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ftoplife · 2023년 12월 22일 가입 · 171권 적독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와 벤치의 사나이』. 파리의 생마르탱 대로의 어느 으슥한 막다른 골목, 한 남자가 칼에 찔려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루이 투레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창고 관리인으로 성실하게 일해 온 중년 남성으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상의 인물이다. 이런 으슥한 장소에서 취객이나 건달들 사이의 칼부림쯤이야 흔한 일이지만, 루이 투레같이 지극히 평범하고 얌전해 보이는 남자가 이런 곳까지 무엇 하러 들어와서 살해를 당했는지 매그레는 호기심이 동한다.
수사를 진행하면서 매그레는 루이 씨가 일해 왔던 회사가 3년 전에 이미 문을 닫았으며, 그가 오랫동안 실직 상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부인에게 그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매일 아침 출근하듯 집을 나섰으며, 매달 꼬박꼬박 월급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는 남몰래 새 직장을 구했던 걸까? 그러나 당시 우연히 그를 목격했던 주변 사람들은, 그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공원의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만을 보았다고 증언할 뿐이다. 지난 3년간, 루이 씨는 대체 어떻게 지내 왔던 걸까? 그가 지니고 있던 거금의 출처는 대체 무엇일까? 베일에 싸인 그의 행적을 파헤쳐 가며, 매그레는 그동안 숨겨져 있던 그의 사생활의 비밀스러운 흔적들을 뒤쫓는데…
조르주 심농의 『마제스틱 호텔의 지하』. 파리 샹젤리제 거리 근처에 있는 호화로운 특급 호텔, 마제스틱 호텔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사망자는 미국인 억만장자 오즈월드 J. 클라크의 아내로, 어린 아들과 하인들을 데리고 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고 있었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호텔 지하에 있는 탈의실 로커. 주방과 커피 준비실, 직원용 식당 등이 있는 지하는 150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일하는 공간이었다. 숙박비가 하룻밤에 천 프랑이 넘는 스위트룸 손님이 내려올 만한 곳은 아니었다.
시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커피 준비실 실장인 프로스페르 동주였는데,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그는 못생긴 얼굴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지만, 어려운 처지에서도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수사 판사는 클라크가 엄청난 부와 명성을 소유한 사람임을 강조하면서 매그레에게 그를 건드리지 말라고 지시하고, 동주가 범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주에게 호감을 느낀 매그레는 수사 판사의 지시와 마제스틱 호텔의 분위기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기 방식대로 수사를 계속하는데…
클레어 데더러옥탑방
2017년 11월, 『파리 리뷰』에 실린 한 편의 에세이가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에세이의 제목은 「괴물 같은 남자들의 예술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사전상 괴물의 정의는 무언가 공포스러운 것, 거대한 것, 성공과 관련된 것(흥행 괴물)이지만, 이 에세이의 필자에게 괴물이란 “특정 행동으로 인해 우리가 어떤 작품을 작품 자체로 이해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종류의 논쟁은 늘 있어 왔지만 2017년은 좀 더 특별한 해였다. 하비 와인스틴이라는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촉발되었기 때문이다. 저자 클레어 데더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함께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지 않겠느냐고. 이 에세이가 던진 화두를 확장한 책 『괴물들: 숭배와 혐오, 우리 모두의 딜레마』는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해 최고의 범죄 소설에 주어지는 대실해밋상 만장일치 수상
종교적 광신이 산산조각 낸 소녀를 둘러싼 비밀 범죄 소설의 정점에 오른 마스터피스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대표작 《신을 죽인 여자들》이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30년 전, 온몸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소녀를 둘러싼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번 작품은 그해 가장 뛰어난 범죄소설에게 수여되는 대실해밋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하였다. 평론가들로부터 도스토옙스키, 레이먼드 카버와 비교되는 한편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아마존 평점 4.4점, 굿리즈 평점 4.2점을 기록하는 등 독자들에게도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임을 증명해냈다. 각자 다른 종교에 대한 신념으로 인해 붕괴되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 《신을 죽인 여자들》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가 그간 천착해온 주제가 집대성되어 있는 작품이다. 사회의 압제가 여성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종교가 개인에게 어떤 합리화의 명분을 주는지, 맹목적 진실 추구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등 거장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범죄 소설의 한계를 넘어 한 정점에 오른 걸작을 지금 확인해보자.
베르나르 미니에옥탑방
대학도시 마르삭의 한 고급주택가 저택 욕조에서 온몸이 밧줄로 결박당한 여교사의 사체가 발견된다. 온몸을 밧줄로 결박당한 사체의 목구멍에 풀이 켜진 손전등이 끼어 있고, 정원의 풀장 수면에는 19개의 인형이 떠있다. 온통 집안 가득 볼륨을 최대한 높인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약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청년이 현장에서 체포된다.
세르바즈 경정은 과거 한때 학창시절을 보낸 추억의 현장인 마르삭으로 출동해 수사에 착수한다.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 집안 가득 울리는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 물 위에 떠있는 인형들은 범인이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사건현장을 둘러본 세르바즈 경정은 2년 전 겨울에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스위스 출신의 연쇄살인마 쥘리앙 이르트만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가 평소 말러의 음악을 즐겨 듣고,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사건현장을 특유의 방식으로 연출해놓는 방식 때문이다. 쥘리앙 이르트만은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이후 단 한 번도 세상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프랑스의 특수반을 비롯해 각국 경찰이 쥘리앙 이르트만을 체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검거에 나섰지만 하나같이 실패했다. 연쇄살인마의 귀환인가, 아니면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트릭인가?
베르나르 미니에옥탑방
대학도시 마르삭의 한 고급주택가 저택 욕조에서 온몸이 밧줄로 결박당한 여교사의 사체가 발견된다. 온몸을 밧줄로 결박당한 사체의 목구멍에 풀이 켜진 손전등이 끼어 있고, 정원의 풀장 수면에는 19개의 인형이 떠있다. 온통 집안 가득 볼륨을 최대한 높인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약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청년이 현장에서 체포된다.
세르바즈 경정은 과거 한때 학창시절을 보낸 추억의 현장인 마르삭으로 출동해 수사에 착수한다.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 집안 가득 울리는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 물 위에 떠있는 인형들은 범인이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사건현장을 둘러본 세르바즈 경정은 2년 전 겨울에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스위스 출신의 연쇄살인마 쥘리앙 이르트만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그가 평소 말러의 음악을 즐겨 듣고, 살인을 저지를 때마다 사건현장을 특유의 방식으로 연출해놓는 방식 때문이다. 쥘리앙 이르트만은 치료감호소를 탈출한 이후 단 한 번도 세상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프랑스의 특수반을 비롯해 각국 경찰이 쥘리앙 이르트만을 체포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검거에 나섰지만 하나같이 실패했다. 연쇄살인마의 귀환인가, 아니면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트릭인가?
“나는 장애인 애인을 가졌으면서 다른 것도 가지고 싶었다. 욕심이었을까?”
장애를 가진 연인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졌던 시간과 삶에 새겨진 요철 끝 모르고 이어지는, 자책과 화해로 이루어진 끝말잇기와 돌림노래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활동했고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을 우리말로 번역한 하은빈 작가의 첫 책이자, 장애를 가진 연인과 함께하다 헤어진 후 장애 담론의 언저리를 서성이게 된 개인적 경험이 담긴 책이다. 또한 장애를 가진 몸, 복잡다단하고 맥락이 뒤엉킨 곤란을 겪는 몸과 함께하는 삶으로 독자를 데려가고, 우리가 아직 가닿지 못한 새로운 돌봄과 삶이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들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은빈’과 ‘우’는 대학 시절 만난 평범한 연인이다. 하지만 우가 근육병을 가진 장애인이고, 은빈이 비장애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들의 관계는 세상으로부터 왜곡되고 의심받고 오독되며 방해받는다. 은빈은 전동휠체어를 탄 애인과 함께 갈 수 없는 계단들을 마주하고, ‘배리어프리’한 학교 기숙사에서 우의 가족들과 동거를 시작하고, 우의 근육병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며 세브란스병원을 오가고, 함께 일본을 여행하다 전동휠체어가 방전돼 곤경에 빠지고,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함께 ‘호캉스’를 즐기고, 근육병을 가진 다른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가족과 연락을 끊고, 공연예술을 업으로 삼고, 장애인-비장애인 커플로서 다큐멘터리에 출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은빈은 오 년간의 긴 연애를 끝내고 우와 헤어진다. 우와의 긴 연애를 끝내고 은빈은 오랜 시간 동안 헤어짐을 돌아보며 자책하고 후회한다. 자신이 정말 우와 있으며 힘들었던 것인지,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이 사랑이 어디서 시작되었고 어떤 모양으로 구부러졌고 어떻게 상했으며 어디서 끝났는지를 아주 오랫동안 되짚는다. “후회야말로 가장 진실된 것”이라는 믿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엉킨 실타래 같은 이별의 맥락을 고민하고, 무엇이 이 사랑을 끝장나게 만들었는지를 되돌아본다.
