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hi · 2023년 12월 5일 가입 · 83권 적독
금지된 책을 열어젖힐 독자는 누구인가 겹겹으로 싸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드러나는 세계 망각 속에 묻힌 나쁜 책 30권을 광휘롭게 복권시키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
나쁜 책이 있다. 읽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어 독자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판사를 협박하거나 혹은 인쇄된 책을 회수해 폐기한다. 주로 정치권력이나 종교계 권위자들이 나서서 한 일이다. 평범한 어떤 시민들도(그들은 권력자가 아니지만), 역시나 나쁜 책을 묵과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읽는 순간 나와 내 가족이 살인 등의 사건, 부도덕 등의 가치 혼란에 물들거나, 내 아이의 정체성이 바뀌거나, 혹은 이교도들이 내가 사는 곳을 점거할 것 같아서다. 나쁜 책을 두려워한 모든 이는 ‘안전한’ 사회를 원했다.
하지만 문학은 그 자체의 에너지보존 법칙이 있는 듯하다. 어떤 문학들은 뒷걸음질하는 법 없이 불에 덴 듯한 뜨거운 문장으로 파고들거나 혹은 카프카처럼 차가운 문체로 불길에 맞섰다. 작가들은 각자 다른 나라와 시대에 속해 다른 작품을 썼지만, 하나의 관점을 공유했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역설이다.
김유태의 『나쁜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형된 후 널리 알려진 책 30권을 골라 여행을 떠난다. 여행(혹은 탐험)이라고 한 이유는 30권 모두 독자를 우선 작가의 모국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 책은 그곳에서 찢기거나 방화되거나 국경 밖으로 내쳐졌기에 그 내력을 찾아 독자는 작품이 발표된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이 픽션인 이 순수문학 작품들은 허구의 산물로 대우받지 못하고 현실 법정의 피고인석에 세워졌다. 상상은 늘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걸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왔다. 둘째, 이 작품들은 겉으로는 사회를 위반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한 시대를 추동하는 정신이 심어져 있다. 그것들은 몇 겹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저자는 중첩된 구조 속으로 독자와 동행하며 상징과 알레고리 등을 손에 만져지는 것처럼 감각적으로 들려준다. 그 안에서 문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예술 그 자체임을 입증하는데, 문장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우리 생을 충분히 떠받칠 만한 상판裳板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금서의 역사는 ‘오독의 역사’와 동의어다. 금서를 둘러싼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안전하지 못한 사회를 초월적인 문장의 합으로 안전하게 만들려는 작가. 둘째, 작가에 대한 질투와 조바심으로 독서를 금지하려는 자. 셋째, 곤경에 처한 책들을 읽는 독자.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류는 금서의 독자다. 그들은 망각 속에 있는 책들을 눈부시게 되살려낸다. 가장 치열하게 사고하는 독자들이 체계 바깥으로 자취를 감췄던 책들을 현실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독자가 책의 불온함을 제거해준다.”
이 책에서는 한국문학도 두 편 다뤘다. 이문열의 「필론의 돼지」와 마광수의 『운명』이다. 이문열의 책은 1980년부터 7년간 금서였지만 지금은 읽을 수 있다. 마광수의 책은 대법원의 음란물 판결에 아직도 묶여 있어 독자는 시중에서 이 책을 구해 볼 수 없고 유족 역시 재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28권은 해외 작가들 작품인데, 모두 한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는 여전히 금서 조치를 풀지 않고 있기도 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대표 격인 미국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자국의 제국주의 만행을 계속 감추다가 이제는 없었던 일로 하려는 일본도 포함돼 있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하치와레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최근작!
알렉시예비치가 20년간 1천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 완성한 돈과 인간, 자본주의와 가난에 대한 걸작
“그들은 우리에게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말해주었소. 돈이 있으면 인간이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법칙을.”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붉은 인간의 최후』는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에 이식되며 돈의 세계로 쫓겨난 사람들의 모습을 다룬다. 개인과 자본보다는 이념과 평등, 집단을 우선시했고, 돈이 아니라 배급쿠폰에 의해 움직였던 소련인들은 돌연 돈과 자본주의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누군가는 환희에 젖고 또다른 이는 절망하고 분노한다.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경멸에 가득차 있던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돈에 집착하고, 사회 변혁 과정에서 돌연 ‘재벌’이 된 ‘올리가르히’들이 정치와 사회를 잠식하며 벌어지는 현상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2015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노벨문학상이 소련과 공산주의의 몰락을 지켜보고 그후의 사회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붉은 인간의 최후』는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표작이지만, 한국에서는 일찍 절판된 탓에 가장 덜 알려진 작품이었다. 이야기장수 출판사는 이 작품의 한국어판 재출간을 준비하며 알렉시예비치 작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국인에게는 낯선 단어인 ‘세컨드핸드 타임’이라는 비유적인 원제 대신 직관적인 ‘붉은 인간의 최후’로 제목을 바꾸고, 번역의 디테일을 다듬어, 688쪽에 달하는 알렉시예비치의 장대한 걸작을 한국 독자들에게 새롭게 소개한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가는 『붉은 인간의 최후』 출간에 즈음한 2024년 5월 2일부터 5월 8일까지 EBS 〈위대한 수업〉을 통해 한국 독자들만을 위한 특별한 강의를 펼친다. 5월 8일 마지막 강의에서 『붉은 인간의 최후』에 얽힌 취재와 집필 후기,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진정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라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돈은 인간에게 닥친 큰 시험이었어요, 마치 권력이나 사랑 같은 것이죠.” -가난은 그토록 순식간에 창피한 일이 되어버렸던 거예요… -패배해버렸어…… ‘위대하신 햄의 제국’에 패했다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우릴 이겼다고…… -우리의 자본은 어디에 있나요? 우리가 가진 전부라고는 우리가 겪어낸 고통밖에 없어요. -……시장이 우리의 대학교가 되었어요. -작고 평범한 일반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無존재라고요, 삶의 밑바닥에 있는. -개뿔! 벌긴 뭘 벌어요! 부자는 무슨 부자냐고요! 거짓말! 참으로 위대한 거짓말이에요! -길거리에는 잔인한 자본주의만이 팽배합니다…… -우리에게 햄을 제외하고 도대체 어떤 사상이 남아 있나요? -사람들은 역사를 잃어버렸고…… 신념 없이 남겨졌어…… -사회주의를 고작 바나나와 바꾸다니, 껌 따위와 바꾸다니…… 쯧쯧.
맥스 커틀러 · 케빈 콘리하치와레
컬트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컬트에 빠져드는가
찰스 맨슨부터 마셜 애플화이트까지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왜 사람들은 컬트에 빠져들까? 그 내부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컬트 지도자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총다운로드 수 5500만 건을 기록한 미국의 인기 팟캐스트를 토대로 한 이 책은 20세기 이후 세상을 경악하게 한 집단 광기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찰스 맨슨부터 마셜 애플화이트까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악명 높고 기괴한 컬트 집단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분석은 각종 이단과 사이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타전하는 세계 경제위기와 심화된 불평등을 돌파할 긴급하고 대담한 제안!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자본과 이데올로기』. 21세기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한 심화된 불평등의 근원을 무수한 정치ㆍ사회ㆍ경제적 역사 자료와 통계 데이터를 통해 추적하며, 더 정의로운 미래 사회를 향한 대안을 그 결론으로 제시하는 책이다. 또한 현시대 세계 정치경제의 도저한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탁월한 사회과학 분석서이기도 하다.
한 사회 내부 혹은 국가 간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갈등과 이것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으로 경제가 사회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구조에 작용하는 힘을 놀라울 정도로 세밀하게 묘파해나가는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속한 체제와 역사가 보다 평등한 쪽으로 진화할 수 있는 다양한 궤적과 그 분기들의 가능성을 각 장에서 타진해보고 있다. 유럽(연합)의 정치경제적 위기, 트럼프로 상징되는 미국식 토착주의, 러시아와 중국의 초중앙집중적 과두지배와 이들이 자본주의와 결탁한 모종의 방식, 인도와 브라질의 더 나은 민주사회로의 진화가능성, 공산주의 몰락 이후 혼탁해진 동유럽 국가들의 정치경제 등에 대한 방대한 서술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와 미래를 역동적으로 오가는 최대치의 사회과학적 역량과 스케일을 보여준다.
성매매에 투자하는 사회 숨은 가해자 ‘금융’을 고발하다!!
『레이디 크레딧: 성매매, 금융의 얼굴을 하다』는 오늘날 성매매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과 성경제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며, 한국 사회 자체가 사실상 성매매를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힌다. 성매매 문제는 ‘지하경제’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적 경제와 긴밀히 연동된 문제이기에, 이를 제대로 이해할 때 비로소 성매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이 책은 금융화를 통해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한 오늘날의 성매매를 정치경제적으로 분석한다는 점에서 성매매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갈망하는 독자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이 책은 촘촘한 현장관찰과 심층면접을 바탕으로 성매매 산업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살리면서도 그들을 지배하는 ‘돈의 흐름’을 거시적으로 분석해내는 균형감이 특히 두드러진다. 활동가 출신 연구자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을 지닌 저자 김주희는 티켓다방, 기지촌 등의 현장과 연구실을 오가며 여성의 몸과 역할을 자원 삼아 작동하는 자본주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대해 연구해왔다. 현장 활동가로서 가지게 된 문제의식이 연구자의 고민과 분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먼저 저자는 성매매 경험이 있는 20대부터 70대까지의 여성 15명을 심층면접해 생애 경험, 이들을 둘러싼 돈의 흐름, 관련된 인간관계를 살폈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 10명을 추가로 인터뷰해 산업의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는 구매자 남성을 비롯하여 사채업자, 부동산업자, 강남 룸살롱에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멤버팀장’, 반성매매 활동가, 사채 문제 전문가 등이 포함된다. 이외에도 성매매 산업 구성원들이 정보 공유 및 친목 도모 목적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업소 알선 사이트, 유흥업소 구인구직 사이트 등 온라인 현장도 두루 참여관찰하며 성산업 생태계를 면밀히 살폈다.
전래 동화에서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 백설공주는 숲으로 도망쳤고, 빨간모자는 숲을 지나가야 한다. 전래 동화의 여주인공들은 집 떠났다 하면 죄다 숲으로 가는 걸까? 아니, 왜 여주인공들은 모두 곤경에 빠지는 거지?
지금 21세기의 우리에게 전래 동화는 무슨 의미일까?
옛이야기는 권력자의 논리를 전하는 통로인 동시에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의 지혜가 숨어 있는 보물창고이다. 이제 우리는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와 함께 옛이야기가 전하는 삶의 무기를 찾아내자.
용은 왜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 배부르게 먹을 거면 통통한 아기나 살찐 아줌마가 낫지 않을까? 씹을 맛 있는 근육질 기사는 어떻고? 저자는 “용이 사실은 여자 그 자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용은, 그러니까 애초에 여자를 잡아간 것이 아니었다. 여자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용감하고, 제멋대로인가 하면 신비한 능력과 깊은 지혜가 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선생님의 친절한 문장 교실 내 말과 글을 더욱 품격 있게,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
우리의 언어생활과 사회생활은 수많은 문장들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SNS에서 짧은 글쓰기를 하며 일상 속 경험과 생각을 수시로 공유한다. 일터에서는 제안서나 기획안, 보고서, 홍보문 등 각종 공문서를 작성하고 업무 메일을 무수히 주고받는다. 이제 내 생각과 의도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글쓰기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글쓰기를 부담스러워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쓴다고 썼는데 실제로 써진 문장들을 보면 어딘가 내 의도와 다르게 어색하고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이수연 선생님의 문장 교실 《좋은 문장 표현에서 문장부호까지》는 정확히 이렇게 말하고 싶은데 자꾸 어정쩡하고 어색하게 표현하게 될 때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17년 동안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서 일하면서 받았던 질문들,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강사로 강의하면서 받았던 질문들을 바탕으로 한다. 그 무수한 질문들 가운데 사람들이 제일 헷갈려 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엄선했으므로 이 책의 차례를 훑어보고 당장 궁금한 내용만 찾아봐도 좋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도 좋다. 그동안 잘 몰랐던 내용, 착각하기 쉬운 내용부터 언어생활에 실천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까지 이 책의 곳곳에 담겨 있어 ‘아하!’ 또는 ‘어머나!’ 하고 깨달음의 감탄사를 연발하게 될 것이다.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계적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의 탐구
“생명이란 무엇인가?” 세계적인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가 1943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던진 물음을 탐구한다. 생명은 어떻게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가? 생명은 어떻게 물질 속에 깃들어 있는가? 폴 데이비스는 ‘생명=물질+정보’라는 통찰을 바탕으로, 생물학은 물론 물리학과 수학, 컴퓨터과학과 진화론, 후성유전학과 신경과학, 양자물리학과 나노공학의 최신 학제간 연구성과를 종횡무진 훑으며, 정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생물학과 물리학을 통합하고, 공학과 의학을 일신하며, 생명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재고할 돌파구를 궁구한다. 그 과정에서 생명의 기원, 시간의 화살, 암세포의 진화, 의식의 창발,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 몸속 분자기계가 일종의 양자컴퓨터일 가능성 등 생명을 둘러싼 여러 수수께끼에도 답한다. 생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떠오르는 새로운 과학 분야들--시스템생물학, 합성생물학, 정보생물학, 양자생물학 등--로 독자를 초대하는, 생명을 사유하는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의 최신 문제작.
