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讀家(적독가)

@han47 · 2025년 3월 4일 가입 · 86권 적독

히틀러와 미학의 힘 (대중을 현혹한 파괴의 예술가)

책 소개

독일을 사로잡은 히틀러의 성공과 몰락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안다. 뭘 더 알아야 하나?” 한 저명한 유대인 지도자가 히틀러의 젊은 시절에 관한 영화 제작 계획을 발표했을 때 한 말이다. 사실이 그렇다. 히틀러에게서 인간성을 발견하려는 시도라면 말이다. 그가 증오와 폭력, 전쟁과 인종 학살을 행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 행위의 동기에 대해서라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역사상 독재자들은 대중을 통제하고, 존경을 얻고, 권력을 과시하고, 자신을 기념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히틀러는 ‘미학’을 활용하고 자신의 통치를 문화적 차원에서 정당화했다. 그는 차원이 다른 독재자였다. 파괴와 인종 청소는 새로운 건설로 가기 위한 길이었다. 예술은 권력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궁극적으로는 권력이 지향해야 할 목적이었다. 그는 제3제국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문화 국가로 만들고자 했다. 이 책은 정치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히틀러의 기록을 모았다. 미적 이상을 구현하려는 뒤틀린 욕망이 어떻게 세계를 불행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 등장한다. 예술이 독재자에게 어떻게 아우라를 씌울 수 있는지, 독재자가 예술에 심취했을 때 어디까지 파괴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독자들은 예술에 심취한 히틀러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끼겠지만, 비로소 역사적 비극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무당과 유생의 대결 (조선의 성상파괴와 종교개혁)

책 소개

조선의 종교개혁 과정에서 벌어진 성상파괴와 신들을 둘러싼 경쟁

이 책은 조선시대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전개된 종교개혁의 역동적인 과정을 살펴본다. 조선은 유교를 통해 새로운 지배체제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 프로젝트는 조선이 건국되는 시점에서 시작돼 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진행되었다. 이 책은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종교사를 살펴본다. 우선 풍부한 이미지를 사용하던 고려시대의 종교가 어떻게 유교화 과정에서 성상파괴적 종교문화로 바뀌게 되었는지를 알아본다. 산신이나 불상만이 아니라 유교 전통에서 성인으로 받드는 공자상마저 철거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의례 개혁의 중심부인 명나라보다 오히려 변방의 나라 조선에서 더 철저하게 성상파괴를 실천한 이유는 무엇일까? 1부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조선에서 진행된 유교화가 의례적, 실천적, 물질적인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치밀하게 살펴본다.

2부에서는 민속종교의 현장에서 유교화와 무속 배제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중앙 권력과 한양에서 무속을 배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근대 국가의 통치력은 도성을 벗어나면 힘을 미치지 못했다. 민족종교의 무대에서는 예학의 논리가 먹히지도 않았고, 음사라고 비난하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신들과 소통하고 죽은 자들을 위한 의례에서 무당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유자들은 무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빼앗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이에 맞서는 무당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이 대결은 수백 년 뒤 군사정권 시절 ‘미신 타파’로까지 이어진다. 2부에서는 무당과 유생의 지난한 대결 과정을 생생하게 펼쳐 보여준다. 이 책은 조선시대 종교사를 폭넓은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전근대 한국 종교문화가 형성되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의 종교문화가 구성된 기반을 파악할 수 있다.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책 소개

10만 팔로워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채집한 도시의 풍경들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가 알려준 관찰의 기쁨, 도시에서 다시 만난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면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세계가 당신을 기다린다 -10만 팔로워의 마음을 사로잡은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도시 관찰기

뉴스를 볼 때마다 세상이 싫어진다. 온갖 혐오와 이기심이 만연하고, 기후 위기로 지구는 곧 망해버릴 것만 같다. 나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무력감이 들 때, 이다는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간다.

10만 팔로워의 사랑을 받아온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신작 『이다의 도시관찰일기』는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에서 발견한 관찰의 기쁨을 도시로 확장한 책이다. 전작에서 계절을 통과하는 나무와 풀, 새와 곤충의 작은 움직임을 섬세하게 따라가던 시선은 이제 거리와 사람, 사물과 공간이라는 익숙하고도 새로운 무대로 향한다. 두 발로 걸으며 눈으로 보고 손으로 기록하는 방식은 그대로지만, 자연보다 차갑고 복잡해 보이는 도시에서 관찰의 촉은 더욱 예리하고 정밀해진다. 빌라촌의 화단, 버스 안, 좁은 골목, 오래된 상점 등 무심하게 지나치던 장소도 이다의 시선을 통하면 익살스럽고 기이하며 때로는 뭉클하고 웃긴 이야기의 무대로 다시 태어난다.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

책 소개

대양의 감정, 바다의 느낌이란 어떤 것인가? 영화는 대양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왔는가?