스타니스와프 렘옥탑방
현존하는 거의 모든 SF 장르의 도서관 우주의 불가해 속 인간 존재를 탐험했던 미래의 철학자,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
‘중요한 작가, 우리 시대의 깊은 영혼.’ 《뉴욕 타임스》 냉전 체제하의 동구권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로 작품 활동을 했음에도 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필립 K. 딕과 함께 20세기 SF를 대표하는 거인으로 우뚝 선 폴란드 문인.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 작가. ‘우주의 불가해 속 인간 존재를 탐험했던 미래의 철학자’ 스타니스와프 렘의 단편의 정수精髓를 담은 『스타니스와프 렘-미래학 학회 외 14편』이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마흔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번 『스타니스와프 렘』은 2001년 렘 생전에 평론가이자 렘학자Lemologist인 ‘예지 야젱브스키’와 렘 전 작품을 출간한 ‘비다브니츠트보 리테라츠키에’(문학출판사)가 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독자 인기투표의 결과물로, 그중 득표수가 많은 순서대로 15편을 엮은 『환상적인 렘-독자가 뽑은 소설 선집Fantastyczny Lem. Antologia opowiada? według czytelnik?w』 제2판(2016)을 번역한 것이다. 요컨대 폴란드 독자들이 공인한 ‘최고의 렘 15편’인 셈인데, 렘을 처음 접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가장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렘 입문서가, 렘의 출간을 손꼽아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는 선물 같은 걸작 선집이 될 것이다. 세계문학사에서의 렘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중역이 아닌 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는 렘의 작품에서 언어적 수단의 표현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의 완급이 변화무쌍하고 문체가 작품마다 다르며 전문용어가 난무할 뿐만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렘식 조어造語와 폴란드어의 문법적 특성을 이용한 언어 실험 등으로 전 세계 폴란드어 전공자들에게 렘의 번역 작업은 특히 악명이 높다. 하지만 이번 『스타니스와프 렘』은 폴란드어 원전에서 우리말로 바로 옮긴 최초의 렘 번역서로, 폴란드 문화공훈장 글로리아 아르티스 동장을 수훈한 이지원 교수와 SF 작가로도 활동 중인 정보라 교수가 번역을 맡아 렘의 텍스트를 생생하게 살려 냈다. 한편 폴란드 하원은 렘 탄생 100주년인 올해 2021년을 ‘렘의 해Rok Lema’로 선언했고, 그의 ‘기술의 진보와 여기서 비롯된 결과뿐만 아니라, 현대의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 있는 고찰’을 기리며 몇 년 전부터 국가적으로 준비해 온 축하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사라진 “예비 범죄자” 친구들을 찾아, 21세기판 빅 브라더의 통제 사회로 향하다
★강화길(소설가), 박민희(《중국 딜레마》 저자, 〈한겨레〉 논설위원) 추천
여기, 21세기 최악의 인권 유린을 파헤친 책이 출간되었다. 중국이 첨단기술의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해 수많은 사람을 억류하고 착취해온 참혹한 현장을 기록한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이다. 위구르 사회와 중국 감시 체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의 저작이 드디어 한국 사회에 도착했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신장과 카자흐스탄과 시애틀에서 진행된 24개월 이상에 걸친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에서 국제학 조교수로 재직 중인 바일러는 수용소로 끌려갔거나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나눈 인터뷰를 뼈대로, 2017년 이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작업에 착수한다. 본문을 가득 메운 생존자들의 증언은 책에서 가장 값진 지면이라 할 수 있다. 카메라와 스캐너의 알고리즘이 24시간 작동되는 재교육 수용소 안에서 그저 종속되고 시스템 속 일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참혹한 현장 고발이 이어진다. 신장은 어떻게 구금 시설과 동의어가 되었을까. 사람들은 왜 “예비 범죄자”와 “잠재적 테러리스트”가 되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구금과 심문을 “일상”이자 “친밀한 방식의 폭력”으로 만들었을까.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이 물음의 증명 과정이자, 기술과 빅데이터의 오용에 관한 강력한 경고이다.
“단언컨대 저널리즘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책”
유가족인 아사노는 가해 기업 JR과 어떻게 마주했으며 이 거대한 조직의 어디에서 문제를 발견해 추궁했는가 이로써 무엇을 움직이고 바꾸려 했는가 나아가 사고를 둘러싼 언론 보도와 사회의 반응은 그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가
“이 책은 몸을 향한 모든 편견을 부서뜨린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 몸은 새로 태어날 것이다! 인간의 탄생부터 성형, 타투, 거식증, 섹스, 죽음까지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생을 향한 질문들
이 책은 인류의 몸이 언제부터 강력한 물적 자본으로 부상했는지 살펴보고, 사회적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얼굴, 성형, 살집, 머리카락, 섹스와 출산, 피부, 허기와 식인(카니발리즘), 죽음, 부활 등 인간의 몸 이야기에는 인류가 겪은 억압과 권력, 극복의 서사가 모두 담겨 있다. 독자들은 몸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과 교묘한 협상, 폭력적인 착취들을 들여다봄으로써 인류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들을 이해하고, 오늘날 다층적인 사회상과 얽히고설킨 문제의식들을 공유할 것이다.
러드야드 키플링 ·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옥탑방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6권. 영미권 최초, 역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의 단편선이다. <정글북>의 저자로 국내에서는 아동문학가로만 널리 알려져 있으나 키플링은 20세기 영문학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문학적 성취를 이룬 위대한 작가이다.
원시적인 상상력에 뛰어난 영감으로 힘차게 박동 치는 삶을 독창적인 언어로 창조해 낸 그의 작품은 단어의 질감을 살린 풍성한 언어와 완벽한 은유로 문학에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전쟁, 사랑, 고통, 상실, 유령, 공상과학 등의 다양한 소재로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심오하게 통찰해 왔다.
이 단편선에서는 키플링 단편 선집 중에서 소개되는 빈도가 높은 40편을 먼저 추린 다음, 거기서 지나치게 군대 이야기나 종교 이야기에 편중된 것들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가장 핵심이 되고 문학성이 높은 단편 25편을 선정해 담았다. 이처럼 많은 작품을 수록한 키플링 단편선은 이 책이 국내 최초이다.
그리고 단편에 따라서는 작품의 앞뒤에 시나 희곡이 인용되어 있는데, 기존의 번역서에서는 이를 빼놓은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품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또 작품의 해석에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여 이 단편선에서는 꼼꼼히 살렸다. 또 생략과 함축의 기법으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키플링의 단편에 대하여 ‘옮긴이의 해설’과 ‘노벨문학상 시상 연설’까지 담아 키플링의 작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김동식 · 서수진 · 예소연 · 윤치규 · 이은규옥탑방
당신은 지금 원하는 모습으로 일하고 있나요? 일다운 일을 꿈꾸는 그 벅찬 소망 앞에서 넘어지고 버티고 돌파하는 보통 사람들의 생존 노동기
떳떳하게 출근할 수 있는 내일을 위하여 온 힘으로 지켜내는 오늘의 마음
※ 2025년 5월 1일 근로자의 날 발행
동시대 한국사회에서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해,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는 규칙을 공유하며 결성된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소설 앤솔러지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월급사실주의 2025』가 출간되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소설가 장강명에 의해 촉발된 이 움직임은 2023년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2024년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출간으로 이어졌고,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는 이 동인이 내놓는 세번째 앤솔러지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은 특별한 가입 절차나 정기적인 모임을 갖지 않는다. 동인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그 취지에 맞는 작품으로 앤솔러지에 참여하면 이 동인의 구성원이 된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라는 이름은 구체적인 형태를 지닌 창작 집단이라기보다는 한국 문단의 변화를 도모하는 운동성 자체에 부여된 셈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합류한 작가는 김동식 서수진 예소연 윤치규 이은규 조승리 황모과 황시운이다. 2025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쥐며 지금 이 시대의 질문에 가장 발 빠르게 응답하고 있음을 증명해낸 예소연, 주물공장에서 십 년 넘게 일하다 전업 소설가가 되어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동식, 한국어학당에서 일하는 시간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코리안 티처』로 작가로서 첫 행보를 뗀 서수진의 신작 단편소설을 만날 수 있다. 신춘문예 2관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후에도 회사원으로서 생업전선을 유지하고 있는 윤치규와 2022년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한 12년 차 다큐멘터리 PD 이은규가 그려내는 생생한 노동 현장 역시 기대할 만하다. 그간 SF소설을 쓰며 꾀해온 미래에의 상상을 하이퍼리얼리즘소설에서 다시 한번 구현해낸 황모과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중증장애인 노동권을 이야기하는 황시운의 작품은 문학이 동시대의 거울이어야 하는 이유를 몸소 증명한다. 책의 제목은 시각장애인 에세이스트 조승리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이 땅 위의 근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읊조렸을 법한 자조 섞인 한탄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내가 꿈꾸는 일터는 어떤 곳인지를 말이다. 쉬이 답을 찾기 어려운 이 물음 앞에서 여덟 편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이런 데’를 그린다. 그들은 연차가 쌓여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계약직을 전전하고, 사회에서 도태된 이들의 몫으로 여겨지는 일을 수행하며, 머지않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업무를 반복한다. 허울 좋은 일자리 정책 아래에, 플랫폼 업체의 별점 뒷면에, 때론 대한민국 땅 바깥에 벌어지는 그 낯설고도 익숙한 이야기들에서 체념과 불만을 걷어내고 나면, 매일 마주하는 일터에서 온 힘을 다해 지켜내고 있는 오늘의 마음이 보인다. 일다운 일을 하는 것조차 벅찬 소망이 되어버린 현실 앞에서, 조금 더 나은 곳으로 향해가고자 하는 희망이 반짝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넘어지고 버티고 돌파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이 책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에 맞추어 발행된다.
18세기 프랑스 심리소설의 백미!
프랑스대혁명의 전야, 18세기 유럽 사교계를 배경으로 사랑의 환상을 조롱하고,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묘파한 서간체소설. 군인이었던 작가 라클로가 군생활의 무료함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쓴 소설로, 18세기 말, 프랑스 사교계의 허영과 성적 욕망, 부패한 사랑 게임을, 여러 인물들이 주고받는 총 175개의 편지로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
소설은 악마적인 간계와 매력의 후작 부인 메르테유와 시대이 뛰어난 바람둥이 자작 발몽이 중심인물이다. 자작은 후작 부인의 부추김을 받아, 지체 높은 귀족의 영애 세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하며, 후작 부인은 세실이 남몰래 사모하는 당스니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다.
또, 발몽은 정숙한 법원장 부인인 투르벨 부인의 마음을 빼앗게 되면서, 그녀에 대한 진심을 발견하지만 결국엔 메르테유 부인과의 밀약과 허영으로 가득 찬 승부욕으로 그녀를 죽게 한다. 어린 양 세실은 사건의 전말을 모른 채 절망과 슬픔을 안고 수도원에 들어가는데….
▶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기! 이 책은 이성과 도덕이 비재하던 계몽주의 시대, 그 아래 숨겨진 적나라한 생활상을 그린 시대의 풍속화이자 감정의 굴곡을 그린 연애소설이다. 냉철하고 치밀하게 남녀 간에 복잡하게 얽힌 사랑과 증오, 간계와 질투가 가급적 꾸밈과 환상을 배재한 채로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다.