"생명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앤드루 브릭스(옥스퍼드대학교 나노소재과학 명예교수)
포르노와 대중문화에 관한 순진한 관점을 뿌리부터 뒤흔든다! “당신이 알고 있던 포르노는 진짜 포르노가 아니다!” 21세기 포르노그래피와 대중문화에 관한 저술의 결정판
게일 다인스는 20년이 넘도록 포르노 관련 연구와 저술에 힘써 온 활동가다. 포르노 업계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제작자와 배우를 인터뷰하며, 매년 수백 명이 넘는 사람들과 그들의 포르노 경험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학생들과 교육계 종사자 모두 그의 활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한다. 『포르노랜드』는 그가 일생을 바쳐 온 운동의 결실이다. 다인스는 포르노와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악영향을 가차 없이 고발한다. 놀랍게도 남아가 포르노를 처음 시청하는 평균 연령은 11.5세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젊은 세대가 그 어느 때보다 포르노를 더 많이 소비한다는 점은 사실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다인스가 설명하듯, 오늘날의 포르노는 과거의 『플레이보이』 때와는 차원이 달라졌다. 포르노 문화가 대중문화로 흡수됨에 따라 신생 기업가들이 만들어 내는 포르노는 훨씬 더 폭력적이고 하드코어하게, 한층 더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으로 진화했다. 과잉 공급 시장에서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제작자들은 수익성이 높은 틈새시장을 개척해-예컨대 ‘십대’ 섹스, 고문, 곤조 포르노까지-이미 웬만한 콘텐츠에는 무감각해진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
뒷골목에서 월스트리트까지, 다인스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포르노 산업을 움직이는 자금의 흐름을 추적한다. 포르노 산업은 실제로 영화와 음악 산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거두고 있다. 거대 담배회사처럼 막강한 로비 집단과 정교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무장한 포르노 기업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입법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주류 미디어와 영합하고, 모바일 스트리밍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포르노랜드』는 이 같은 조립 라인을 통과한 포르노 콘텐츠가 우리의 성적 자유를 제한할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며, 우리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포르노가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공중 보건 이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고 사유의 운동을 촉진한다.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를 지향한다. bookjournalism.com
아키코 부시하치와레
해리 포터의 투명 망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하는 ‘보이지 않는 모든 것과 무한한 가능성’을 담은 품위 있고 지적인 안내서
끊임없는 노출과 연결에 피로해진 사람들을 위한 ‘해독제’ 같은 에세이. 저자 아키코 부시는 보이지 않는 상태의 의미, 근원 등을 다양한 사례와 경험으로 고찰하는 한편 생물학자, 물리학자, 심리학자, 예술가, 작가 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랜드케이먼 섬 바닷속, 아이슬란드 항구 도시에서 물리학 실험실과 가상현실 스튜디오까지 여러 곳을 여행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섬세하고 지적인 안내서를 완성했다. 이 책은 해리 포터의 ‘투명 망토’가 없이도 보이지 않거나 사라지는 상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가능성, 그리고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 눈에 띄지 않는 삶의 가치, 그리고 세계와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쾌락과 고통의 지휘자 도피만을 둘러싼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이야기” 뇌과학자 정재승, 1만 시간의 법칙 다니엘 레버틴 강력 추천!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이란? 과학자들은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서 도파민을 사용한다. 뇌의 보상 경로에 도파민이 많을수록 중독성은 더 커진다. 과거에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상을 구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세상을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꾸면서 중독의 법칙이 바뀌었다. 중독성 물질, 음식, 뉴스, 도박, 쇼핑, 게임, 채팅, 음란 문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오늘날 큰 보상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이 됐다. 우리는 도파민, 자본주의, 디지털이 결합된 탐닉의 사회, 도파민네이션에 살고 있다. 이제 누구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파민네이션』의 저자 애나 렘키 박사는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 중독치료 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이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의료 정책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으며 100여 편이 넘는 글과 논문을 발표한 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이력과 달리 그녀는 이 책에서 어릴 때부터 우울증을 앓아왔고 의사가 된 후에도 에로티즘 소설에 중독된 적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한마디로 중독에 관해서는 ‘전문가’인 동시에 ‘내부고발자’인 셈이다. 『도파민네이션』은 최신 뇌과학, 신경과학 연구와 자신이 20년 동안 만난 수 만 명의 임상사례를 통해 인간, 뇌, 중독 그리고 회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서는 약물 치료에 의존하기 보다는 도파민의 법칙을 이해하고 고통과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작가, 활동가, 대학교수, 자폐인인 저자가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다가 자신을 잃어버리고 고통받는 신경다양인(자폐, ADHD, 양극성 성격장애 등)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주변의 몰이해와 오해, 낙인, 오진 등으로 인해 정체성을 감추고 살다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한다. 사회 구성원이 아프다면 그 사회 또한 건강할 수 없다. 이 책은 획일적인 기준을 버리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껴안을 수 있어야 개인은 물론 사회도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2018년 데번 프라이스 교수가 처음 블로그에 자폐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그의 메일함에는 “혹시 저도 자폐인인가요?”라고 묻는 이메일이 5000통 넘게 쌓였다. 그들이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현재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중산층, 이성애자, 남성, 백인’을 기준으로 세워졌다는 저자의 연구 결과 때문이다. 질병에도 계급이 있다. 책에 따르면 같은 자폐인이어도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증상을 무시당하거나, 고통을 호소해도 ‘교활한’ 혹은 ‘공격적’이라고 취급받는다. 자폐 당사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여자라 너무 예민하다’며 외면당하고, 유색인일 때는 ‘위험한 인물’로 구분된다. 사회 빈곤층이거나 노인일 경우에는 진단받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성별이 남성이어도 전형적인 자폐증 이미지에 들어맞지 않으면 진단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더 근본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저자는 자폐인 당사자인 자신의 사례를 비롯해 사회적 가면을 쓴 수많은 신경다양인을 직접 만나 심층 인터뷰하고 자폐인의 장점인 ‘집요함’을 무기로 논문, 블로그 게시물, 유튜브 동영상, 진단 검사 자료까지 닥치는 대로 샅샅이 조사했다. 이로써 자폐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어떤 ‘정상성의 가면’을 쓰고 사는지, 그 가면이 어떻게 사회를 병들게 하는지 이 한 권으로 증명해낸다. 마지막으로 드디어 자폐인이자 트랜스젠더인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긍정하게 된 본인의 실제 사례와 주변의 다른 성공적인 예시들을 보여주고, 우리에게 덧씌워진 가면을 벗어던질 실질적인 방법을 논한다.
여성의 역사, 여성의 삶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기록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다른 역사책처럼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여성의 삶이 바뀐 순간들을 빠짐없이 다룰 수 있을까? 『여자만의 책장』을 쓴 데버라 펠더는 그럴 수 없다고, 더 정확히 말하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어떤 시대에서든, 여성의 역사는 문학과 논픽션을 아울러 글이라는 맥락을 거쳐야만 파악할 수 있는 고유의 특성이 있다.” 본격적인 여성운동과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일어나기 한참 전부터, 여성들은 글로써 여성의 삶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해왔고, 당대와 과거 여성들의 삶을 책에 담아 여성의 삶이 바뀌어온 궤적을 기록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외쳤다. 여성의 삶을 이야기로, 기록으로, 연대로, 역사로 만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여자만의 책장』은 그래서 50권의 책으로 쓴 여성의 역사이자 여성이 글쓰기로 무엇을 이루어왔는지에 대한 평전이다. 여성(의 역사)을 하나의 책이라고 한다면, 그 책 안에 무수히 많은 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힘을 북돋고, (여성이라는) 책 안의 책장을 한 권 한 권 채워가는 과정을 몇백 년 동안 반복해서, 마침내 책장을 꽉 채우는 데까지 나아간 결과물이 바로 『여자만의 책장』이다.
리베카 벅스턴 · 리사 화이팅하치와레
삶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지적 여행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자들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와 삶의 본질을 탐구해왔다. 탐구란 어떤 대상이나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으려는 과정이다. 철학은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즉, 철학은 곧 ‘질문’이며, 질문하는 여자는 여성 철학자를 의미한다.
여기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사를 관통하는 20명의 여성 철학자들이 있다. 그녀들은 자신이 살아갔던 그 시대에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답을 찾으려고 했을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재능있고 지적인 여성들도 남성들과 함께 군주가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000여 년이 지난 지금, 철학은 여전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활약하는 여성 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철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뜻을 모아 바로 이 책 《질문하는 여자》를 집필했다. 이 책은 인류 정신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여성 철학자 20인의 삶과 철학을 다루고 있다. ‘디오티마(Diotima)’ ‘반소(班昭)’ ‘히파티아(Hypatia)’ ‘랄레슈와리(Lalleshwari)’ ‘메리 애스텔(Mary Astell)’ ‘메리 울스턴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 ‘해리엇 테일러 밀(Harriet Taylor Mill)’ ‘조지 엘리엇(메리 앤 에번스)(George Eliot(Mary Anne Evans))’ ‘에디트 슈타인(Edith Stein)’ ‘해나 아렌트(Hannah Arendt)’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아이리스 머독(Iris Murdoch)’ ‘메리 미즐리(Mary Midgley)’ ‘엘리자베스 앤스컴(Elizabeth Anscombe)’ ‘메리 워녹(Mary Warnock)’ ‘소피 보세드 올루월레(Sophie Bosede Oluwole)’ ‘앤절라 데이비스(Angela Davis)’ ‘아이리스 메리언 영(Iris Marion Young)’ ‘애니타 L. 앨런(Anita L. Allen)’ ‘아지자 Y. 알히브리(Azizah Y. al-Hibri)’. 《질문하는 여자》를 집필한 20명의 현대 여성 철학자들은 고대 그리스와 고대 중국부터 현대까지, 북반구에서 남반구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의 제1세계부터 제3세계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다양한 피부색까지 ‘철학자’의 정의를 의도적으로 넓게 적용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들, 즉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여성 철학자 20명을 엄선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녀들이 어떤 질문을 했고, 어떤 답을 제시했는지, 그들의 생각이 시대마다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 그들의 생각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게 될 것이다.
Michon, Pierre하치와레
프랑스 문화상 수상작
프란츠 카프카상, 노니노 국제 문학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프랑스 국립 도서관상 수상 작가 피에르 미숑의 장엄한 대표작
세월 속에 스러져 간 모든 이름 없는 자들에게 바치는 거룩한 송가
거친 대지와 거센 바람 위에 써 내려간 사소하지만 위대한 존재들의 일생
나는 하늘과 책이 우리를 아프게 하고 우리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음을 배웠다. 비굴한 놀이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세상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아도 됨을, 세상에 개입하지 않고 그저 세상이 만들어지고 없어지는 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봐도 됨을, 세상의 일원이 아니라는 사실에 쾌락으로 바뀔 수 있는 고통과 더불어 경탄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공간과 책들이 교차하는 곳에서 움직이지 않는 몸이 태어났고, 그 몸 역시 나였다. 그 몸은 책에서 읽은 것을 눈에 보이는 세상의 현기증에 맞춰 보고자 하는 불가능한 소원 탓에 끝없이 떨었다. 공간과 마찬가지로 과거의 것들도 현기증을 일으켰고, 과거의 것들이 기억 속에 남긴 흔적은 말이 불완전하듯이 불완전했다. 나는 기억에 대해 알게 되었다. -본문에서
소비에트 유토피아 문학의 정수!
20세기 러시아 산문의 대가로 꼽히는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대표작 『체벤구르』. 50년 만에 부활한 정통 세계문학 시리즈 「을유세계문학전집」의 57번째 책이다. 플라토노프 창작의 백과사전이라 불릴 정도로 형식과 내용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의식들이 실험적으로 드러난 이 작품은 장편이지만 파편적인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노동자들과 농민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자들이 어떻게 혁명을 받아들이고 공산주의 이념을 실현하는지를 그들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플라토노프는 공산주의를 사랑했던 프롤레타리아 작가였지만, 새롭게 나타난 현실 공산주의의 관료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풍자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이 작품에는 그 모순된 관계가 잘 드러나 있으며, 서정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성격이 돋보인다. 프롤레타리아들이 나름대로 혁명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건설해 가는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이야기한다.
“가난한 개인이 그 자체로 세계가 되는 문화기술지에서 빈곤은 부단한 과정이자 고된 분투로 등장한다”
당연한 의존을 문제 삼고 삶을 끝없는 불안으로 포위하는 빈곤 통치에 가려진 세계와 가능성을 찾아서 -인류학자가 동행한 빈곤의 과정과 확장되는 빈자의 외연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빈곤과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우선 나와 내 가족의 삶에 달라붙을 수 있다. 배고픈 삶, 전망 없는 삶에서 기어 나오는 공포, 분노, 무력감이 자기비하로, 피붙이에 대한 폭력으로 치닫는다. 쪽방촌, 고시원, 다세대주택, 임대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지척의 가난을 보고, 듣고, 냄새 맡는다. (…) 어디 인간뿐인가. 자연에 대한 수탈과 착취에 따른 비인간 생명의 아우성은 전염병, 홍수, 산불 등 인간이 포착 가능한 형태로 번역되어 극히 일부분일지언정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인류학자인 내가 경험적 연구를 통해 빈곤을 학술적·실천적 주제로 등장시켜온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과 중국의 여러 현장을 기웃거리면서, 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빈곤을 새롭게 발견하고 쟁점화하는 작업에 노력을 기울였다. 무허가 판자촌, 공장지대, 슬럼화된 노동자 거주지 등 빈곤의 전형성이 도드라진 현장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빈곤의 역사성과 관계성에 주목했고, 대학 수업, 이주자들의 공간, 국제개발과 자원봉사 무대처럼 서로 이질적인 현장에서 빈곤이 실존의 불안으로 현상하는 공통성을 포착했다. (…) 인구 다수가 불평등 구조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경계 없는 불평등’의 시대, 다른 한편에선 금융자본주의와 팬데믹을 거치면서 부의 양극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인 시대에 빈곤을 긴요한 정치적·윤리적 의제로 소환하려면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 _「서문」
바야흐로 〈위대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축소되는 인구, 축소되는 경제는 이 세계를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 〈축소되는 파이〉의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하다. 그렇다면 지금 줄어드는 인구는 미래의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인구든 경제든, 성장은 끝났다. 〈소멸 직전의 시대〉,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축소의 시대〉가 왔다!
▣ 인구 감소에서 시작된 전 세계 각국의 축소 현황을 담은 리얼한 현장 보고서 이 책은 도시 계획 전문가로 30년간 인구 감소 상황에서 주택 공급과 경제 개발, 도시 재활성화 문제를 주로 연구해온 저자가 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축소 현황과 함께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가 지속될 때 2050년의 세계와 경제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고 있다. 또한 인구 감소와 축소 세계를 초래하는 원인과 그 영향도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며 따라서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미국은 인구가 감소함에도 〈15-30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2050년에도 경제적 강자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인구 감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한다.
특히 저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과,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서유럽, 불가리아와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의 동유럽,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의 인구 감소 현황과 그로 인한 공간적 불평등과 경제적 쇠퇴 등의 문제를 각종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점점 〈축소되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생겨나는 승자와 패자 간 격차 등도 함께 살펴본다. 한마디로 인구 감소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고 말한다.
