랜스젠더의 삶이라는 하나의 큰 그림으로 완성된다. 다른 네 편의 수록 희곡 역시 배제되거나 주변화된 존재들을 극의 중심에 가져다 놓는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는 작가 자신의 목소리와 겹치고 포개지고 쌓이면서 더욱 크고 강렬하게 발화된다.

이 책은 작가 이은용의 처음이자 마지막 희곡집이 될 것이다. 비록 그는 삶의 무대에서 너무 빨리 퇴장했지만, 동료 극작가 장영의 리뷰처럼 그의 목소리만은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이들의 무대 위에 오래도록 남아 “누군가의 삶의 궤도를 조금씩 수정해놓”을 수 있기를, 그래서 “죽지 않고, 계속 고치는 삶을” 살게 하기를 바란다.

이끼숲

책 소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메모로부터 출발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만큼이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구하려는 의지가 커진 듯하다. 아마 이 마음은 출구 없이 꽉 닫힌 이 세계에 작용하는 압력에 비례하여 더욱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에 존재해온 ‘구원 서사’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안팎에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는 작가의 강력한 바람으로 쓰여졌음을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결코 눈 돌리지 않는 작가가 우리와 함께 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한 안도감과 든든함으로 독자들에게 『이끼숲』을 전한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차모니아 대륙 연대기)

책 소개

책들이 꿈꾸는 도시 부흐하임에서 펼쳐지는 서사시!

책들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그린 발터 뫼르스의 판타지 소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상상의 대륙 차모니아, 그 중에서도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발터 뫼르스가 자신이 책을 쓰지 않았고 번역과 삽화만을 맡았으며 실제로 차모니아 출신의 공룡족인 힌데군스트 폰미텐메츠의 장편소설이라고 밝힌 흥미진진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젊은 공룡 미텐메츠는 신비한 원고 뭉치를 유산으로 받고 실종된 작가를 찾아 부흐하임으로 떠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작가들의 절규, 독자가 아니라 큰 신문사를 위해 글을 쓰는 비평가들, 돈이 되는 책만 만들어내는 출판사들, 그리고 거대한 자본의 힘이 이러한 모든 것을 지배하고 흔든다. 그 부흐하임의 지하세계는 책사냥꾼들의 전쟁터이자 거대한 괴물들과 그림자 제왕이 사는 공포의 세계였는데….

영원에 빚을 져서

책 소개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쉰네 번째 책 출간!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쉰네 번째 소설선, 예소연의 『영원에 빚을 져서』가 출간되었다. 2024년 4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이번 신작은 한 친구의 실종 소식으로 시작되는, 캄보디아 해외 봉사단으로 같이 떠났던 세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사라진 친구를 찾는 과정에서 두 명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기억만으로 타인의 삶에 어떤 형태를 부여했던 그들의 과거를 소환시켜 지난 삶의 오류들을 되짚어봄으로써 서로에 대한 참다운 이해와 연민을 갖게 된다. 공감을 통한 삶의 진정성을 발견하는 소설이다.

마지막 증명

책 소개

이하진 작가의 《마지막 증명》이 안전가옥 쇼-트 스물여섯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마지막 증명》은 한국물리학회 SF어워드 가작이었던 〈마지막 선물〉을 경장편으로 확장시킨 작품으로, 천체물리학자 백영과 양서아가 지구 전체의 재앙을 초래한 ‘대파멸’로부터 서로를 구하고자 애쓰는 SF 로맨스 소설이다. 대파멸로 인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재회를 기약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한 선택을 함으로써 ‘마음만은 끝내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마지막 증명》은 모두가 사랑을 외치지만 사랑이 희소해진 시대에 잔잔하지만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소설)

책 소개

“친구를 잃어버렸다. 나는 그 친구를 잃지 않으리라고 과신했다. 잃어버리지 않는 친구,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마음의 이동 경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다섯 편의 이야기, 김화진 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가 출간되었다. 누군가와 멀어질 때만큼 마음의 움직임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또 있을까? 내 것이지만 좀처럼 내 것처럼 되지 않는, 살아 움직이는 마음 말이다. ‘공룡’과 함께, 이런 마음의 아름다운 유영을 맘껏 즐기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