프랑스 국민작가 장폴 뒤부아의 세상과 나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따뜻한 위안
2019년 아멜리 노통브를 제치고 “대중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제117회 공쿠르상을 수상한.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이 소설은 『프랑스적인 삶』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등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프랑스 국민작가 장폴 뒤부아의 최고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프랑스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뒤, 렉셀시오르 아파트에서 이십육년간 관리인으로 근무하다 우연한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련 속에서도 자기 자신이 되기를 선택한 주인공의 모습이 빛난다. 자칫 무겁게 흘러갈 수 있는 줄거리지만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몽드』가 “장폴 뒤부아는 고통스러운 이야기 속에서도 반짝이는 해학의 순간을 포착했다”라고 평할 정도로 시종 담담하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현대 프랑스 소설에 하나의 브랜드를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 장 폴 뒤부아는 언제나 작품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주목한다. 그가 그리는 인생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가족 사이의 몰이해로 인한 갈등, 가까운 이들의 죽음, 상실, 실패자로 낙인찍힌 삶이 연이어 펼쳐진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작품에서 ‘삶의 불행을 넘어 어떻게 자기 자신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답변을 내놓는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맞닥뜨리는 상실과 불행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가느냐, 그것이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또 각자의 이유로 상처받는 삶을 어루만지며 인생에 대한 길을 제시하는 장폴 뒤부아의 소설들이 ‘인생 소설’로 꼽히며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개축공사를 거듭하던 [요코하마 역]이 끝내 자기증식을 개시. 그로부터 수백 년――JR 키타니혼, JR 후쿠오카 양사가 독자기술로 방어전을 계속했지만, 일본은 혼슈의 99%가 요코하마 역으로 변했다. 뇌에 박힌 Suika로 인간이 관리되는 역내 사회. 그 바깥쪽에 사는 비Suika 주민인 히로토는 역에 대한 반역으로 추방된 남자에게서 『18킷푸』와 어느 사명을 떠맡는다. 과연 요코하마 역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가. 인류의 미래를 건, 요코하마 역 구내 5일간 400킬로미터의 여행이 시작된다――.
일본 사상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평가이자 젊은 지식인 사사키 아타루. 그는 일본에서 대표적인 비평가로 자리 잡은 아사다 아키라, 아즈마 히로키의 뒤를 잇는 최고의 사상가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사사키 아타루의 저서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은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으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하였으며, 2012년 알라딘 ‘올해의 책’ 선정,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 국내 다수 일간지 단독 추천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도 깊이 있는 인문서로 평가받고 있는 이 에세이가 혁명의 시작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표현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되었다. 첫 출간으로부터 10년이 지났지만, 사사키 아타루의 목소리는 여전히 이 사회에 유효한 파문을 일으킨다.
아사쿠라 아키나리옥탑방
하루아침에 SNS에서 ‘여대생 살해범’으로 몰린 남자. 온 국민의 적이 되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진실은?
내가 저지르지 않은 잘못 때문에 온 세상으로부터 쫓기는 처지가 된다면? 『내 것이 아닌 잘못』은 SNS를 중심으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짐으로써 발생하는 현대사회의 원죄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인터넷 마녀사냥 미스터리 도주극이다. 아사쿠라 아키나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이 작품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에서 벌어질 수 있는 원죄의 공포를 시사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외근 중이던 다이테이 하우스 다이젠 지사 영업부장인 야마가타 다이스케는 회사로 복귀하라는 연락을 받는다. 마치 자신의 계정처럼 꾸며진 트위터 계정의 주인이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어 자신이 살인범으로 오해받게 된다.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해 그의 실명과 사진, 직업, 근무지 등등은 인터넷에 그대로 노출된다.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 다이스케는 금방 오해가 풀리리라 낙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이 더더욱 심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각종 유튜버들이 다이스케를 잡겠다고 설치다가 엉뚱한 사람에게 중상을 입히기까지 한다. 도주 중에 목숨에 위협을 느낀 다이스케는 자신이 직접 진범을 잡기로 결심한다. 다이스케는 50대로 인터넷을 잘 사용할 줄 모르는 옛날 사람이자 아내와 딸을 가진 평범한 사회인이다. 그런 그가 인터넷에서 발생한 마녀사냥 때문에 괴로움을 겪게 되고 그의 평온한 일상은 급격히 무너진다. 과연 그는 어떠한 방식으로 진실에 도달할까? 이 이야기는 다이스케의 아내와 딸, 트위터를 리트윗한 대학생, 담당 형사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같은 상황을 두고 각기 다른 인물이 전개해가는 이야기에도 미묘한 재미가 있다. 살해범으로 의심받는 남편을 둔 아내, 그런 아빠를 둔 딸, 그런 자를 체포하려는 경찰 등등이 보여주는 심리 묘사가 가히 압권이다. SNS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인터넷 마녀사냥이 한 사람의 일상에 실질적으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기술이 발달해 인터넷 역시 인간의 삶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하게 된 사회에서 악성 댓글, 각종 루머의 급속한 확산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테마를 미스터리와 절묘하게 융합하는 작가의 참신함이 돋보인다. 복선과 반전이 주는 짜릿함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부디 직접 읽고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오가와 사토시옥탑방
오가와 사토시의 장편소설 『너의 퀴즈』가 블루홀식스에서 출간되었다. 오가와 사토시는 블루홀식스가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작가로, 현재 일본 SF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천재 작가다. 블루홀식스는 창립 이래 매년 미스터리, 추리소설 출판 종수가 압도적 1위인 출판사이다. ‘나가우라 교’, ‘미키 아키코’, ‘사카키바야시 메이’, ‘아사쿠라 아키나리’, ‘유키 하루오’, ‘저우둥’, ‘하야사카 야부사카’, ‘후루타 덴’ 등 국내 미출간 작가들의 작품들과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없었던 ‘오승호’(고 가쓰히로), ‘우사미 마코토’ 작가의 작품들을 블루홀식스의 사명(使命)으로 알고 출간하여 왔다. 특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시리즈별로 꾸준히 출간하여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가 되었다. 이 또한 블루홀식스 출판사만의 성과이자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너의 퀴즈』는 한 퀴즈 플레이어가 문제를 한 글자도 듣지 않고 답을 맞힌 사건의 진상을 또 다른 퀴즈 플레이어가 집요하게 파헤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지식 엔터테인먼트 논리 추리 소설이다. 퀴즈 대결을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세계를 우리가 어떻게 알아가는지, 또 그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린다. 2023년 제7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서점 대상 6위에 올랐다.
중고로 팔아버린 냉장고에서 죽은 소년이 발견됐다!
《경성 탐정 이상》으로 낭만 가득한 미스터리를 선보인 김재희의 장편소설 『이웃이 같은 사람들』.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프로파일러를 주인공으로, 실제상황을 방불케 하는 이야기를 담아낸 범죄소설이다. 하나의 사건에 얽힌 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서로 다른 상황, 다른 관계로 엮여 전혀 상관없다고 여겼던 사람들이 스스로 가장 안전하고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며 내달렸던 길 끝에 그동안 애써 무시했던 이웃과 마주하는 순간, 독자는 소름 끼치는 기시감을 경험하게 된다.
주택가 근처 산 중턱에 버려진 냉장고에서 소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벌거벗은 시신은 혈흔이나 지문 하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이 닦인 상태다. 냉장고의 주인인 서연에게 경찰이 들이닥치지만 중고 사이트를 통해 냉장고를 팔았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서연은 곧 혐의에서 풀려나지만 냉장고 소년이 2년 전 그만둔 학교에서 일어난 폭력사건의 가해자임이 밝혀져 큰 충격을 받는다. 수사가 진전되지 않자 프로파일러 성호가 투입되고, 악으로 점철된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의 증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데…….
치밀한 고증과 연민 어린 감성으로 무장한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섬, 짓하다』. 성형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한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주도적으로 여성을 비방해온 남학생이 용의자로 검거되지만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성호는 범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다. 성호의 심문 후 용의자가 자살을 기도하고 이 일에 대한 문책으로 그는 수사에서 제외, 삼보섬에서 일어난 연쇄실종사건의 진원을 맡으며 전출된다. 섬의 음울한 분위기에 중압감을 느끼면서 본격적인 프로파일링에 착수한 성호는 실종된 자의 혼을 달래기 위한 씻김굿 현장에서 충격적인 일을 경험하는데…….
“남은 건 빛의 기억뿐이다. 부드러운 빛 속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갈망할 때가 있다.”
건축사 아오세는 어느 날 의뢰인에게 메일을 한 통 받는다. 책에 수록된 아오세의 ‘Y주택’을 보고 싶어 찾아갔지만,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이다. 아오세에게 Y주택은 특별하다. 직장과 가정에서 실패하고 현실과 타협하며 일하던 중 ‘스스로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고, 처음 건축을 시작했을 때처럼 설렘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설계했었다. 아오세가 망설임 끝에 찾아간 Y주택은 애초에 사람이 산 흔적 없이 텅 비어 있다. 다만, 2층 창가에 독특하게 생긴 의자 하나가 창을 향해 놓여 있는데……. 완공된 집을 보며 함께 감격했던 일가족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범죄자를 전면에 내세운 이색적인 연작 소설집!
1998년 《그늘의 계절》로 제5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을 수상한 이후, 일본 경찰소설계의 중심에 서있는 작가 요코야마 히데오의 또 하나의 걸작 『그림자밟기』. 경찰소설을 주로 선보였던 저자가 그와 정반대인 범죄자들의 세계를 다루어 더욱 주목받았던 작품이다. 도둑질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연 많은 한 남자와 그의 눈에 비친 도시의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일곱 가지 이야기로 엮어냈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도시의 그림자가 되어 살아가는 이들을 온몸이 저릴 만큼 애절하게 그리고 있다.
법조인을 꿈꾸던 마카베 슈이치는 15년 전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후 충격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도둑질을 일삼으며 하류 인생을 전전한다. 그가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언젠가부터 귓속에서 말을 걸어오는 죽은 쌍둥이 동생뿐이다. 어느 날 밤, 돈을 훔치기 위해 이나무라 부부의 집에 몰래 숨어든 마카베는 집안에 흐르는 정체 모를 살의를 감지하고 빠져나오지만 도망칠 틈도 없이 경찰에 덜미를 잡힌다. 2년 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체포되던 날 느꼈던 살의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사라진 이나무로 요코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14년 전 미해결 사건에 숨겨진 진실!