산책하며 만난 주변의 동물과 식물, 자연들 그림으로 그리면 더 특별해지는 하루 10만 팔로워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보고 만지고 기록한 자연
오랫동안 개인 홈페이지와 SNS를 운영하며 개성 있는 그림과 재치 있는 유머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 이다. 그가 일 년간 주변에서 만난 자연을 기록한 책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를 펴냈다. 수업시간에 낙서를 끄적이던 학생 시절부터 저자는 다이어리와 일기를 쉬지 않고 써왔다. 여행할 때 그린 그림들을 모아 『내 손으로 치앙마이』,『내 손으로 교토』 등 여행기 시리즈로 출간하기도 했고, 일상과 여행을 기록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끄적끄적 길드로잉』을 통해 그러한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도 했다. 『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는 이렇게 늘 주위에 관심을 기울여온 저자가 시선을 자연으로 돌려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림과 글로 기록한 책이다. 이다 작가는 한 해 동안 관찰한 자연을 꼼꼼히 기록한다. 산책에서 만난 동물과 식물, 하늘, 날씨 등을 때로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그중에는 청둥오리의 짝짓기처럼 진기한 사건도 있지만, 매일 마주치는 골목 귀퉁이의 나무, 하늘의 구름 같은 평범한 일상도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일기로 기록을 남기자 그 모든 것들이 하나하나 특별하게 다가왔다. “나는 지금 이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지 않다”는 감각. 이 책은 이런 선물 같은 기쁨을 찾은 이다 작가가 한 해 동안 관찰한 자연에 대한 사랑의 편지다. 이다 작가의 독특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그림과 일기를 보다 보면 독자 역시 끝없이 볼거리를 주는 자연 극장으로 나들이 가고 싶어질 것이다.
운명의 파도에 맞서는 인간의 회복력에 대한 경이로운 데뷔작 『가재가 노래하는 곳』, 『스토너』를 잇는 차세대 모던 클래식
인간이 운명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 그 대답을 내놓는 아름다운 소설, 『흐르는 강물처럼』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일찍부터 미국 현지 출판사들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이을 명작이 되리라고 점찍은 데뷔작이었다. 출판사는 작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훌륭한 책들에 굶주려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틀림없이 명작이 될 것이고, 전 세계의 북클럽을 떠들썩하게 하며 독자들을 사로잡을 것이고, 라디오와 스크린에서 회자되며 사랑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 말을 실현하듯 『흐르는 강물처럼』은 출간 전 원고만 공개했는데도 17개국에 판권이 선 판매되었고, 정식으로 출간한 뒤에는 총 34개국에 수출되었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2023년 아마존 올해의 데뷔작 자리를 차지했고, 타임스, 가디언, 커커스, 리얼 심플 등 유수의 매체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CJ ENM 산하의 미국 현지 제작사 피프스 시즌에서 영화화를 앞두고 있다. 이 소설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줄만 알았던 열일곱 살 소녀가 사랑의 환희와 상실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내하는 번데기 시절을 거쳐 비로소 나비가 되는 이야기다. 뒤돌아보지 않는 자연에서 배운, 거스를 수 없는 회복력으로 살아내는 주인공은 끝내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결실을 거머쥔다. 시대가 흘러도, 사는 곳이 달라도 변치 않는 진실과 가치가 있다. 인간이 발 딛고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흐르는 강물처럼 살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공통의 함의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소설은 1970년대에 실제로 수몰지구가 되어 물속으로 사라진 콜로라도의 역사적 사건을 담고 있지만, 장소와 시간을 언제 어디로 바꾸어 보더라도 독자는 거기서 자기 삶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가 바뀌어도 뜻이 통하는 ‘흐르는 강물처럼(Go as a River)’이라는 관용구처럼.
“더 자주 불평하고 더 많이 불안에 떨수록 흐릿했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서른에서 마흔, 불확실한 시간을 통과하는 마음
〈싱글즈〉, 〈보그코리아〉, 〈에비뉴엘〉에서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을 해오며 어떤 세상사도 기사거리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춰온 조소현이 서른에서 마흔이라는 불확실한 시간, 다시 나아가려는 이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한다. 돌이켜보면 사회에 나온 후 삶의 기본값은 불안이었다. 여자, 워킹맘, 나이 같은 세부 필터를 거치면 세상은 온통 불만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불만과 불안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더 자주 불평하고 더 많이 불안에 떨수록 흐릿했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엄청나게 우렁찬 목소리도, 살이 베일 듯 날카로운 관점도 아니지만 다 같이 불만과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 이 책에는 그 순간들이 담겨 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이슬람의 다양한 얼굴 이슬람 세계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선
'이슬람', '아랍'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석유, 낙타, 사막, 그리고 내전, 폭탄 테러, IS, 난민...
그들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게다가 요즘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분쟁으로 중동 지역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이미지만으로 세계 57개국에서 20억 명의 신자를 거느린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오늘날 이슬람권이 분쟁과 갈등에 신음하는 것은 분명하다. 억압적인 사회 규범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슬람과 동일시되는 테러와 폭력, 광신과 야만은 이슬람이 가진 여러 모습 중 한 부분일 뿐이다. 이 책은 세계 역사를 바꾸어놓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떻게 중동이 아랍인과 무슬림의 땅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이슬람 문명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이 무엇인지에 관해 다룬다. 특히 아직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둘러싼 질문과 논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슬람이 등장한 환경과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의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그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남긴 사건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인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SF 코믹소설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따온 것이다.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 누구도 찾지 않는 관심 없는 땅인 지구를 소개하는 내용은 단 두 단어다. ‘대체로 무해함’.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의 핵심 주제는 이슬람이지만, 한 측면으로만 이슬람 문명을 판단하지 않기 위해 오랜 역사에 걸쳐 역동적으로 변화한 이슬람 문명의 복잡하더라도 다양한 측면을 그려내고자 했다. 이슬람 외에도 이슬람 문명의 궤적과 모습에 영향을 준 것은 많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도 피에 굶주린 폭력의 종교도 아니다. 무슬림은 때로는 다른 종교 공동체와 충돌하고 타자를 적대시하고, 때로는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책은 무슬림과 비무슬림이 탄압과 공존, 적의와 관용을 오가는 복잡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오늘날에는 공존을 지향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편견에 매몰된 시선을 돌려 조금만 넓게 볼 때,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의 모습이 보인다.
이슬람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과 유동성에 주목할 때 우리는 이슬람이 가진 여러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광범위한 지식과 더불어 이슬람 세계를 편향되지 않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클레어 키건 · 허진하치와레
자국 아일랜드에서는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올랐으나 2021년부터 미국 독자 대중 사이에 서서히 화제가 되더니, 이제는 독자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려는 듯 애타게 찾는 소설가가 있다. “한 세대에 한 명...
혼자가 좋지만 혼자라서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사교 권장 에세이
제시카 팬은 가족 중 유일하게 내향적인 성격을 타고 태어났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과 다른 나를 꿈꿨다. 변화하기 위해서는 더 큰 세계에서 백지상태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남편의 나라 영국에 정착했다. 하지만 내향적인 성향은 ‘피부에 생긴 습진처럼’ 좀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사우나에서 문득 자신의 삶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직업을 잃었고, 친구들은 떠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 책은 지독한 내향인의 1년 만기 외향인 체험기다. 밖에 나가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오롯이 친교를 목적으로 모임에 참석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동네 친구를 만들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성공 여부를 떠나,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도 세 번이나 도전한다. 외향인이 되어 보자고 결심한 그날부터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들만 찾아서 실행에 옮겼다. 이 도전이 꽤 흥미롭고 유쾌하다. 펜데믹으로 무수한 강제 집콕러들이 양산된 지금, 잊고 있던 외출 욕구와 사교 본능을 자극할 책이다.
세라 본 브래넉하치와레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 원작자 화제의 신간 권력, 비밀, 야망, 폭로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잇는 또 다른 반전! 당신은 과연 엠마를 응원할 수 있는가?
“마지막 장까지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힘을 가지게 된 여성이 연령, 인종, 직업에 상관없이 직면하는 뿌리 깊은 적대감, 그리고 그 와중에 생기는 유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수작.” - 강인(드라마 PD) 추천
★★★ 넷플릭스 제작팀 영상화 확정 ★★★ ★★★ 영국,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 전 세계 주요 7개국 판권 계약 ★★★ ★★★ 『가디언』 『선데이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강력 추천 ★★★ ★★★ 식스턴 올드 피큘리어 2023 올해의 범죄소설상 노미네이트 ★★★
영국 정치판을 뜨겁게 집어삼킨 ‘퀸 메이커’가 한국에 온다. 출간 즉시 넷플릭스 시리즈 제작팀의 영상화가 확정되고 영국 외에 미국,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등 주요 7개국에 판권을 수출하는 등 전 세계를 사로잡은 세라 본의 장편소설 『레퓨테이션: 명예』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넷플릭스 TV 시리즈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의 원작자로 유명한 세라 본이 이번에는 젊고 유능한 여성 정치인 엠마를 내세워 SNS 선동, 협박, 리벤지 포르노 범죄, 폭로 등 영국 정치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미스터리 속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세라 본은 1997년 『가디언』에 입사해 11년간 정치부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 출신으로, 사회의 양면을 모두 보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관점과 군더더기 없는 필력으로 긴장감 넘치는 작품을 발표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권력과 특권 등을 소재로 한 소설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Anatomy of a Scandal), 『작은 재앙들』(Little Disasters) 등은 경찰 수사, 형사 사건 재판 취재 같은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져 상상력과 개연성 모두 갖추며 찬사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위협을 당하는 영국 국회의원들의 사례가 『레퓨테이션: 명예』의 모티프가 되었다. 그들은 소셜 미디어상의 괴롭힘에 시달리면서 집 현관에 잠금장치를 여러 개 설치하고 테러에 대비해 지역구 사무실에 비상 버튼을 설치하거나 패닉룸(대피소)를 마련하기도 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진짜 스릴러는 우리의 현실에 있다고 밝히면서, 이 책에 뉴스보다 구체적이고 시의적절한, 지금 이 시대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 등장인물
엠마 웹스터 “내가 뭘 해야 하고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순식간에 정리를 마쳤다. 그가 그토록 더럽히고 싶어 하던 바로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서. 내 명예를 지켜내기 위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포츠머스 지역을 대표 하원의원. 젊은 여성 정치인으로 기자 마이크 스톡스와 함께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법안(이하 ‘에이미 법’)을 통과시키며 승승장구하던 중 큰 사건에 휘말린다.
마이크 스톡스 “엠마 웹스터는 마이크의 비밀 병기죠.” 엠마와 함께 ‘에이미 법’을 이슈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 『크로니클』 기자.
플로라 “고마워. 그 미친년을 견딜 수 있게 도와줘서.” 대중의 이목을 끄는 정치인의 가족으로 사는 게 그리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엠마의 딸.
데이비드 “엠마를 믿어?” 엠마 웹스터의 전남편이자 플로라의 아빠.
캐럴라인 “걱정 마요. 다 잘 처리했어요.” 데이비드의 배우자. 새로이 꾸린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사이먼 백스터 “도대체 저 말라빠진 의원 년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참전용사. 지역구민을 돌보는 일보다 언론 인터뷰 등에 더 신경 쓰는 엠마 웹스터에게 불만이 많다.
모두가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게 당연한 지금 사회에서 양심에 호소하는 건 다소 촌스럽거나 순진한 일로 여겨진다. 양심을 강조하는 건 교육계나 종교계에서나 할 일이지, 법과 제도의 영역에서 양심을 말하는 이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로 비웃음을 사기 쉽다. 사람들을 규제하고 움직이는 건 보상과 처벌과 같은 실질적인 것들이지, 보이지 않고 힘도 약한 양심이 아니라는 믿음이 넓게 퍼져 있다. 그러나 존경받는 법학자 린 스타우트는 양심은 힘이 없다는 건 우리의 착각이며, 오히려 양심이야말로 사회를 유지시키는 강력한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양심은 일상생활 어디에나 스며들어 있기에, 우리는 “마치 중력이 우리 몸이 우주 공간을 떠돌지 않게 붙잡아주는 것을 당연시하듯” 양심이 하는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최근의 과학적 증거는 신뢰, 정직, 협동, 배려와 같은 덕목들이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과도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양심의 힘에 주목하며, 양심을 키우고 또 활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폴 벤느의 《그리스인은 신화를 믿었는가?》가 17년 만에 새 번역으로 복간되었다. 국내 독자에게는 미셸 푸코의 30년 지기이자 《푸코, 사유와 인간》의 저자로 유명한 폴 벤느는 그리스 신화에 대한 고대 그리스인들의 믿음을 사례로 삼아, ‘역사적 진실이 어떻게 우리의 구성적 상상력의 산물인지를 탐구한다. 후기구조주의 담론과 역사학을 횡단하는 흥미진진한 이 책은 진실과 믿음 사이의 포스트 트루스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커다란 문제의식을 던진다. 《사람, 장소, 환대》의 작가이자 폴 벤느의 《역사를 어떻게 쓰는가》를 옮긴 바 있는 인류학자 김현경의 번역과 꼼꼼한 주석은 작가의 개성 있는 문체를 살리면서 독자가 더 풍성하게 폴 벤느의 사유를 독해할 수 있게끔 안내한다.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일곱 번째 책. 《원하고 바라옵건대》는 상상 속 동물인 ‘신수’ 즉, ‘신령스러운 짐승’을 소재로 쓴 다섯 편의 소설을 묶은 앤솔로지다. 2021년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종의 기원과 그 외의 이야기들)》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를 필두로, 동시대 작가 중에서 가장 깊이 있고 개성 있는 작품을 쓰는 이수현, 위래, 김주영, 이산화 작가가 각각 ‘백호’, ‘용’, ‘맥’, ‘진묘수’, ‘곤’을 택해 SF와 환상문학, 역사소설과 모험소설의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를 고루 갖춘 수작을 완성했다. 때로는 무섭고 심술궂지만, 어떤 면에선 귀엽고 엉뚱하기까지 한 신수들과 당차고 솔직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다섯 편의 소설은 일상과 환상이 만나는 지점을 황홀하게 그려내며 더없이 새로운 독서의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은 인간성을 잃지 않고, 신수 또한 신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겨울밤처럼 차고 명징한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소수자의 시선으로 새로운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디아스포라 기행』을 다시 만나다
30여 년간 한결같이 독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작가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이 개정판으로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이 책은 1992년 그를 한국에 처음 알린 『나의 서양미술 순례』와 더불어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긴 대표작으로, 17년 만에 새로이 펴낸다. 초판이 출간된 이후로도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은 전쟁과 폭력, 지금 이 순간에도 나날이 고조되는 무력(武力)의 위협 속에 우리가 맞닥뜨린 곤경을 엄중히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 「개정판을 펴내며」가 수록되어 더욱 뜻깊다.