인간의 몸은 3분의 2가 물로 구성되어 있고, 바다 역시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물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인류의 존재 조건인 셈이다. 물의 기원인 바다가 생태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인류세 시대에 예술가들의 가장 첨예한 관심사가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는 최근 들어 예술가들의 작업에서 바다가 자주 다뤄지는 경향에 주목해, 지난 100년 동안의 영화에서 바다 풍경을 다뤄온 기록을 탐구한다. 롤랑 바르트는 바다가 의미의 생산을 마비시키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텅 빈 공간이라고 했다. 저자 에리카 발솜은 바르트의 말처럼 바다가 정말 아무런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는 것인지 반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사 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할리우드 영화부터 아티스트 필름까지, 1895년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영화의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가 보기에 바다는 자연과 문화를 가로지르는 방대하고 유동적인 기록을 품고 있다. 바다는 투명하거나 중립적인 공간도 아니고, 바르트가 규정한 것처럼 부정적인 공간도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바다를 둘러싼 낡은 관념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르트는 물론 바다에 대한 낭만주의적인 환상까지도 포함해서. 그렇다면 ‘대양의 느낌’이란 무엇인가?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대양의 느낌’은 프로이트가 로맹 롤랑에게서 빌려온 어구다. 프로이트는 대양의 느낌을 “나와 외부 세계 사이의 끊을 수 없는 유대감”으로 정의한다. 근대 이래로 인간은 바다를 필요에 따라 언제든 무한정 갖다 쓸 수 있는 상비 자원으로 여겨왔다. 대양의 느낌은 광활한 바다와 해상에 대한 그러한 지배권을 주장하는 것과는 관계없다. 프로이트에게 대양의 느낌은 무한함, 무경계성, 상호연결성의 감각 때문에 자아의 온전함이 상실되거나 적어도 위태로워지는 준 숭고함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은유를 채택해 이 연결된 느낌을 물의 기원으로 되돌리면서, 바다가 사람들 사이, 공동체들 사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탐구한다.

『대양의 느낌: 영화와 바다』는 다섯 가지 주제를 특이한 방식으로 표류하며 탐색한다. 바다의 자연적 우발성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해저 촬영의 매력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으며, 연안에서 벌어지는 노동은 어떤 식으로 재현되는지, 노예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중간 항로와 불법 이민은 또 어떻게 다뤄지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세계 무역의 대부분이 해상 운송을 통해 이뤄지는 해양 순환의 물질성이 열린 바다 위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할애되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 영화부터 다큐멘터리, 아방가르드 영화와 아티스트 필름은 물론 대중영화까지 장르를 넘나들면서 다종다양한 바다 풍경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영화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바다와 영화가 얽힌 역사에 대해 체계적인 분류 체계를 제안하지 않는다.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다른 사람들이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작은 출발점을 염두에 둔 다섯 편의 이 에세이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작업이라기보다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여정을 위한 배에 승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네필적인 작업에 가깝다. 다섯 가지로 제한된 주제는 간결하면서도 촘촘한 소책자 형태로 압축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저 작품으로 이어지는 흐름들이 일련의 파도처럼 펼쳐지는데, 그 모양과 느낌은 파악되자마자 바로 사라지고 다른 것이 그 뒤를 이어 또 펼쳐진다. 독자들은 어쩌면 저자의 글쓰기에서도 대양의 느낌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

책 소개

작품과 작가의 도덕성을 둘러싼 문제는 이 시점 가장 격렬한 논쟁거리다. 사건이 생길 때면 논쟁은 뜨겁게 타올라, 때로는 건강한 토론이 아닌 근거 없는 비난과 논리 없는 말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 이를 다루는 이론적, 분석적 틀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작가와 작품의 도덕성을 둘러싼 여러 종류의 논의를 아우르고, 활용할 만한 기초적인 이론과 분석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작가와 작품을 분리할 수 있는가?』다.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줄 책이다.

더 인간적인 건축 (우리 세계를 짓는 제작자를 위한 안내서)

책 소개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 앞으로의 건축과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말하다

“우리의 세상은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다. 너무 많은 도시가 영혼이 없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더 인간적인 건축》은 세계에서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토마스 헤더윅이 건축을 통해 들려주는 인류와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함께하는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직선적이고 따분한 건축물들이 인간과 환경을 어떻게 집어삼키는지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날카로운 의견을 제시한다. 헤더윅은 우리가 왜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불행하게 만들고, 지구를 파괴하는 건물에 둘러싸여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모두를 위해 더 나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수백 개의 이미지를 통해 열정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또한 30년간 대담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어 온 경험과 신경과학 및 인지심리학을 결합해 건축물에 관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적이고, 비인간적인 수백 장의 건축물 이미지로 즐비한 이 책은 우리를 ‘인간적인 건축’으로의 여정으로 안내한다. 《더 인간적인 건축》은 인류가 따분하지 않은 세상을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영감을 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