일본을 대표하는 지성 요코야마 히데오가 10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 『64』. 3년 전 잡지 연재가 마무리된 이후 수천 매의 원고를 다시 수정하여 선보인 것으로, 작가 스스로 ‘나 자신의 인생을 집대성한 작품’이라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있었던 미해결 아동 유괴사건을 큰 줄기로 삼아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경찰이라는 조직 문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구성원들의 갈등과 고뇌를 세밀하게 그려냈다.
일명 ‘64’로 불리는, 미제로 끝난 소녀 유괴살해사건. 14년 후, 시효 만료를 1년 앞둔 시점에 새로 취임한 경찰청장이 ‘보여주기’를 목적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지만 유족은 청장의 방문을 거절한다. 경찰 홍보실의 미카미는 유족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64’의 담당 형사들을 찾아가고, 사건 후 퇴직하거나 은둔형 외톨이가 된 동료를 보면서 미카미는 그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중 ‘64’를 모방한 유괴사건이 일어나는데….
이상 탄생 110주년 기념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 최종장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에 영감을 준 이상의 초판본 시와 소설, 그가 직접 그린 삽화 등을 담은 《경성 탐정 이상에서 이상을 읽다: 이상 초판본 선별집》
끝! 끝에 부딪혔다네 내게 총을 겨눈 거울 속 나로 인해
서해 작은 섬에 자리한 슈하트 학교에서 사라진 여학생을 찾기 위해 상과 구보는 인천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탐문을 벌이지만 학생의 실종을 단순 가출로 여기는 교사들 때문에 성과가 없다. ‘학교 안에 학생을 체벌하는 데 쓰이는 사방이 거울로 된 기괴한 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찾으러 학교와 섬을 뒤지던 중 상이 행방불명된다. 이튿날 실종된 학생이 소문의 거울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그 곁에는 피 묻은 칼을 손에 쥔 상이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데……. 상과 거울처럼 닮은 건축기사와의 조우, 선진교육을 주창하는 근대학교의 이면. 그리고 욕망과 낭만의 도시 경성을 뒤집으려는 절대악에 맞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과 구보. 근대사상과 미신, 순수와 향락이 공존하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최후의 미스터리.
이태리 양복과 불란서 향수로 가려본들 진창 같은 이곳이 천국이겠습니까
매일같이 늘어나는 수입상점으로 화려한 종로. 그중 고가의 유럽 도자기를 파는 ‘마리 앤티크’의 주인 하영이 상과 구보를 찾아온다. 하영이 단골을 위해 마련한 티파티는 명문가 출신 박씨 부인과 벼락부자 성북 부인을 중심으로 패가 갈리고, 서로 폄훼하는 와중에 큰 싸움으로 번진다. 하영이 둘을 화해시킬 요량으로 마련한 모임에서 그만 한 부인이 급사하고, 괴편지로 인해 단순한 사고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사를 위해 티파티에 참석한 상과 구보는 향긋한 장미 향 너머 괴팍한 면면을 감춘 귀부인들과 마주하는데……. 최고급 양복을 싸게 산 후 시작된 악몽, 군산 거부의 금고방에서 홀연히 사라진 병풍, 경성우편국 화장실에 적힌 장난 같은 SOS, 한낮 꿈같은 백운산장 만담기, 경성권번 연쇄 살인, 차이나타운에서 실종된 카프 작가, 사교클럽 ‘마리 앤티크’를 둘러싼 욕망과 암투, 단성사 주임변사의 변사. 경성을 상징하는 실존 장소에서 일어난 불가능한 살인사건에 뛰어든 이상과 구보. 순수와 향락, 근대사상과 미신이 공존하는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천지개벽 미스터리.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극!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 미스터리 『경성 탐정 이상』 제3권. 한국형 팩션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작가 김재희가 이번에는 천재 시인 이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을 선보인다. 스마트한 모던보이이자 문화 테러리스트인 이상과 구보, 그리고 당시 경성 시내에 하나둘 들어차기 시작한 화려한 서양식 건물들을 통해 표현되는 경성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그 이면은 일제라는 거대한 괴물로 인해 뒤틀리고 곪아 있다.
실재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현실과 픽션을 오갔던 두 전작과는 방향을 살짝 틀어 이번 3권에서는 욕망과 낭만이 혼재된 1930년대 경성 그 자체를 소재로 삼았다. 경성과 조선 전역을 무대로 이제는 제법 ‘탐정’으로 유명해진 천재 시인 이상과 그의 조력자 구보 박태원이 구시대의 전복과 개벽을 꿈꾸는 사교(邪敎) 백색교와 목숨을 건 대결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극!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 미스터리 『경성 탐정 이상』 제2권. 한국형 팩션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훈민정음 암살사건》의 작가 김재희가 이번에는 천재 시인 이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을 선보인다. 스마트한 모던보이이자 문화 테러리스트인 이상과 구보, 그리고 당시 경성 시내에 하나둘 들어차기 시작한 화려한 서양식 건물들을 통해 표현되는 경성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그 이면은 일제라는 거대한 괴물로 인해 뒤틀리고 곪아 있다.
3·1운동을 처음으로 세계에 알린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의 신혼집이었던 ‘딜쿠샤’를 모티브로, 경성 시대 서양인의 생활상과 조선인 사이의 반목을 그린 《귀신의 집 샹그릴라》, 덕수궁 중명전에 자리한 외국인 전용 사교클럽 경성구락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경성구락부의 크리스마스》 등 보다 진화된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만나볼 수 있다.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각각의 이야기에서 이상과 구보는 그들이 해결해나가는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절대 악과 마주한다. 그것은 백색교의 교주이기도 하고 때로는 일제이기도 하다.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과 생계형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상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의 경성 활약극!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낭만 미스터리 『경성 탐정 이상』. 한국형 팩션의 성공작이라고 평가받는 의 작가 김재희가 이번에는 천재 시인 이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재기발랄한 탐정소설을 선보인다. 문단 대선배 염상섭의 호출로 신문사를 찾은 구보. 집필 의뢰에 대한 기대와 달리 상섭은 구보에게 ‘미녀변사사건’의 조사를 부탁하고, 함께 일할 사람으로 기괴한 시로 주목받고 있는 시인 이상을 소개한다. 내키지 않지만 구인회 입회와 신문 연재를 위해 구보는 이상과 함께 사건 현장인 창경궁으로 향한다. 시신 곁에 놓여 있었다는 영국 낭만파 시인 셸리의 시 를 되뇌는 구보와 이상. 사건을 조사하던 그들은 피해자가 자신을 이화여전 학생으로 속이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Peters, Torrey옥탑방
퀴어 서사의 금기를 뛰어넘는 이야기 트랜스젠더 작가가 열어젖힌 문학의 새로운 지평
문학의 땅은 언제나 비난받기를 각오한 이들에 의해 넓어졌다. 트랜스젠더 여성 소설가 토리 피터스. 아이오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다트머스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는 등 정석적 코스를 밟았지만, 주류문학계에서 벗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품을 무료 배포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트랜스젠더 작가로서 정체성에 관해 자유롭게 쓰기 위해서였다. 온라인에 올린 중편소설들이 독자들 사이에서 점차 반향을 일으켰고,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중심으로 작가 팬덤이 형성되기에 이르자 주류문학계 역시 토리 피터스의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랜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첫 장편소설 《디트랜지션, 베이비》는 트랜스젠더 작가 최초로 여성문학상(Women’s Prize for Fiction) 후보에 올라 격렬한 논쟁을 촉발했다. ‘트랜스젠더는 여성인가’, 더 나아가 ‘여성은 누구인가’ 하는 본질적 물음으로 문학계와 페미니스트 사이에서 각론이 오갔다. 하지만 뜨거웠던 논쟁만큼이나 트랜스젠더 독자와 시스젠더 여성은 물론 폭넓은 독자에게 열광적으로 읽히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1년 〈뉴욕타임스〉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에 선정되었고 2022년에는 펜/헤밍웨이상을 수상, 람다문학상 트랜스젠더 소설 부문과 브리티시북어워드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트랜스젠더 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레이엄 그린옥탑방
냉전 시대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감을 그려 낸 풍자 소설 대가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적 스파이 스릴러
스릴러적 요소가 가미된 대중 소설과 고도로 윤리적이고 심미적인 오락물 등 장르의 경계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한 20세기 영국의 대표적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의 『아바나의 우리 사람』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그린은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과 냉전 등 격변의 20세기 시대적 갈등과 모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특유의 위트와 핵심을 풍자 적으로 표현해 문학적 명성과 폭넓은 인기를 겸비한 작가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아바나의 우리 사람』은 냉전 시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나라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벌어지는 세계 패권국들의 정보 전쟁을 소재로 한다. 빠른 속도의 서사로 몰입감이 높은 이 소설은 스토리텔러로서 뛰어난 재능을 지녀 20세기 가장 널리 읽히는 영국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적 스릴러로 평가받는다.
데뷔 이래 단 네 권의 소설로 프랑스 주요 문학상 19개를 수상한 지금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작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빛나는 걸작
펴내는 소설마다 프랑스의 주요 문학상을 휩쓸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장편소설 「그녀를 지키다」가 정혜용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수도원 지하에 유폐된 피에타 석상에 숨겨진 비밀을 석공 미모의 굴곡진 삶을 통해 풀어 가면서, 파시즘이 득세하던 당시 이탈리아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 속에서 태생적 한계와 사회적 난관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장바티스트 앙드레아는 자신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소설의 장면 장면을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생동감 넘치게 담아 냈다. 바티칸이 피에타 석상을 수도원 지하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비밀스러운 사연부터, 왜소증을 타고난 천재 석공예가의 고난과 역경, 그의 운명인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의 자유를 향한 투쟁까지. 우리는 책장을 넘기며 이탈리아 소도시 피에트라달바의 오렌지나무 가득한 풍경 한가운데에서 짙은 사이프러스 향을 맡고 석공의 돌 쪼개는 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주인공 미모와 함께 하나의 생애를 살아낸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공쿠르상이라는 영예가 결코 무겁지 않은, 귀하고 드문 걸작이다.