남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난 주인공 폴리가 세상의 편견과 속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찾아 나가는 이야기
폴리를 본 사람들은 말한다. 이 아이는 평범하지 않군요. 이 아이는 너무 달라요. 이 아이는 대체 뭔가요?
폴리는 특별한 성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폴리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었지만, 동시에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했죠. 조산사는 묻습니다. “팔찌에는 뭐라고 쓸까요?” 부모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곧 선택을 해야 했지요. 의사는 아이의 생물학적 성별을 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폴리는 남자아이로 정해집니다. 그러나 폴리의 성별을 둘러싼 선택은 끝난 것이 아니었어요. 폴리의 성기는 분명 남들과는 달랐으니까요. “폴리는 결함이 있는 남자아이입니다. 우린 폴리를 고쳐야 해요.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어요. 폴리는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하고, 그 자리에 정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떠다닐 거예요.” 폴리는 힘든 수술을 여러 번 거쳐 세상의 기준에 맞는 ‘남자’가 됩니다. 그러나 정작 폴리는 자기 안에서 서서히 고개를 드는 물음을 마주하게 되지요. 폴리는 자신이 남자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여자라고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나는 대체 뭘까?’ 성별 박스에 체크하라는 요구는 폴리의 인생을 계속 따라다니지만, 폴리는 여전히 쉽게 대답할 수 없습니다.
세상은 구분하고 정의하고 분류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작은 물고기처럼 폴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폴리 같은 아이를 우리는 인터섹스라고 합니다. 인터섹스는 남자 아니면 여자, 이런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을 말해요. U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섹스로 태어나는 사람이 전체의 1.7%나 된다고 합니다. 폴리의 경우와는 다르게 자신이 인터섹스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다가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되는 사람도 있고요. 인터섹스는 피부색이나 키처럼 한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적 특징일 뿐이지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은 인터섹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별이 정해지고,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이나 수술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많고요. 폴리가 겪는 아픔의 무게를 쉽게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그 아픔을 덜어 주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폴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폴리를 괴롭히는 건 인터섹스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니까요. 세상에는 암수 구별이 되는 생물보다 그렇지 않은 생물이 더 많습니다. 범위를 조금만 넓혀보면 우리 인간이 가진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좁고 편협한지 알게 되지요.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만 해도 세상의 많은 전쟁과 폭력과 비극 중 절반은 사라질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이 책은 폴리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폴리(poly)’는 그리스어에 뿌리를 둔 말로 ‘하나 이상의’ ‘많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폴리처럼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다면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이 정해 놓은 잣대, 몇 안 되는 선택지 안에 우리를 끼워 넣기를 강요받을 때가 많습니다. 조금만 다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지요. 이 책의 말미에 폴리는 마침내 자유로운 심판 에르베를 만납니다. ‘자유로운 심판(libre arbitre)’은 프랑스어로 ‘자유 의지’ ‘자유로운 판단’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에르베는 축구 심판이면서, 판단하지 않는 사람, 어쩌면 폴리의 자유 의지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에르베는 폴리에게 성별을 묻지 않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안 물어보나요?” “어떤 사람이냐고요. 전 알아요. 당신은 폴리잖아요.” 에르베는 처음으로 폴리를 있는 그대로 보아 준 사람이자, 폴리에게 작은 희망의 불씨를 건네준 존재입니다. 우리가 자유로운 심판 에르베가 될 수는 없을까요? 우리 자신에게, 다른 사람에게, 다른 존재에게 말이에요. 그렇다면 세상이 조금은 따뜻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폴리는 떠다닌다, 아름답게. 폴리는 떠다닌다, 불확실함 속에서, 고정된 정체성 없이. 폴리는 세상의 말에 들어맞지 않았다. 폴리는 다만 폴리라는 말에 들어맞을 뿐이었다.
폴리는 걸으며 심판이 한 말을 생각한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폴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묻지 않은 채 한 말, 성별 박스에 체크하라는 요구를 하지 않은 채 한 말. 나는 내일 자유로워요.
“실비아 플라스, 그레이스 켈리, 존 디디언, 앨리 맥그로, 몰리 브라운… 바비즌은 새로운 여성들의 시대에 탄생한 당대의 산물이자 다가올 시대의 전조였다!”
20세기 여성의 야망과 급변하는 뉴욕에 관한 다층적인 사회사
20세기 초반, 1차대전과 여성참정권 획득은 여자는 가정에 머물러야 한다는 오래된 논리를 무너뜨렸다. 1920년대 미국 각지의 젊고 야망 있는 여성들은 꿈을 좇아 전후 건설 붐으로 초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있던 뉴욕으로 몰려들었다. 당연히 머물 곳이 필요했다. 그들이 원했던 곳은 불편한 하숙집이 아닌 남성들이 이미 누리고 있는 것들, 즉 날마다 집안일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고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운동 시설과 개인 식사 공간까지 갖춘 그들만의 거주용 호텔이었습니다. 투숙객의 신원을 보증하는 추천서를 요구하며 남성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한 여성 전용 호텔 바비즌은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젊은 여성들과 보수적인 부모의 우려를 절충하는 해답이었다. 게다가 이 호텔에는 배우, 모델, 가수, 예술가, 작가 지망생이 가득했고 일부는 이미 유명인이었다. 배우 그레이스 켈리에서부터 타이태닉호 생존자이자 여성참정권론자 몰리 브라운, 디자이너 벳시 존슨, 작가 존 디디언과 실비아 플라스까지 이곳을 거쳐 간 유명인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호텔 바비즌-여성의 독립과 야망, 연대와 해방의 불꽃이 되다》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 전용 호텔이 1927년 처음 지어졌을 때부터 2007년 수백만 달러 가치의 콘도미니엄으로 재개장하기까지의 역사를 뒤쫓는다. 뉴욕 배서 칼리지에서 국제학, 젠더, 언론학을 가르치는 저자 폴리나 브렌은 다양한 관계자와 직접 인터뷰하고 사적인 편지를 검토하고 당대에 작성된 문헌과 기사를 동원해 시대상을 고증함으로써 입체적인 드라마를 그려낸다. 눈앞에서 보듯 정밀하게 묘사된 금주법 시대의 주류 밀매점, 주가가 폭락하고 자살이 이어지던 검은 목요일, 직장 동료들끼리 고발을 서슴지 않던 매카시즘의 시기, 여성에게 주어진 제한적인 자유와 뒤이은 반작용 등이 이어지는 정치ㆍ사회적 맥락에 출판과 패션, 영화와 광고업계의 뒷이야기가 얽힌다. 근시용 안경을 썼던 그레이스 켈리와 울다가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실비아 플라스, 백만장자와 미녀들이 가득한 파티 이야기가 흥미를 끄는가 하면, 인물마다 서로 다른 기억과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 드러나고 시간이 흐른 후의 비극이 충격을 주기도 한다. 사회학 연구와 역사적 기록, 다중 시점의 단편소설, 가십 칼럼이 뒤섞인 이 책은 이 호텔을 거쳐 간 여성들의 역사이자 20세기 맨해튼의 역사이며 무엇보다 우리가 잊고 있던 여성의 야망 이야기다.
내가 쓰고도 긴가민가 하는 글쓴이들에게
바야흐로 글쓰기 열풍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서 글을 쓴다. SNS에서의 짧으면서도 알맹이가 담긴 글, 제안서·기획서·홍보문 등 업무에 필요한 서식, 또는 책을 출간하기 위하여. 하지만 완성된 우리의 글은 때때로 비판을 마주한다. 내가 보기엔 멀쩡하기만 한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기에 다들 말들이 많은 걸까?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20년이 넘도록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해 온 저자 김정선의 책으로, 어색한 문장을 훨씬 보기 좋고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바꾸는 비결을 소개한다. 자신이 오래도록 작업해 온 숱한 원고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의 전형과 문장을 이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추려서 뽑고, 어떻게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지 요령 있게 정리했다.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 ‘-의’, ‘-들’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는 것. 이 밖에도 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사동형과 피동형 문장, 지시 대명사의 사용 등 우리가 편안한 우리말 문장을 지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을 살뜰하게 정리해, 글을 쓰는 이들에게 두루 도움을 주고자 했다.
10년 넘게 국회에서 법 만드는 일을 해 온 국회 보좌관, 입법 실무자의 책. 법의 시작과 끝, 당사자로부터 시작해 국회를 거쳐 다시 당사자에게로 가닿는 입법의 모든 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 당사자의 글은 어떤 과정을 거쳐 명문의 규정이 될까? 국회 앞에서 억울한 일을 들어 달라 사정하고 요청하면 정말 법 만드는 사람들이 귀 기울여 듣고 법에 반영할까? 동물과 환경은 보호의 기준을 어디에서 찾을까? 누구의 목소리가 법으로 연결될까? 저자는 주로 ‘2050 탄소중립법’ ‘웹하드 카르텔 방지 5법’ ‘동물원법’ 등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청년기본법」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오랫동안 앞장서 왔다. 공교롭게도 이 법들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 이슈들과 맞닿아 있으며, 자기 언어가 없는 존재, 말을 빼앗기거나 발언 기회조차 제대로 얻어 본 적 없는 이들의 방패로 쓰였다. 법은 우리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다. 국가에 내가 가진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자 할 때 그 근거가 되는 것이 법이다. 즉 법이 바로 서야, 스스로 나를 지킬 제대로 된 권리의 언어가 생기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언어를 짓는 사람, 입법 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주민등록의 역사와 원리를 가장 깊고 쉽게 정리한 최초의 책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는 절차를 만난다. 하지만 주민등록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왜 중요한지를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전 국민을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나라는 많지 않다. 17세가 되면 전 국민이 고유번호를 갖게 되며, 그를 통해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발급되는 과정에서 수집된 지문 열 개는 경찰청에 송부되며, 정부와 수사기관은 좋은 서비스와 효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주민등록 제도는 군사 정권과 분단국가라는 역사적 배경하에 국민을 통제하는 도구로 시작되었다는 비판을 받지만, 컴퓨터의 윈도 시스템 같아서 주민등록 제도 위에서 다양한 종류의 경제활동, 건강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 같은 복지 제도가 서비스되고 있다. 주민등록법이 제정된 지 60년이 되었다. 주민등록 제도에 대한 문헌과 논문은 대부분 정부 간행물로 평범한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게 쓰여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안타까운 부분을 현직 담당자가 공무원들과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 제도를 가장 쉽고 활용하기 쉽게 정리하였다. 주민등록 제도의 역사와 비사가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주민등록이 없는 하루를 상상할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주민등록 제도의 역사를 한 번쯤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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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패트릭 브링리 · 김희정 · 조현주하치와레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
바이킹에서 메이플라워 호까지, 콜럼버스에서 일론 머스크까지 세계사의 주역은 언제나 이주민들이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주성이 강한 동물이다. 오랜 시간 인류는 모두 유목민이었고, 일부는 여전히 이주하는 유목민으로 살고 있다. 집을 짓고 도시를 세우고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1만 2천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국경이 그어지고 여권이 만들어진 것은 훨씬 더 최근의 일이다. 깊고 복잡한 인류 이주의 역사를 에덴동산, 노아의 방주, 선사시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그리스 로마의 정착지 건설, 북유럽의 바이킹,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이주, 노예무역, 황색 위협, 유대인, 남북전쟁,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이주와 이민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제안한다.
나는 이주 혹은 이민이 우리의 생활과 생각을 파고드는 모든 문제들을(정체성, 민족성, 종교, 애국심, 향수, 통합, 다문화주의, 안전, 테러, 인종 차별주의 등) 아우르는 대표적인 주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민 또는 이주는 역사적ㆍ문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주민이든 아니든 결국 우리는 모두 이주민의 후예다. 인류사에서 이주의 역할은 과소평가되었으며, 간과되거나 오해를 받아왔다. 그 까닭에는 몇 가지 그럴 법한 이유들이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정된 집 주소와 국적을 갖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토지와 집을 소유하고 있다. 우리는 한 곳에 머물며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길고 긴 인류 역사의 극히 짧은 일부분에 해당할 뿐이다. 고정된 주거지와 국적을 갖는 것이 마치 인간의 한 조건이라도 되는 듯이 여겨지고 있지만, 나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거의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많이 이주해왔고, 어디로 가든 번성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인정한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견해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서문 중에서
자미라 엘 우아실 · 프리데만 카릭하치와레
원시 시대 동굴 속에서 나누던 이야기에서부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까지, 『일리아드』와 같은 고전에서부터 정치인 트럼프의 거짓말까지. 강력한 이야기는 삶을 구할 수 있고, 투표 결과를 좌우할 수 있으며,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전쟁을 일으킬 수 있고 사람들을 영원히 반목시킬 수도 있다. ‘이야기하는 원숭이’인 우리들은 이야기의 힘 덕분에 진화적 이점을 얻고,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2022년 독일 독서문화진흥재단에서 선정한 최고의 논픽션 중 한 권에 들어갔던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이야기가 지닌 상반된 영향력을 추적한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그리고 우리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이야기가 왜 절박한지를 잘 풀어놓고 있다.