Bowen, Elizabeth옥탑방
관계와 내면의 심리를 세밀하고 격렬하게 탐구하는 지금까지 집필된 가장 지적이고 섬세한 누아르 20세기 최고의 여성 문학가 엘리자베스 보엔의 대표작 국내 초역
〈가장 지적인 누아르〉라는 찬사를 받는 작품이자, 20세기 영국 문학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엘리자베스 보엔의 대표작 『한낮의 열기』가 영문학자 정연희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보엔은 언어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 풍성하고 깊은 심미안으로 사물과 풍경을 해부하는 문체, 격동적인 시대 속 여성의 삶과 심리를 속속들이 탐구하는 예리한 지성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초역으로 선보이는 『한낮의 열기』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런던의 풍경과 분위기, 사람들의 요동치는 관계와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발표되자마자 문단과 대중의 뜨거운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스릴러가 섞인 누아르적 전개가 돋보이는 이 독특한 전쟁 소설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이 우리에게 남긴 상흔, 〈뜯겨 나간 감각〉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내면을 심도 있게 탐구한다. 이 작품은 돌이킬 수 없이 지나가 버린 시대에 바치는 비가이자,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방식에 질문을 던지는 명작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사계절 내내 버섯과 긴밀히 얽히는 윈난 버섯은 회고의 촉매가 되어 역사를 쓰게 한다
숭배, 감격, 회상으로 쓴 버섯 세계관 독본
버섯 철이던 어느 날, 저자 녜룽칭은 차를 몰고 집에 가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다. 그런데 듣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프로그램 진행자가 평소와 달리 표준어가 아닌 쿤밍 사투리를 쓰질 않나 감정도 점차 고조되어갔다. 이내 급히 노래 한 곡이 나왔고 노래가 끝날 즈음 진행자는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나중에 방송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일러주길, 그 진행자가 점심으로 견수청(독성이 있으나, 조리법에 따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손을 대면 파랗게 변한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을 먹고는 프로그램 도중에 흥이 나버린 것이었다. 방송국은 이날부터 근무 시간에 버섯을 먹은 사람은 생방송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매우 주의하고 있다고 한다. 단오가 지나면 버섯에 중독된 환자들이 속출한다. 저자의 아내도 버섯에 중독돼 허공에 떠오른 그림들을 잡겠다고 허우적거린 적이 여러 번이다. 윈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버섯 중독과 관련된 일화 몇 가지를 알게 마련이고, 전해오는 이야기들로 마음은 복잡해진다. 행여나 탈이 날까 염려되지만, 일단 버섯이 눈에 들어오면 호기심과 식탐이 번번이 이긴다. 버섯의 마력이란 쉽사리 거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 힘은 인력이다. 인력引力(끌어당기는 힘) 또는 인력因力(만물의 기원이 되는 힘)으로 쓸 수 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버섯균을 “지하의 정교한 레이스 자락, 헴스티치가 된 축축한 균사, 세상의 미끄러운 탯줄”이라고 묘사했다. 조밀하게 형성된 균사체의 세계는 땅속 양분과 생의 가능성을 그러모아 한 송이 버섯으로 피어나고, 동시에 지면 위로도 그물을 치듯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버섯에 홀린 이들은 버섯을 모조리 먹어치울 자세로 덤벼들 뿐만 아니라 버섯의 신비로움을 상징화하여 창작의 소재로 되풀이하고, 버섯의 독성마저 ‘신의 선물’이라 떠받치며 독버섯을 따다 제전祭典 활동에 쓴다. 이 책 역시 버섯의 인력으로 쓰였다. 저자는 펜을 놀릴 때마다 버섯을 먹고 중독된 친구들의 일화가 떠올랐고, 왠지 모르게 신바람이 나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버섯이 이끄는 대로 거닐며 버섯을 향한 숭배와 감격, 회상을 기록한 이 책은 마치 설화 같기도 하다. 버섯 세계관을 이해하고 싶다면 버섯의 인력에 몸을 맡기는 편이 좋다. 그로써 당신과 버섯을 잇는 가느다란 실 역시 막힘없이 뻗어나가며 기억 저편의 감각을 두드릴 것이다. 버섯의 생장은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땅속을 수놓는 공생의 그물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때에도 생을 이어나가느라 여념 없다. 그러다 땅 위로 솟아올라 뜻밖의 기쁨을 안긴다. 그 기쁨은 놀라움, 환희 그리고 상상력이다. 언제부터 발밑의 생이 시작됐을까? 탄생의 조력자인 삼림은 언제부터 그 비밀에 공모했을까? 버섯은 창발하는 생명이며 무수한 질문을 배양하는 존재다. 버섯을 보고 삶의 삽화와 얼굴들이 우후죽순 떠오르는 것도 감각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물며 매년 5월이면 버섯으로 뒤덮이는 중국 윈난에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 구석구석까지 버섯이 스미는 건 자연의 이치 아닐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악하고 나쁘며 비천한 모든 것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지나간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지운 채 다음으로 넘어갈 수도 없다. 익사한 이들의 유산 속에서 이어가는 집요한 대화 그리고 공격의 기록들
그 오랜 시간 동안 더러운 이야기들은 어떻게 우리를 매혹했는가? 폭력과 타락을 통해 들여다보는 익사한 남자의 얼굴
여기, 한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그는 출렁이는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다. 얼핏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다. 잠든 자의 얼굴. 그러나 사진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남자는 잠들어 있지 않다. 그는 ‘익사한 남자’다. 곧 묘한 설명이 이 사진에 따라붙는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남자의 얼굴을 주시한 이 사진의 제목은 바로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다. 시체가 어떻게 자신의 얼굴을 그려냈다는 것일까? 강덕구는 진중권의 칼럼을 빌려 사진의 후일담을 풀어낸다. 사진 속 남자는 최초의 사진 매체인 ‘다게레오타이프’를 둘러싼 특허권 경쟁에서 패배한 작가, 이폴리트 바야르다. 그는 학술원 측의 부탁으로 사진 발명의 발표를 미루던 중 경쟁자인 루이 다게르가 사진 매체의 발명자로서 학술원의 인준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그는 ‘익사한 남자’로 꾸민 자신을 촬영한 사진을 학술원에 보낸다. 사진 뒷면에 적은 메모에서 바야르는 자신을 ‘썩어들어가’는 시체로 비유한다. 『밀레니얼의 마음』에서 자신을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적 정서와 그 바탕을 그려냈던 작가 강덕구는 이번에 그가 몇 해에 걸쳐 쓴 글을 묶은 예술비평서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을 통해 어떻게 허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게 만드는지 그려낸다. 여기서 허구란 신화와 문화를 비롯한 이야기, 좀 더 거칠게 한 덩어리로 그려내자면 ‘예술’을 지시한다. 이 책에서 강덕구가 다루는 예술 그리고 예술가 중 일부는 오늘날 여러 의미에서 ‘금기시’되는 것들이다. 위악과 의도적인 오독을 통해 역사에 구정물을 부은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부터, 백인 남성의 보편성에 기댄 유토피아를 그리다가 종래에는 미국 국회의사당 시위에 동참하게 된 애리얼 핑크와 존 마우스의 음악, 미투 운동에서의 폭로와 정치적 발언이 불러일으킨 불화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경력이 끝난 스탠딩 코미디언 루이 C.K.의 시트콤까지. 강덕구가 말하는 예술의 우주는 정말이지 ‘사악하고 비천한’ 별자리들에 맞닿아 있다. 동시에 강덕구는 그들의 시대, 즉 “문화적 보편성으로 기능하던 백인의 세기”이자 “백인 남성 예술”의 시대가 근본적으로 끝났음을 설파한다. 그는 분명히 말한다.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한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어제와 내일이 맞물리는” ‘오늘’을 설명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그가 이 수많은 금기의 별자리들, 그리고 오늘날의 익사한 남자인 ‘문제적 인간’들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묻는다. 왜 우리는 더러운 이야기에 매혹되었을까? 그중 어떤 부분이 우리를 삶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인 것이며, 또 그들이 꾸린 역사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비주류 안에서도 주류와 비주류를 다시 나누는 강덕구씨의 조밀하고 집요한 시선이다.” -백민석(소설가)
백민석 소설가의 추천사가 말하고 있듯,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 파고드는 예술 중 다수는 오늘날 ‘비주류’로 논해지기 쉬운 것들이다. 그러나 무한한 데이터와 디깅(Digging)의 시대에, 비주류 문화는 분명 전과 다른 위상을 갖고 있다. 인터넷망의 보급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등 기술의 발전은 분명 세계를 뒤흔들어놨고, 이는 문화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문화예술의 향유자들은 전과 같은 방식, 즉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소유하는’ 방식 외에도 예술을 ‘수집하는’ 또 다른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책 본문에서 말하듯 이러한 변화는 “사라진, 실종된, 은둔한” 예술작품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으며, 비주류라 불렸던 문화는 그 안에서도 착실하게 역사와 계보 그리고 각각의 정전을 쌓아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강덕구가 다루는 계보 속 이름들과 정전은 많은 이에게 낯선 것들이다. 물론 본문 곳곳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외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인 이창동, 홍상수나 한때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미국의 스탠딩 코미디언 루이스 C.K. 그리고 지금 당장도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을 플랫폼인 ‘아프리카TV’ 등을 사례로 뽑을 수 있겠다. 앞선 예시들만큼 잘 알려져 있진 않더라도 (흔히 말하는)‘시네필’들이나 문화예술에 관심이 깊은 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영화평론가 정성일 또는 마크 피셔,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나 왕빙 역시 본문에서 주요한 한 장을 차지한다. 반면 러시아의 전 부총리이자 막후 설계자로 불리던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의 예명인 ‘나탄 두보츠키’나 음악인류학자 해리 스미스 같은 이름들은 대부분 사람에게 생소할 테다. 만일 이 둘의 이름을 아는 독자가 있더라도, 그가 한국의 인터넷 방송인인 커맨더지코와 BJ텐쿵의 이름까지 함께 알고 있을 확률은 낮다. 단순하게 국가와 분야로만 나누더라도, 이 낯선 이름들은 서로 아예 다른 구역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은 이토록 낯선 이름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맥락을 창조해낸다. 전혀 다른 몸에서 서로 다른 색깔로 흐르던 피를 하나의 혈관에 수혈하는 것이다. 하나의 혈관에 뒤섞인 서로 다른 피는 필연적으로 어떤 병증을 일으킨다. 강덕구는 바로 이 병증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이 병증이 어떤 식으로 우리 세계 곳곳에 스며 있는지 논하자고 권한다. 그에게 이 병은 고통을 일으키는 요인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지난 세기를 벗어나 다음 시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진화의 동인이다. 여러 색깔의 피가 흐르는 새로운 몸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어느 세상과 맞닥뜨리게 될까? 강덕구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거침없이 이름들을 배치하며 서로 맞닿게 한다. 그는 인터넷 방송인 커맨더지코의 리얼리티 영상,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구조를 아르헨티나의 영화감독 리산드로 알론소의 「자유」와 함께 대조한다.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음반 《뽕》으로 4관왕에 수상했으며, 프로듀서로 참여한 뉴진스의 앨범 《New Jeans》로 잇따라 2관왕을 수상한 아티스트 250의 앨범을 각 방향에서 살피며 데이비드 린치가 그리는 ‘소도시 풍경’과 맞대기도 한다. 강덕구의 비평에서 이러한 관계 맺기는 무척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에게 비평이란 낯선 이름들을 소개하고 그에 관해 논설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름들과 그 관계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며 직조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위기에 처한 언어의 존재를 살피다!
사라지는 언어에 대한 가슴 아픈 탐사 보고서『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언어학계에서 ‘현장 언어학자’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언어 세계의 이론과 경험을 전방위적으로 사유하고 있는 니컬러스 에번스가 우리의 삶에서 다양한 언어가 생존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를 언어 다양성의 현장에서 생동감 있게 기술하였다. 사라지는 언어의 위기에 대한 추상적, 규범적 논의에서 벗어나 사라져가는 언어의 증언자들과 직접 생활하며 겪은 삶의 기록에서 배어나온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정리하였다. 이를 통해 지금 대중이 살고 있는 이 세계의 복잡한 현실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상황들을 다 감안하여 언어를 둘러싼 문제를 ‘체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수많은 인터뷰와 관련된 참여 관찰 기록들을 통해 몸소 보여준다. 존폐 위기에 처한 소수 언어의 실체를 보여주는 상세한 지도와 도표, 사진을 수록하였다.
“김유정의 소설은 글자로 말해지지 않은 내용까지 풍부하게 품는다. 하나하나가 일상의 바깥, 인간의 바깥을 아우르는 파노라마다.”-심완선(SF 평론가)
한 시절이 끝나도 세계는 이어진다, 찬란히 어른거리는 빛으로.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수상 작가 김유정이 그리는 열 가지 풍경.
대하 판타지 『영혼의 물고기』로 2000년 제1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던 김유정의 소설집 『용의 만화경』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다. 2015년 전자책으로 출간된 『고래뼈 요람』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마법이 존재하는 중세에서 우주 개척 시대에 이르기까지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세계를 보여 주는 10편의 중단편이 담겨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부터 초기 사이에 쓰인 수록작들은 시대상을 반영하듯 대체로 어떤 시기의 마지막 풍경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인간 속에 섞여 살며 숙주의 생기를 흡수하던 흡혈귀가 팬데믹 사태로 생존의 위기를 맞고(「장미흔」), 파국적인 소식을 전할 사명을 띤 순례자가 쇠락하는 마을을 방문하며(「나무왕관」),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려 택한 냉동수면에서 깨어나 보니 모두가 사라진 절대 고독의 세상이 펼쳐지기도 한다(「M과 숨」). 그러나 이러한 종말들은 항상 절망적으로 그려지지만은 않으며, 주류에서 벗어난 다채로운 인물들은 과거를 품에 간직한 채 새로운 갈망과 미래를 꿈꾼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힘으로 주인공을 경이의 세계로 안내하는 표제작의 초월자처럼, 『용의 만화경』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만화경의 빛깔 같은 찬란한 꿈으로 안내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왕벌들은 다양한 출신 배경이었음에도 하나같이 계급 사다리를 오르는 과정에서 과단성 있고 야심만만한 〈출세주의자〉 같은 면모를 드러낸다. 다들 애초에 결혼을 발판 삼아 영국 사회의 권력층에 안착했으며, 일단 〈이름〉을 알린 후 지성과 재치와 수완을 한껏 발휘해 자신의 열정을 좇아갔다. 런던 사교계를 호령하며 사회 각계의 유명 인사, 백만장자, 영화배우, 왕족, 귀족 등 많은 사람을 한자리에 모은 이 여성들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뉴욕 타임스》 21세기 100대 소설 작가 리베카 머카이의 작품, 국내 첫 소개 그루밍 성범죄와 미투 운동, 교내 성폭력의 본질을 다루며 평단과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여성 혐오 범죄 미스터리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소설에 이름을 올린 작가 리베카 머카이의 작품이 황금가지에서 국내 최초로 출간되었다.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는 23년 전,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소녀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범죄 소설이다. ‘젊고 부유하고 어여쁜 소녀’의 죽음에 열광하는 대중들의 관음적 시각을 조명하는 한편으로 그루밍 성범죄, 미투 운동, 교내 성폭력, 성차별적 시각 등이 10대의 삶에 작용하고, 그것이 이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묘사하며 ‘세련된 플롯을 갖춘 문학적인 미스터리(《AP》)’라는 찬사를 받았다. 높은 작품성과 흥미진진한 플롯, 정교한 캐릭터 조성으로 출간 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유수 언론의 극찬과 10만 건이 넘는 독자 리뷰를 받고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사서들에 의해 선정되는 상인 리비 상 오디오북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아스펜 상과 캐롤 실드 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리베카 머카이의 전작 『Great Believers』는 ALA 카네기 메달과 《LA 타임스》 도서 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하였고 퓰리처 상과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도서로 꼽혔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옥탑방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
범죄학자 히무라와 그 친구인 작가 아리스가와가 활약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 『자물쇠 잠긴 남자』는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남성의 죽음을 마주하며 남성의 삶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탐정 행위가 죽은 자에 대한 진혼에 다름없다는 주제를 전한다.
오사카 나카노시마의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노인 나시다 미노루가 목을 매단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결론내리지만 그의 지인인 작가 가게우라 나미코는 의문을 가지고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사건의 조사를 부탁한다. 입시철이라 바쁜 히무라 대신 아리스가와가 조사에 나서지만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과연 이 남성은 대체 누구인가? 그 죽음에 얽힌 진상은 무엇일까?
아리스가와 아리스옥탑방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
범죄학자 히무라와 그 친구인 작가 아리스가와가 활약하는 「작가 아리스 시리즈」. 『자물쇠 잠긴 남자』는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남성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남성의 죽음을 마주하며 남성의 삶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탐정 행위가 죽은 자에 대한 진혼에 다름없다는 주제를 전한다.
오사카 나카노시마의 한 호텔에서 장기 투숙하던 노인 나시다 미노루가 목을 매단다. 경찰은 이 사건을 자살로 결론내리지만 그의 지인인 작가 가게우라 나미코는 의문을 가지고 히무라 히데오와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사건의 조사를 부탁한다. 입시철이라 바쁜 히무라 대신 아리스가와가 조사에 나서지만 일은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과연 이 남성은 대체 누구인가? 그 죽음에 얽힌 진상은 무엇일까?
‘논란’은 어떻게 유행이 되는가? 온갖 논란을 유행처럼 소비하는 온라인 공론장의 구조를 파고드는 정교한 문화비평서이자 문화기술지. 저자는 논란에 가장 취약한 존재인 케이팝 아이돌 아티스트에 초점을 맞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학교폭력, 갑질, 성폭력, 인권 의식부터 역사 인식, 인성 등에 이르기까지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사건이 관심경제attention economy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 하나의 ‘논란’으로서 조직적으로 생산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곧 화폐가 되는 이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 논란은 특정 종류의 관심을 생산하고 그와 결부된 대중 및 공론장을 구성한다. 그러면서도 《망설이는 사랑》은 온라인 공론장의 문제를 다루는 여느 책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하고도 참신한 궤적을 그리며 나아간다. ‘망설이고 주춤하는 팬들’과의 생생한 인터뷰/대화를 통해 그 공론장 내부에서 형성되는 거대한 폭력의 네트워크를 꿰뚫기 때문이다. 이때 망설임이란, 논란의 중심에 선 아티스트의 팬으로서 혼란과 고통을 경험하지만 그 무분별한 폭력에 가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실을 찾고 윤리적 분투를 벌이는 태도를 가리킨다. 팬, 특히 아이돌 팬들은 언제나 비합리적이고 무지하다는 혐오와 편견에 둘러싸여 있지만 저자가 만난 팬들은 우리에게 그와 전혀 다른 경로를, 즉 팬심과 덕질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중-팬-사이버렉카-언론-알고리즘-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의 행위자가 결합하는 무분별한 논란과 폭력의 네트워크 내지는 캔슬 컬처에 가담하지 않고 망설이는 팬들을 통해 우리는 ‘가해자 감별’과 ‘무조건적 퇴출’을 넘어서는 논의/사유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 이들의 윤리적 실천이 어떻게 좀 더 나은 온라인 공론장 문화를 상상하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지 살펴보자.
자본과 인간이 싸우는 미세 허파, 서울 쪽방 탐사 대기록 대도시는 어떻게 먹이사슬망이 되었나 쪽방에 들어가는 순간 생은 늪이 된다
이 책은 르포다. 기자 정신으로 잠입해 취재를 하고, 하나의 단서를 잡으면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증거를 수집해나간다. 사회부 소속으로 경찰서를 출입하는 일은 ‘사망’ ‘빈곤’ ‘불법’ 등 중요한 사회 문제를 사건의 발생과 종결로만 보게끔 시야를 제한시킨다. 그래서 저자는 기획취재부로 옮겼다. 이제 기자 신분임을 숨기고 지방에서 올라온 자취생 혹은 부동산 투기꾼으로 가장해 쪽방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나간다. 그러자 서울 대도시 밑바닥층의 빈곤 문제가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체계적인 이윤 추구 행위에 둘러싸여 있음이 드러났다.