Varon, Jamie하치와레
“우리는 내려놓음으로써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완벽주의를 버려야 얻을 수 있는, 완벽한 만족에 관하여
뭔가 잘못되었다. 다들 이렇게 미쳐 살고 있을 리 없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번쩍 일어나 찬물로 샤워를 한다고? 잠을 위해 아침 식사도 포기하는데, 눈떠서 책을 펼치고 노트에 확언을 필사하다니…. 영양소는 가득하나 맛은 더럽게 없는 식단과 저속노화를 위한 운동 커리큘럼까지. 영상 속 유튜버의 마지막 한마디는 게으른 나의 뼈를 때린다. “반성 또 반성, 내일은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너도나도 자기계발에 몰두한다. 근데 그 몰입이 좀 과한 듯싶다. 동기를 부여하려다 삶에 의욕을 잃고, 완벽해지려 애쓰다 자기혐오에 빠지는 일상. 이게 맞는가? 그저 어제보다 나은 내 모습을 만나고 싶은 것 아니었나? 성공이라는 꿈을 좇아 사정없이 달려왔건만 그 누구도,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인정해 주지 않는 끝없는 경주. 책임과 기대와 의무라는 무게를 싣고 달리는 우리는, ‘과부하 인간’이다. 책 《과부하 인간》은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기이한’ 자기계발을 그만두라고 선언하는 파격의 자기계발서다. 톡톡 튀는 문체와 뛰어난 공감력으로 미국 미디어에서 주목받으며 젊은 독자층을 단숨에 사로잡은 작가 제이미 배런Jamie Varon은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우리가 계발해야 할 것은 능력이 아니라 치유력이며, 쟁취해야 할 최우선의 가치는 성공이 아니라 만족이라고. 이 책은 ‘갓생’에 과몰입하느라 잊어버린 인생의 가장 큰 과업, 즐거움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넌 어디든 네가 있고 싶은 곳에 있을 권리가 있어.”
부커상, 우먼프라이즈, 내셔널북어워즈를 떠들썩하게 만든 젊은 거장 한야 야나기하라의 문제적 소설! 사랑과 존엄을 위해 낙원으로 향하는 대서사시!
《리틀 라이프》 작가 한야 야나기하라의 신작 소설. 차별, 혐오, 계급, 빈부격차, 팬데믹, 성정체성, 국가의 규제와 개인의 자유 등 21세기 뜨거운 이슈를 녹였다. 제1권에는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를 게이 남성 상속자 버전으로 다시 쓴 〈워싱턴 스퀘어〉와 에이즈(AIDS)를 연상시키는 신종병을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뉴욕 게이 남성들과 몰락한 하와이 왕조 후손의 비극을 그린 〈리포-와오-나헬레〉가 담겨 있다.
승자도 패자도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사는 21세기 남성학
지젝·아감벤·샌델·마크 피셔·하루키·체호프의 사상과 문학을 통한 시대비평, 문화비평의 결정판! 동아시아연구소 조경희, 『쇳밥일지』 천현우 강력 추천!
결혼이 중산층 이상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김영하 작가의 지적처럼,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비정규 삶’을 사는 남성들은 결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정규의 삶’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글로벌 자본주의의 폭주, 그것을 합리화하는 능력주의의 폭력 속에서 소외된 남성들에게 기존 정치세력이 응답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고통과 울분을 자양분으로 삼은 포퓰리즘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며 오타쿠로서의 관심사와 노동·정치·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결합한 비평 활동을 펼쳐 온 스기타 슌스케는 자신도 여성을 혐오하는 인셀(비자발적 싱글)이 될 수 있다는 내면의 어둠을 자각하고, 프리터 시절 경제적·사회적 불안정보다 여자친구가 없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는 솔직한 고백과 함께, 소수자도 주류도 아닌 평범한 ‘약자 남성’을 키워드로 남성성을 분석했다.
‘약자 남성들’은 내면의 불행, 고뇌에서 비롯된 마음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안티’나 ‘인셀’의 어둠에 빠지기 쉽다. 저자는 ‘약자 남성들’이 처한 현실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그들이 안티를 넘어 스스로를 해방시킬 가능성을 탐색한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조경희는 해제에서 “통계에서도 사회통념에서도 여성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 있는 남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괴로운가, 라는 물음을 정직하고도 과감하게 던진다”고 감상을 밝혔다. 지방 도시 용접공 출신으로 『쇳밥일지』를 출간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천현우 작가는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무기력했던 초식남들은 어쩌다 과격한 인셀이 되었을까? 이 책은 남성다움을 강요받아왔던 약자 남성들 마음속 구멍을 파고든다. 내 또래 남성들도 정체성 정치 담론에서 소외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이 책을 강력 추천했다.
가장 위태로운, 그래서 가장 급진적인 ‘20대 현상’과 한국 민주주의의 헤게모니 전쟁
전작 《프로보커터》에서 주목과 관심이 돈이 되는 주목경제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미디어, 나아가 정치를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경쾌하게 파헤친 문화연구자 김내훈. 그가 2020년대 한국사회의 한가운데를 휘젓고 있는 ‘20대 현상’을 통찰한 《급진의 20대》로 돌아왔다. 1992년생으로 20대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저자는 우리 시대의 20대 문제를 전 세계에 불어닥친 ‘포퓰리즘 물결’의 맥락에서 살핀다. 그에 따르면 20대 현상은 곧 ‘포퓰리즘 현상’이다. 온갖 부정적 이미지들이 덧씌운 편견과 달리 포퓰리즘(populism)은 사회의 지배체제-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지리멸렬할 때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인민의 요구(demand)다.
저자는 오늘날 기성세대의 불공정과 위선에 대해 청년들이 쏟아내는 ‘혐오와 분노’가, 실은 한국 현대사에서 그들의 부모보다 ‘가난할’ 최초의 세대가 호소하는 ‘떨림과 몸부림’임을 밝혀낸다. 이런 요구를, 진보·자유주의 진영은 못돼먹은 태도로 보고 훈계하는 반면 보수·우파 진영은 ‘청년 보수화’라며 쌍수로 부채질하고 있다. 이론에 따르면 포퓰리즘 현상은 흔히 구질서와 새질서의 헤게모니 전쟁으로 전개되고, 구질서로의 반동 또는 새질서로의 이행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K-포퓰리즘은, 저자에 따르면 ‘가장 위태로운 자들’인 한국의 청년세대는, 자신들의 요구를 일차원적 분노와 혐오로만 쏟아내는 ‘과격한 20대’에 머물까, 낡아빠진 체제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대안을 선언하는 ‘급진의 20대’로 거듭날까? 또 한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2020년대를 정초하는 질문과 모색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천관율 · 정한울하치와레
208개 질문으로 읽는 ‘20대 남자 현상’ ‘맥락이 제거된 공정’에 집착하는 90년대생의 등장
20대 남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왜 그들은 같은 세대 여자에 비해 유독 현 정부를 싫어하고, 젠더 전쟁에 온몸을 던지는가. 천관율 「시사IN」 기자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이 ‘20대 남자 현상’을 파고들었다. 총 208개 질문으로 구성된 초대형 웹 여론조사를 들고서다. 조사 결과 20대 남자들이 보여준 태도는 다른 그 어떤 세대·성별과도 구별될 만큼 유별났다. 『20대 남자』는 지금 한국의 20대 남자가 공화국 시민으로서 보여주는 독특한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우리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공정, 경쟁, 연애, 결혼, 페미니즘, 성장, 복지 등 각종 이슈에 대한 20대 남자들의 생각을 풍부하고 독창적인 데이터와 해설로 만날 수 있다.
명작 속에서 인권을 생각하다!
미술을 매개로 인권을 이야기하는 『불편한 미술관』. 《불편해도 괜찮아》, 《불편하면 따져봐》를 이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하기 위해 기획한 교양서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히틀러의 성공시대》 등 재미와 지식을 두루 갖춘 만화로 정평이 난 김태권이 이번에는 그림이 아닌 글로써 미술과 인권의 세계를 안내한다. 경쾌한 문장과 절묘한 비유를 통해 인권을 대중화하는 전작들의 취지를 잇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불편하게 바라보기’를 권한다.
시대, 지역, 사조 등에 얽매이지 않고 다채롭게 선정되어 고대 그리스의 조각부터 다빈치, 고흐, 앤디 워홀 등의 거장은 물론 작자를 알 수 없는 그라피티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미적 가치를 주로 논하던 예술에 인권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며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한편, 인권이 적용되는 영역을 예술로까지 확장하며 우리 사회의 어떤 분야에서도 인권을 잊어서는 안 됨을 일깨워준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명작들도 그 속에는 차별적인 내용을 품은 경우가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인종차별, 여성차별, 이주민과 장애인의 인권,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인격권, 동물권 등의 주제를 명쾌하고 알기 쉽게 이야기하며 예술을 대하는 신선한 관점을 제시하는 동시에 인권의 영역을 예술로 확장하며 인권이 어디에나 적용되는 기본 가치임을 보여준다.
논문 이후 8년, 그사이 일베의 영향력이 사라졌다면 이 책은 출간되지 않았을 것이다
2010년대 중반,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혐오의 유희로 온라인을 물들인 일간베스트저장소는 사이버 공론장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드립’이란 말로 유머를 가장한 채 온라인에 퍼져나간 혐오의 메시지들은 일베가 생긴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실 정치인들의 목소리로 발화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대남’에 대한 문제적 호명과 함께 한국 사회의 ‘일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도대체 왜, ‘일베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져만 가는가? 정치와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는 ‘일베의 그림자’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베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민낯은 무엇을 말하는가? 일베는 정말 ‘낡은’ 이야기인가? 2014년 일베가 몰고 온 사회적 충격이 가장 크던 시점에 일베를 연구한 논문으로 화제를 모았던 저자가 그로부터 8년 이후, 혐오 선동의 정치가 부상한 이곳에서 다시 일베를 이야기한다.
일베라는 현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인가? 저자는 이에 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이버 유머의 기원과 함께 딴지일보와 디시인사이드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베의 계보를 훑는다. 일베가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진 ‘괴물’이 아님을 이해할 때, 다시 말해 일베에서 벌어진 지독한 혐오의 놀이가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이해할 때 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일베 또한 파악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쓰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자 사이버공간에서 일종의 자본으로 기능하는 ‘웃음’을 논하고, 한국형 밈의 기원으로서 딴지일보식 패러디를 설명하며, 그것을 심화ㆍ발전시킨 곳으로 디시인사이드를 서술한다. 일베가 탄생한 직접적인 원인이 디시의 게시물 삭제 조치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사이 딴지-디시-일베로 이어지는 사이버공간의 간략한 문화사는 일베가 어떻게 사이버문화의 ‘전통’을 나름으로 ‘발전’시킨 커뮤니티인지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Hofstadter, Richard하치와레
Winner of the 1964 Pulitzer Prize in Non-Fiction.
In this award-winning classic work of consensus history, Richard Hofstadter, author of The Age of Reform, examines the role of social movements in the perception of intellect in American life.
“As Mr. Hofstadter unfolds the fascinating story, it is no crude battle of eggheads and fatheads. It is a rich, complex, shifting picture of the life of the mind in a society dominated by the ideal of practical success.” ?Robert Peel in the Christian Science Monitor
페미니스트 비건 채식주의자이자 진보적인 독립 연구자인 캐럴 제이 애덤스가 쓴 《육식의 성정치(The Sexual Politics of Meat)》는 은폐돼 있던 육식과 페미니즘의 관계를 밝혀 커다란 충격을 던진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2003년에 한국어판이 나온 적이 있지만, 이번 책은 2015년에 나온 출간 25주년 기념판을 바탕으로 한 전면 개정판이다.
초판부터 남아 있던 오류를 고치고, 육식의 성정치를 보여주는 최근 사례와 많은 시각 이미지가 담긴 긴 후기를 덧붙였다. 여전히 애덤스는 문학 작품, 팸플릿, 미디어, 광고, 일상 대화 등에 내재된 육식의 가부장제적 의미를 탐색하는 ‘고기의 텍스트’ 분석, 곧 ‘텍스트의 성정치’를 통해 페미니스트와 채식주의자 사이에 대화의 통로를 열어준다.
또한 페미니즘을 여성만의 문제로 보는 태도나 채식을 채식주의자만의 문제로 보는 시각은 은연중에 남성의 가부장제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한다며 비판한다. 비로소 페미니즘과 채식주의가 연결되면서 가부장제-남성 지배와 공장식 축산-육식에 대항하는 페니미즘-채식주의의 논리와 실천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리아 투마킨하치와레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우리의 선한 교만을 뒤흔드는 논픽션 실험
많은 사람은 누군가와(특히 약자와) 연대하기에 앞서 그를(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에게는 그에게 적합한 것을, 즉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이해를 우선하지 않는 연대는 일방적인 호혜에 가깝고, 이는 결국 결례와 오만을 내보이는 행위로 변질될 수 있다.
하지만 마리아 투마킨은 그 이해조차 ‘이해해 주려는 사람’이 섣부르게 베푸는 호혜일 수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는 타인을 향한 태도로써 합당하다. 그러나 투마킨에 따르면 타인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행복한 결말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자기 만족적인) 환상이다. 내가 아닌 타인을,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론에 다다를 수 없는 영원한 과정일 뿐이다. 게다가 그 과정은 성공보다는 실패와 좌절을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타인과의 연대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임을 인정하면서, 수없이 좌절하면서 기어코 계속 시도하는 것.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을 설명하거나 이론화하지 않고 글의 구조 자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인간 각자의 고통을 통해 부서진 기억들은 이 책 속에서 실제로 부서진 형태로 나타난다. 즉 여러 에피소드가 순차적으로 배열되지 않는다. 두세 가지의 다른 이야기가 섞여 등장하기도 하고, 여기에 시간 순서까지 뒤섞여 있다. 심지어 몇몇 에피소드의 조각은 백 페이지가 넘게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시작한 독자는 ‘그래서 그 얘기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 갑자기 나온 이 사람은 누구야’라고 생각하며 당황할 수 있지만, 곧 이런 서술 방식이 한 인간의 내면을 쉽사리 추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디자인적으로 구현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나의 장이 끝날 때쯤이면 그동안 그러모은 파편들이 머릿속에서 조립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이 책 속의 이야기-사건들은 이해되기 전에 구성된다. 혹은 이해를 거부하면서 발생한다. 몇몇 평론가들이 이 책을 읽고 W. G. 제발트를 떠올렸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교수의 두번째 대기획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가족제도를 해부한다
베스트셀러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 김지혜 교수(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의 두번째 저서가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일상 속의 차별과 혐오를 날카롭게 들여다본 저자는 4년 만에 내놓는 저서 『가족각본』에서 우리가 너무나 ‘당연한’ 듯이 받아들여온 가족제도에 숨은 차별과 그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추적한다. ‘금수저’ ‘흙수저’ 등의 은유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은 어떤 가족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람들은 ‘부모찬스’로 인한 불공정에 분개하다가,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에 자신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는 자조에 이르기도 한다. 한국사회를 규율하고 개인의 삶을 운명 짓는 이 견고한 프레임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가족 환경에 의해 인생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현실이 부조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가족을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불변의 조건으로 여기곤 한다. 가족제도의 불합리함은 감춰지고 그로 인한 불평등은 오롯이 개인의 책임이나 운으로 돌려진다. 가족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만큼 사회제도나 구조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가족각본』은 놀라울 만큼 다양한 연구와 판례, 역사를 오가며 이 너무나 익숙한 ‘가족’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작동기제를 샅샅이 해부한다. 우리는 왜 결혼을 출산의 필수조건이라 여기며, 성별이 같은 사람은 왜 가족을 이룰 수 없고, 부와 모가 양육하지 않는 아이는 왜 ‘어쩔 수 없이’ 불행할까. 이 책이 제시하는 질문들을 따라가다보면, 가족은 한국인의 삶을 각본처럼 세세하게 규율하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강화하며 차별을 재생산하는 제도이자 구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후 한국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김지혜 교수가 4년 만에 내놓는 한국 가족 해부도.
결혼은 남녀끼리, 출산은 법적 부부만, 며느리는 당연히 여자? 가족이라는 각본에 숨겨진 교묘한 차별과 혐오
“며느리가 남자라니!” 텔레비전 드라마에 동성커플이 등장하자 상영을 반대하며 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의 구호다. 『가족각본』은 2007년 등장해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 강력한 문구를 곱씹는 데서 시작한다. 며느리가 뭐길래 남자는 안 되는 걸까. 하필 ‘며느리’를 내세워 등장한 이 구호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거센 반대를 겪는 일이야 한국도 여느 나라와 다를 것 없겠지만, 그렇다고 ‘며느리’가 이토록 핵심적인 반대 이유로 등장하는 나라가 있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의 가족은 견고한 각본 같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딸 또는 아들로서의 역할을 기대받고, 성인이 되면서 아내와 남편, 어머니와 아버지, 며느리와 사위 등의 역할을 떠맡는다. 하지만 가족각본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우리는 정해진 각본대로 따르는 걸 평범한 삶이라고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자 며느리’처럼 주어진 각본에 균열이 일어날 때,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가족이라는 것이 성별에 따라 세밀하게 구조화된 체제라는 걸 알아차리게 된다. 누군가의 성별이 바뀌면 딸이 아들이 되고, 엄마가 아빠가 되고, 누나가 형이 된다. 호칭만 달라지는 게 아니라 기대도 달라진다. 가족 안에서 역할이 바뀐다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관계가 헷갈리기도 한다. 아들이 남자랑 결혼을 하면 며느리인가 사위인가. “며느리가 남자라니!”라는 구호가 동성애 반대집회에서 그토록 오랜 생명력을 가진 데에는 사람들이 이런 혼란에 공감한 탓도 있을 것이다.
어떤 단편을 읽든 당신의 취향은 완벽하게 재탄생할 것이다 한국형 위어드 픽션의 새 장을 열 작가 녹차빙수의 첫 소설집 출간
녹차빙수의 단편들은 공포 소설이면서 환상 소설이고 스릴러적인 성격도 갖추면서 블랙 코미디적 면모도 갖추고 있다. 이중 작가의 작품 성격에 가장 가까운 것은‘위어드 픽션’이 아닐까 한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사변소설의 일종으로 등장한 위어드 픽션은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H.P. 러브크래프트, 아서 매컨 등의 작가로부터 클라이브 바커 등을 거쳐 현재의 차이나 미에빌, 제프 밴더미어 등의 작가까지 이어지는 전통적인 장르다. 한국형 위어드 픽션의 정수라 할 만한 작가 녹차빙수의 작품집 『바깥 세계』는 작가가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성실하게 발표한 수십 편의 단편들 중 10편을 선별하여 엮은 책으로 작가의 첫 종이책 출간작이기도 하다. 평범하거나 혹은 사회에서 외면받은 주인공들이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미지의 존재를 만나 그 상황에 휘말리거나, 가까스로 생존하거나, 미지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리는 이 단편들 속에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 대한 기묘한 풍자도 담겨 있어 현실감을 더한다. 유튜브와 한국의 무속 문화를 절묘하게 풍자한 호러 「단지」,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가장 비이성적인 연구실 감상기 「필하율 학생의 직업 체험 보고서」, 한국 출판계에 대한 극사실적 묘사가 빛나는 호러 판타지 「요술 분무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종교에 관한 웃픈 풍자 「충청도에 있는 교회」 등에서는 작가가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그 어느 범주에도 함부로 집어넣으면 안 될 것 같은 독보적인 개성과 소재의 「과학 무당과 많은 커피」와 「잉어의 보은」은 물론이고, 표제작 「바깥 세계」는 가히 한국의 러브크래프트라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 주고 있는데 크툴루 신화 속에서 탄생한 듯한 미지의 존재들과 무방비 상태의 인간에 대한 묘사는 독자들을 며칠간 악몽에 시달리게 할 만하다. 『바깥 세계』에 수록된 10편의 단편들 중 그 어떤 단편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수록작들은 모두 독자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이야기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결말을 예상하든 수록작 모두는 독자들의 예상을 완벽히 벗어날 것이며 취향 역시 새롭게 탄생할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줄거리] 불륜 연구소 취재기 기자인 나는 불륜 칼럼을 담당하던 선배 기자가 급사하자 그의 일을 이어받아 기삿거리를 찾던 중 ‘첨단 불륜 연구소’를 발견한다. “불륜을 문화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취지에 흥미를 느낀 나는 연구소로 인터뷰를 갔다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기상천외한 광경들을 목격하는데….
단지 나는 독학으로 배운 타로와 점술로 20대 중반까지 오컬트 마니아에게서 인정받았지만 이후 진짜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 밀려 잊히고 말았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로 들어선 후 ‘퇴마도사’ 콘셉트로 새 활동을 시작하며 다시 성공의 발판을 디딘다. 그러던 중 전도유망한 기업 회장 우겸호가 나를 불러들이는데….
잉어의 보은 집 뒷산 작은 암자의 스님께 엄마의 심부름을 가던 중 위기에 처한 잉어를 구한 나는 보답으로 보주를 받는다. 그날 밤, 스님의 염력으로 봉인되어 있던 산속의 괴물들이 스님이 약해진 틈을 타 인간 세계로 탈출하고, 나에게 반한 대왕 괴물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필하율 학생의 직업 체험 보고서 화학자가 꿈인 중학생 필하율은 직업 체험 보고서를 쓰기 위해 그린티 대학교 응용과학구 연구실을 견학하면서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긴 채 인류 발전을 저해하고자 하는 사악한 의지를 가진 악마들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사탕통 어느 날부턴가 하늘에서 형형색색의 거인의 손이 내려와 인간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 가기 시작한다. 올라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배 기자의 가족들 또한 잡혀가고, 딸과 부인을 잃은 선배는 허리에 줄을 묶고 카메라를 든 채 스스로 거인의 손에 잡혀가 보기로 한다.
과학 무당과 많은 커피 화학식 모양을 갖춘 카페인 새에게 쫓기기 시작한 나. 커피가 이 새를 쫓는다는 걸 알아낸 나는 철저하게 계산된 양의 커피를 마시며 새들이 나타날 때마다 쫓아내지만 점차 그 양이 많아지자 카페인 쇼크에 이른다. 오직 내 눈에만 보이는 이 새들을 견디지 못할 때가 될 무렵 한 할머니가 나타나 아미노산서열을 읖으며 새들을 쫓아내는데….
요술 분무기 장르 소설 작가 지망생인 나는 이렇다 할 경력을 만들지 못하자 작은 출판사의 편집자로 들어간다. 대작가 김철수의 작품 하나로 먹고사는 이 출판사에서 그의 수치심 없고 추잡한 성격을 견디면서 담당 편집자가 된 나는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가 될 원고를 받으러 그의 집으로 향한다.
바깥 세계 어린 시절 사고로 의식을 잃고 20여 년 동안 식물 같은 상태로 지내온 동생을 시골 외할머니에게 맡겨둔 채 외면한 나는 극단적인 심리상태에 몰리자 드디어 과거를 마주할 용기를 갖고 시골로 발걸음을 향한다. 그러나 외할머니 집에 도착한 순간 자신을 맞은 것은 너무나 멀쩡한 동생인데….
충청도에 있는 교회 사춘기가 된 아들의 반항기와 떨어지는 성적이 사탄 마귀 때문이라는 생각에 소문을 듣고 물어물어 찾아간 충청도에 있는 교회. 그리고 교회에 다녀온 후 180도 바뀐 아들의 놀라운 비밀은.
흩어진 아이돌 학교 다닐 때부터 보잘것없었던 우리 다섯은 진욱의 죽음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 회포를 풀 기회를 가진다. 술을 마시며 과거 이야기를 하던 우리의 대화는 ‘신이’라는 이름이 나오면서부터 급반전되기 시작한다.
조선의 왕 숙종은 어느 날 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친다. 왕은 그 고양이를 어여삐 여겨 곁에 두었고, 고양이 또한 왕을 잘 따랐다. 여러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이 ‘냥줍’을 애묘인인 작가와 안전가옥의 스토리 PD가...
Laura Bates하치와레
우리가 미처 간과하고 있었던 테러리즘의 발원지 ‘온라인 여성혐오 현장’을 추적하다
총기난사, 차량 테러 등 현실의 폭력이 된 ‘매노스피어(남성계 커뮤니티)‘의 기원과 유형, 방식까지 모든 것을 파헤친 르포르타주. ‘일상 속 성차별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킨 영국 페미니스트 작가 로라 베이츠는 청소년 성평등 수업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들은 뒤, 가상의 인물 ‘알렉스‘로 위장하여 1년간 인셀, 픽업아티스트, 믹타우, 남성권리운동가에 이르는 여성혐오 커뮤니티를 추적한다. 유머와 밈으로 무장하고, 공정과 정의의 외피를 둘러쓴 이들이 어떻게 온라인을 넘어 학교, 직장, 언론, 학계, 정치, 그리고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는지 짚어낸다.
인셀에서 픽업아티스트까지 온라인을 넘어서 학교, 직장, 언론, 학계, 정치 그리고 ‘생존’을 위협하는 ‘여성혐오 극단주의’를 파헤치다
일상 속의 성차별 프로젝트(Everyday Sexism Project) 설립자로, 성평등 부문 대영제국 메달 수상자인 페미니스트 작가 로라 베이츠는 지난 8년간 학교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평등’ 강연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남성 청소년들의 ‘여성혐오’ 발언 수위가 거세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스코틀랜드 농촌부터 런던 중심부까지, 잘못된 통계를 인용한 정확히 똑같은 워딩으로 ‘남성이 진짜 피해자’라는 주장을 듣는다. 거의 같은 시기에 뉴스에서 정치인과 언론인들조차 똑같은 수사적 표현을 하는 것을 목격한 저자는 의문을 품는다. ‘온라인의 여성혐오는 현실로 어떻게 새어 나오기 시작했나?’ 저자는 모태솔로의 20대 남성 ‘알렉스’로 위장하여 1년간 매노스피어에 직접 투신한다. ‘매노스피어(Manosphere)’란 남성계 커뮤니티를 포괄하는 말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각자 견고한 신념체계, 언어, 세뇌의 형태가 있는 서로 다르지만 연관된 여러 집단의 스펙트럼’이라고 정의한다. ‘강간 합법화’와 ‘섹스 재분배’라는 기이한 주장을 펼치는 인셀 커뮤니티, 성폭력을 가르치며 그 시장이 약 ‘1억 달러’로 추산되는 픽업아티스트 커뮤니티, 여성은 위험한 기생충이라며 ‘고립주의’를 택한 믹타우 커뮤니티, 사이비 학문과 그럴듯한 주장으로 반페미니즘의 선봉장에 선 남성권리운동가 커뮤니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저자는 거미줄처럼 얽힌 각 커뮤니티를 헤집으며 이들의 ‘기원’과 ‘혐오의 방식’을 파헤치는 한편, 학계 연구자와 매노스피어 일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심리적 기제’와 ‘사회적 영향’을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왜 이들이 백인 남성 ‘역차별’과 신이 내린 ‘섹스권’을 주장하는지,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이들이 내세우는 ‘유머와 밈’이 얼마나 위험한지,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이들의 범죄를 어떻게 부추기는지, 이들이 정치권을, 정치권이 이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왜 인셀들이 ‘총’을 들고 거리로 나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코앞까지 들이닥친 위협의 실체가 분명히 보일 것이다.
인류와 문명에 대한 유쾌한 상상!
『어둠의 왼손』은《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소설로 꼽히는 《어스시 시리즈》의 작가이자 2003년 제20대 그랜드 마스터로 선정된 SF 판타지 소설계의 거목 어슐러 K. 르 귄의 대표작이다. 이번 전면 개역판에는 이 책을 둘러싼 질문들에 대한 르 귄 자신의 견해를 들려주는 ‘40주년 기념판의 서문’과, 자칫 단순한 사고실험 혹은 공상과학소설로 잘못 이해될 수 있는 SF의 진정한 의미 그리고 SF 작가란 무엇을 추구하는가를 다룬 ‘1976년의 서문’, 작품의 집필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작가 노트와 초기 설정 자료, 게센 행성 지도 등의 다양한 부록들을 담았다. 또한 르 귄이 직접 보내온 사인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SF와 판타지를 교묘히 결합하고 인류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특유의 풍부한 문학적 감성으로 풀어낸 이 작품 속에서 르 귄은 모든 개인이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남녀 양성의 특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회를 상상해낸다. 그러나 이 세계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반목과 언쟁, 약탈, 살인 등 인간의 모든 악행이 여기에도 존재하며 전쟁이라는 크나큰 악행 또한 임박해 있다.