이 책은 작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부산 출신의 저자는 서울로 진학하면서 대학 시절 내내 주거빈곤자로 불안한 생활을 했다. 기숙사, 하숙, 반지하 원룸, LH 매입임대 주택, 산동네 분리형 원룸, LH 대학생 전세자금대출이 저자가 거쳐온 주거 역사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가난한 과거사를 숨겼다. 요즘 가난은 훌륭한 서사의 자원이 되기도 하지만, 악바리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불리한 약점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청년 세대들이 자신이 직면한 빈곤을 외면하자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주거 빈곤사와 가난의 경험을 적극 드러내게 됐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난에 대한 한 사람의 시선이 바뀌고 넓어지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수많은 빈자, 중간 착취자, 소유주가 이 책에 등장한다. 실명을 밝히기도 하고 가명 처리한 인물도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빈곤의 실태를 이야기해준 사람들이다. 그들은 쪽방에 한번 발을 담갔다가 죽을 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절망에 대하여 증언했다. 바로 서울 동자동, 창신동, 사근동 주민들이다.
“문학이라는 연못에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돌을 던지다!”
여자 없는 남자들의 문학이 그리는 빈곤한 세계 남류문학, 관습과 권위를 깨고 거울 앞에 서다!
무라카미 하루키, 미시마 유키오, 다니자키 준이치로, 시마오 도시오… 일본 문학을 대표해온 남성 작가들을 ‘페미니즘 비평’이라는 거울 앞에 세운다면 어떤 모습이 비칠까. 일본을 대표하는 페미니스트이자 젠더 연구의 개척자 우에노 지즈코와 여성의 주체성을 탐구한 소설가 도미오카 다에코, 가부장제와 여성 억압의 메커니즘을 날카롭게 비판한 심리학자 오구라 지카코가 근대문학사의 쟁쟁한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겁 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이를 ‘남류문학론’이라 이름 붙였다.
세 여자는 남성 중심적인 텍스트로 대문호 자리를 차지한 ‘남류작가’는 물론이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떠받드는 ‘남류평론가’, 다른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직된 문단까지 가차 없이 비판한다. ‘페미니즘’이나 ‘여성혐오’라는 말조차 낯설던 일본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남류문학론》이 마침내 한국어판으로 출간된다. 아밀, 이서영, 백설희, 밀사 등 여성 작가 및 활동가가 이 책을 먼저 읽고 추천했다.
전자책
세계의 고통을 제 삶으로 연결해낸 공모자-저항자들
“이 세계 다수는 사실상 연루자다”
나에게 인류학적 세계 읽기란 단단한 이해를 거쳐 책임 있는 비판을 길어내는 과정이었다. 이해가 모든 앎의 가능성을 확신하는 오류에 빠져서도 안 되었고, 비판이 손쉽게 조준할 과녁만 찾는 것도 피하고 싶었다. 이해가 홀연한 불가지론에 닻을 내리면서 불의에 눈감게 되는 사태도 저어됐고, 비판이 제 수사적 고향을 판단의 유일한 준거로 삼는 것도 우려됐다. 타자를 이해하는 과정이 우리가 당연시해온 믿음, 가치, 윤리, 삶의 방식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하길 바랐고, 이러한 비판이 무수한 세계의 마주침을 이끌어 삶의 이해를 확장하길 원했다. 이 과정은 때로 자기수양에 가까워서 ‘더’라는 어중간한 단어를 붙들 수밖에 없다. 더 단단한 이해를 거쳐 더 책임 있는 비판을 시도하기. 그리하여 진리를 포획한 권위로부터 이해와 비판을 해방시키기. _「서문」
전자책
경력 30년 작가가 말하는 작가 되기의 과정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글쓰기의 원칙들
시장에서의 옷 장사, 사업가로의 변신과 좌절, 모든 걸 내려놓고 글쓰기에만 투신한 삶의 드라마 속에서 글쓰기 원칙과 작가정신이 단련되는 과정을 보여주다
이 책은 『악녀서』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30년간 타이완 소설의 중심부에서 활동해온 중견 작가 천쉐의 글쓰기 특강이자 작가 되기 수업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될 만큼 작품에 생을 건 저자는 쓰는 자의 존엄과 생존의 기술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이 책의 쓰임새를 몇 가지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글쓰기가 내 생명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완성은 잘 못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다. 둘째,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둘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다. 셋째, 내가 쓰려는 작품과 외부 일(청탁 원고, 강연, 심사)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전업작가들을 위한 조언이다. 글을 쓸 때에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그 단계를 건너온 선배로서 조목조목 짚어 해결해준다. 천쉐는 스무 권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수많은 상을 받았고, 편집자 출신 애인과 결혼한 퀴어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을 쓸 때는 쓰는 것 역시 ‘노동’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품이 없으면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을 출간해본 사람이라도 그다음 작품은 늘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작가는 언제나 백지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백지를 대면하는 두려움을 뚫고 계속 쓰는 게 중요한데, 이 부분의 노하우를 심도 있게 제시한다.
전자책
Buruma, Ian옥탑방
제2차 세계대전, 권력을 도운 부역자들의 생을 추적! 이 책은 역사가 가진 힘과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다
하인리히 힘러에게 없어서는 안 됐던 개인 마사지사 케르스텐 중국에서 일본 비밀경찰을 위해 스파이가 된 만주족 공주 요시코 동료 유대인들을 독일 비밀경찰에 팔아넘긴 네덜란드의 하시드 유대인 바인레프
선악의 비중을 따져보고 도덕의 질량을 측정할 것
여기 범상치 않은 세 명의 인물이 있다.
체격이 좋은 데다 늘 사는 게 즐거운 마사지사 펠릭스 케르스텐. 자그마한 체구에 남장을 하고 다닌 청나라 공주 아이신줴뤄 셴위(가와시마 요시코). 절멸수용소로 갈 유대인들에게 목숨 값으로 돈을 뜯어낸 유대인 바인레프.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을 남다르게 관통한 세 사람의 삶을 추적하는 일종의 전기다. 세 사람은 독일어로 ‘호흐슈타플러Hochstapler’라고 불리는 이들이다. 사기꾼, 허풍쟁이, 협잡꾼쯤으로 번역되는 호흐슈타플러는 부역자나 저항자에 딱 들어맞지 않고 강한 도덕적 질타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모순투성이 삶을 산 이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역사를 다시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더욱 도덕의 질량을 세밀히 측정할 수 있고, 사람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선악의 비중을 각각 따져보게 되며, 역사에서 사실만큼 허구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이 셋을 선택했을까? 전쟁 시기에 일어나는 부역과 저항의 행위들은 선악이라는 도덕적 서사에 딱 부합하지 않는다. 악한 일이 선한 의도로 행해질 수 있고, 악한 사람이 간혹 선한 일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케르스텐은 유대인 살해 계획을 세운 힘러의 몸과 마음을 보살폈지만, 훗날 유대인 구출을 돕는 일도 했다. 셋 중 누구도 완전히 타락한 존재는 아니었고, 이런 특징은 오늘날 공공 영역에서 활약하는 이들에게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 자신을 성인보다는 죄인으로 상상하는 게 더 쉽지 않냐며, 이 세 명에 대입해봄으로써 부역의 문제를 반추해보자고 말한다. 역사는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은 삶의 복잡성을, 윤리의 다면성을 최대한 넓게 펼쳐서 보여준다. 거기엔 변곡점들이 있다. 도덕적 인물이 되거나 혹은 체제에 순응하거나. 이 책의 전개 방식은 독일과 네덜란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세 사람의 행로를 동시간대로 나란히 펼치는 식이다. 부역자, 협잡꾼, 스파이, 증언자 이 모두가 혼합된 인물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역사를 꽤나 흔들었다. 독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가짜 뉴스나 증언에 휘둘리지 않고, 역사관과 사실 분별 능력을 발휘해 믿을 만한 증언을 가려내기, 절박함에서 나온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 인간적인 이해심은 갖되 윤리적 느슨함으로 일관하지 않기 등이다.
전자책
“슬픔의 강을 자비의 강으로 바꾸는 놀라운 서사”
단편소설의 대가 츠쯔젠 30년간 쓴 100편의 단편에서 열여섯 편의 정수만 담다
얼굴과 대기와 땅에 시간을 차곡차곡 쌓다
츠쯔젠은 단편소설의 대가다. 등단 후 30년간 100여 편의 단편을 발표했고, 그중 열여섯 편의 정수를 작가가 직접 골라 『가장 짧은 낮』으로 펴냈다. 그의 작품들은 우선 색채 감각이 두드러진다. 그런 감각이 작가가 자란 중국 북방의 자연 풍경과 겹쳐지며 등장인물들의 심상心象을 드러낸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시간을 얼굴에 차곡차곡 축적해와 “청포도 두 알 같은 눈두덩이” “오래된 낙엽처럼 얼굴 위를 기어다니는 검버섯” “뇌우가 닥치기 전의 하늘을 무겁게 채우고 있는 먹구름 같은 검버섯”으로 묘사된다. 사람뿐 아니라 대기와 땅도 시간에 사로잡혀 나이를 먹어왔다. “조금씩 노쇠해가는 하늘” “누런 가을처럼 늙어 있는 날들” “밤새 타고 남은 회색 재인 달”……. 츠쯔젠의 소설은 늘 계절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펼쳐지는 일상에서 사건을 포착한다. 「해빙」은 작은 봄에서 큰 봄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작은 봄에 얼음이 녹으면 샤오야오링 마을 사람들은 진흙길에 신발이 붙들려 나동그라지고 자빠진다. 관절이 부실한 노인들은 넘어지는 순간 울고 싶은 심정이 되고, 가사를 도맡고 있는 주부들은 쌓이는 빨랫감에 신경이 곤두선다. 작은 봄의 어느 날 초등학교 교장인 쑤저광에게 긴급 문건이 내려왔다. 문화대혁명 때 하방된 적이 있던 그는 혹시 또 험지로 보내질까봐 불안에 떤다. 진흙 묻은 옷 빨래를 하다가 돌연 남편과 떨어질까봐 초조해진 아내 리쑤산, 그러면서도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줄지 모를 이웃 남자 왕퉁량을 향해 품는 욕망, 마침내 남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모든 욕망이 무위로 돌아가 짜증만 덕지덕지 달라붙게 된 평온한 일상. 시간이 흘러 이내 큰 봄이 다가온다. 이 작품에서는 얼음이 녹을 때 사람들의 욕망도 함께 꿈틀거려, 그들의 마음에 달라붙는 계절의 모습은 더없이 감각적이다.