그 모든 것은 개인들 사이, 계층과 계층, 국가와 국가 사이의 오해로부터 기인하며, 테라, 즉 미래의 지구를 포함한 범우주적 인류 공동체 에큐멘의 특사인 겐리 아이는 겨울만이 계속되는 이 낯선 행성에서 홀로 그들을 이해하고 또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머나먼 과거인 ‘지금의 우리 모습’을 이해해나간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이성을 넘어 다시 만나는 감정 회복의 인문학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강의를 책으로 만난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이 출간됐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서가명강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지식의 확장과 배움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마음을 헤아리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서울대 공부 멘토, 신종호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가 신간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로 찾아왔다. 신종호 교수는 책을 통해 지금 이 시대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년 이상 교육심리학자로서 심리학을 연구하면서 바라본 과잉 경쟁의 한국 사회에서, 그는 불안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성취를 위해 행복을 포기하라고 하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이 바로 성공의 요인이다.” 이 책은 감정이라는 인간만이 지닌 가장 특별한 본능을 과학적 이론과 인문학적 성찰을 넘나들며 우리 삶과 사회에 얽힌 의미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우리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절하며 표현하는 기술을 배우는 것, 이것이 우리가 성장과 행복으로 직행하는 가장 쉬운 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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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두 가지 질문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정치적 삶과 문화연구에 관한 최고의 책” “신자유주의적 현재에 대한 독보적 연구서” “정동 이론과 감정 연구의 필독서” “살아낼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이들에게 건네는 책”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 페미니스트 독립연구자 사라 아메드의 주저 중 한 권인 《감정의 문화정치》가 출간됐다. 이 책은 그간 감정 연구와 정동 이론의 필독서로 꼽혀왔다. 이 책이 제기하고 답하는 질문은 두 가지다. ‘세상의 변화는 왜 이다지도 어려운가?’ ‘그럼에도 변화는 왜 가능한가?’ 사라 아메드는 이 책에서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 등의 감정을 분석하며 우리를 둘러싼 권력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한마디로 감정은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감정이 어떻게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등과 연결되어 차별과 배제를 유발하거나 유지되는지 보여준다. 아메드는 이렇게 감정을 문화정치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세계를 분석한다. 이를테면 백인과 흑인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고착되어 있다. 백인은 흑인을 증오하고, 공포를 느끼기도 하고, 역겨워하기도 한다. 흑인에게 원래부터 그런 부정적 느낌이 있었던 것처럼 흑인을 탓하고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규정하기도 한다.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를 일삼는 이들은 자신이 누려야 하는 기쁨을 타자가 훔쳐갔다고 믿는다.”(349쪽) 비단 백인과 흑인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보수적 기독교인과 동성애자, 국가와 난민 사이에 흐르는 감정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더 많은 특권을 지닌 주체가 고통, 증오, 공포, 역겨움, 수치심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원인을 타자 탓으로 돌리며 이 사회를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 권력구조와 사회 규범은 유지된다. 사라 아메드가 ‘감정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감정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 책을 서술하고 있듯이, 감정의 문화정치는 바로 이러한 역사와 권력구조를 은폐하고, 폭력의 역사를 재생산하는 일을 한다. 자본주의, 인종차별주의, 이성애주의 등 폭력에 기초한 세계가 당연한 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우리가 특정 대상, 인종, 문화 등을 대하면 혐오하고, 증오하고, 역겨워하는 감정이 생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우리의 감정은 사회, 정치, 역사와 결부되어 표출되기 때문이다.
나영정 · 김순남 · 김호수 · 변미혜 · 오진방하치와레
시설을 통해 시설 밖을 정상화하고, 지배권력을 유지ㆍ강화하는 사회. 그곳이 바로 ‘시설사회’다. 장애여성공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숙인, 난민, HIV 감염인, 정신장애인, 비혼모, 탈가정 청소년 등 여러 소수자 집단의 활동가ㆍ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왔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배제되고 은폐된 존재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억압의 구조를 밝히고, 함께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교류와 연대의 결과물이다. 필자들은 서로의 운동이 교차하는 지점을 연대의 출발점으로 삼아, 시설이라는 폭력적인 운명을 함께 거부하자고 제안한다. 시설사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해방 담론과 정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퀴어 이론, 반차별 담론,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맞서는 인권 규범과 반자본주의적 기획과도 연결되어야”(7쪽)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단한 자세로 그 과정을 밟아가며, 탈시설 운동의 지평을 확장시켜 나간다.
〈워싱턴포스트〉前 모스크바 지국장이 들려주는 소련 몰락 12년의 결정적 순간! 구소련 전문가가 번역, 총 672쪽에 고화질 사진 27장 추가해 소장가치 높인 역작 냉전의 기원·절정·종식을 다룬 ‘냉전 3부작’ 3년 만에 국내 완간
공산주의라는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실험은 왜 어떻게 실패했을까? 역사상 가장 맷집이 좋았던 독재체제에 치명타를 날린 인물은 누구일까? 내년이면 30주기가 되는 1991년 12월 25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해체 선언으로 한때 미국과 함께 세계의 운명을 좌우한 소련 제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이 주제를 장기간 취재한 독보적 언론인 출신 작가 마이클 돕스는 근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할만한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가 진행된 12년을 672쪽 분량의『1991』에 담았다.
『1945』,『1962』에 이은 ‘냉전 3부작’ 완간작이기도 한 이 책에서 저자는 소련의 베트남전이 된 1979년 아프간 침공을 시작으로 보수파의 1991년 8월 쿠데타에 이은 고르바초프의 소련 해체 선언까지 제국에 균열을 일으킨 일련의 사건들을 인물의 특징과 맥락, 짧지만 의미심장한 대화와 역사적 평가를 적시 적소에 배치해서 깊이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또 하나의 역작을 냈다. 이번 책은 특히 구소련 전문가이자 前 우크라이나 대사로 일한 허승철 고려대학교 교수가 번역하고 사건 관련 고화질 사진과 이미지 27장을 삽입하여 소장가치를 높였다.
“신랄한 아이러니, 투지 넘치는 주인공, 의미심장한 대립이 가득한 러시아 소설을 닮은 휴먼 드라마.” _〈퍼블리셔스위클리〉
자본과 결탁한 과학은 어떻게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모든 것은 담배회사들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인 6명 중 1명의 사망원인인 이 제1의 유해물질 제조사들은 그 폐해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1950년대부터 청부과학과 손을 잡았다.
80년대 들어 간접흡연이 이슈화되자 담배업계는 뻔뻔하게도 ‘건전 과학’ 운동을 전개했다. 건전 과학이란 무엇인가? 바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게 사고파는 연구, 청부과학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적반하장 격으로 기업의 이익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연구를 ‘쓰레기 과학’이라고 치부했다.
이 책에서 예시되는 각종 유해물질 즉 담배에서부터 석면, 납, 수은, 크롬, 벤젠, 디아세틸, 베릴륨, 방향족 아민 화학염료, 플라스틱 화합물, 염소 화합물, 각종 살충제(농약)와 의약품들의 이야기는 결국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한다.
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수많은 과학적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위험물질, 공해물질을 어떻게 그토록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자본과 결탁한 과학, 청부과학자들이 업계를 돕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나오미 오레스케스 · 에릭 M. 콘웨이하치와레
나오미 오레스케스와 에릭 콘웨이는 오늘날 지구 온난화 논쟁에서 쓰이는 수법이 과거 담배 논쟁에서 쓰였던 것과 동일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용병 역할을 하는 과학자들 역시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 책에서 지목하는 프레더릭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가 바로 대표적인 인물들로, 이들은 2차 세계 대전 중 물리학자로 과학적 명성을 날렸으며, 냉전 시기에는 정부에서 주요한 국방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사이츠와 싱어는 레이건 정부의 전략 방위 구상(SDI)을 옹호하기 위해 로버트 재스트로나 윌리엄 니런버그 등 같은 성향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보수적인 싱크 탱크인 마셜 연구소를 설립했다. 극단적 매파이며 반공주의자이자 자유시장주의자인 그들은 냉전이 끝나자 환경주의자들을 새로운 적으로 상정했다. 또한 그들은 (특히 베트남 전쟁 이후 형성된) 과학계 전반의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기류를 못마땅해 하였다.
그들은 담배 회사, 화석 연료 산업 등의 후원을 받으며 시장에 대한 정부의 모든 환경 및 보건 규제에 반대했다. 그들은 데탕트를 반대하며 미국 보수주의 정부의 강경 정책에 대한 고문 역할을 자임했다. 그리고 냉전이 끝난 후 지구 온난화가 문제가 되었을 때에는 마침내 기후 과학 그 자체를 공격하는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담배 전략’에 관한 이야기이다. 과학과 과학자들을 공격하고, 우리의 삶과 우리가 사는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하고 커다란 문제에 관해 우리를 혼란시키기 위해 ‘담배 전략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수많은 쟁점들에 관해 혼란을 퍼뜨리고 과학적 증거에 맞서 싸우고 의혹을 팔아먹는 한 줌의 과학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를 잃었을 때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다”
쓰기와 삶의 공명에서 건져 올린, 자신이 되는 삶의 순간들 ★★★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 수상 작가 ★★★ 배우 김남길, 배우 박정민 추천사 대중지성의 시대, 글을 쓰려는 사람은 늘어나고 SNS를 통한 소통으로 일반인의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글쓰기 비법을 가르쳐주는 책 또한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글쓰기 책 수십 권을 읽고도 자신만의 글쓰기에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손화신 작가는 그 이유 중 하나를, ‘글을 써야 하는 내적 동기를 찾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반인의 작가 데뷔를 돕는, 꿈의 등용문이 된 브런치에서 두 차례나 수상한(1회 금상, 6회 대상) 손화신 작가는 10년째 기자로, 또 작가로 쓰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 글쓰기란 무엇인지를 부단히 성찰했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강연과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우선 나를 알기 위해서 쓰라고 말한다. 쓰기의 본질은 자아 확립 과정에 있다. 실제로 저자는 글을 쓸수록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면서도 삶의 무게중심이 제대로 잡히는 경험을 했다. 공황에 시달리며 극심한 삶의 공허를 느꼈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자신을 찾는 글을 써내려갔다. 글을 쓰게 된 이후, 현실에 부닥치며 이리저리 흔들려도 오뚝이처럼 다시 자신을 찾게 되었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알기 위한 글쓰기 방법을 안내한다. 이를테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글감을 찾고,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문체를 짓고,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으로 글을 쓰는 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은 자아 성찰과 치유를 통한 해방감, 자존감 등 내적 동기를 북돋아 지속 가능한 글쓰기로 이어지게 하고 결국 삶을 바꾸게 한다. 이렇듯 작가는 쓰는 태도와 삶의 태도가 서로 공명한다는 점을 깨닫고 ‘잘 쓰기 위해 잘 살아야 하고, 잘 살기 위해 잘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사회적 성공에는 실제 능력보다 ‘보이는 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갖춘 인재라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다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능력을 보여주는 법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더욱이 겸손과 절제를 미덕으로 여겨 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타인에게 보이기를 어려워한다. ‘서툴게 능력을 표현했다가 허풍쟁이로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에게 섬세하면서도 검증된 자기 표현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20년간의 인터뷰와 연구를 통해 발견한 능력 어필의 기술을 공개한다. 내가 가진 능력을 효과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원하는 대로 상대가 믿게 만드는, 완벽하게 주도적인 기술들이다. 책 속의 기술을 의식적으로 적용하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당신이 가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보이면, 상대는 당신의 능력에 관한 핵심 정보들을 얻게 된다.
시그프리드 헤커 · 엘리엇 세르빈하치와레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 북한은 어떻게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나 핵물리학자가 보고 겪은 북미 핵협상의 결정적 순간들
『핵의 변곡점』(원제: Hinge Points: An Inside Look at North Korea’s Nuclear Program)은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명예소장)가 수년에 걸쳐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방문하며 관찰한 사실과 통찰을 모아 엮어낸 북미 핵협상 역사의 복원이다. 헤커는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플루토늄 과학 전문가로 냉전 말기에는 소련의 붕괴가 초래한 핵 위기 완화를 위해 힘썼고, 중국·인도·파키스탄 등의 핵무기 보유국에서 일어날 핵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 책에는 헤커가 2004년 1월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매년 북한의 핵시설을 둘러보고 북한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느낀 놀라움, 충격, 경각심, 깨달음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은 어떻게 핵폭탄 제조를 위한 자원을 그러모을 수 있었을까?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 북한은 왜 미국의 핵 전문가를 불러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의 현황과 계획에 대해 설명했을까? 그리고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력을 완화할 기회들이 있었음에도 왜 번번이 막지 못했을까? 이 모든 사태가 왜 벌어졌는지, 다른 길은 없었던 것인지 평양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북미 핵협상의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헤커의 통찰력 있는 분석은 북핵 위기의 해결에 단초가 될 쓰라린 교훈을 제시한다.
케이크를 정확히 3등분하지 못하는 아이들, 무엇이 문제일까?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화제의 책! 50만 부 판매의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 2020년 일본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의욕이 없다, 집중력이 떨어진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교육 현장과 가정에서 놓치기 쉬운, 14%의 아이들이 겪는 문제에 대해 아동정신과 의사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한 구체적 해법
아동 정신과 의사이자 의료 소년원에서 일하는 미야구치 코지는 아동 상담 중 ‘인지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코지 박사는 인지 기능 테스트의 일환으로 A4 용지에 원을 그린 뒤 아이들에게 ‘세 조각으로 나눠보라’고 했다. 놀랍게도 상당수 아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원을 반만 자르거나 4등분을 하거나, 망설이며 어려워했다. 인지 기능이 약하면 이렇게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인지 기능이란 기억, 지각, 주의력, 언어 이해, 판단 및 추론 같은 요소가 관계되는 모든 지적 과정과 능력을 가리킨다. 따라서 인지 기능이 약하면 기본적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탓에 공부하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 책은 이러한 아이들의 징후를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지 기능 향상법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위한 지원책과 교육 방법까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과 깨달음을 얻게 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시인 이근화의 신작 산문, 시적인 삶의 길 큰 것들의 평평한 세계에 가려진, 작은 것들의 풍요로운 세계
“시 언어의 혁명적인 가능성”(이광호)을 실험하며 독특한 발상과 낯선 화법으로 시 세계를 펼쳐온 시인 이근화의 산문 『아주 작은 것들이 말할 때』가 출간되었다. 등단 17년 차, 그간 네 권의 시집과 두 권의 동시집, 두 권의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작가는 22편의 글로, 다정히 삶을 헤아리는 이야기 한 권을 묶어냈다. 시집이 시인의 상상력으로 창조한 세계를 정제된 언어로 보여준다면, 산문은 순도 높은 언어를 걸러내기까지 시인의 일상과 사유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책 역시 이근화 시의 가능성을 산문이라는 또 다른 형식으로 제시한다. 엄마이자 딸, 예술가이자 생활인이라는 무수한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시인이 단정한 사유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상념에서 통찰로 이어지는 사유를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밥하고, 네 아이를 돌보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의 일과로 채워진 무감한 하루 속에서도 읽고 쓰기를 이어온 시인의 발견은 불현듯 우리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의 상상력을 발휘하도록 시인을 자극하는 것은 주로 작고 여린 존재들이다. 그 존재란 가깝게는 시인의 네 마리 ‘토끼들’(아이들)이자 시인이 만난 여성들-김혜순, 정세랑, 마르타 아르헤리치, 베아트릭스 포터 등-이 일군 창조물들이다. 시인은 “이 세계를 살아갔던 출렁거리는 여자들, 움직이는 예술가들, 발랄한 아이들을 기억하고 바라보는 일”을 통해 여성으로서 삶의 길을 “어둠과 무지 속에서” 내보려 한다.