전자책
국내 첫 소개되는 신장위구르의 자연문학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달나라의 감각’ 루쉰문학상과 마오둔문학상을 수상한 신장 작가 류량청의 데뷔작이자 대중과 평단을 놀라게 한 걸작
그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서른 중반인 1998년 『한 사람의 마을一個人的村莊』이라는 첫 산문집을 내고 수십만 부가 팔리며 큰 성공을 거뒀다. 『서유기』에서 현장법사와 손오공이 건너갔던 화염산이 있는 신장위구르 톈산 아래 마을의 시골 청년은 이 성공으로 시인이 되었고, 이어 소설가가 되었으며 걸작 장편들을 쏟아내며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다. 2023년엔 『본파』라는 소설로 마오둔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이름은 류량청劉亮程이다. 이 벽촌의 한 작가가 쏟아낸 문학적 에너지와 메시지가 무엇이었기에 이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가. 그 답은 그의 첫 작품이자 대표작인 『한 사람의 마을』에 전부 드러나 있다. 빽빽한 글자로 550쪽에 달하는 이 책은 산문으로 쓰였지만 사실 시에 가까우며 인간이 속수무책으로 그 안에 녹아 있는 근원적인 자연이 그 모습을 드러낸 세계다.
전자책
투명한 낙관으로 빛을 기다리는 마음 우리 시대가 그리는 사랑의 미래
박선우의 소설은 섬세한 망설임과 서글픈 다정함을 부드럽게 엮어, 세계의 비극과 부조리를 투명하게 드러내 보인다. 나는 투명하면서도 어딘가 주저하고 있는 듯한 박선우의 말하기에 깊은 애정을 느낀다. _황인찬(시인)
무엇보다도 이 엉망인 세상에 대한 존중을 버리지 않는 점이 대단하다고, 대단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_김지연(소설가)
햇빛 속에서 밀도 높은 빛의 방울들이 피어오르는 것 같다. 반사된 무지개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한없이 흔들리며, 나는 더욱 명백하게 애틋한 마음으로, 박선우가 보여주는 ‘사랑의 미래’를 같이 꿈꾼다. _박상수(시인·문학평론가)
전자책
심사위원의 열띤 지지를 이끌어낸 제3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지난해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제3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작을 선보인다. 1994년 ‘우리의 복잡한 현실을 끌어안고 그 속의 깊은 이야기들을 형상화하는 장편소설’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된 문학동네소설상이 제30회를 맞이하는 뜻깊은 해에 수상작으로 결정된 작품은 바로 박선우 작가의 『어둠 뚫기』이다. 『어둠 뚫기』는 심사 과정 내내 뜨거운 논의의 대상이었다. 심사 초반부터 “본심에서 내가 지지했던 단 한 편의 작품”(소설가 정한아)이라는 강력한 지지를 받았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진 끝에 “진심에서 우러나온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바로 글쓰기의 능력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어울리는 작품”(소설가 한은형)이라는 심사위원들의 기꺼운 동의와 함께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선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이 소설의 작가가 2018년 『자음과모음』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선우임을 확인한 후 심사위원들은 다시 한번 열띤 축하를 보냈다. 박선우 작가는 그간 소설집 『우리는 같은 곳에서』(자음과모음, 2020)와 『햇빛 기다리기』(문학동네, 2022)를 통해 다채로운 사랑의 형태를 단정한 문장으로 형상화하며 차근히 문학세계를 다져왔다. 『어둠 뚫기』는 『햇빛 기다리기』에 수록된 단편 「겨울의 끝」을 확장한 장편소설이다. 「겨울의 끝」은 삼십대 남성 인물이 삶에서 겪는 여러 부침과 더불어 엄마와의 끈끈한 애증 관계 등을 은근한 온도의 문장들로 펼쳐내는 소설이다. 박선우는 여기에 사랑과 관계에 대한 더욱 깊이 있는 에피소드들을 더하고, 우리 삶의 본질적인 질문, 즉 괴롭고 힘든 삶의 돌부리들에 끝없이 걸려 넘어지면서도 우리는 왜 계속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욱 심화시킨 끝에 『어둠 뚫기』를 완성해냈다.
전자책
『친밀한 이방인』(드라마 〈안나〉 원작소설) 이후 8년 만의 신작 장편! 모두가 기다려온 스토리텔러, 정한아의 귀환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대학교 4학년생 신분으로 문단에 이름을 알린 지 20년, 정한아는 어느덧 한국문학의 탄탄한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소설로 수행할 수 있는 최선의 성취를 꾸준한 속도로 이뤄왔다. 소설집 『나를 위해 웃다』(2009), 『애니』(2015), 『술과 바닐라』(2021)를 통해 인생이라는 오묘한 심연을 단편 속에 압축적으로 길어냈고, 장편소설 『달의 바다』(2007), 『리틀 시카고』(2012), 『친밀한 이방인』(2017)으로 한 편의 긴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갖춰야 할 구성의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다. 『친밀한 이방인』이 수지ㆍ정은채 주연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로 드라마화되며 차기작에 이목이 쏠린 지금, 정한아가 8년 만의 신작 장편 『3월의 마치』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지만 불가능한 방법을 실행에 옮긴다. 바로 과거의 나와 직접 대면하는 것. 이를 위해 정한아는 성공한 노년의 여성 배우 ‘이마치’를 주인공으로 삼는다. 삶이라는 바다에서 무수한 파도를 넘으며 살아남은 ‘생존자’이기도 한 그녀는 세월이 남긴 깊고 묵직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마치에게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마지막 파도로 들이닥치고, 그녀는 과거의 시공간을 복원한 가상현실을 누비며 유실된 기억을 되찾고자 한다. 과연 이마치는 수많은 예전의 자신과 재회하며 삶의 강렬했던 순간들을 지켜낼 수 있을까. 자연의 섭리처럼 밀려오는 상실과 망각의 물결을 막아내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간직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피엔딩일까. 『3월의 마치』는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가상의 무대 위로 우리를 초대한 뒤,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갖가지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도록 유도한다.
전자책
아득한 우주에서도, 무너진 세계에서도, 저 멀리 반짝이는 ‘당신’을 발견하는 정소연의 SF
“한 사람의 마음속이 하나의 우주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알게 해주는 작품” 구병모(소설가)
데뷔 20주년을 맞은 정소연의 소설집 《미정의 상자》가 출간되었다. 지난해 먼저 선보인 《앨리스와의 티타임》과 나란히 놓이며 《옆집의 영희 씨》 복간 프로젝트가 완료된 것이다. 10년 전 “소박하지만 위대한 삶의 단면들”을 담아내며 “제법 묵직한 성취”(소설가 배명훈)를 이루었다는 평을 받았던 이 책은 아쉽게도 장기간 절판된 바 있다. 독자들의 꾸준한 복간 요청이 이어지던 이 책이 작가의 신작 단편들과 함께 새 짜임, 새 장정을 갖추어 래빗홀에서 두 권으로 출간되었다. 비교적 초기작이 다수였던 《앨리스와의 티타임》과 달리 이 책에서는 구간 수록작 5편에 신작 9편이 더해져 총 14편이 묶였다. 첫 챕터인 ‘카두케우스 이야기’는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배경인 연작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먼 거리를 단숨에 건너갈 수 있는 ‘비상점’을 통해 먼 항성계 사이를 건너갈 수 있지만, ‘도약’이라 불리는 이 초광속 비행 기술을 ‘카두케우스’라는 회사가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공유한다. 특히 〈깃발〉, 〈무심〉, 〈돌먼지〉, 〈비 온 뒤〉, 〈집〉은 기존에 책으로 묶인 적 없는 작품들이라 카두케우스 시대에 어떤 일들이 더 있었는지 궁금해했던 독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챕터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는’은 재난 상황을 테마로 한 퀴어소설이 다수 묶였다. 표제작 〈미정의 상자〉와 〈현숙, 지은, 두부〉에서는 공통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삶의 다른 경우의 수를 탐색하는 상자가 등장하여, 극악의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대상을 살리고 싶고, 그래서 최선을 찾고자 시간마저 되돌리고 싶은 절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환상적인 존재나 고도의 기술 환경이 주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우리의 일상 속 익숙하게 미답의 자리에 남아온 문제들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정소연의 특장은 이 책에서도 빛난다. 더하여 여러 작품이 현실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별하는 이들을 그리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인물들의 의지로 이야기는 항상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렇게 정소연의 소설은 조금 나은 미래를 향한 문틈을 살짝 벌리고 우리에게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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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세계였으니, 나도 너에게 세계를 줄 거야. - 끝내 살아남을 사랑의 기록
어느 토요일, 지구가 검은 구름으로 뒤덮였지만 한 사람은 무사하다. 종말의 비망록인 듯한 이 소설은 ‘기적의 비화’에 더 가깝다. 개개인의 사랑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더라도, 사랑이 모여 이루어낸 기적은 어떤 식으로든 기록되기 마련임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소설에는 달의 뒷면처럼 영영 모습을 감출 뻔했던 ‘궤도 밖 아이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기록되었다. 우리는 지구가 반파되는 비극을 목도하면서도 단 한 사람의 무사함에 깊이 안도하게 된다. 그 한 사람은 누군가의 세계였기에. 그러므로 이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를 놓지 않은 연대의 기록이자 한 세계가 끝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사랑의 연대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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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의 화려한 삶의 이면에 숨어 있던 작품
19세기 말 파리를 무대로 한 오스카 와일드의 숨겨진 이야기 『텔레니』. 저자 이름 없이 출간되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으로, 그의 미학적, 도덕적, 성적 관심사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두 남성의 사랑을 생생하고 대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정면에 드러낸 영어권 최초의 게이 에로틱 소설로 손꼽힌다. 당대 최고의 유명 인사였던 오스카 와일드가 익명으로 위선적인 사회의 베일에 가려진 진면모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소수자의 외침이나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오락물을 넘어선,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라는 이름 자체의 영향력 또한 뛰어넘은 의미 있는 작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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