데니스 뇌르마르크 · 아네르스 포그 옌센하치와레
가짜 노동을 말하지 않는 사회 가짜 노동이 진짜가 되는 사회 일과 삶에 진짜 혁신을 가져올 근본적인 질문들
★ tvN 〈알쓸별잡〉 김상욱 교수 강력 추천! ★ 《폴리티켄》 《데일리 뵈르센》 등 덴마크 다수 일간지 강력 추천!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놓고 왜 8시간이나 일하는가?”
우리는 왜 바쁘다고 말할 때 자랑스러워할까?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진짜 노동을 하고 있는 걸까? 우리의 노동은 어딘가 잘못되었다!
“인간은 여전히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낸다. 절약된 시간과 효율로 얻은 이익을 그저 일을 더 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문제를 다룬다.” _김상욱 교수, tvN 〈알쓸별잡〉 중에서
가짜 노동을 말하지 않는 사회 가짜 노동이 진짜가 되는 사회 일과 삶에 진짜 혁신을 가져올 근본적인 질문들
* “우리가 정말로 가짜 노동이 끝나기를 바란다면, 모든 사람이 책임을 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 책은 그 목소리를 담고 있다.” 《폴리티켄》 *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도발적이고 재미있다.” 《데일리 뵈르센》 * “일에 대한 우리의 왜곡된 인식을 일깨우는 책.” 《베아링스케》 * “이 책은 풍부한 문화ㆍ사회ㆍ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노동에 대한 철학적이고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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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는 ‘가짜 노동’의 시대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하는 진짜 이유
『가짜 노동: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는 우리 사회에 금기시되었던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 즉 ‘가짜 노동’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두 저자는 가짜 노동이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의 과잉 노동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깊숙이 탐구한다. 실질적인 통계 자료 외에도 노동 전문가와의 대화, 다양한 조직에서 가짜 노동을 깨달은 사람들의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왜곡돼 있던 노동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덴마크 인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저작들을 남긴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철학자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이 책에서 자신들의 노동, 문화, 정치, 역사, 사회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크게 ‘사라진 시간’ ‘사라진 의미’ ‘시간과 의미 되찾기’라는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법한 다양한 노동의 문제를 조명한다. 또한 문제를 밝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짜 노동에서 벗어나, 진짜 일을 하며 노동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용기 있는 대안들도 제시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노동에 가지고 있었던 왜곡된 인식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수전 손택 이후 20년, ‘지금 이 시대의 고통’을 다루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뼈아픈 질문 “우리는 너무 손쉽게, 너무 많은 죽음을 본다”
2023년 8월, ‘칼부림’, ‘살인 예고’, ‘무차별 범죄’와 같은 키워드가 뉴스를 뒤덮었고, 충격적인 현장을 담은 영상과 이미지가 끝없이 유포되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의 이미지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목격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참사와 범죄를 실시간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출퇴근길 지하철도 두렵다고 호소하고, 작은 소동을 흉기 난동으로 오인하여 대피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뉴스와 소셜미디어가 합세해 지금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중계하는 시대, 전 세계를 연결하는 저널리스트 김인정은 수전 손택 이후 20년 ‘타인의 고통’을 다시 시대적 화두로 가져온다. 이제 타인의 고통은 단순히 연민과 대상화를 넘어 더 많은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위해 경쟁하는 ‘고자극 콘텐츠’가 되었다.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죄책감과 무력감은 필연적인 수순이다. 스마트폰이 희생자가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을 담을 때, CCTV 화면이 범죄자가 흉기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드론 카메라가 지하차도에 시내버스가 잠겨 있는 모습을 비출 때. 이러한 장면들의 효용은 무엇일까? 고통을 보는 일은 그저 사회적으로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중하며, 전 국민을 트라우마에 빠지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고통을 구경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아닌, 목격한 뒤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는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국내 재해 현장과 홍콩 시위 한복판, 광주 평화광장과 캘리포니아주의 마약 거리를 종횡무진하며 고통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만드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뒷이야기를 씀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는 ‘공적 애도’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우리의 ‘응시’는 어떻게 변화의 동력이 되는가. 이 책과 함께, 연민과 공감, 대상화라는 한계를 끌어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차근차근 모색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 의 저자 카를로 로벨리 최신작. 이 책은 북해의 섬 헬골란트에서 스물세 살의 독일 청년이 발견한 ‘양자론’에 대한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헬골란트 섬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양자론의 탄생과 해석들, 그로 인한 혼란 그리고 오직 ‘상호작용’으로만 이루어진 세계의 실체, 양자론의 ‘관계론적’ 해석에까지 이른다.
우리는 이 세상을 물질의 측면에서 생각하지만, 사실 ‘현실’이라고 부르는 이 세계는 ‘상호작용하는 실체들의 광대한 네트워크’다. 대상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바로 그 대상 자체인 것이다. 소년이 돌을 던지고, 돌은 날아가 공기를 움직이고, 나무는 태양으로부터 산소를 만들고, 사람들은 산소를 마시고, 산소를 마신 사람들은 별을 보고…. 이 세계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다. 전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를로 로벨리의 양자 이론이 밝히는 ‘세계의 실재’를 통해, 우리는 지금껏 전혀 보지 못했던 눈부신 ‘현실의 실체’를 직접 만져보는 듯한 경험을 한다. 동시에 우리의 선입견에 계속해서 의문을 던진다. 물질이 아닌 관계로만 이루어졌다면 이 세상의 기본 실체는 무엇일까?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어디에 고정시켜야 할까? 나의 생각과 주관성, 가치, 아름다움, 의미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함께 탐구하며,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과 우주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할 수 있는 명쾌한 방법을 제시한다.
도대체 왜 시간은 매번 부족하고 우리는 늘 쫓기는가?
오늘날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 테레사 뷔커가 현대인의 시간 부족감의 원인을 파헤친다.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즉 인간의 모든 활동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우리의 시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있는 상호적인 것”이라는, 우리가 종종 잊지만 매우 중요한 시간의 특성에 주목하여 논지를 전개한다.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우리의 시간이 타인의 시간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시간 불평등이 어떻게 시간 부족감, 나아가 만성적인 시간 압박을 초래하는지, 양극화, 과로, 저출생, 기후 위기, 반민주주의 등 현대 사회의 산적한 문제가 어떻게 ‘시간 문제’로 수렴되는지를 노동, 돌봄, 자유, 미래, 정치 등 다섯 영역으로 나누어 날카롭게 분석한 책이다. 시간을 둘러싼 논의의 판도를 뒤엎을 급진적 사유를 담은 이 책은, 시간에 관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것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도록 이끌 것이다.
미술관에서 과학을 보는 물리학자 과학에서 예술을 읽는 타이포그래퍼 창의력은 서로 다른 분야들 간의 소통에서 피어난다!
물리학자 김상욱, 타이포그래퍼 유지원이 만났다. 김상욱 교수는 틈만 나면 미술관을 찾는 과학자이며, 유지원 교수는 물리학회까지 참석하며 과학에 열정을 보이는 디자이너다. 두 저자는 무엇보다도 “관계 맺고 소통하기”를 지향한다. 『뉴턴의 아틀리에』는 두 저자는 무엇보다도 “관계 맺고 소통하기”를 지향한다. 그 과정에서 관찰과 사색, 수학적 사고와 창작의 세계에 대해 고민해 본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스러움, 복잡함, 감각, 가치, 상전이, 유머 등 모두 26개의 키워드를 놓고 과학자와 예술가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생각들을 이 책에서 펼쳐 낸다.
물리학자가 예술에서 과학을 보는 것처럼, 타이포그래퍼는 열역학 제2법칙에서 생명력이 보이는 예술적 패턴을 읽는다.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어쩌면 이미 연결돼 있는 무한한 감각들을 시대정신에 맞게 새롭게 해석해 내는 것이 창의적인 정신일 것이다. 과학과 예술의 발전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르네상스가 끝나 갈 무렵, 보는 것의 혁명이 과학을 강타한다.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20배율 망원경을 제작했다.” 지동설의 탄생으로 과학에 일어난 지각변동과 함께 예술도 변화가 일어난다. “보이는 대로 그려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은 19세기 인상주의에 이르러 완성의 경지에 도달한다.” 이렇게 “혁명은 자세히 볼 수 있게 된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과학혁명이 추구하는 길이 예술에서 또 어떤 언어로 실현되었고 그 함의는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일 것이다.
지금 리터러시를 이야기 할 때
힘의 과시가 아니라 이해를 위한 다리로,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량으로, 읽기와 쓰기뿐 아니라 듣기와 보기의 가능성까지!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응용언어학자 김성우가 함께 나눈 좋은 삶을 가꾸는 리터러시『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지식검색을 하는 것도 아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며 유튜브 채팅 기능으로 소통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리터러시의 정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세대에 따라, 성에 따라, 서로에게 ‘난독증이냐’며 비아냥거리는 댓글을 단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려는 낌새만 보여도 ‘꼰대’가 ‘가르치려 든다’고 경계한다. 리터러시가 혐오를 정당화하는 무기가 아니라 성찰의 도구가 될 수는 없을까?
젊은 세대의 읽기 능력이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최근 몇 년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읽기 영역에서 한국 학생들의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거나 ‘문해가 매우 취약한 수준’의 비율(38%)이 OECD 국가 중 하위권(2018년 조사)이라는 수치가 제시된다. “우리 아이가 책은 안 읽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학생들이 교과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경험도 근거가 된다. 과연 젊은 세대의 문해력 수준이 떨어진 것일까? 이것을 문해력의 위기라 할 수 있을까?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삶이 말에 스며드는 방식에 천착해온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말이 삶을 빚어내는 모습을 탐색해온 응용언어학자 김성우가 문해력/리터러시에 대해 나눈 이야기이다. 지금 리터러시의 상황을 ‘위기’로 부르는 평가가 정당한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인간의 몸과 사고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리터러시를 경쟁의 도구가 아닌 공공의 인프라로 만들어갈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 기록이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고독의 즐거움, 고립의 괴로움을 우아하게, 솔직하게, 유머러스하게 말하는 지적인 목소리
『명랑한 은둔자』는 캐럴라인 냅의 유고 에세이집으로, 캐럴라인 냅이라는 작가의 삶 전반을 빼곡히 담고 있는 초상과 같은 책이다. 캐럴라인 냅은 삶의 미스터리가 크든 작든 그 모두를 예민하게 살피고, 무엇보다 거기서 자기 이해를 갈망했던 작가다. 그는 이 에세이에서 혼자 살고 혼자 일했고, 가족과 친구와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기 앞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을 이야기한다. 또한 알코올과 거식증에 중독되었으나 그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옥죄었던 심리적 굴레를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경험한 한 인간의 깨달음을 들려준다.
캐럴라인 냅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중독, 결핍, 가족, 반려견, 우정, 사랑, 애착, 일, 성장, 슬픔, 상실, 고립, 고독……. 특히 중독은 냅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그는 알코올 중독과 거식증을 겪으면서 자신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았고, 그 까마득한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다시 한 번 자기 자신과 정면으로 맞서는 시간을 보냈다. 누구보다 캐럴라인 냅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옮긴이 김명남의 말처럼, 냅은 자기 이해와 수용, 그리고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애썼고, 더 자유롭고, 더 즐겁고, 더 자신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신의 강함과 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결국 삶의 명랑을 깨달은 저자로부터, 우리는 만난 적 없지만 오래 이어온 듯한 우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냅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 같고, 내 친구 이야기 같다. 이것이 냅의 재능이고, 그의 글이 가진 힘이다.
아동기의 불행은 몸에 새겨져 그 사람을 변화시킨다!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네이딘 버크 해리스가 신체 건강과 정신적 고통을 둘러싼 의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뇌 과학, 신경과학, 면역학, 임상의학 등 최신 과학을 동원해 실질적인 증거를 찾고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주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임상에서 확인한 과정을 담은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동네인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진료소를 열고 그곳에서 심상치 않은 증상을 안고 진료실을 찾아오는 수많은 어린 환자를 만난 저자는 학대, 무시, 방임, 부모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정신 질환, 이혼으로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가 몸에 극렬한 질병으로 나타나는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쉽게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서면서 저자는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면역계와 뇌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신체 건강에 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문을 품게 되었고, 아동기의 불행과 손상된 건강 사이에 생물학적 연관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염두하며 성장 정지 문제를 살펴보던 중 아동기 트라우마와 신체 건강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논문을 만나게 되었다.
이후 저자의 삶은 더 큰 바다를 향해 급물살을 탔다. 바로 자신을 찾아오는 어린 환자들을 돕고 그들이 겪을 미래의 고통에서 벗어날 실질적인 방법을 찾기로 결심한 것이다. 저자는 진료 현장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왜 아동기 트라우마 문제가 일어나는 것인지, 어린 시절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험이 왜 중년기나 은퇴기에 건강 문제로 나타나는 것인지,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은 있는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물음들에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하치와레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는’ 것을 믿어라! 구글 트렌드로 잡아낸 인간의 진짜 속마음 “사람의 생각을 연구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 _스티븐 핑커, 《우리 본성의 착한 천사》 저자
“모든 것이 데이터가 된다. 특히 거짓말이.” 숨겨진 세상을 읽는 아주 뜻밖의 방법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에서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특정 검색어의 추세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를 연구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며 많은 전문가가 “이제 인종주의는 사라졌다”고 말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데이터가 포착한 현실은 전혀 달랐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몇몇 주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보다 ‘깜둥이 대통령’을 더 많이 검색했고, 백인 우월주의 사이트는 검색과 가입이 열 배 늘었다. 그가 구글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은밀한 인종주의’ 지도는 2008년 말 오바마의 경선 결과를 정확하게 재평가하고,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성공을 설명하는 데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그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왜 선거 전까지 드러나지 않았을까? 유권자가 ‘실제로’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아는 건 왜 그렇게 어려울까? 그 이유는 바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